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supportEmptyParas]-->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오늘 안에 이 편지들을 처분해야해요!”
아무도 없는 학생회장실. 다이아는 편지뭉치를 책상에 올려둔 채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게 이런 부끄러운 편지를 마리씨에게 들켰다간 전 죽어버릴거라구요! 설마 이렇게나 갑자기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누구랑 다시 만난다는 거야?”
“그야 당신이죠! 마리씨! 삐갹!”
“어머! 다이아 그 비명소리는 여전하구나! 여전히 Pretty~”
“무...무슨 일이죠!? 마리씨! 당신은 아까 분명 치카씨랑...”
다이아는 황급히 책상 위의 편지뭉치를 가방에 숨기며 말했다.
“Yes~. 그 건에 대해서 다이아랑 의논하고 싶어서 온거야~. 그런데 그 Papers는 뭐야?”
“다... 당연히 서류지요. 서류! 아시다시피 저는 학생회장이라서 바쁘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해주시고 나가주시겠어요??”
“와우~ 굉장한 양. 이것들 전부 일감이야?”
“그...그렇다니까요! 어쨌든 빨리 나가주세요! 저는 이래봬도 바...바쁜 몸이니까요!”
“흠... Yes~. 어차피 앞으로 볼일도 많으니까! ‘이사장’ 대 ‘학생회장’ 으로써.”
마리는 경쾌하게 말하고 뒤를 돌았다. 마리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다이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들키지 않은 모양이군요.”
벌컥. 다시 학생회장실의 문이 열리고 마리가 다이아에게 뛰어들어 안겼다.
“으앗! 마...마리씨?!”
“만나고 싶었어. 다이아.”
순간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애절하고 씁쓸한 목소리로 마리가 말했다. 그러나 그 허그도 깐. 다이아가 뭐라고 대꾸할 새도 없이 마리가 뛰쳐나가며 말했다.
“이번 주말 치캇치네한테 강당 빌려줄거니까~!”
“네? 그건 금시초문입니다만????”
다이아는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폭 쉬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요.”
말과는 다르게, 다이아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근육이 풀어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휴. 드디어 다 처분했군요.”
방과 후. 역시 태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한 다이아는 학생회실에 남아서 100여통의 편지를 찢어버렸고 학교 분리수거장까지 가서 버렸다. 혹시나 싶어 종량제 봉투를 들어내 가장 밑부분에 여러봉투에 나눠서 버렸다.
“이제 저 쿠로사와 다이아가 마치 연인을 그리워하듯이 마리씨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는 소멸. 이 세상에 남지 않았답니다. 저의 승리군요! 삐걋걋걋!”
그렇게 업된 기분으로 홀로 하교하려고 할 때. 교문 앞에서. 누군가가 다이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머리칼은 황혼을 닮아 금색을 반짝였고, 그 만면에 품고 있는 미소는 그 시절과 똑같았다.
“마리...”
“다이아. 같이 하교하지 않을래?”
조금 수줍어하는 마리를 다이아는 내칠 수 없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순간 둘의 말이 겹쳤고, 너나 할것없이 입을 다물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카난은 휴학을 했다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마리였다.
“예. 아버님께서 부상을 입으신 모양이에요. 그래서 당분간은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흠. 언제 얼굴 한번 보러가야겠네. 아예 말 나온 김에 오늘 가볼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같은 섬에 산다고는 하지만. 뭐. 마리씨 답긴 하네요. 저라면 주말에 정식으로 찾아가는 것을 추천해요.”
“당연히 Joke입니다~! 카난한테는 나중에 찾아가볼거야. 그것보다 역시 다이아야. 학생회장이 돼서 우라여고를 손아귀에 넣었구나~!”
“그러는 당신은 갑자기 돌아와서 이사장이 되었잖아요. 사돈 남말도 정도가 있답니다!”
그리고 다시 말이 끊겼다. 무엇을 말하면 좋을까. 어떤 얘기를 해야할까. 맘만 같아서는 쇼게츠라도 가서 오붓하게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흘러간 시간은 다이아에게 그 간단한 얘기조차 가볍게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쪽은 어땠나요?”
힘겹게 꺼낸 말은 ‘왜 돌아왔냐.’도 ‘잘왔다.’도 아닌, 단순한 안부였다.
“흐음. 그렇네요~! 그 아름다운 경치는 카난과 다이아에게도 꼭 보여주고 슆습니다~!”
“친구도 잔뜩 사귀었고,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었고,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도 잔뜩 봤어!”
역시. 마리는 우리가 없어도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고 성장해 왔겠지. 변해왔겠지. 이제 그 시절이 아닌 것이다. 그 시절처럼 가볍게 굴수도 없을뿐더러, 이제와서 만났다해도 손쉽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랬겠지요.”
“그러니까.”
마리는 잠시. 한 템포 쉬고, 천천히 애절한 눈빛으로.
“다음에 셋이 같이 가자. 졸업여행으로.”
“네엣?”
마리는 편지 한 장을 검지와 중지로 잡고 흔들며 말했다.
“다음에 같이 가자. 카난도 같이. 친애하는 나의 소중한 친구. 다이아.”
기분탓이었을까. 다이아의 눈에는 마리의 눈가에 무언가 빛난 듯이 보였다.
“마리. 다...다...다...당신... 읽은건가요???!?!?!”
“Yes. 딱 한 장. 어제 쓴거. 다이아도 참 이런건 만나자마자 건네줬으면 좋았을텐데~.”
“어째서 그게 당신 손에!!!”
“아까 Hug하면서 슬쩍 했습뉘다~!”
“으으으. 그런 몰상식한... 믿을 수 없어요! 남의 편지를 멋대로 뜯어보다니!!”
“에이~ 처음부터 나한테 쓴거니까 상관없잖아~”
마리는 다이아를 피해서 해안도로를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니요! 아직 건네지 않았으니 그건 무효예요! 용서못합니다! 당신의 그 나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어요!”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그날. 두 명의 소꿉친구는 2년 전으로, 아니 훨씬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날이 저물 때까지 그때처럼 뛰어놀았다. 그리고 느꼈다. 다시 그때처럼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한번에 안 올려져서 두개로 나눴습니다. 허접한 필력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