- 제 목
- 번역/창작 [SS]노란색 물고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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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삐기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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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13 14:53:36
“...”
“...”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른다.
타탁!
젖은 옷과 몸을 말리기 위해 피운 모닥불에서 불똥이 튀는 소리가 울렸다. 아직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얼굴을 내밀지 않은 시간. 요시코는 자신의 옆, 평소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몸을 비스듬히 뉘인채 앉아 있는 하나마루를 힐끔 쳐다봤다.
인어다.
어딜봐도 인어다.
아니, 인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그게 하나마루일거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적이 없다. 정말 눈앞에 저 아이가 하나마루이긴 한걸까? 긴장한 듯 머뭇거리는 요시코는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
“즈라... 마루지?”
“그럼 요시코쨩은 지가 누구라고 생각했는데유…?”
“아니, 나는 그냥…혹시나 해서...”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획 돌리는 하나마루는 어딘가 삐친 모양이었다. 요시코는 무언가 변명을 해야된다는 생각에 허둥대며 말꼬리를 흐렸고 그렇게 둘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하나마루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이며 요시코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호! 호! 호! 그렇지유! 지는 사실 요시코쨩이 알고 있는 하나마루가 아니여유! 지는 바다에 살고 있는 인어! 인어마루구먼유!”
“...”
아니, 어딜 봐도 자신이 알고 있는 하나마루다. 저렇게 유창하게 사투리를 쓰는 인어공주는 들어본적도 없다. 한 탬포늦게 소설 속의 설정같은 자기소개를 늘어놓는 하나마루에게 요시코는 눈을 흘겼다. 그리고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흐응~ 요즘 인어들은 사투리도 쓰나보네?”
“에? 에? 지, 지가 언제 사투를 썼다고 그래유~! 요시코쨩도 참~!”
“...”
전혀 자각없는 하나마루의 변명에 요시코는 빙그래 웃었다. 언제나의 하나마루다. 오히려 몇마디 나누면 나눌수록 눈앞에 인어가 하나마루라는 확신이 섰다. 어딘가 안심이 되는 듯한 요시코의 표정에 하나마루는 뒤늦게 냉정을 찾았는지 우울한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또 사투리 썼네유.”
“상관없지 않아? 평소에도 자주 쓰잖아.”
“그, 그렇게 자주는 아닌데유...”
“거봐. 또 ‘~유’라고 하잖아.”
“하웁...!”
하나마루는 터져나오는 사투리를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확신을 얻은 요시코가 무슨 말을 할지 되려 겁이나는 하나마루는 요시코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하나마루의 걱정과는 달리 요시코는 입가에 미소를 띤체 조금씩 밝아 오는 수평선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안물어보는 거에유?”
“됬어. 딱히 몰라도. 즈라마루잖아? 같이 유치원 다녔던, 그거면 된거 아니야?”
“...”
요시코의 말에 하나마루는 총이라도 맞은 참새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런 선택지는 예상하지 못한 하나마루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곧 수긍했다. 요시코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요시코는 착하다. 아마도 질문을 하게 되면 자신이 난처해 질까봐 신경써준 것이리라. 하나마루는 몸을 웅크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요시코쨩은 치사해유…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도 못하잖아유.”
“뭐, 거짓말 해봤자 즈라마루의 거짓말쯤은 이 몸의 요하네 아이에 걸리면 별거 아니거든?”
“...풋!”
어께를 으쓱이며 으스대는 요시코를 보고있자니 웃음이 터져나오는 하나마루는 무언가 후련한 얼굴로 자신의 하반신, 지느러미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징그럽쥬?”
“별로? 멋지지 않아?”
“헤헤헤~ 그건 아마 요시코쨩이니까 그런거에유. 아마...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달랐을 거에유.”
“즈라마루, 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거 아니야?”
하나마루의 푸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요시코. 그런 요시코의 지적에도 하나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묻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요시코는 입을 다물었고 그런 요시코에게 미소를 짓는 하나마루는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되있었어유,”
“...”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서였을 거에유. 어느 날 정신차리고 보면 바다였고, 물 속을 헤엄치고 있었쥬. 꿈속에서 물고기가 된 것처럼 왠지 즐거워서 한참을 그렇게 헤엄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인어가 되었었어유.”
물고기가 되는 꿈.
한동안 하나마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벽녁에 마주친 어선의 어부들을 만나기 전까진. 당혹스러운 표정. 공포.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바라볼 때의 이질감. 그 모든 것이 서려있는 어부들의 얼굴을 본 뒤에야 하나마루는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했다.
다행히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지느러미는 다리로, 다리를 지느러미로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몸에 익숙해 지면 질수록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했다. 점점 사람을 멀리했다. 친구를 사귀는데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조금 슬프긴 했지만 그거면 됬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책을 좋아했던 하나마루였고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따금 인어의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수가 없을 만큼 몸이 아파왔고 결국 이렇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새벽 시간을 노리고 바다를 헤엄치곤 했다.
“그럼 어제 날 구해준것도…즈라마루였던거지?”
대답 대신 하나마루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그러고보니 요시코쨩은 어쩌다가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었던 거에유...? 혹시...”
“아, 그건…”
어딘가 불안해 하는 하나마루의 질문에 요시코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무심코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 그래! 나 사실 몽유병이 있거든! 가끔 나도 모르게 정신차리고 보니 바다로 나와버리기도 하거든. 하하하...”
“요시코쨩, 몽유병이 있었나유? 지, 지는 몰랐어유.”
“으,응! 뭐, 운이 좋았던거지. 마지막에 즈라마루를 본 것 같아서 말이야.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건 꿈이 아니었나 보네.”
요시코의 변명아닌 변명에 하나마루는 이제서야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하나마루는 조심스래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어제 일은…”
“어제 일? 무슨 일 있었어? 사실 마지막에 즈라마루 얼굴 말고는 하아아아~ 나도 기억이 안나서 말이야. 하하하~”
“아, 아무것도 아니에유! 그렇구먼유… 기억이…”
이런 어설픈 거짓말에 속아넘어갈거라 생각 못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하나마루는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르면서 묘한 부분에서는 맹한 모습을 보이는 하나마루. 분명 요시코가 기억하고 있는 하나마루다.
요시코는 무서웠다.
인어의 모습을 한 하나마루가 무서운게 아니다. 어제의 그 꿈이, 요시코의 마음한켠에 남아 그녀 자신도 모를 불안감에 자꾸만 부채질하고 있었다. 하나마루가 어딘가 사라질것 같은 불안감.
싫다.
함께이고 싶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 이후에도.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어딘가 기쁘지만 동시에 그 비밀 떄문에 하나마루가 어디론가 떠나버린다면 참을 수 없을것만 같다.
“즈라마루!”
“엄마야!! 까, 깜짝 놀랐잖아유…!”
무언가를 떠올린듯 요시코는 별앗간 벌떡 일어났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것 마냥 상기된 요시코의 목소리 덕에 놀란 하나마루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요시코는 눈을 빛내며 하나마루의 어께를 움켜쥐며 말했다.
“즈라마루는 인어지?”
“아...마도 그럴 거에유. 그런데 이제와서 그걸 묻는 거에유? 요시코쨩도 참...”
“그럼 즈라마루는 특수능력이 어떤거야?”
하나마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 트, 특수능력이라니 그게 뭔데유?”
“에이~ 명색이 인어인데 물고기랑 대화가 가능하다거나 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거나 그런 능력 없어?”
하나마루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가다. 요시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녀도 모르는게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걸 묻다니…
“그, 그게… 지두 잘 모르겠는데유…”
하나마루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엉뚱한 요시코의 질문에 하나마루는 당황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딱히 그런 걸 시험해 본적은 없다. 평소에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바다로 돌아와 실컷 헤엄치고 동이 틀 무렵에는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향했다. 애초에 그런 걸 시험할만한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타인이 물어오니 정작 본인도 궁금하긴 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하나마루를 보며 대강이나마 무슨 상황인지 간파한 요시코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큭큭큭…! 그렇단 말이지…!”
소악마스러운 요시코의 웃음소리가 동이 틀 무렵, 바닷가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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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3화 정도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자꾸 길어지는 느낌입니다.
언능 마무리 짓고 다른 내용의 팬픽도 쓰고 싶네요.
다음 팬픽은 루비를 주인공으로 써야지...
- Long live Th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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