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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소설 번역) 훗날의 두사람에게 보내는 약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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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와데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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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2421642
  • 2019-05-02 17:07:44
 

 "지금쯤이면 한창인 단풍이랑 다이묘 정원(大名庭園 대명정원)에서 라이트 업 조명 행사가 시작했을꺼라고 생각해요"

 "흐음"


  단풍...... 중얼거리는 마리씨의 목소리가 그다지 땡기지 않는거 같길래 갑자기 북받친 감정을 억눌렀습니다. 역시, 마리씨 취미와는 맞지 않는 제안이었나 싶어 별 생각없이 말해버린 걸 좀 후회했어요


 "저...... 뭐 그렇게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다른데라도..."

 "다이안 보고 싶은거야?"

 "네?"


  무리하게 끌고 갈 생각은 들지도 않으니 안타깝지만 대체안을 생각해보려고 꺼낸 말을 가로막은건 의외인지라 생각지도 않게 되묻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마리씨가 작게 고개를 돌리고선 한번 더 물었어요


 "다이아는 단풍이 보러 가고 싶은 거야?"


  부드러운 눈빛이 생각지도 않게 가슴을 죄어왔습니다. 제멋대로인 사람이라 생각하면 갑자기 진지하게 바라보니까요. 사실 자기가 어디론가 가고 싶으니 절 꼬드겼으면서 마리씨가 흥미없어 하는 장소가 있더라도 제가 가고 싶단걸 알아채면 같이 가주고, 놀아 주고, 웃어 줬죠

  그 상냥함이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은 것이 반갑고 기쁘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모처럼이니 마리씨가 가고 싶어하는 곳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과, 이 나이에 어리광 부리는 것도 웃기다는 제 귀염성 없는 부분이 방해를 해서, 솔직하게 가고 싶습니다 라고는 말을 못했습니다.


 "......어차피 갈꺼라면 마리씨가 보고싶은 걸 보러 가는 게 낫지 않겠나요"

 "그렇지만 다이아는 리쿠기엔에 가고 싶은거 잖아?"

 "그건, 뭐......"

 "그럼 가자, 리쿠기엔"


  오랜만에 의견을 존중해 주는데도, 그치만.... 이라고 중얼거리는 전 참 못났네요. 그런건 학생때 몇 번이고 카난씨나 마리씨가 말해줬으니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계속 듣다 보니 더 비뚤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때 "그럼 됐네"라며 대충 흘리지 않고, 끝까지 말해주는 게 마리씨였죠


 "난 시간을 만들면 언제든지 여기와서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어, 하지만 다이아가 보고 싶어 하는 리쿠기엔의 단풍은 올해밖에 못보잖아?"

 "내년이 되면 다시 단풍 시기가 돌아와요"

 "No~! 지금 다이아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지금 이루지 않으면 안되! 내년도 똑같은 마음으로 단풍을 볼거란 보장이 없잖아!"

 "그렇지만......"

 "정말!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엇!?"


  쫙 뻗은 두 손이 제 뺨을 부드럽게 잡고 좌우로 당겼습니다. 놀라서 눈을 떠보니 코끝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댄 마리씨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보였습니다. 눈을 뗄래야 뗄 수가 없어서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 까봐 무서웠습니다

  동요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저와는 반대로 마리씨는 온화한 표정을 하고 말했습니다.


 "다이아가 보고싶은 걸 내가 다이아랑 같이 보러 가고싶은거야 그러니까 이건 내가 억지부린거.......알겠지?"


  숨이 멎고 호흡이 힘들어서 힘껏 숨을 들이쉬고 싶지만 눈앞에 있는 마리씨 때문에 하지도 못하고 얕은 호흡만 할 뿐

  언제부터 인가 자기를 부르는 호칭이 바뀐 걸 눈치채 버렸습니다. 그건 마리씨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걸 기분 나쁠 정도로 알려주는 거죠 보통은 장난스럽게 보이는 마리씨가 거짓이나 농담하나 없이 말하고 있다는걸 알려주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좋아 답변은?"

 "......아ㄹ게써요"


   뺨이 잡아당겨져서 발음이 새는 답변을 듣더니 만족한듯 마리씨가 웃음을 띈채로 "좋아 좋아" 하고 제게서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조금 쓸쓸하다고 느껴지는 와중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과 마음이 참 싫네요

  ──어떻게 이리 갑자기 마음이 변하는 걸까요, 이상해 질것만 같으니까 이제 그만이란 마음속의 비통한 외침은 열에 닿아 녹아버렸습니다.

  제 기분 같은건 조금도 모르는 마리씨는 잽싸게 테이블로 가서 방금 타온 커피를 입에 댔습니다. 그 옆모습에 매료되어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시선을 느낀 마리씨와 눈이 마추졌어요


 "기대되네~ 다이아"


  솔직하게 말하는게 부끄러웠는지 살짝 웃음이 물든 뺨을 보니 가슴에서 경종이 울리는거 같아요 이번에야 말로 마음의 소리가 마리씨에게 들려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왜냐면 이 가슴의 고동은 이제 가라앉지 않을거란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네, 저도 매우"


  기쁜 마음과 쑥스러움을 담은 어색한 미소를 다시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분쿄구에 살기로 정한건 제가 아니라 아버지였습니다.

  도내의 소위 일류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에 일하게 되서 대학생때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계속 살려했던 제가 아버지에겐 탐탁치 않았나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이사하는 게 좋을꺼야" 라고 전화를 통해 말했을 때도 그럴 이유에 대해선 이미 검토를 해봤기 때문에 별말 없이 이사를 하기로 정하긴 했습니다만

  아버지가 걱정하고 있던건 제가 생각한 데로 '안전성'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직장이 있는 카스미가세키에서 지하철로 한번만 갈아타면 도착하는 분쿄구에 있는 주택가의 아파트를 빌렸습니다. 아버지가 조사한바로는 여기가 도내에서도 첫번째로 치안이 좋기도 하고 생활하는데 딱히 곤란한점은 없을꺼라는게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살아보니 처음엔 엄청 복잡했던 지하철 노선도가 적응도 안되고 머리를 아프게 해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뭐라할 만한 큰 사건도 딱히 들리는게 없어서 역시 안전은 보증된 동네란걸 체감했습니다. 일용품이나 먹을걸 사오는 슈퍼까진 걸어서 20분 가까이 걸리긴 해도 우치우라에서 자란 저에겐 그런건 오래 걸리는 편도 아니죠

  임대한 아파트는 방하나에 부엌이랑 거실이 있어 혼자 지내기에는 넓다고 느꼈지만 거실밖에 있는 발코니와 침실에 있는 다락방이 맘에 들어 정했습니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은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좁은 시야가 오히려 도쿄라고하는 비일상의 세계를 가깝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다락방도 학생이란 분류에서 벗어난 기념으로 원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다이아 준비 다 됐다고"


  생각에 빠져 있던 사고를 다시 천천히 현실로 가져왔습니다.

  눈앞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사이드슬릿이 있는 원피스에 깔끔한 느낌이 나는 하얀 가디건을 걸친 마리씨가 있었습니다. 결코 과하게 화려하지 않은 안정감을 가진 오렌지 원피스에 데님자켓이 아닌 하얀 가디건을 입은 이유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일까요. 마리씨다운 코디네요

  전체적으로 푹신푹신한 인상이 마리씨의 부드러움을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조금 이르긴 하지만 가볼까요?"

 "응, 이왕이면 천천히 둘러보자"


  약속했던 일요일. 어제는 타이밍이 좋지 않게 일이 오래 걸려서 집에 돌아오는 게 늦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마리씨가 흥분한 표정으로 나와서 맞아주었습니다.


  ── 어떻해 다이아! 재밌을거 같아서 잠이 안 와!


  입을 열고 처음 말한게 그거였는데 마치 소풍 전날의 초등학생같은 마리씨에게 포기했단 듯이 "네에네에"하고 맞장구 쳐줬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날이 되자 저보다도 흥분하는 모습에 안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기대된다고 말해주는 게 기쁘기도해서 저도 모르게 야근때문에 피곤한 것도 잊어버리고 밤을 새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 놀랐지만 그렇게 눈을 똘망똘망 반짝이던 마리씨는 아직도 꿈속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고 있으면 귀여운데 말이죠.... 라고 도대체 몇 번째 하는지 알 수 없는 감상을 가지고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뺨을 손가락으로 찔러봤습니다.

  잠시 뒤 소파에서 마저 읽던 책을 읽고 있다 보니 몇 분 후에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일어난 마리씨가 거실로 나왔습니다. 출발은 오후니까 조금 더 쉬셔도 되요라고 웃어 보이니 정말로 잠이 덜 깬 듯한 마리씨가 제 무릎에 폴짝 뛰어올 땐 이걸 어쩌지라고 당황했지만 편안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깨울 마음도 사라져서 결국 그대로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어요


 "으~응, 날씨 좋네에"

 "말그대로 가을날씨네요"


  아파트에서 나와 둘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하나없이 맑은 하늘이 좋은 날씨인 여름과는 다르게 하늘 전체 중 한부분을 차지하는 구름이 역으로 가을같은 정서를 지닌 풍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바람이 서로 어울려 더욱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십일월 하순 오후 세시의 주택가는 마치 사진집의 한 페이지 마냥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저기 다이아 리쿠기엔은 어떤 장소야?"


  리쿠기엔을 향해 발걸음을 떼자 마자 옆에서 갑자기 나타나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어떤 알려줘야 좋을까 하자 떠오른 화제를 뭘로 할까 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그만 뒀습니다. 어차피 마리씨는 제가 말하는 화제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흥미롭단듯이 들어줄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네요...... 볼만하다고 할건 진달래일지도 모르겠네요"

 "진달래?"

 "네 리쿠기엔의 진달래 때문에 이 부근은 진달래 피는 거리라고 불리기도 해요"

 "오호, 그것도 오늘 보는 거야?"

 "안됐지만 진달래는 초봄에나 볼 수 있답니다"


  오늘 못본단 걸 알아챈 마리씨가 주택가인데 큰소리로 "에~!"라고 아쉽단 듯이 외쳐서 후훗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원래라면 오늘 보러 갈 단풍이야기를 하려했는데요 그건 어차피 볼꺼니까 도착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까지 기대하고 싶게 만들고 싶어서 조금은 못되게 굴었습니다.


 "다른건 수양벚꽃이 유명하죠"

 "......벚꽃이니까 그것도 봄이잖아"


  불룩하고 볼에 바람을 넣고 선 축 늘어진 표정의 마리씨를 보니 더더욱 미소 짓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마리씨가 맘에 안든단 얼굴로 "뭐냐고오~"라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니 좀 불쌍해지기도 해서 뾰로통한 얼굴의 옆모습에 "물론"으로 운을 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오늘 보러 가는 단풍도 그에 지지 않으니까요"

 "......정말로?"

 "네"

 "진달래나 벚꽃보다 멋있어?"

 "당신이 있으니까, 분명히요"

 "──에헤헤"


  오므린 볼이 이번엔 온화한 미소를 띄고있단걸 눈으로 확인하니 곧 중후한 벽돌담에 둘러 쌓인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문에 걸려있는 목재 간판에는 '국가 지정 특별 명승지 리쿠기엔' 이란 글이 위풍당당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 대단한 관록에 빠져들어 못박힌 듯이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이번엔 제가 웃어버렸습니다

  약간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마리씨를 재촉해서 문으로 다가가보니 갑자기 한순간만에 전까진 도심이었던 걸 잊어버릴 정도로 자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자연의 세계에 숨이 압도당한 듯 말없이 있었더니 옆에 있던 마리씨가 손을 잡고 매표소로 끌고 갔습니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 그렇게 감동하는 다이아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빠르게 계산을 끝내고 방금전의 추태에 사과를 했더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 말함과 동시에 머리를 쓰다듬어서 나잇값도 못하고 입술을 뾰족히 해버렸어요. 그 모습을 질린 건지 재밌었던 건지 '정원을 손잡고 걷는 거랑 지금 당장 웃는 얼굴로 다니는 거랑 뭐가 더 좋아?'같은 어쩐지 보기가 두개가 아닌 듯한 질문에 의도치 않게 웃어버렸습니다.

  마음가짐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선 발을 내딛어 안뜰의 정원을 지나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봄이 되면 이곳에 수양벚꽃이 필테지요 라던가 여기 보이는 나카노시마(중간섬 中の島) 남녀사이를 표현한거에요 같은 작은 정보를 전하면서 정원내를 돌다가 타카미노챠야(폭포의 찻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잡담을 하며 계단을 올라 츠츠지챠야(진달래 찻집)을 지나 산닌쿄(산음교 山陰橋)까지 펼쳐진 단풍을 다른 관광객들 보다 몇배 아니 몇십배의 시간의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 순간을 잊지 않게 위해 평생 잊지 않을 기억을 새기듯이


 "아름답네"

 "그러네요"


  짧은 말로 감동을 나누면서 정원을 전부 한바퀴 돌았을 때는 주변이 조금 어두워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조금 늘어났다고 생각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피곤해졌어~"

 "고생하셨습니다 보리차라도 괜찮으시다면 마실래요?"

 "Thank you~! 고맙게 마실께"


  아시베 찻집터의 벤치에 앉아 발을 동동구르는 마리씨에게 가방에 숨겨둔 물통을 꺼내 건내주니 상당히 목이 마려웠는지 꿀꺽꿀꺽 목이 움직였습니다. 조금 무리해서 걸었나 싶어 불안해졌지만 옆에 걷고 있던 마리씨의 표정에서 지루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저 단순히 재밌었나 보다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목을 적신 마리씨가 제게 고맙다며 물통을 돌려주더니 갑자기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러고보니 다이아 모처럼 만에 왔는데 사진 안찍어도 되는거야?"

 "네 뭔가 좀 아까워서요"

 "아까워?"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을 사진에 담아두면 언젠가 추억을 되돌어 볼 때 그 감동도 옅어질거 같아 서요"

 "다이아답네"


  그런가요, 라고 말하니 싫은 티 없는 미소로 그렇다고 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숨김없는 미소가 제 맘을 꿰뚫어 보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해버렸습니다. '다이아가 보고싶은 걸 내가 다이아랑 같이 보러 가고싶은거야'라고 리쿠기엔에 가자했을때 주저하며 솔직하게 가자고 하지 않던 제게 마리씨가 해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함께니까 보러 가고 싶단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가려고하면 회사의 동료든 누구든 잘해주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장소지만 굳이 마리씨에게 가자고 한 건 마리씨니까요. 그때는 막 생각난 듯이 제안했지만 사실은 언제나 슈퍼에 장보러 가는 길이니까 벽돌담을 볼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연기한 것뿐

  그런것까지 알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흠~ 그렇지만 이렇게 이쁜데 한 장도 안남기는게 말야, 그건 그거 나름대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

 "또 보고 싶어지면 다음번엔 혼자서라도 올 수 있으니까요"

 "No! 전에도 말했잖아! 지금 다이아가 느끼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그건......"

 "혹시 나중에 다시 본다는게 다이아에겐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라면 다시 안봐도 되니까 마리와 오늘 여기 왔다는 증거를 남겼으면 해"


  안 되는 거야? 라며 간절히 쳐다보니 당황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라 생각하는 마음과 한장이라면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섞여 생긴 여러가지 감정들이 마구 만나 복잡한 감정의 성을 쌓아갔습니다. 그래도 결국 제 희망에 따라줘 여기까지 와준 마리씨의 말이니 체념하기로 했어요.


 "한장만이에요"

 "역시 다이아야! 그럼 스마트폰 please!"

 "? 당신이 찍나요?"


  의문이 자라나는 와중에도 제가 찍는 거보다 분명히 마리씨가 이 감동을 더 잘 담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구한대로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건내주니 익숙하단 손놀림으로 화면 잠금을 풀고 마리씨가 빠르게 카메라 어플을 키고 선 벤치에 앉은 채로 팔을 들었습니다.

  ......아니 잠깐 기다려보세요.


 "어째서 제 스마트폰 잠금을 당신이 풀 수 있나요!"

 "아니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잖아!"

 "이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저기 다이아 솔직히 말하자면 요새같은 시대에 스마트폰 잠금 번호를 자기 생일로 해놓는건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아무리 다이아가 경도10에 무슨무슨 시대에서 튀어나온 인형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런 이상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야"

 "그런 저와 같이 사는 당신은 엄청 이상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요......!"

 "자~자! 이제 팔떨어 질거 같으니까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마 찍을꺼야! 웃어 웃어~!"


  웃어 라고 말하는 말에 뭐? 하고 현재진행형으로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눈을 옮겼습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마리씨가 톡하고 왼손 엄지로 후면카메라와 전면카메라를 바꾸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어, 아, 잠..."

 "보세요, 1더하기 2는~?"

 "뭐요? ...... 사, 삼?"

 "뿟뿌~! 정답은 Three~!"


  찰칵, 의미를 알 수 없는 타이밍에 누른 셔터버튼에 순간 까매진 후 화면에는 삼의 암모양으로 입을 내밀고 있는 제 얼굴과 곱게 생긋 웃고 있는 마리씨의 얼굴이 찍혀 있었습니다.  


 "OK~! 다이아는 변함없이 뾰로통한 얼굴이네!"

 "당신이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말을 걸었잖아요!? 뭡니까 1더하기 2는 쓰리라니"

 "어차피 한 장 밖에 못찍으니까 평범하게 찍어선 재미없으니까 좋지 않아?"


  여기, 고마웠어라며 깔깔 웃으며 스마트폰을 돌려주는데 화면에 떠있는 웃는 얼굴과 부처님 같은 얼굴을 비교하게 되네요. 셔터를 눌렀을 땐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붙어 있었는데 사진안의 저와 마리씨의 거리는 좀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제 곧 라이트 업도 시작하려나"


  기대로 가득 찬 목소리로 보고 있던 스마트폰의 전원을 가볍게 누른 순간 까맣게 된 화면에 비친 제 자신의 얼굴은 믿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벌써 날도 저물었으니까 분명히 이제 곧──"


  말하자마자 제 말을 기다렸단 듯이 팟하고 라이트 업이 켜져 정원내의 단풍이 일제히 빛을 내기 시작해 왔을 때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눈 안을 채웠습니다.

  아름다워── 그리 중얼거린건 저였는지 마리씨였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그 말 밖엔 모르듯이 입을 떡 벌리고 선 눈앞에 펼쳐진 세계에 의식을 빼았겼습니다. 일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유구한 시간속에 마찬가지로 꼼짝 않던 마리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다이아, 봄이 되면 다시 오지 않을래?"

 "네?"

 "나 수양벚꽃도 진달래도 직접 보고 싶어졌어"

 "맘에 드신거 같으니 참 다행이네요"

 "응 그러니까.... 어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오늘까지 별로 생각하지 않던 게 뇌내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날 ── 마리씨가 2달동안 같이 살아보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던 날로 부터 벌써 1달이나 지나버렸네요. 그 말은 저와 마리씨의 동거생활도 벌써 반환점에 도착했다는걸 알려준단거죠, 처음엔 마리씨의 행동이 참 골칫거리였는데 이제 와선 앞으로 며칠 남았나, 앞으로 얼마 남았나 같은 초조함을 느끼는 제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마음속까지는 속일 수 없으니 방금 전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겠다 했을 때 그렇게 동요해버려서 찍힌 사진을 보면 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처 입어 버린겁니다.


  사진 같은거 남기지 싶지 않았어요 다음달이 끝나갈 때 마리씨가 없는 공간에서 홀로 오늘을 일을 생각하는건 저니까요. 분명히 단풍만 담긴 사진이라도 마음을 심하게 추스리지 못할텐데 저와 마리씨의 투샷이라니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그것도 제 스마트폰으로 찍어버리다니, 잔혹하기 그지없네요. 마리씨걸로 찍고 메세지로 보냈으면 제가 저장을 할지 말지 선택지라도 남아있었을텐데 제 걸로 찍었으니 지워버리면 더이상 복원도 못하잖아요

  즐거운 기억이어야 할테지만 마치 저주 같이 제 맘에 달라 붙을꺼고 그 주박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단 건 십년에 가까운 짝사랑으로 엄청 잘 알고 있죠


 ".......안돼, 려나"


  눈이 불안하게 떨리는 마리씨에게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봄이 되면"이라니, 그런 훗날의 일을 약속할 수가 없잖아요. 혹시 봄이 됐는데 일이 바빠져서 해외에 장기거주하게 된다면? 약혼자라도 생겨서 왼손에 반지라도 끼고 온다면? 줄줄히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에 제가 생각해도 제가 너무 한심하고 미련해서 싫어지려해요. 

  만일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전 참을 수가 없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미안해"도 약지에서 빛나는 행복의 상징도 사양할게요. 이십대 중반이니 둘다 있을법한 일이잖아요? 오히려 나이가 듦에 따라 그 가능성은 눈이 따라가질 못할 속도로 빠르게 올라가겠죠

  그러니 이건 자기방어책이에요. 마리씨가 말하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봄'을 견뎌낼 저를 위한 것


  긍정도 부정도 할수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애매한 쓴웃음을 입가에 짓는 제게 마리씨는 난처하단 미소를 지으며 라이트업이 들어온 토게츠교(도월교 渡月橋)로 향했습니다.


  약속했던 2개월 기간으로 하면 1년중에 그저 6분의 1의 시간, 일수로 한다면 61일, 시간으로 보면 약 천오백시간, 그 한정된 시간을 같이 지내잔 제안을 받아들여 많은 둘만의 시간을 지내던 중에 한가지 알게된 것이 있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눈을 돌려 마주지 않으면 안되는 사실을 이 2개월 동안 절실히 실감해서 이젠 눈앞에 들이 닥쳤습니다.


  마리씨는 한군데에 머물러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럴수 밖에 없죠 일본에서 몇명만 절 필요로 하는거랑 다르게 세계에서 몇백명의 사람이 마리씨를 필요로해요 그 재능이 필요하다 하고 있죠 그런 마리씨에게 손을 뻗어 길을 막는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의 폭을 줄이고 구속시키는건 죄가 될 행동일뿐입니다. 저 한사람의 감정을 위해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저울질하는건 해선 안될 일에 가까워요.

  이 감정을 전해서 고민하게 만들 순 없어요 설령 이 추악한 연심이 통하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더라도 이 마음을 마리씨에게 새겨야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말하지 않을겁니다. 안할거에요


──사람이 항상 앞으로 갈수는 없죠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습니다.


  같은 말을 독일의 니체가 말했던거 같아요 그말에 몸을 실어 본다면 이 감정도 이제 물때가 온걸지도 모르겠네요 계속 앞으로 나아갈수 없다면 좀 물러서면 됩니다. 그러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저도 마리씨도 보이지 않는 기대나 불안의 파도가 밀려올때는 앞으로 나가가고 물러나고 할테죠

  그 시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마리씨가 물러나야 할 때는 지금이 아닙니다. 지금은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요 족쇄가 될만한 것이 있다면 제거해버리는게 제가 마리씨에게 해줄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입니다. 족쇄를 차고 있다면 바다에 잠겨버리니까요 ......설령 그 대상이 긴긴시간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던 연심이라 하더라도요 


 "쿠로사와씨 올해 망년회에 올꺼야?"

 "네, 아......"


  생각의 늪에 잠겨 발버둥 치고 있을때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 깨닫고보니 지금은 일할 시간이어서 당황했습니다. 말을 건 사람의 얼굴을 보니 눈이 마주친 남자 상사는 좀 곤란하단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걸보니 딴생각하고 있단 걸 걸린거 같아 견딜수 없었습니다.


 "괜찮아? 피곤한거아냐?"

 "아, 아뇨......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할 일이있어서"

 "너무 무리하지말라고? 그건 그렇고 망년회는 어떻할래?"

 "망년회......"


   맞아, 라며 건네받은 "망년회 공지"라고 써진 인쇄물을 받아들고 시선을 떨궜습니다. 전체를 빠르게 눈으로 읽어보니 예정은 오늘부터 일주일 뒤, 마리씨와 약속했던 동거기간이 끝나는 2일전이었습니다.


 "쿠로사와씨? 못가는 날이야?"


  상사의 목소리가 멀게만 느껴졌어요 그 망년회에 가면 뭐가 바뀔까요. 그 방하나짜리 집에 마리씨를 하루 종일 혼자있게하고 저는 앞으로 나가아가는 건가요 술마시고 밥먹고 집에 돌아가 침대에서 자버리면 2일이 남죠 이 마음을 정리하단 의미에선 좋은 기분전환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망년회에 몸을 맡겨서 마리씨를 향한 마음을 깨끗히 정리하고 그러면 ──

  그러면 전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가겠......습니다.


  입을 열어 뱉은 말에 상사는 만족한 미소를 띄고 "그럼 출석에 체크해 둘께!"라며 제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뒷모습을 떠나보내며 다시 한번 인쇄물에 눈을 떨궜습니다. 순간의 기분따라 말한 대답이지만 바꿀수는 없으니 어찌 됐든 마리씨에겐 말하지 않으면 안될테죠 분명 그건 어쩔수 없네 라고 말해줄겁니다.

  문제는 저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되요 마리씨를 위해서라도 저를 위해서라도... 그러니 이걸로 된겁니다. 이걸로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을꺼야......그렇게 믿고 인쇄물을 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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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기엔과 라이트업 관련 정보


우에노 공원에서 좀 만 더 올라가면 있는 정원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 함

자세한 설명은 작중에 있으니 생략 

https://www.tokyo-park.or.jp/park/format/index031.html  

공원 맵을 보면 더 재밌을지도 모름


https://www.youtube.com/watch?v=TbEyrDnm5k8 

라이트 업이 뭔지 궁금해할 사람을 위해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생각하면 될 듯


니체 인용구


“나 너희들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것들은 그들 자신을 뛰어넘어 그들 이상의 것을 창조해 왔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이 거대한 밀물을 맞이하여 썰물이 되기를 윈하며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말임 위버멘쉬는 부르는것도 제각각에 해석도 제각각인데 대충 이상적인 인간으로 이해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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