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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요하다이 다이요시] 당신은 특별해요
글쓴이
HR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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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402161
  • 2019-04-27 19:30:38
 



물붕이가 썰 풀어준 걸로 한 번 써봤다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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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천사의 운명이란 가혹할 수 밖에 없는 걸까. 타락한 탓에 모든 것을 잃고 천계에서 추방당해 인간들과 함께 지상에서 어울려 지낸다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나는 스쿨 아이돌을 하고 있었다. 딱히 하기 싫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멤버들에게 무시 당하면서도 이 타천사라는 타이틀 자체는 존중해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 타천사라고 지칭하며 멋을 부리는 것도 결국 허상일 수 있다는 것. 객관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스쿨 아이돌로서의 매력은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 스스로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다른 멤버들도 각자 발전해야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혼자 끙끙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즈라마루와 루비가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고 요령껏 어떻게든 뒤쳐지지 않도록 따라가고는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질 않는다.




매번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바람에 연습 쉬는 시간에 음료수 심부름을 다녀간다. 교문 앞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른다. 허구헌날 가다보니 이젠 멤버들의 취향을 외워버렸다. 비닐봉투에 담아 다시 연습실로 돌아간다. 9명 분의 음료수니까 전혀 가볍지 않다. 정말이지 아무리 타천사라지만 너무 부려먹는거 아니야?








"앗!"








허나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비닐 봉지가 찢어지는 바람에 음료수가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됐는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이 나온다. 오늘따라 의욕이 0에 수렴하게 된다. 터덜터덜 음료수들을 줍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발소리에 고개를 올린다. 불운.. 역시 끝이 아니다. 무려 다이아 선배에게 현장을 들켜버렸다. 분명 장난치다가 음료수를 떨어트렸다고 생각하고 혼내겠지? 음료수 수 캔 하나는 찌그러져 버려서 발뺌할 수 도 없다. 아아 설교 타임 시작인가, 멘탈이 버티질 못할 것 같다.








"괜찮으신가요? 소리가 나서 한 번 와봤는데, 넘어지기라도 하신 건가요?"


"에..? 아..아니! 괜찮아.. 비닐 봉투가 찢어져서 음료수를 떨어트렸어."


"그렇군요. 요시코 씨 혼자서는 버거워보이니 저도 같이 들겠습니다."








너무 다이아를 나쁜 쪽으로만 보고 있었을까. 다이아는 다친 곳이 없냐며 상냥히 묻기도 하고, 음료수를 나눠 들기도 했다.








"아아, 하나는 찌그러졌군요. 이건 제가 마시겠습니다."








전혀 혼내지 않아..?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다이아는 은근히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타입이기 때문에 접점이 많지 않은 나라도 알 수 있었다. 그냥 평소대로 행동했을 뿐인 건가.. 언제나 마리와 카난에게 휘둘려 히스테리를 부리고 후배들에게 엄격하고 시스콘인 그런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무척 경솔했던 것 같다. 꽤나 좋은 사람이었잖아.




연습실에 도착한 다이아와 나는 멤버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찌그러진 음료수캔은 정말로 다이아가 따서 마셨다. 다이아가 좋아하는 음료도 아닌데.. 다이아가 좋아하는 녹차음료는 내 손아귀에 있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 참을 수 없어져서








"저기, 다이아 미안.."


"요시코 씨는 귤 음료 좋아하지 않잖아요? 찌그러트렸다고 해도 마시게 할 수 없어요."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








그렇다. 그 찌그러진 음료수 캔의 정체는 무려 귤 음료였다. 치카의 몫이었겠지만. 다이아는 꽤나 섬세한 것 같다. 음료수를 사러간 적도 없을텐데 멤버들의 취향을 훤히 알고 있다. 항상 멤버들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니 의식하고 있는 걸까.




녹차 음료수를 홀짝이며 다이아와 카난이 연습하는 걸 보고 있었다. 카난의 댄스도 근사하지만, 다이아의 선이 정말 곱다는 느낌이 든다. 야마토 나데시코 느낌이려나. 그런 캐릭 애니에 꽤 있지. 스쿨 아이돌을 통틀어도 다이아의 매력은 특별했다. 학생회장에 집안일도 꽤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연습까지 열심히 한다니.. 멤버들에게 엄하게 대해도 모두들 따르는 이유가 있다. 특히 루비는 자주 혼나는 데도 다이아를 아주 잘 따른다. 그것은 단순히 자매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이아와 가까워진다면, 나도 조금 특별해질 수 있을까. 인간 생활에 적합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을까.








"녹차 음료.. 꽤 마실만 하네."








작게 얘기하며 다이아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무리 타천사라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눈부신 사람인 걸 알지만, 조금은 욕심이 생겼다.








"어때 다이아? 나랑 페어 할래?"


"카난 씨는 마리 씨랑 하기로 했잖아요? 저는 다른 분이랑 해도 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라이브할 곡의 페어를 정하고 있었던가? 전체적으로 호흡을 맞춰야 하긴 하지만, 이번 곡은 페어별로 파트가 있다. 하자고 해볼까.. 다이아는 아직 페어가 없는 것 같은데.. 리얼충도 아닌데 먼저 말할 수 있을까보냐! 게다가 한다면 루비랑 하겠지...




그런데 왠지 이번이 아니면 다이아와 가까워질 계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느낌일 뿐이지만 이런 네거티브한 쪽으로의 불길한 예감은 꽤나 들어맞는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면, 거절당하더라도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저..저기! 다이아!"


"네 요시코 씨."








너무 긴장해버린 나머지 요하네가 아니라 요시코라고 부르는데도 전혀 태클을 못걸었다.








"저..저기.. 이번 곡 페어.. 트..특별히 내가 같이 해..해줄까 하는데 말야..?"


"네, 좋습니다."


"대답 빨라!"








비웃는 다거나 정중하게라도 거절할 줄 알았는데, 꽤나 뻔뻔하게 말했는데도 다이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었다. 너무 바로 대답한 거 아니냐고.. 아주 선명한 목소리로.. 이 쪽이 부끄러워지게..








"먼저 같이하자고 손 내미는 후배를 밀어낼 리 없답니다 요시코 씨?"


"그러니까 요하네.."








마치 루비를 볼 때 처럼 상냥한 눈빛으로 바라봐지니 견딜 수가 없어서 등을 돌려버렸다. 얼굴이 새빨개진 게 스스로도 느껴진다. 머릿 속에 별별 생각이 든다. 이런 좋은 시선을 매일 받는 루비가 부럽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도 다 보는 곳에서 부끄러운 말을 당당히 하는 다이아가 너무 무른 거 아니야? 싶기도 하다.








"어머 다이아? 꽤나 후배를 케어해줄 줄 아는 걸? 젠틀하네~"


"마리 씨 왠지 비꼬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다이아와 페어가 결정되고 나는 0에 수렴하던 의욕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정말 내 스스로가 느껴질 정도로 연습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다이아는 예상대로 엄격하게 굴었다. 매일 같이 호흡을 맞출 때마다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도 그게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저를 너무 의식하면 안된다구요 그럼 요시코 씨의 매력을 펼쳐보일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요하네! 다시 한 번 해볼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은근 슬쩍 기분 좋은 말을 섞는다. 평소에 그냥 들었다면 낯간지러웠을 테지만 지금은 연습에 집중하느라 나도 다이아도 그런 걸 전혀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방금은 정말 좋았습니다. 가르쳐 준대로 훌륭히 해내셨습니다."








이렇게 잘 해냈을 때의 칭찬 역시 아끼지 않는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준다. 스킨쉽인 걸까. 머리가 조금 헝클어지지만 전혀 싫지 않다. 아니 좋다. 괜히 루비의 언니가 아닌 건가 이 사람 연하를 정말 잘 다루는 것 같다. 연습을 같이 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꽤나 다이아와 친해진 것 같다. 연습을 쉴때나 다른 곳에선 타천사 얘기로 다이아와 티격태격 하지만, 연습 시간에는 확실히 다이아를 따른다. 다이아는 그런 내가 꽤나 기특해서인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루비에게 질투를 살 정도로.




이 쯤이면 될까. 이제는 조금 털어놓아도 괜찮을까.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수고많았어요."


"저기 다이아. 끝나고 예정 있어?"


"학생회실 문단속을 해야 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만, 무슨 일 있으신가요?"


"잠시 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다이아는 드물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변하더니 안심시키려는 듯 다시 미소를 머금고 학생회실에서 얘기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학생회실에서 다이아와 단 둘이 되었고, 늘 마음 속에 혼자 가지고 있던 고민 거리를 털어 놓았다. 스쿨 아이돌로서 내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건지, 타천사라는 캐릭터가 마이너스 요소라거나 아쿠아 전체에 민폐는 아닐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는 등의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스스로 답을 찾기 힘든 고민거리였다. 몇 번씩 말문이 막히는데도 다이아는 진중하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제 생각보다도, 요시코 씨는 여린 아이로군요."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


"좀 의외였습니다. 타천사라는 게 정확히 뭔지 저는 잘 모르고 평소에 요시코 씨가 그런 얘길 늘어놓으면 다소 짜증이 나긴 하지만.."


"너무해.."


"하지만 꽤나 독보적이라구요? 오히려 특별하다구요? 스쿨 아이돌 통 틀어 요시코 씨 같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본인도 어느정도 자각은 있겠지만 가창력도 댄스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고 얼굴도 꽤 미인이니까요. 그렇게 잘난 맛에 살며 자신의 매력을 뿜어내는 요시코 씨가 같은 아쿠아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한답니다."








멤버들 모두들 타천사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타천사 컨셉으로 PV도 찍었으니까. 하지만 확언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각자의 역할로도 벅차니 그러겠지만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게 나에겐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확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내가 특별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대로 가도 괜찮다고 해주었다.




싫다. 눈이 눈물로 꽉 차버렸어.








"뮤즈와 아라이즈 등등 예전 스쿨 아이돌 때부터 전부 지켜봐온 제가 하는 말이니 믿어주셔도 된다구요? 요시코 씨 당신은 특별해요. 전혀 폐같은게 아니니까요."








더 이상 다이아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올 것 같았던 다이아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착하지 라며 나의 떨리는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렇게 까지 해주기 때문에 울음을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가 않는다. 








"고마워.."








그 말은 꼭 해야 겠다 싶어서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겨우 토해내었다. 그러자 다이아는 더 꽉 안아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아.. 정말 자매라도 된 것 같아서 기뻐서...




펑펑 울고 겨우 울음을 그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이아의 옷을 완전 젖게 만들었다. 다이아는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전에








"사랑스러운 후배의 어리광을 받은 댓가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라는 터무니없이 달달한 말을 해준다. 그 말, 절대로 다른 멤버들이 들었다면 엄청 놀림받았을 거야. 또 다시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걸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참고 활짝 웃었다.




그렇게 고민을 털어놓고 나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이아와 연습을 거듭하고 여러 번 거듭했다. 안무와 노래 파트는 완벽히 외우고 소화해내고 다이아와 호흡도 잘 맞지만,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해야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는 다이아의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러브라이브 예선 당일이 되었다. 무대가 나서기 바로 전에 멤버들과 얘기를 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다이아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요시코 씨, 이제 우리의 진가를 보여줄 때가 왔군요."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래도."


"저는 요시코란 이름이 더 좋아요?"


"정말 바보라니깐.."








다이아는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내가 떨고 있다는 걸 들켜버린 모양이었다.








"연습은 열심히 했으니, 몸이 가는대로 요시코 씨의 타천사 파워를 맘껏 발휘하면 된답니다. 곡의 제목이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 잖아요? 페어 파트를 할 때 우린 하나가 되는 거에요. 제가 요시코 씨를 불운으로부터 지켜드릴테니 안심해주세요."








정말이지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무른 걸까.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엄청난 말을 해대고. 나를 울리려고 작정했나. 정말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좋다. 나는 정말 정말 불운하고 정말 정말 외로운 타천사 였으니까. 게다가 솔직하지도 못한 나쁜 아이니까. 이런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야.




나는 까만 깃털 하나를 다이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나도, 타천사의 힘으로 다이아를 지켜줄게."








다이아는 홀린 듯이 그 깃털을 바라보다가 곧 받아들고는 자신의 머리에 장식처럼 끼웠다. 기쁜듯이 나를 바라보며








"감사합니다, 타천사님."








여태 살아오면서 가장 이쁜 인간의 미소를 이 순간 보고야 말았다. 사랑 우정 희망 자애 등등 좋은 건 죄다 들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 예쁜 모습 꼭 지켜주고 싶어. 나는 굳게 다짐했다.




우리의 차례가 되어 무대로 나아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곧 무대가 환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제 긴장 따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이아의 조언처럼 자만하지도 않는다. 딱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나를 특별하다고 해준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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