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바자회갤에 [SS] '고양이 호노카'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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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27 18: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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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종종 툇마루에서 일광욕을 한다고 하지만, 굳이 그걸 따라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그렇네요.... 그건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네요. 네, 제 허벅지 위에서 가르랑대고 있는――호노카 말이에요.
“우미냐~앙”
“정말... 빨리 일어나세요”
“으냐아~”
“.....하아”
“냐아♡”
그녀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간질이면, 호노카는 기분좋은 듯이 제 손에 달라붙어 장난을 칩니다. 고양이처럼 모아 쥔 두 손을 제 손목에 비비면서 요구하면, 전 호노카의 쇄골을 따라 그 구덩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습니다.
“후후, 호노카도 참.... 언제까지 고양이일 겁니까?”
“흐미냐아....”
이 모습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것 같네요. 쇄골을 만끽한 저는 그녀의 체온을 느끼기 쉬운 뺨으로 손을 옮겼습니다.
“냐아....”
호노카의 뺨이 살짝 홍조를 띱니다. 그리고는 마치 좋아하는 베개라도 찾은 것처럼, 제 팔을 꼭 끌어안고 있습니다.
“호노카....”
“냐앙!”
호노카가 제 팔을 잡고 놓지 않는 것은 저에게 “좀 더 뺨 만져줘!”라고 조르는 신호입니다. 어째선지 호노카는 뺨을 만지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좋아하기에 틈만 나면 제 뺨을 만지려고 합니다. 같이 지낸 지 이미 십수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전부 익숙한 것이지만, 제가 독서하고 있을 때에도 등 뒤에서 다가와 뺨을 부비부비하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는 영 민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큰소리를 낼 수 없는 이유는, 이걸 거절하면 호노카는 금세 눈물을 보이며 축 처져 버리기 때문에 전 호노카의 미소를 인질로 골치 아픈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나 뺨이 좋습니까?”
“냐앙♡”
호노카는 제 뺨을 만지는 것만큼이나 저에게 뺨을 만져지는 것도 정말로 좋아한다고 이미 말했습니다만, 대체 어째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호노카는 그저 뺨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다른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자신도 안경을 걸치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뺨을 만지는 게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뺨을 만지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은 대체 무슨 논리인지요.... 확실히 호노카에게 만져지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다른 사람에게 만져지게 되면 아무래도 경계하게 되고 맙니다. 뭐, 호노카는 예전부터 신체 접촉이 잦은 사람이었으니까요.... 무슨 일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달라붙는가 하면, 평소에 쓰는 이불을 내버려 둔 채 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오기 일쑤였습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말보다도 몸으로 드러나 버리는 그녀에게 있어서 만져진다는 행위는 기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사양하고 싶지만 말이죠.
호노카는 그대로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제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렷품이 돋아난 솜털을 바라보면서 계속 만지고 싶은 촉감의 뺨을 쓰다듬으면, 호노카는 정말로 고양이가 된 것처럼 실눈을 뜨고 “냐앙” 하고 울었습니다. 머리도 쓰다듬어줘, 라고 말하는 것이려나요. 제멋대로인 고양이 호노카의 말대로 그녀의 머리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줍니다. 호노카는 기쁨에 몸을 떨며 눈을 감더니,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제 손가락을 물었습니다.
“무....호노카! 더럽다고요!?”
저는 당황해서 손을 빼려고 하지만, 호노카는 제 손을 꽉 잡고 확고한 눈빛을 보내옵니다. 그러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우미냐아!”라고 고양이 말투로 화를 내는 것입니다. 이런 제멋대로인 부분까지 고양이를 닮지 않아도 좋은데――라고 언제나 생각합니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언제나의 호노카와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잠깐, 호노카!”
“낼름낼름...”
“화낼거에요?”
“먀아아!”
“어째서 당신이 화내는 건가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한다는 건 이런 건가요. 부끄럽다던가 빨리 손가락을 빼야 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행복에 겨워 손가락을 핥는 호노카의 모습에 전부 쓸려나가 버립니다. 한숨을 쉬며 포기하면 저에게는 호노카가 제 손가락에 질리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손가락 같은 건 핥아도 맛있지 않다고요”
“냐!”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눈동자를 향해 오는 호노카 때문에 흐릿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온 몸에 흐르는 땀과 함께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호노카가 제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을 핥아버린 것입니다. 무심코 지른 비명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도 그렇지만, 호노카가 제 땀을 핥았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참지 못하고 점심 시간에 남의 이목이 닿지 않는 빈 교실에서 호된 설교를 늘어놓았던 때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그치만 우미쨩의 땀,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걸”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맛이었는지 물어 보면 “우미쨩의 맛”이라는 뜻모를 대답을 하는 호노카였지만, 말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데 약한 호노카에게 있어선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대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호노카, 그거”
“냐?”
“제 맛이 나나요?”
“.....우냐아!”
호노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순간, 제 손가락에서 떨어지더니 허리에 매달려옵니다.
“자, 잠깐 호노카?!”
“우~웅! 오늘의 고양이 씨는 이제 끝~!”
“끝이라면 이제 그만 떨어져 주세요”
“아니야, 지금의 호노카는 호노카다요! 호노카가 떠나고 싶지 않은 거라구!”
“....하아,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주세요”
“응~.....”
제멋대로 고양이가 됬다고 생각했더니 금방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하는 짓은 변함이 없으니, 굳지 돌아갈 필요가 있었는지, 아니 애초에 고양이가 될 필요가 있긴 한지..... 저의 성격상 대답을 듣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지만, 그런 식의 딱 가르는 듯한 질문은 호노카에게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것이네요.
호노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기분 좋은 듯이 가르랑대는 호노카의 뺨을 어루만집니다. 계속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올라오는 것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그걸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자신을 보고 기쁘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라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겨우 참은 저는, 호노카가 금방이라도 잠들 듯한 얼굴로 실눈을 뜨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벌써 잘 시간입니까?”
“응~, 졸려... 졸려졸려어”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린다고요”
자, 일어나세요――손을 잡아끄는 걸, 호노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듭니다.
“호노카”
“호노카는 여기가 좋은걸”
“그렇지만...”
“여기가 좋아”
호노카는 멋대로 저에게 달라붙은 채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쌕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호노카는 변함없이 잠버릇이 좋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수한 잠든 얼굴.... 그것이 어쩐지,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다고 생각되서, 이후에 하려고 했던 일들은 전부 포기해 버렸습니다. 오늘은 쭉 이 아이와 함께 지내기로 할까요, 라고 말이죠.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게 처음도 아니고, 또 마지막도 아닌 것입니다.
그녀의 호흡에 따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흉부를 바라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꽤나 사치스런 일이네요.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의미 모를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호노카의 뺨에 손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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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 말투가 아주 그냥;;
만연체에 쓰는 용어도 딱딱해서 의역도 많고 부자연스러운 데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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