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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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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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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2421805
  • 2019-05-02 19:19:56
 

딩동댕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아이들은 제각각 도시락을 들고 나가거나 매점을 향해 움직였다.

늦게까지 물갤을 했던 탓에 졸아버렸던 요시코는 그제야 뒤척이며 일어나 상황파악을 했다.

“아으... 깜빡 졸았나... 벌써 점심시간...? 루비랑 즈라마루는 먼저 갔나보네...”

요시코는 잠이 덜 깨 미묘하게 찌푸린 눈으로 가방 속의 보온병과 도시락통을 찾았다.

“오늘은 어디서 먹지... 옥상이라도 가볼까.”

요시코는 교실을 나와 터벅터벅 걸었다. 옥상에 가려고 몇차례 계단을 오르려는데, 문득 학생회실이 눈에 띄었다.

“다이아... 안에 있으려나? 그러고보니 다이아랑은 단둘이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

내친김에, 라는 느낌으로 학생회실에 들어서자 한쪽엔 서류, 한쪽엔 도시락통,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있는 다이아가 보였다.

“어머, 요시코 씨. 무슨 일이신가요?”

“그냥, 다이아랑은 같이 점심 먹어본 적이 없지 않나 싶어서. 여기 앉아도 돼?”

“그런가요. 앉으셔도 된답니다. 드문 일이네요,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건.”

“그럴지도 모르겠네.”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이아 근처에 앉아 도시락통을 열었다.

그런데 칸의 구분이 없는 회색 도시락통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요시코 씨,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잖아요? 혹시 잘못 가져오신 건가요? 그런거라면 나눠드려도 괜찮습니다만.”

“아냐.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 보온병에 담아왔어. 뚜껑을 열어서 여기 담기만 하면...”

보온병을 열어 내용물을 쏟자 안에서 빨간 국물과 함께 떡과 어묵 같은 것들이 도시락통을 가득 메웠다.

“엄청 빨갛네요... 처음 보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만...”

“나도 어제 처음 만들어본건데, 떡볶이라는 한국 요리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가져와봤어.”

“요시코 씨가 요리도 하실 줄은... 조금 의외네요.”

“뭐냐구, 그 반응. 나도 요리정도는 한다구.”

요시코는 볼을 부풀리며 반달처럼 된 눈으로 다이아를 한차례 쏘아보고는 떡을 집어 입에 넣었다.

몇 차례 씹어 음미하고는 미소 짓는 모습에 다이아는 호기심이 동했는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신경쓰이면 말하라구, 나눠줄테니까.”

“...아. 크흠. 딱히 신경이 쓰였다기 보다는 맛이 궁금했을 뿐이라구요? 타국의 요리라고 하시니...”

“다이아도 생각보다 솔직하지 못하네... 많이 있으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

요시코는 무심한 표정으로 의자를 땡겨 앉고는 도시락통을 슥 밀었다.

“그럼 조금만...”

“아, 매운건데 괜찮으려나?”

“분명 한국 요리라고 하셨죠? 그 킴우치...? 라는 건 먹어봤답니다. 그렇게 맵진 않던데요?”

왠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하는 다이아를 보며 요시코는 턱을 괸채로 다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나라 음식이라도 맵기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요시코의 걱정을 뒤로 하고 다이아는 어느새 떡을 집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맛있는걸요? 그렇게 맵지도 않은 것 같고.”

“의외네... 나, 매운거 좋아하니까 이것도 일부러 맵게 만든거거든.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다이아는 떡을 씹다가 “예에.” 하며 살짝 발음이 뭉개진 소리로 대답하고는 계속 떡볶이를 집어먹었다.

“우물우물... 핫...!”

“응? 아하...”

다이아가 불안한 눈빛을 내보이며 손으로 입가를 막았다. 그걸 보고 요시코는 왔구나, 싶어 장난기가 동하기 시작했다.

“매워?”

“으응으응”

입가를 틀어막은 채로 고개를 저었지만, 금세 한계가 왔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입가에서 손을 뗐다.

“쓰읍...! 하... 쓰읍...! 하...!”

“역시 매운거 맞지?” 히죽히죽

“쓰으...! 아닙니다! 이건... 그래요! 맛을... 쓰읍 더 잘 느끼기 위해 혀를 환기시키는 쓰읍...! 거랍니다!”

다이아는 무엇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떡볶이를 집어먹었다.

“쓰읍...! 하! 쓰읍 하! 쓰으......!”

탁! 꼴깍꼴깍

하지만 역시 그게 독이되어, 곧장 근처의 녹차를 낚아채 들이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크으으윽......”

녹차를 다 마시고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몸을 웅크리는데 타천사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역시 다이아한텐 너무 버거웠나 보네, 이 요하네 님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말야?”

빠직

“Aqours의 리틀 데몬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으면! [떡볶이에 굴복한 학생회장이 있다?!]”

쾅!

“으힉?!”

“누ㅡ가ㅡ! 굴복했다는 건가요! 저 쿠로사와 다이아가 못먹는 음식같은 건 없습니다!”

책상을 치고 일어선 다이아는 어지간히도 화가 났는지 빠른 속도로 떡을 집어먹더니, 아예 도시락통을 들고 국물째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객기부릴 일인거야 이거?!”

꿀꺽꿀꺽... 탕!

“우와 진짜냐... 다 먹어버렸어...”

“자ㅡ! 보세요! 쓰읍...! 다 먹었답니다! 이 쿠로사와 다이아에게 못하는 일은...... 삐갹.”

털썩

“다이아?! 다이아!”

놀란 요시코가 붙들고 흔들어보지만, 입에서 뭔가 반투명한 형체가 나올랑 말랑 할 뿐, 통 일어나질 않는다.

드르륵!

“다이아 여기 있습뉘까? 응?”

문을 열고 들어온 이사장의 시야에, 입가에 뻘건 것을 묻히고 쓰러져 있는 다이아가 보였다.

“OhㅡNoㅡ!!!!!! 다이아가 죽었습뉘다!”

“죽은거 아냐! 매운걸 먹고 쓰러져버렸다고!”

“뭐야 그런겁뉘까.” 피식

“왜 싱겁다는 반응?!”

“그런건 됐으니까 교실로 돌아가는겁뉘다. 여기는 제가 사람을 부를 테니.”

마리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며 찡긋 윙크를 했다. 여기선 믿고 맡겨볼까.

“끙... 그럼 맡길테니까. 다이아 일어나면 전화해줘?”

“Of course!”

드르륵, 탁.

학생회실을 뒤로하고 나오는 요시코의 귓전에 전화소리가 흘러들었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의사양반!”

“...대체 누구한테 전화하는거야?”



[방과 후 부실]

“그래서, 다이아가 이 떡볶이란걸 먹고 기절했다고?”

카난이 조금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책상 위의 도시락통을 바라봤다. 요시코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며 보온병에 남아있던 떡볶이를 부어놓은 모양이다.

“매운 음식이라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그렇게 무서운 음식일줄은 몰랐네유...”

“뭐 정확히는 다이아가 과식해버린 탓이지만...”

“...”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떡볶이를 둘러싸 관찰하는데, 몸을 부들부들 떨던 루비가 돌연 포크를 들고 떡을 찍었다.

“떡볶이를 죽입시다! 떡볶이는 언니의 원쑤!”

“언제적 밈이냐고 그거.”

루비가 힘이 잔뜩 들어간 동작으로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 다들 멍하게 바라보더니 주섬주섬 자기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냈다.

“뭐, 다이아를 쓰러뜨린 범인이라니까 먹어는 봐야겠지?”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 전속전진~ 요소로!”

“...이거. 나도 먹어야 된다는 흐름이지?”

“상관은 없지만 원래 내 점심이었던 건 아는거야...?”

푸념을 뒤로하고 각자 떡을 집어먹었다.

“우물우물... 맛있는 것 같은데? 좀 더 먹어봐야 알겠는걸.”

“꽤 괜찮을지도! 아, 조금 매워졌다.”

다들 감상을 말하기 시작하는 와중에, 아직 떡을 들고 입에 넣지 않았던 리코의 시야에 루비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헉. 아... 안돼...”

“돼!”

“으읍...! 이 망할 타천... 우물우물.”

“크큭 그렇게 싫어하지만 입에 들어가면 뱉을 수 없지... 음식을 남기지 말아라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구!”

“멋대로 먹여놓고 무슨 형편좋은 소리를 하는거야!”

한쪽에서 싸우기 시작하자 다른 쪽에서도 혈전이 벌어졌다.

“쿨럭 쿨럭... 역시 안되겠어. 이대로는...”

“그럼... 그만할래?”

“여기서 그만두면 반짝임을 찾을 수 없다고, 치카쨩!”

“요우쨩, 카난쨩... 알았어, 더 먹어볼래!”

분한 얼굴로 치카가 떡볶이를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카난은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자기는 이미 귀까지 홍당무면서...”

“뭔가 말했어?”

“앗 저기 하나마루쨩이 숨어있다! 분명 아직 먹지 않은걸거야!”

“말돌리기인가... 하지만 좋은 먹잇감인걸!”

“즈, 즈라아아아아~!!”

루비는 이 시점에서 이미 떡볶이 국물로 다잉메시지를 남기고 리타이어. 서로를 자극하던 아쿠아들도 떡볶이의 힘 앞에 하나둘 씩 쓰러져갔다.

“요...소...쿨럭.”

“즈라......”

“결국 나만 남았나...”

벌컥. 문이 열리고 마리가 들어왔다.

“이런... 이렇게 잔혹한...! 용서할 수 없어!”

“큿... 덤빌 셈인가! 와라! 타천류 오의로... 잘못했어요! 흉기는 안돼요!”

마리가 원통히 소리를 지르며 포크를 들고 달려들었다. 요시코는 “힉!”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았지만, 포크가 향한 곳은 떡볶이였다.

“에잇! 에잇! 이런거... 이런거 다 먹어치워주겠어!”

마리는 순식간에 남은 떡볶이를 먹어치운 후, 다이아를 떠올리며 천천히 쓰러졌다. 그녀의 얼굴엔 복수를 실행한 자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정말로. 나만 남은건가.”

요시코는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아무도 움직이지 못함을 확인한 뒤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큿... 아하하하하하!! 이걸로 아쿠아의 최강은 나야!”

“다이아와의 점심때 입에 넣어둔 캡사이신 해독제로 떡볶이를 버티고, 그 다음은 먹으려고 가져온 본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먹지 않는데 성공! 타천사 요하네다운 무서운 책략!”

“과연, 그렇게 된거네.”

“이 목소리는! 읍...!”

요시코의 뒤에 있던 리코가, 떡볶이 국물이 잔뜩 묻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저항도 못하고 밀려오는 매운 맛에, 요시코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떻...게...”

“근성으로... 버텨냈지. 같이... 타천하자♡?”

“리... 리...”

털썩. 쓰러진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있었다. 마치 오랜 애증의 해후를 맞이한 연인처럼.

결국 우라노호시에, 떡볶이를 이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지 못했다가 맞을 것이다. 떡볶이는 아직, 인류가 받아들이기엔 이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나 소녀들은, 다음에야말로 떡볶이를 꺾기 위해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언젠가 승리할 그 날을 위해서.

~fin~

SS는 처음 써보는데 많이 어렵네...
JQ! 재밌네 ㅋㅋ - dc App 2019.05.02 19:26:19
통피맨 2019.05.02 19:27:09
쿠키니다하나마루 2019.05.02 19:36:13
쿠키니다하나마루 2019.05.02 19:36:14
쿠키니다하나마루 2019.05.02 19:36:14
쿠키니다하나마루 2019.05.02 19:36:14
쿠키니다하나마루 2019.05.02 19:36:14
ㅇㅇ 어렸을때면 떡볶이가 매워봤자 얼마나맵다고 싶었을텐데, 불닭붐 이후로 지나치게 자극만 강하게만드는곳이 늘어났어... 121.142 2019.05.02 19:43:59
ㅇㅇ 글쟁이추. 121.142 2019.05.02 1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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