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소설 번역) 훗날의 두사람에게 보내는 약속 4
글쓴이
허그와데스와
추천
20
댓글
4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421636
  • 2019-05-02 17:06:13
 

 "다이아...... 어째서 울고있는거야?"


  처음엔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해도, 웃어 주기만해도 좋았어요. 즐겁네 라며, 웃으며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그게 언제부터인가 다른걸 바랬죠 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거리낌없이 '오하라 마리'의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곁'에 있단 사실의 증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옆에 있어야 한단 사실이 먼저였죠 전에는 뒤에서 저나 카난씨가 보여주는 세상에 눈을 반짝였지만 마리씨는 스스로 빛나는 세상을 찾기 위해 날아가버렸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뒷모습에 손을 뻗는건 간단해서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뻗어봐야 닿지 않는단걸 알고 있었으니까 항상 응원했습니다. 결심을 굳히게끔 말을 걸어주면 좀 더 마리씨에게 어울리는 세상으로 나갈수 있으니까요

  닿지 않더라도 옆에 있어주지 않더라도 마음은 늘 '곁'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귀찮은 동거생활도 기뻤어요 제게 부탁한 것이, 이 집을 골라준 것이 지금도 '곁'에 있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은 2개월정도면 호텔에서 지내도 상관없었겠지만 같이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라고 말해 줬어요, 실제로 같이 살아보고 그저 2개월일 뿐이지만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줬어요, 매일 하는 대화, 밥, 장보기 물론 리쿠기엔도... 그 사진은 고등학교때 둘이서 단풍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잔혹할 정도로 닮아 있었지만 뭔가 달랐어요

  고등학생과 사회인,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사리분별없이 걸었던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잖아요 그러니 자기가 자기 일은 어떻게 해야만하고 마리씨의 인생도 본인이 어떻게 해야만 한단걸 말하기 싫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다이아, 말하고 싶은걸 말하지 않는건 다이아 답지 않아"

 "......."

 "울지 말아줘"


  비어있는 손으로 달아오른 뺨을 쓰다듬어 주길래 눈을 감아보니 지금까지 들어본 말중에 가장 부드러운 소리가 고막을 울렸습니다.

  말하지 않기로 했는데 포기하자고 정했는데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금 절 지킬 방법이 있다면 전자겠죠, 이 순간에 말하지 않는다면 마음을 감추고 지나갈 수 있으니 삼켜버리는게 나아요 지금까지 해왔듯이... 잊을 수가 없다면 적어도 깨끗하게 넣어야 하니

   꽉하고 마리씨를 잡은 손이 아프고 괴롭고 견딜 수가 없어서 가슴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요

   그런 제게 마리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물었어요


 "저기 다이아, 다이아는 항상 주변의 기대대로 살아왔지?"

 "네...?"

 "우리들도 이제 어른이라고? 누군가에게 묶여 살 필요가 없어 깔려있는 레일을 남들이 보기 좋게 걸어가야 할 이유는 없는 거야...... 이젠 자기 손으로 레일을 만들어서 달려가면 되는거라고"

 "......!"

 "때로는 잘못된 일을 해서 주변사람들이 안된다고 말하겠지만 그것도 자기 자신이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남의 말을 듣고 자기가 깐 레일이 좋은지 나쁜지를 정하면 그건 남이 만든 길이 되어버리잖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잘못 만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눈치채고 고쳐보려 했던 적도 있지만 주변에서 뭐라 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제 반쪽짜리 인생의 중간점수는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남이 만든 길을 못 따라가겠다 느낄때 길위에 있는건 ...... 변명과 후회 같은거잖아"


  몇 번이고 변명하고 몇 번이고 후회하고 셀수없을 정도로 참회했습니다.


"다이아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있는거야?"


  무슨 길을 걷고 있는지 ── 제자신도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건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겹겹히 쌓아올린 변명이 만든 도망의 길, 어디에도 정답 같은건 없는 나아가면 나아간 만큼 돌아오지 못하는, 실패도 하지 않지만 성공도 없는 항상 평탄한 길

  마리씨는 그런 길에 제가 있단걸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웃어버릴지 화낼지 바보라고 생각할지...


  한때는 옆에 서있던 제가 이젠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뿐이란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걸 멈추지 않고 계속 발을 움직이는 마리씨를 몇 년이고 지켜봤어요 일본어를 제법 말하게 된건 초등학교때 방과 후 교실에 남아 국어책과 눈싸움을 했기 때문이란 것도. 어린아이가, 오하라가의 딸이 종기처럼 취급되던 '회사'에 겁내지 않고 당당히 맞선 것도 전부 마리씨의 노력이었습니다.

  노력하는게 좋아서, 너무 좋았으니까 언제부터 인가 마리씨를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끌리고 말았어요


  타이밍은 나쁘지 않아 말해 버릴꺼라면 분명히 지금이 찬스에요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대로 멈춰있는거 보단 발을 내딛을수 있을거에요, 족쇄나 마음의 짐이나 곤란이 되고싶지 않아 ── 그런 변명도 이젠 버려버리고 상처받기 싫어, 나아가지 못한다면 되돌아가면 돼 ── 그런 겁쟁이도 벗어 던졌습니다.


 "계속......"

 "응?"


  말하면 바뀔지, 움직이면 바뀔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무력한 자신을 두고 마리씨같이 새로운 길을 만들수 있을지, 혹시 거절당하면 어떻하지, 이번엔 정말 포기할수 있을까, 같은 많은 불안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스스럼없던 소꿉친구라도 해도 마음의 약한 부분을 내보이는건 무서우니까요

  그럼에도 마리씨가 길은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줬으니까... 손을 다시 잡아줄테니까


 "계속 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요 단 하나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몇십번이고 변명이나 후회가 쌓여 자신의 길 같은건 이젠 아무데도 없어요 뒤로 돌아가려 해도 길이 복잡해서 돌아갈 길 따윈 이젠 모르겠어요... 미로같이 출구도 없고요"

 "......응"

 "당신의 말 그대로라고 생각했어요 쌓여버린 변명과 후회는 지금 제가 있는 길에 많이 굴러다니고 있죠, 그게 당신이 제 집에 와서부터는 더욱 쌓여만 갔어요"

 "...... 내가 오지 않는게 나았어?"

 "그건 아니에요, 당신과 함께한 날들이 즐거웠어요...... 즐겁고 즐거워서 분명 앞으로 몇년동안 이 두 달을 되새기며 살아갈거에요 과장해서 말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 당신은 그 정도로 큰 존재랍니다. 그러니 변명도 후회도 늘어난거에요"


  마리씨가 뭐? 라고 의문을 표하고 있어요. 지금이라면 분명 말할 수 있어요 토해 낼 수 있어요. 그거면 된거에요 다 끝나요 끝내는건 마음을 지우는게 아니라 다 토해내고 답을 받는 것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심호흠을 하고 이게 마지막이 될거 같아 한번 더 마리씨의 오른손을 잡았습니다.


 "단 하나의 감정을......"


  좋아했어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을 시기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좋아함이 사랑으로 물들어 더이상 그 끝도 보이지 않아요 도대체 얼마나 변명을 했던걸까요? 저나 마리씨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몇 번이나 도망쳤을까요 그때마다 몇번이나 후회했을까요?

  말할 수 없어 괴로웠어요 점점 멀리 가는 마리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는다는게 확실히 분했습니다. 닿지 않는게 다행이단 말이 그저 변명이 아니라 고등학생때까진 옆에 있었지만 이젠 그것 조차 할수 없었기에 고등학생과 어른이 같을 순 없단걸 알고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던 사람 옆에 서있던 때로 다시 가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을 감추기 위해 변명과 후회를 더해왔어요"


  돌이켜 보면 길은 없더라도 마리씨의 웃는 얼굴만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미소 띈 얼굴이 너무 좋아서 할 수없이 복잡한 길을 골라 도망다닌거에요 뱅뱅 돌아 더이상 그 얼굴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러다 보니 이런 곳까지 와서는 달아난 곳에서 무리하게 감정을 끊으려고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결국은 다 토해내고 있으니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도망 다닌 의미는 이제 없어졌네요


 "다이아... 그 말은──"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돌아가죠"

  

  마리씨의 말을 끊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잡았던 손을 놓고 뒤에서 들리는 멈추란 말도 끊어버린 채 걸어갔습니다. 이제 마음속이 엉망진창이라 아직도 흐르는 눈물이 옷을 젹서 얼룩을 만들었어요

  이걸로 더이상 저와 마리씨는 평소처럼 지낼 수 없겠죠 마리씨의 가슴에 제 추악한 사랑이 새겨져서 만날때 마다 저주처럼 마리씨를 둘러쌀테죠 지금까지 아름답게 빛나던 추억조차 더럽힐지도 몰라요

  죄송해요 같은 소리로 나오지 못한 말은 조용한 밤길에 녹아 사라져버려요 이런... 이런 바보같은 절 이젠 버리고 자기의 길을 갔으면 해요 이젠 더이상 힘들게 올라갔던 계단을 내려와서 절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되니까 절 두고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소까지──


"다이아──!"


  강한 힘이 어깨를 붙잡아 억지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 내 말도 들어줘"


  이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답을 들어야 비로소 겨우 끝낼 수 있는거죠 이렇게 뒷모습을 보이며 걸은건 마리씨가 분명히 따라와서 답할거라고 계산해서 한 행동입니다. 착한 마리씨를 이용해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점이 최후의 후회가 되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이해가 안되는데 ...... 그 .... 날 좋아한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거야......?"


  물어오는 목소리에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정하고 작게 끄덕였습니다

  그러니 어깨를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빠지더니 뒤에서 애달프게 "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언제... 부터?"

 "모르겠...어요"

 "모르는거야?"

 "계속... 전부터... 아마도.... 고등학생땐 이미"


  사랑이 시작된 타이밍같은건 얼마든지 있었지만 좋다고 생각한게 사랑으로 바뀐때 같은건 이제와서 돌이켜봐도 찾을수가 없어요

  적게 봐서 고등학교 3학년 부터라 해도 8,9년은 마음에 품고 있었네요, 말로 해보니 처음 안 사실에 제가 놀라버렸습니다. 제가 이렇게나 외골수이었다니 같은 한심함마저 느껴지네요


 "......어째서 말해주지 않은 거야"


   괴롭단 듯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이번엔 제가 네? 하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말해 줬으면 ....... 내가 이렇게 ......."


   듣기만해도 가슴이 아파오는 울먹이는 소리에 참을 수가 없어 뒤를 돌아봤더니

   거기에 있던건 눈물을 두 눈 가득히 담은채 입술을 깨물고 있는 마리씨가 있었습니다.


 "저기 다이아...... 좋아한다면서... 왜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거...야"

 "네?"

 "내가 전화했을 때 부터... 오늘까지 계속...... 한번도 이름... 불러주지 않았잖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고 마리씨 마리씨라고 불렀지만 입으로 나온 말은 언제나 '당신'이었네요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도... 그게 마리씨를 괴롭히고 있었다고요......?


 "그래서 내가 싫은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내가 말을 꺼냈는데 도중에 그만 두자고 말할 수가 .... 없잖아......!"


  오열하는 마리씨는 어깨를 잡던 손을 내리더니 다시 한번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잡은 손에서 체온이 전해지고.... 마리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나 단 하나의 말 ──


 "좋아하는건...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어......!"


  그 말이 시간을 찢어발길 기세로 가슴에 박혔습니다.

  마리씨의 오열만이 밤길을 울렸습니다.

  달이 숨어

  빛마저 닿지 않는 이 길에 눈물과 마음만이 흘러 넘치고 머리가 뜨거워져 무의식 중에 미간을 찡그렸습니다. 어째서 우는거죠, 웃어줬으면 했는데... 나아가 줬으면 했는데... 내 목소리가 닿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세상에 가줬으면 해서 저는 처음부터 ......

  숨기려 했던 마음이 깨지고 빛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모르는 어두컴컴한 밤이라 마음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손도 목소리도 다 닿는 거리에 있었기에 말이 새어 나와요


 "말해서... 당신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거... 말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 잖아......"

 "당신의 족쇄가 되서... 저로부터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멍청한소리 하지마! 족쇄라니...... 그런 슬픈 말 하지 말아줘......"

 "죄송... 해요......"

 "다이아, 부탁이니까 이름.... 불러줘...... 다이아...... 다이아──"


  잡고 있던 손에 들어가는 힘에 마리씨가 지금까지 담고있던 많은 감정이 실리고 담겨서 전해져요

  그 강한 힘이 괴롭게 가슴을 조여왔습니다.


 "다이... 아....... 나... 다이아가 좋단... 말야.......! 다이아가! 다이아가... 좋다... 고......."


  비통한 외침 같이 되풀이하는 말이 가슴을 찢어 놨습니다. 마리씨의 눈물이 제 마음에 새겨진 상쳐를 후벼파요 웃어 줬으면 했는데 이 마음을 숨긴채로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행복했으면 했는데 지금 제앞에 있는 마리씨는 행복과는 너무 먼 괴롭단 얼굴을 하고 있어요

  제가 그린 이상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어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터질거 같은 표정에 후회나 죄악감 같은 것들이 몰려왔습니다.


 "마리.... 씨"


  오랜만에 불러본 이름엔 많은 것이 넘쳐 흐를 만큼 담겨있었습니다.

  불안, 괴로움, 속절 없음, 외로움, 한심함, 슬픔, 인내의 한계, 애처로움, 후회 이런것들이 몰려와 서로 섞여 눈물대신 쏟아졌습니다.

  말해도 되는 걸까, 사랑해도 되는 걸까, 긴 시간 저 멀리 매달아둔 이 마음을 놓아줘도 되는걸까, 곤란하게 하는게 아닐까, 앞으로 마리씨의 인생에 방해가 되는게 아닐까 ──마리씨의 마음에 짐이 되는게 아닐까

  마음이 설레서 더는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성이 어두 컴컴한 밤에 삼켜지고, 전하고 싶어, 전하지 않으면 안돼, 마리씨의 마음도 풀어준다면 이 저주를 깨고 새로운 길에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불안도 겁도 던져버리고 지금 바뀔 수만 있다면 ──


 "좋아... 해요 ....... 마리씨를... 좋아해요..."


  전하고 나니 이제 겨우 울창해서 앞조차 보이지 않던 경치가 맑아져요. 풀을 헤치고 진흙투성이가 되서 몇 번이고 길을 잘못 들어 드디어 이름을 불러 마음을 입으로 전했어요 무서워서 어쩌지도 못했던 가시길을 상처 입으며 뚫고 나아가니 그 끝에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수줍게 웃고 있어요


 "나도 계속 옛날부터 좋아했다고"


  눈물에 젖은 웃는 얼굴에 손을 내밀어 뺨을 만져봐요 차갑게 젖어 있지만 분명한 온기를 느꼈습니다.

  온기에 이끌려 눈물이 흘러 넘쳐요 뚝뚝 지면에 쌓이는 이슬이 아무도 모르게 얼룩을 만들었습니다. 괴로워하고 상처받으며 길을 돌아와 아펐을텐데 이젠 더이상 그런 일이 없었단 듯이 따듯한 공기가 점점 감싸는게 왠지 우스워서 우리들에게 이런 차분한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웃음이 나왔습니다.


 "옛날부터 툭하면 우는건 변하지 않았네요"

 "다이아에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 

 "네?"

 "어렸을 때 내가 넘어져서 다치면 어째선지 나보다 더 울었는걸"

 "그건...... 계속 마리씨를 봐왔으니까.... 요"

 "?"

 "......마리씨가 아프면 저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니까 방법이 없잖아요"

 "뭐어?"

 "마리씨가 울고 있는 모습은 ......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단 말이에요........"


  눈 앞에 있는 어깨에 맘껏 얼굴을 가져다 대봤습니다.


 "그런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떨리는 목소리와 슬며시 나온 웃음이 귀를 맴돕니다.

 

  마리씨가 우니까

  다이아가 우니까


  서로에게 이유를 주지 않으니 금방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어요 전엔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로 말해 상처입히고 울렸는데, 이젠 말하고 싶은걸 말하지 않아도 울려버리게 되었네요

  마치 고슴도치의 딜레마와 같이 저도 마리씨도 분명 몇번이고 서로를 상처 입히고, 언동에 서로 혼자 기뻐하고 낙담하고 방황했어요 

  전 변명과 후회 와중에 이렇게 지금의 길과 만나 지금까지의 변명과 후회도 참고 견뎌내준 사람과 만났습니다. 멀리 돌고 돌아 도망쳐 돌아 자기를 밀어 죽이려 하자, 그 끝에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저기 다이아 돌아갈까?"

 "그러네요 돌아가죠"


  아직도 우는 얼굴의 마리씨에게 울음 섞인 미소를 돌려주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달빛이 비추는 밤길을 꼭꼭 손잡고 걸어갔습니다.


  너무나도 멀리 돌아왔어요 그 때문에 서로의 마음도 모르고 자신의 마음조차 말하지 못하고 길을 걷다 보니 몇 년동안 마리씨를 괴롭게하고 제 자신도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지금 앞으로도 나눠졌을 두개의 길이 하나가 된다면

  둘이서 손을 잡고 걷는다면 더 이상 틀린게 아니니까 어떤 길이라도 둘이라면 넘을 수 있다고, 이게 맞는 길이라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저기, 마리씨, 우리들 분명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에요

──후후...... 신기하네 다이아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쿠로사와 다이아와 오하라 마리라면 어떤 레일도 달릴 수 있어

  

  몇 년이 지나도 놓아주지 않던 감정을 모두 토해낸 밤 집에 돌아와 오늘은 이제 지쳤으니까 둘다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지만 잡고 있던 손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잠들어 눈을 뜨니 숙취에 욱신욱신 아픈 머리에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는 얼굴이 눈에 들어와 꿈이 아니였던 것이 기뻤어요 그리고 몇 분후 마친가지로 잠에서 깬 마리씨와 하루 종일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지금까지나 지금부터의 일들 말이죠, 한번 더 밤이 밝아오면 다시 길을 떠나는 마리씨와 말을 나누기엔 하루론 도저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녁이 되니 얼추 끝이 보였습니다.

  

   ──마리씨는 이제 다시 해외에 건너가야만 했어요 하지만 십수개월 있는게 아니라 이번엔 빠르면 두달 정도면 일본에 돌아온단 것과 일단 아와시마에 돌아가 할일을 마친뒤에 다시 이곳에 돌아올거라고 말해줬어요

   빠르면 세달정도 헤어져야 한단건 아쉽지만 이젠 전과 다르게 원할 때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 좀 응석을 부려도 조금이라면 들어줄지도 모르고요, 들어주겠죠


 "──그럼 준비가 끝났으니 슬슬 가봐야겠네"


   캐리어에 가져온 짐을 전부 챙겨 넣은 마리씨가 제게 돈 표정은 여기에 왔을 때 보다 왠지 시원해 보였습니다.


 "미안해 다이아 생일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신경쓰지 마세요, 그보다 올해는 전화 해주시는거죠?"

 "물론이쥐!"


  지난 몇 년동안 메세지로만 축하받던 생일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싶어 웃어 보이니 마리씨도 저를 따라 웃어 보였습니다.


 "정말~ 그런 쓸쓸해 보이는 모습 하지~마! 자! 활짝 웃어!"

 "아니! 그만두세요"


  두 손 사이에 볼을 끼워넣고선 좋아좋아 하며 쓰다듬길래 손을 떼네며 째려봤습니다. 몇 살이 되도 정말 이런 점은 변하질 않네요 ...... 이제 와서 변해버리는 것도 이젠 좀 외롭겠지만 적어도 다시 만날 때까진 나이에 맞는 행동을 몸에 익혀 줬으면 하네요

  그런 제 맘도 모르는 마리씨는 만족한 얼굴로 웃음 띄며 캐리어를 끌고 현관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출발하는거네요 라며 그 뒷모습에 쓴웃음을 보내며 뒤를 따라 나셨는데 먼저 현관에 도착해 신발을 다 신은 마리씨가 절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었어요

 

 "좋아하시네요"

 "어딘가 있는 허그마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친구의 웃는 모습에 살짝 웃어보이고 그 두 팔 사이에 안겼습니다. 등에 팔을 감으니 정말 좋아하는 향기가 한층 강해졌습니다.


 "다이아, 틀림없이 돌아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줘"

 "네"

 "......이상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왔다고 어디 가버리면 안된다고?"

 "마리씨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지"


 그럼 괜찮겠네요 라고 대답하니 꽈악하고 세게 안아줬습니다.


 "그럼 갔다올테니까"


  멀어져 가는 체온이 너무 아쉽고 앞으로 3개월을 이렇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쓸쓸해졌습니다..


 "다녀오세요"


  그게 얼굴에 써져 있었는지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더니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마리씨가 갑자기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네 하고 말을 꺼낸 것도 잠시, 문득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닿았어요


 "...!?"


  바로 앞에 있는 금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볼에 열이 모여 마리씨가 얼굴을 뗄땐 뺨에서 불이라도 나오는줄 알았어요


 "....~!"

 "다이아 얼굴 완전 빨갛다고?"


  숨 넘어 갈듯 웃는 마리씨를 힘없이 노려보며 그럼 이만이라며 톤이 바뀐 소리에 시선을 내렸습니다. 일단 헤어진다고 해도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나날은 혼자 있는 날들을 위로해줄 수 없으니까 뭔가, 뭔가...... 하고 생각을 해보니 하나 떠오른 제안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분명 말하면 마리씨에게 부담을 줄테지만 그저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캐리어 손잡이에 손을 내미는 마리씨를 급하게 멈춰 세웠습니다.


 "저, 저기.... 다음번에 올 땐 벚꽃 보러가지 않으실래요?"

 "뭐?"

 "괜찮으시다면 진달래도요"


  그날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을 제가 되물었습니다.

  다음에 여기 올때 벚꽃 ── 말하자면 마리씨가 최단으로 제시한 3개월 후의 벚꽃을 말이죠,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르고 이뤄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런 불안이 있지만 마리씨는 웃음 띄며 말했습니다.


"──어머 우연히도 마뤼가 가고 싶은 곳이네"


  2개월전에 여기 왔을때랑 같은 말투로 그날의 장면을 덧쓰는 듯한 대사에 웃었습니다.


 "잇츠 미라클 이네요"

 "트릭이나 장치는?"

 "없어요"

 "역시 다이아는 틀림없는 진짜 magician이네"


  이번에야 말로 서로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울고 웃었던 눈동자가 가늘어져선 매직쇼의 입장비는 뭐가 좋아? 라는 그날과 조금 다른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마음대로 골라도 된다는게 지금 우리의 관계를 보여 주는거 같아 기뻐서 저도 대답하지 못했던 말을 하려해요

  더는 눈치 볼 필요도, 참을 필요도 없어졌으니 당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두달이에요 같은 별볼일 없는 말이 아닌


"──입장비는 마리씨와 함께하는 행복한 생애를..."


  말할 것도 없이 활모양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보냈습니다.


==================================================


매우 신경 많이 쓴 흔적이 보이는 글이라 해봄

혹시 종장까지 마리의 감정을 모르고 읽었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길 추천함

많이 달라보일꺼임




리코 헐 - dc App 2019.05.02 17:07:16
파랑색플라스틱라무네 SS 충성충성충성...... 나중ㅈ에읽을게요 2019.05.02 17:07:40
ㅃㄷㄱ 일단 북마크 2019.05.02 17:08:20
리코 잘봤습니다! - dc App 2019.05.02 17:17:57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2427106 일반 물붕이...눈물의 물카오톡.... 13 TOAST 2019-05-05 40
2427088 일반 제 1회 카난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열겠습니다. 7 ㅇㅇ 221.144 2019-05-05 24
2427087 일반 화정으로 나마쿠아 심층분석 step 4 to 6 (1학년) 9 지나가던요소로 2019-05-05 19
2427077 번역/창작 니코마키 그림 8 ㅇㅇ 14.34 2019-05-05 15
2427073 일반 지금 완전 물붕체육대회 준비 같다 7 메가럽쿠쟈 2019-05-05 13
2427064 일반 물붕이 돈 없는데 티셔츠 살 돈 만들었다 ㅋㅋㅋ 15 풀하우스 2019-05-05 30
2427062 일반 루비 티셔츠 공지 두번째 7 잭스봇중급 2019-05-05 16
2427055 일반 화정으로 나마쿠아 심층분석 step 1 to 3 (2학년) 10 지나가던요소로 2019-05-05 29
2427054 일반 K병AMIGAME 8 병장마키 2019-05-05 19
2427052 일반 리코레즈밈 9 ㅇㅇ 203.226 2019-05-05 27
2427047 일반 넥스파 시작전... 18 きゃん♡ 2019-05-05 23
2427042 일반 데이터]스와와가 상여자인 이유 Fact.공주님안기 12 오하라마리 2019-05-05 53
2427028 일반 허밍 프렌드 7 으아악아니야 2019-05-05 24
2427021 일반 뮤즈 선배들은 착해서 꼬박꼬박 요하네라 불러준다 이거야 13 Windrunner 2019-05-05 32
2426989 일반 아쿠아가 무서운 이유 13 ㅇㅇ 112.156 2019-05-05 28
2426988 일반 비추좀 주세요 3 으아악아니야 2019-05-05 45
2426954 일반 뭔놈의 배폭찬양이 이리많아 13 ㅇㅇ 175.223 2019-05-04 26
2426929 일반 결국 물에서도 몸 흔드는게 3 Printemps 2019-05-04 19
2426900 일반 와 요새 갤에 야한냄새가 진동하네;; 15 ㅇㅇ 222.119 2019-05-04 19
2426887 일반 다이아 티셔츠 간단 정리. 8 음주파워 2019-05-04 20
2426877 일반 뉴비들이 알아야될 물갤 대표 븅신(념글 치트키) 1 ㅇㅇ 110.70 2019-05-04 13
2426875 일반 티셔츠 링크 모음 1 NCENNOO 2019-05-04 11
2426853 일반 아 호노카나 37 ㅇㅇ 175.223 2019-05-04 11
2426837 일반 나도 미라웨이 안쨩으로 만들어봄 2 ㄴㄷㅁㅈㄴ 2019-05-04 11
2426757 일반 스쿠스타 오프닝에서 치카 너무 멋있게 나와가지고 6 Windrunner 2019-05-04 16
2426741 번역/창작 ㅗㅜㅑ ㄹㅇ루 이짤은 언제봐도 너무 하렌치함; 13 시벌미캉 2019-05-04 29
2426729 일반 리코 레즈 밈은 존나 얌전한 수준인데 14 Windrunner 2019-05-04 12
2426716 일반 나처럼 연합티 다 타는사람있냐??? 19 유니폼소녀대 2019-05-04 15
2426700 일반 전국카난연합 티셔츠 공구진행합니다 초사이어인갓루비 2019-05-04 10
2426671 일반 돈개꼴았는데 내한영상보니까 멘탈치유되네 ㅋㅋ.. 10 하루히 2019-05-04 13
2426663 일반 나는 요우치카리코로 달려야지 12 랜덤만화 2019-05-04 15
2426657 일반 요우리코는 이거 그린 작가가 갓만화 잘 그림 4 두체트론 2019-05-04 13
2426655 일반 세기의 대결....jpg 12 ㅇㅇ 39.7 2019-05-04 26
2426641 번역/창작 다사마 그려왔서 13 시벌미캉 2019-05-04 30
2426639 일반 나도 요우리코로 달린다 10 향님이야 2019-05-04 13
2426630 일반 요우리코 발렌타인 모음 9 Windrunner 2019-05-04 21
2426621 일반 돈가스 10개 후기 37 완도폭격기 2019-05-04 27
2426616 일반 1분동안 그린 호노치카 투척 4 ^0^/ 2019-05-04 12
2426612 일반 전국 마리 협회 수요 조사 8 dos 2019-05-04 12
2426599 일반 이거 념글에서 왜 내림? 14 poppic 2019-05-04 16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