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컁이 아시아투어의 감상으로 "초심"이라고 적어준 것.
오늘 내한공연 관람했던 일본인이 쓴 글을 보고 나니 문득 이 장면이 생각나면서 감동을 받게 되더라.
사실 크든 작든 공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무대에 서게 되면 정말 놀랍게도 관객들 얼굴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 아주 예전의 일이지만 나도 대학생때 밴드를 동경해서 대학 밴드에 들어갔고, 공연도 많지는 않지만 열댓번 정도 했었음. 그런데 공연을 하다보면 참 느꼈던게 관객도 공연자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공연자도 관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거였음. 관객들이 신나게 봐주고 놀아주면 무대에 있는 사람도 정말 신이 나서 공연하게 되더라. 사실 나도 밴드 한 1년 정도 하다보니까 계속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음. 음악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공부도 해야되고, 군대도 가야되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그냥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들었음. 그러다가 신입생들 OT 공연을 하게되었는데 정말 반응이 좋았음. 막 고3 생활에서 해방되서 신이 난 학생들이라 그런지 정말 시덥지 않은 연주에도 크게 환호해 주고 좋아해 주더라. 그 공연하고 생각했다. "아, 계속 해야겠다." 내가 왜 밴드가 하고 싶었고, 공연이 하고 싶었던 건지 다시 느끼게 되더라.
물론 나같이 관객 많아봤자 백 몇명인 허접한 아마추어 나부랭이랑 수천, 수만 앞에서 공연하는 아이컁 같은 프로가 느끼는 건 같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나마쿠아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그 일본인 블로그 및 여러 트위터에서 언급됐던 관객들의 매너리즘. 아마 프로니까 더 확실하게 느꼈겠지. 분명 예전과는 다소 다른 호응에 여러 고민이 많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서울 공연은 특별했지. 물론 이 느낌에는 국뽕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지켜보는 우리가 공연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는 건 우리가 알고 있잖아? 애니메이션 파트 보면서 특히 그렇게 느꼈다. 열 번, 아니 스무 번은 더 봤을 것 같은 장면. 그런데 공연장의 우리들은 그 장면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박수치고, 콜을 넣으며 즐겼다. 라이브도 고인물들이라면 몇 번은 보았을 수 있는 세트리스트. 하지만 마치 첫 공개 된 라이브인 것처럼 콜을 넣고, 떼창을 하고, 블레이드를 흔들었다. 그렇게 즐기는 너희들의 모습을 캐스트들은 분명 보고 있었을 거다. 얼굴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다 눈에 아로새겼을 거다. 그리고 분명 거기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었을 거라 감히 생각해본다.
아이컁의 초심, 안쨩의 새로운 반짝임, 이런 언급들은 단순히 그냥 립서비스로 나온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마음밖에 없어, 너에게 전할 수 있는건" 내한 땡큐 프렌즈 프로젝트의 팜플렛의 뒷면에 적혀있던 땡큐 프렌즈의 가사. 그 뜨거운 마음이, 공연장에서 우리가 아쿠아에게 보였던 그 열정이야말로 그녀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선물은 제대로 전달되었고, 그 감사의 마음이 "初心" 저 두 글자에 표현이 된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정말 멋진 캐스트들, 그리고 정말 멋진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고마워.
그냥 내한 후 일주일이 지난 오늘 갑자기 감성이 차올라서 주저리주저리 느낀 점을 적어봤다. 맨날 보고서 같은 글만 쓰다가 이런거 쓰려니 잘 못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