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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설 번역) 훗날의 두사람에게 보내는 약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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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와데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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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2 17:08:28
 

훗날의 두사람에게 보내는 약속

未来の二人へ贈る約束


다이마리/좀 김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097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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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이아와 마리가 사회인이 돼서 몇 년이 지나, 2개월 한정으로 동거생활을 하게 된 쿠로사와와 오하라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후회와 변명을 잘라낸 끝에 만난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


===============================================


 "──저기 다이아? 2개월 정도 같이 살아 보지 않을래?"


  일이 이렇게 된 건 생각지도 않게 걸려온 소꿉친구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그냥 생각없이 해본 말이겠죠 아니면 늘 하는 못된 장난이거나. 절 놀리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성격이니까요

  몇 가지 짐작이 가는 안 좋은 기억을 뒤져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단 거와 가까운 가능성에 한숨을 내뱉고 싶은 걸 참고선 빈말이라도 넓다고는 못할 발코니에서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하얀 달이 점점 밝아지다가 조금씩 색이 바래 하늘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모습이 조급하진 않아요, 그리고 전화기 너머에 있는 ── 오하라 마리는 분명 더 조급하지 않겠죠


 "다이아! 듣고 있어?"

 "가, 갑자기 소리치지 말아주세요!"

 "다이아야 말로 소리치고 있잖아"

 "당신 소리에 놀랐으니까요"

 "어머 놀라도 삐기나 삐갸 같은 소리는 안 내게 됐나 보네?"


  클 만큼 컸잖아! 라고 말하는 마리씨를 '시끄러워요'라고 일축하고. 또 대답을 재촉하기 전에 뭔가 말하지 않으면......이란 생각에 할말을 찾고 있던 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십몇년동안 계속 들어온 단어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당신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응?? 지구에 있어!"

 "그런 초등학생 같은 말을 당당히 말하지 마세요"


  도대체 몇 살인가요 라고 질렸단 듯이 말하니, 다이아랑 동갑이라고? 잊어버린 거야? 라는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듯한 슬픈 목소리가 머리를 감싸요. 그것조차 연기라는 걸 알고는 있으니까 딱히 반응은 하지 않지 만요

  마리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항상 이런 식입니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은 교묘히 슬금슬금 피해버려서 같이 말하다 정신이 들어보면 마리씨의 페이스에 말려 버리죠, 옛날부터 변하지 않아서 이대로 있으면 오늘도 그럴꺼란건 뻔히 예측할 수 있으니 선수를 치기로 했습니다.


 "언제 일본에 돌아온 거죠?"

 "......이러언.... 다이아에겐 숨길 수 있는 게 없네"


  키득키득 웃는 마리씨가 체념한듯이 "사실은 말야..."하며 입을 열길래 저도 목소리를 한 톤 낮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리씨의 말을 요약하면 이랬습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아버지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일본에 돌아와야만 했다는 겁니다. 도쿄에 새로 시작한 호텔에 문제가 생겨서 일단 돌아와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있었지만 해외 일을 두고 돌아갈 수 없으니 아버지는 남고 마리씨만 일시 귀국하기로 했나 봐요.

  도쿄의 문제도 무사히 해결해서 다시 아버지에게 돌아가려 했는데.... 그냥 거기서 계약을 원활히 진행하라는 연락이 와서 아무래도 잠시동안 도쿄에 있는 호텔 경영직을 맡을 생각인 거 같아요


 "이런 자초지종인 거야"

 "하아...."

 "오늘은 일단 호텔에 묵지만 여기서 계속 stay할순 없잖아? ......아버지를 해외에 혼자 남겨두는 것도 무릅쓰고 홀로 바다를 건너온 용기 있는 결단...... 다이아라면 이해줄꺼라고 생각해...."

 "아니....... 당신 고등학교때 호텔에서 살았잖..."

 "이해해준다고!? 고마워 다이아!!"

 "얘기를 좀 들으세요"


  세상에서 가져야 할 건 역시 친구네! 라고 혼자 막 떠드는 장난꾸러기를 "야, 말 좀 들어"라고 소리치니까

  목소리가 밝지 않다는 걸 느낀 마리씨가 난처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역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거였구나"

 "네?"

 "모처럼.... 아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도쿄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어차피 지낼꺼라면 잠깐만이라도 다이아와 같이 지내면 재밌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저.기.요?"

 "아냐 신경쓰지마...... 어차피 도쿄에서 두달 정도 밖에 안지내잖아, 마리는 답답한 캡슐호텔에서 지내면서 매일 다이아는 괜찮을려나... 다이아는 지금 뭘하려나... 이런 생각하며 지낼 테니까...."

 "............"

 "아......sorry, 이런 걸 말해봐야 다이아완 상관없겠네"


 그럼 다이아 잘 지내... 라고 사라지는 듯한 소리의 뒤를 이어 "마리를, 잊지 말아줘"란 과장된 울먹이는 말이 들려왔죠

 ......이것도 마리씨의 전략입니다. 저를 덫에 꾀어내기 위해 눈물로 애원하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말이죠


 "으아아아아 알겠어요 맘대로하세요!"


  반쯤 내뱉듯이 외친 말에, 정말!? 이라고 한 옥타브 아니 두 옥타브는 확 올라간 소리가 들려서 이번엔 정말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매우 즐거워하며 아파트 주소를 물어보더니 "그럼 내일 아침 일찍 갈 꺼야!" 라고선 제 답변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 마리씨 때문에 머리가 욱신욱신 아파와요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원망하듯이 스마트폰을 노려봤더니 액정 표시된 23:39이란 네 글자에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라며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내일은 오랜만에 휴일이라 느긋하게 지낼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찍 마리씨가 온다면 맘놓고 잘 수도 없겠네요 

  그리 생각하니 내일 아침을 대비해서 빨리 자는 게 낫겠단 생각에 발코니에서 방으로 돌아와 잽싸게 양치질하며 내일 아침밥을 위해 쌀을 씻어 밥솥에 올려 놨습니다. 다 하고 침실에 들어가니 조금 늦었으면 날이 바뀌었을 시간이네요.


 "하여튼 간에..."


  푸념하는 말은 물론, 지금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있을 마리씨에게 한 거죠

  다락방으로 통하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가 여기로 이사 올 때 혹시 몰라 가져온 이불 한세트를 꺼내서 내일 마리씨가 올때 바로 줄 수 있게 두었습니다. 다행히 평소에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아서 갑자기 누가 와도 당황 않고 맞이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부탁은 평소라면 누가 와도 들어주지 않을꺼라고요... 라고 계단을 내려오며 맘속에 혼잣말을 내뱉으며 침대에 올라가 이불 속에 들어갔습니다. 얼굴만 내놓고 천천히 눈을 깜박이니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방의 명암을 조절하듯이 움직였습니다.


 "정말로 폭풍같은 사람이에요"


  한마디 툭 중얼거린 말은 질렸단 뜻일 텐데 어쩐지 따뜻함을 지니고 있었죠

 ──결국 이런 식으로 불어온 마리씨와 지내는 걸 괜찮다고 한 것은 정말로 동정해서가 아니고 귀찮더라도 두 달 정도면 뭐 라고 타협한 것도 아니라 이유는 ...... 분명히 마리씨에게 수년간 가지고 있던 연정을 버릴 타이밍을 찾지 못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묻혀 있기 때문이겠죠. 언제 부터였는지 돌아보는게 힘들 정도로 옛날에 찾아내 건진 사랑하는 마음을 어른이 된 지금까지 보물 마냥 양손에 들고 있으니까...

  눈을 감으면 어릴 때부터 봐온 마리씨의 표정이 떠올라서 또 한숨을 쉬고 싶은 걸 꾹 참고 심호흡을 한번 내뱉어 봐요


  갑자기 전화해서는 '두 달 동안 같이 살자'라니, 사람의 마음도 모르면서.... 라고 좀 비뚤어진 말을 하고싶었지만 그 말을 할 때 나온 음색과 아침 일찍 온다는 말에 분명히 기뻐하는 내가 있었으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일찍부터 방 전체에 청소기를 돌리기로 하고 마음속으로는 이웃 주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마리씨에게 건넬 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라고 생각하며 웃음을 흘릴 땐 이미 날짜가 바뀐 시간이었습니다.


 "──다─이아─! 오랜만이야아~!"

 

  말한대로 다음날 아침 일찍 덜거덕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와 인터폰을 울린 마리씨는 문을 열자 마자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재회를 기뻐하며 절 부둥켜안았습니다.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당돌한 마리씨의 행동에 뇌가 따라가질 못하네요

  그런 절 보더니 갑자기 일어난 일에 소리도 안 나오나 보다 생각했는지 "어머 삐기소리 안낸다는게 진짜였나 보네!" 라고 감탄하고 있는 바보를 떼내고 멱살 잡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았습니다.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응~? 4시정도?"

 "......바보세요?"

 "바보세? 보세라면 관세청에..."

 "이제 그만 말하지마 피곤해"


  하아아.... 한숨을 쉬며 일어나자 듣기엔 너무 무거운 대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런 아침 일찍부터 일하게 된 관세청 사람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절 본다면 불쌍하다 생각하겠단 생각이 들어 머리를 작게 흔들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몸 상태가 안 좋아?"

 "......당신 덕에 그런거 같네요"

 "다이아의 몸상태를 좌지우지하다니! 마뤼는 다이아에게 있어 엄청 big한 존재인가 보네! 기뻐! "

 "부탁이니까 입 다물어"


 엄청나게 부족한 수면시간과 일어나자 마자 받아들이기엔 (평소에도 그렇지만) 힘든 하이텐션이 실린 말을 듣고 입에서 내뱉은 말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저속했던 건 이번만 용서해줬으면 하네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선 슬쩍 얼굴을 들어 올렸습니다.


 변한게 없네요. 마지막으로 만난게 분명 1년도 더 전이었을 텐데 그때랑 변한게 없어요, 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물론이고 부드럽게 쳐진 눈꼬리는 갈수록 더욱더 부드러워 진단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얼마가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신체밸런스는 고등학교 시절에 스쿨아이돌 활동을 열심히 했단 증표이자 취미인 승마로 단련된 근육 때문이겠죠 

 .... 라고 생각하니 전 뭐라고 소꿉친구의 몸을 냉정히 뜯어보고 있는 걸까 싶어 한숨을 쉬어버렸습니다.


 "꺼져라 한숨을 쉬면 복이 escape해버린다고?"

 "누구 씨가 좀 상식범위내의 시간에 와 주셨으면 지금 도망간 복도 제게 있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 미안하다니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시간에 온건 아니라고?"

 "새벽 4시에 집을 찾아오는 게 무슨 이유가 있나요......?"


  자기 방에만 운석이 떨어졌다든가 혹은 번개를 맞았다든가 그런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게 아니면 무슨 이유를 대고 빠져나가려는 건지 싶어서 손을 이마에 대고 물어보니 위에서 옛날과 조금도 바뀌지 않은 부드러운 웃는 얼굴로


 "──다이아랑 빨리 만나고 싶었으니까"


  이유가 그러면 안되는데요 라고 자신없이 눈썹을 늘어뜨린 얼굴에 가슴이 뛰어요

  아아──적당히 해주면 안될까요, 사람 마음도 모르는 주제에, 바보

  옛날부터 늘 이런 식이었어요 절 놀리고 선 재밌어 하는 모습에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많지만 그 웃는 얼굴과 이따금 나오는 진지한 목소리에 아무 말도 못하게 돼버리죠. 그래서 지금도 생각난 말을 말한게 아니라 마지막에 떠오른 '바보'이 두 글자만 그나마 저항하기 위해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습니다. 비상식적인 시간에 방문했다고 해서 언제까지 현관밖에 세워 두고 대화를 이어나 갈순 없겠죠


 "......들어오세요"


  포기했단 듯한 제 소리에 보기만해도 기뻐 보이는 얼굴로 마리씨가 "실례하겠습니다!"하고 큰소리를 질렀습니다. 일단 거실로 데리고 가려고 안내하려던 때, 방금 마리씨가 한 '실례하겠습니다!'가 머리속에서 다시 들렸어요. 그 말을 들은게 도대체 몇년만인건지.  마지막으로 만난 1년전에는 카난씨도 있어서 밖에서 마셨으니 여기엔 오지 않았으니까요

  사회인이 되어 만난게 그거 한번뿐 이였으니 자연스레 기억을 대학생때로 넘겨보면, 지금보다 더 좁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을 때 오늘 같이 갑자기 나타나 선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같은 큰 소리를 낸 기억이 났어요

  오랜만이네── 갑자기 생각난 기억에 변하지 않은 건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도 같나 봐요. 그런 작은 행복감에 뒤에 있는 마리씨는 눈치채지 못하게끔 희미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생각했던 거보다 좋은 집에 살아서 놀랐어"


  집을 구석구석 한바퀴 마음대로 돌아보고 거실로 돌아온 마리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흘린 말은,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집에서 살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음 아마 이런, 현관문을 열었더니 원룸! 같은 거?"

 "그건 돈도 안 벌었던 대학생때 집보다 좁잖아요"

 "아, 그랬지!"


  묘하게 납득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서 뭐라 말할 기분이 아니게 됐어요 그렇게 걱정될 정도로 마리씨에게 울며 매달린 적도 없었고 약한소리를 한 기억도 없는데다 마리씨도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도 물론 알테고 거기서 얼마나 돈을 받는지도 대충은 알고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러니까, 이건 마리씨 나름대로 쑥스럽게 신경써준거겠죠.  솔직하게 "잘 지낸거지?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라고 묻진 않고 빙 돌려 물어본거에요. 또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참 옛날이랑 달라진게 없는거 같단 느낌이 들 때. 마리씨가 침실로 사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싶은 걸 하는 점이 소꿉친구의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단 불만을 가지고 황급히 뒤따라갔습니다.


"으~응! 피곤해에!"


  풀썩하고 소리를 내며 마리씨의 체중을 받은 침대가 중앙이 움푹 패였어요 그 모습을 보고 원래라면 '제멋대로 무슨 짓을!'하며 화내야 될 때지만 오히려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다이아? 뽀로로가 샷건이라도 먹어버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뽀로로가 뭔가요...... 아니 그냥 당신이라면 옷장 속을 막 뒤짚어놓지 않을까 싶어서 잠깐 타이밍을 놓친거 뿐이에요"

 "그런 짓, 안한다고오──"

 "그렇죠 아무리 상식이 없더라도 그런 짓은 안한단거죠"

 "──여기와서 처음으로 상식 있는 일을 했어!!"

 "부모님 얼굴이 보고싶네요"


  힘이 쭉 빠진 채로 중얼거린 말에, 깔깔거리며 재밌단 듯이 웃던 마리씨가 '얼굴이라면 알고 있잖아! 아 요즘시대엔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고? 자 여기여기' 벌떡 일어서 스마트폰 화면을 꾹꾹 누르길래 '그만하세요'라고 손사래치다 보니 눈 안에 들어온 남녀의 모습에 자꾸 곁눈질이 갔습니다.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아서 이런 비상식적인 아가씨로 자란 건지... 같은 나쁜 말은 어렸을 때 꽤나 '아가씨'라고 안 생각되는 행동을 같이했던 제게도 충분히 잘못이 있는 거 같아 목에서 삼켜버렸습니다. 저와 공범인 ── 어쩌면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니 더 죄가 깊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그 죄인이 머릿속에서 헤헤 웃고 있는 걸 떨쳐내니 어째서인지 눈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뭔가요?"

 "별거 아뉜데~? 의외로 대담한 속옷을 입는구나 해서"

 "시, 시끄러──"

 "남자친구라도 있는 거야?"


  히죽히죽 웃던 웃음이 어디서 떼다 붙인 듯한 웃음으로 바뀌어서 이상하다고 느낄 때 갑자기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그런 얼굴을 하는 건 그저 과보호인건지 아니면 기대로 들뜬 마음의 갈증을 풀기 위한 건가요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저보다는 그런 일에 침착하고 요령도 좋은 마리씨 쪽이잖아요 반대로 제가 물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같은 복잡한 감정이 생겨났습니다.


 "......그냥 놔둬주세요"


  맞아요 라고 말하면 마리씨의 반응으로 연정의 희망이 있나 없나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에요 라고 말하면 조금은 의식해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결과가 두려워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예스도 노도 아닌 대답을 들은 마리씨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갑자기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워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더니 뜻하지 않게 "아~!"하는 외침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연히 시끄러워져 확 얼굴을 찡그리니 마리씨가 두 손을 배에 대고 선 혀를 빼꼼 내놓고 있었죠


 "저기 다이아, 배고파졌어"

 "배고프다고 갑자기 소리치지 말아주세요"

 "그치만 마뤼는~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해"

 "? 뭐가요?"

 "Three~! two~! one!"


  갑자기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뭐야? 뭐야? 하며 두리번거리다 보니 0에 맞춰 부엌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멜로디. 발생원인은 저녁때 제가 쌀을 씻어 준비해둔 밥솥이라고 금방 알 수 있었지만 너무 타이밍 좋게 소리가 나와 눈을 동그랗게 떠버렸습니다.

  그런 제게 어딘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피고 선 "It's miracle!"이라며 두 팔을 크게 펼치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우스꽝스러워서 웃어버리고 말았죠


 "도대체 무슨 매직을?"

 "사실은! 방금 집을 둘러볼 때 타이머 맞춰 둔 걸 봤어!"

 "후후...... 트릭이랑 장치도 다 밝히는 마술사라니, 처음 만나보네요"

 "신선하니 좋지?"

 "그러네요"


  후후 웃음이 떨어지는 공간이 방금 전까지의 긴장감을 떨쳐내고 따뜻한 공기에 잠겨갔습니다. 집주인이 놀라게 한 게 만족스러웠는지 마술사는 보기만해도 저까지 행복해지는 환한 미소를 띄고 있는 게 참 무방비하네요

  하지만 참 마리씨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멋진 매직쇼 관람비로 커피를 타올 테니 아침 식사 전까지 이거라도 드세요"

 "어머 우연히 마리가 좋아하는 차잖아"

 "잇츠 미라클이네요"

 "트릭이나 장치는?"

 "없어요"

 "그럼 다이아는 틀림없는 진짜 magician이네"


  매직쇼 입장비는 뭐가 좋을까 라며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옆모습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웃음이 나왔습니다.

  ──입장비로 당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두달이에요, 같은 말도 못할 말은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 버렸지만 준비해둔 별거 아닌 아침밥을 맛있게 볼까지 올려가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는 기쁨을 굉장히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가게가 열기까진 비상식적으로 이른 시간이라 소파에 앉아 만나지 못한 만큼 서로 근황보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쯤 되면 아마 정말 최소한의 짐 만을 가져왔을 마리씨에게 여러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저녁에는 뭐가 좋을지 얘기하며 먹을 걸 사러가야겠죠

  갑자기 시작된 동거 생활이니 마리씨가 짐을 들게할꺼에요 그리 말하면 분명 거리낌 없단 웃음을 띄고 '맞겨줘'라고 하겠죠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웃는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놓여 있던 젓가락에 손을 뻗었습니다.


  마리씨가 제 아파트에 온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엔 매일 같이 듣도 보도 못한 행동들에 아등바등했던 저도 이젠 마리씨에게 침착함이란 걸 주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빨리 포기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는 쪽이 확실히 유의미하게 시달리지 않고 같이 지낼 수 있으니까요 이건 경험에서 나온거랍니다.

  이렇게 제가 고생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보다 들으면 머리 아픈 말이 줄긴 했습니다. 줄었다고 해서 완전히 안하는건 아니라 참 고민이었는데요.... 


 "다이아~ 이번 주말에 일해?"


  갑자기 들린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김이 올라오는 커피잔을 두 손에 들고 제 옆에 걸터 앉아있는 마리씨가 있었습니다. 건네 준 잔을 들여다 본채로 블랙이라곤 말할 수 없는 옅은 색에 감사를 표하며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여기 일이 말야, 대충 진정이 된 거 같아서 이 근처에 뭐가 있는지 알려 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해서"

 "뭐가 있는지 알려달라니...... 당신 이제 한달 뒤면 여기서 안살잖아요"

 "그럼 다이아가 없는 휴일엔 옷장을..."

 "일요일은 괜찮나요?"

 "해냈다~! 다이아 정말 좋아해~!"


  꽉하고 날아와 안겨오길래 컵 안의 액체가 떨어질거 같이 흔들려 급히 자세를 고쳐 잡았습니다.


 "잠시만요! 위험하잖아요!"

 "응 정말~ 뭐 이리 허약한 거야! 칼슘부족이야?"

 "저기요.... 안에 든게 쏟아지면 뜨겁다고 울상이 되는 건 당신이라고요?"

 "알고 있었어? 가슴의 크기란 말야 유전자보다 생활습관이랑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단 말이 있다고, 다이아 같이 1년내내 뾰로통하니 있으면 점점 가슴이 작아지고 말 꺼야"

 "은근슬쩍 아무일 없단 듯이 만지지 마세요, 떨어지라고요, 때려눕힐꺼에요?"


  사람의 가슴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주무르는 변태의 턱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면서 차라리 이 정신나간 사람에게 커피를 부어버릴까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커피도 차가워졌을테니 말이죠


 "저기! 그래서 일요일에 어디로 데려갈꺼야?"


  싹 떨어지더니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마리씨를 보며 참자참자...하며 화를 삼켜봅니다. 대화의 전개가 너무 빨라서 말을 하는데 내용이 머리에 안들어와요, 어디에? 암만봐도 이 근처에 마리씨가 재밌어할만한 데가 있으려나하며 주저하고 있다가, '아!' 하나 생각난게 있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습니다. '뭐야뭐야?' 즐거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걸 손으로 밀어내면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저, 당신 취미에 맞을진 모르겠는데 리쿠기엔(六義園 육의원)에 가신적이 있나요?"

 "리쿠기엔?"

 "네, 항상 장보러 마트 가는 길에 벽돌로 둘러 쌓인 큰 땅이 있었죠?"

 "......아, 꽤나 큰 공원이라고 생각했더니 유명한 곳이였나보네"

 "공원이라기보단 도립정원이에요, 여기로 이사 온 뒤로 한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시간이 없어서"

 "그 리쿠기엔이란 곳엔 뭐가 있는데?"

 "지금쯤이면 한창인 단풍이랑 다이묘 정원(大名庭園 대명정원)에서 라이트 업 조명 행사가 시작했을꺼라고 생각해요"

 "흐음"


리코 다이아가 화자인게 안정감 있네요 - dc App 2019.05.02 17:13:55
통피맨 뽀로로추 2019.05.02 17: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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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2329 일반 확실히 한남이랑 갓치녀들 섞이니까 분쟁이 일어나누 ㅇㅇ 223.62 2019-05-30 2
2492328 일반 매니저도 밈 배척하는 행위 지양하라고 했는데 1 ㅇㅇ 180.134 2019-05-30 2
2492327 일반 이새끼들 어제 홍수나서 불 좀 인날거 같더니만 2 ㅇㅇ 2019-05-30 0
2492326 일반 왜 유동으로글쓰겠냐 2 ㅇㅇ 223.39 2019-05-30 2
2492325 일반 예송논쟁이 웨 일어났는가를 알 수 있었다 ㅋㅋㅋ KurosawaRuby 2019-05-30 0
2492324 일반 새토리 애껴요 1 Printemps 2019-05-30 0
2492323 일반 시발그럼 절폭이 제일비정상에 킁ㄱ킁ㄱ도 하지마ㅡㅡ ㅇㅇ 175.223 2019-05-30 0
2492322 일반 사실 제일클린한건 2 ㅇㅇ 2019-05-30 8
2492321 일반 본토 만화그리는사람들도 그런소재로 만화 많이 그렸잖아 1 착한꽃 2019-05-30 0
2492320 일반 어 너 러브라이브 좋아해? 니코니코니 할줄알아? ㅇㅇ 117.111 2019-05-30 0
2492319 일반 공식 새토리는 진짜 줘팸하고싶게 생겼네 펭긴 2019-05-30 0
2492318 일반 불갤 소방관 쿳승 마키사랑해 2019-05-30 0
2492317 일반 슈카슈젖빨고싶다 1 ㅇㅇ 95.174 2019-05-30 4
2492316 일반 디시다움이아니라 시발 내가 네타좀 즐기겠다는데 3 ㅇㅇ 223.39 2019-05-30 12
2492315 일반 요폭도 사실은 클린하답니다 모닝글로리 2019-05-30 0
2492314 일반 공식이 가슴 놀리는거는 다르댄다 ㅋㅋㅋㅋㅋㅋ ㅇㅇ 118.219 2019-05-30 2
2492313 일반 다정원식 결론 내린다 ㅇㅇ 1.239 2019-05-30 0
2492312 일반 또또또 시작이다 카드가 2019-05-30 0
2492311 일반 그래도 다이아는 밈이자너 ㅇㅇ 106.102 2019-05-30 3
2492310 일반 어쩌라고 반남충새끼들아 ㅇㅇ 211.36 2019-05-30 0
2492309 일반 물갤은 애초에 디시인척하고싶은 쿨찐들아님? 3 ㅇㅇ 122.44 2019-05-30 6
2492308 일반 지령 떨어졌나 몰려와서 지랄이네ㅋㅋ 3 ㅇㅇ 223.62 2019-05-30 0
2492307 일반 이런것도 못참으면 걍 늘크로가 ㅇㅇ 59.13 2019-05-30 1
2492306 일반 레즈으... ㅇㅇ 211.36 2019-05-30 0
2492305 일반 불타는 갤에 물 뿌린다 호노니코 2019-05-30 1
2492304 일반 이색히들 디시는 어케들어왔대ㅋㅋㅋ 1 ㅇㅇ 223.39 2019-05-30 0
2492303 일반 그놈의 디시다움은 진짜 씨발ㅋㅋ 1 ㅇㅇ 175.120 2019-05-30 0
2492302 일반 새토리 애껴요 3 Printemps 2019-05-30 0
2492301 일반 내가 유일하게 걸렀던 드립은 딱 하나뿐임 3 로아코인떡상하자 2019-05-30 0
2492300 일반 '특정 밈들에 대한 사용 및 갤러리 관련 공지' 전문 4 ㅇㅇ 175.195 2019-05-30 15
2492299 일반 월요일 팬인데 ntr/얀데레밈도 쓰지말죠 ㅇㅇ 110.70 2019-05-30 0
2492298 일반 불타는 갤에 장작넣기 병장마키 2019-05-30 0
2492297 일반 원조 76은 뭔 죄냐 1 펭긴 2019-05-3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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