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장문)갑자기 갬성때문에 쓰는 많이 늦은 내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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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쿠데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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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421423
- 2019-05-02 15:54:53
와! 러브라이브!
사실 휴대폰 잃어버린 후기를 쓰긴 했었는데
오늘 안좋은 일도 있고해서 갬성후기 하나 써보겠다.
시덥잖은 인생얘기 좀 하자면
난 20대 중반이지만 초등학생 때 부터 애니를 좋아했었다.
초딩때 하루히,페이트,나노하,러키스타를 정복했고
중학생 땐 케이온 빤다고 꼭두새벽에 부코 가는건 다반사
고딩땐 그냥 평일에 일본간다. 통보하고 무단결로 날아가서
친구들이 미쿠쨩 만나러 갔냐고 놀리는 그런 놈이였다.
내가 뭘하던 그냥 밀어주시는 부모님과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학생때는 그런 덕질을 하면서 늘 행복하다 느꼈었다.
럽라는 고3무렵 한창 유행이였는데 그때 야자시간이나
쉬는시간에 슼페 LP뺀다고 화장실에서 폰하고
대학생 1학년땐 럽장판 10주차 특전 다 받겠다고
매주 주말 아침에 조조로 보러가고
뮤즈 파이널때도 뷰잉을 봤었지. 그때까지는 덕질을 하면
늘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느꼈던 것 같다.
근데 1학년이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건강때문에 군입대 계획이 다 틀어지고
학업이고 시험이고 다 안풀리더니
불면증에 잠도 못자면서 1년을 내리 백수로 지냈다.
부모님은 그런 내게 별말씀 하시진 않으셨지만
해뜰때 즘 자서 오후에 일어나 부모님 마주치는게 죄송해서
밤늦게까지 피시방에 있다 집에와서 다시 밤을 지새는 날의
연속이였다.
그러다보니 애니같은것도 잘 안보게 되더라.
난 딱히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고 잘생긴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늘 긍정적인 건전한 오타쿠란걸 표방했었는데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맨날 피시방이나 가며
불꺼진 골방에서 애니나 보는게 마치 내가 혐오하던
부정적인 오타쿠를 빼다박은 모습 같아서
근데 웃긴게 선샤인 애니는 그래도 봤었다.
군대에 있던 친구가 보라고 난리를 피워서 그랬던가.
근데 아쿠아가 퍼스트라이브를 하는날
우연히 아버지가 용돈을 10만원 주셨다.
뷰잉보러갈 생각이 없었었는데 마침 돈이 생긴김에
또 마침 자리가 있길래 보러갔었다.
그날이 전설의 퍼스트 2일차였는데...
간만에 라이브뷰잉을 보고 여운이라는걸 느꼈던것 같다.
좋은 영화나 좋은 책을 읽었을때 느끼는 여운같은걸
뮤즈때부터 러브라이브를 좋아해왔던 나로선
나랑 기껏해야 두세살나는 심지어 몇명은 동갑인
소녀들이 초반에 그렇게나 안좋은 여론을 이겨내고
멋진 라이브를 보여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꽤나 큰 감명을 받았던것같다.
그리고 백수로 지내던 내가 부모님께 일본을 가고싶다고
말했다. 가서는 내 알아서 할테니 보내만 달라고
그렇게 1년을 백수로 지내다 군대나 복학을 하고싶어도
할수가 없는 상황이라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언어도 다른 타지에서 내가 벌어 먹고산다는건
생각보단 힘든일이였지만 그래도 늘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게 있는 땅에 있다는 두근거림과
그걸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때 돈을 모아 누마즈로 여행을 가서
바로 코앞에서 나마쿠아를 보기도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공익근무를 하는데 또 그런 막연한 불안감과 회의가
슬금슬금 나를 괴롭히더라.
적어도 근무중엔 신경안쓰고 살아도 될것같았는데
이거 끝나고 학교는 어떻게 할지
내 전공이 내가 원하는 길이 맞는지
앞으로 뭐해서 어떻게 먹고살지
평생 이렇게 씹덕으로 살다 아다로 뒤지는건 아닐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늘 덕질을 하는데
자기회의와 피로감을 가져오고 옛날만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근데 그러는 와중 내한소식을 들었다.
웃긴게 또 마침 돈이 있고 또 마침 시간도 있었다.
돈이 없었다면 이번에도 갈 생각을 안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친구 한명 꼬셔서 예매를 하고 내한을 갔는데
이번 내한은 퍼스트때 느꼈던 그런 기분좋은 여운을
다시 느낀것 같다.
늘 아쿠아 라이브를 보면 까마득한 누나뻘이던
뮤즈와는 다른 동경을 품게되고 감동을 받게된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내 또래 소녀들이
그 애니메이션으로 꿈을 이뤄서
그 작품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받는것을 보면
남들은 씹덕같다고 혐오하는 이 장르에도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빛이 있다고
치카가 주구장창 입에 달고살던 빛나고 싶다는게
저런걸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늘 친구들에게 나마쿠아 사진같은걸 보여주면
수수하다, 그렇게 안예쁘다,
차라리 트와이스나 아이즈원을 빨겠다.
같은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런 완벽하고 멋진 케이팝 아이돌보단
노래도 춤도 외모도 뛰어나다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그게 이 씹덕같은 장르에 힘이라고 생각하니까
수수했을지도 모르는 소녀들과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는 마음이 병든 사람들에게도
꿈과 빛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좋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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