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글재주도 없고 덕력도 짧아서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https://m.dcinside.com/board/sunshine/2378385 이거
아마도 내 얘긴거 같은데 저 일본인분이 주작한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후기 겸해서 글 올려..
난 전에 자작블 만들어서 뷰잉간다 글 올렸었던 뉴비야.
내한직전에 운좋게 돈이 생겨서 2일차 S석 A구역에서 직관할 수 있었어. 그 돈으로도 양일은 못가고 블레이드 살 돈도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눈물나게 기뻤고 그만큼 설레였어.
자작블 글 올리고 나서 물갤 올라오는 글도 가끔 읽어봤는데 믹스충이니 공작 호랑이니 이런거 용어도 낯설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욕을 먹고 있잖아. 나는 지금껏 콘서트 같은데 가본적도 없어서 첫 라이브를 어떻게든 즐기고 싶은데, 혹시나 내가 그런 욕먹을 짓을 무지한 채로 해버려서 민폐 끼치지 않을까 그게 정말 걱정이고 긴장됬거든.
왼쪽에 앉으신분(한국분)이랑 인사했는데 경험이 좀 있으신 분이라 옆사람들 보면서 눈치껏 따라하면 된다고 이런저런 좋은 얘기해주셔서 라이브 시작 전에 좀 긴장을 풀 수 있었어.
그리고 자작블 색 세팅 맞나 걱정되었는데 찐블 보여주면서 세팅하는거 도와준 군붕이 고닉형도 고마워ㅋㅋ 나이는 내가 많겠지만..
오른쪽 한 자리가 계속 비어있다가 라이브 시작 얼마 안남기고 남자분이 한분 앉았는데. 가볍게 인사를 건넸더니 이분이 대답을 않고 표를 내밀어 보여주시더라. 외국인같은데 조금이나마 할줄아는게 일본어라 "일본에서 오셨어요?" 하니 그렇대.
딱 봐도 러브라이버처럼 꾸미는걸 무장이라고 하지? 눈에 띄는 굿즈도 없고 단독군장이라기보단 거의 무장해제 수준의 모습이었지만 나처럼 막 들뜬기분 뿜뿜하는거랑 달리 눈빛이 차분하더라.
거기에 한국으로 원정을 올 정도면 단단한 사람이겠구나 싶어서, 긴장도 풀 겸 "제가 오늘 라이브 처음이거든요. 콜 리스 이런거 잘 몰라서 혹시 실수하거나 하면 옆에서 좀 알려주세요" 하면서 웃으면서 말했어.
그렇게 라이브 개시하고 아오점핑이 시작되는데. 그 일본인분이 장난아니었어. 쌍블이 아니라 왼손에 블레이드 하나를 잡고는 절도있으면서 현란하게 휘두르는데 단순히 박자에 맞춰서 흔들기만 하던 주변 물붕이들이랑은 다르게 캐스트들 안무에 맞춰서 돌리고 올리고 꺾는게 아주 딱딱 떨어졌어. 마치 지휘하는것처럼 말이야. 콜도 칼같이 들어가더라. 내가 경악하면서 와 이것이 본토의 블레이드질인가 싶어서 열심히 따라해봤는데 미숙쯤 가서는 포기하고 그냥 흔들기만 했어ㅎㅎ
아오점핑이 끝나고. 자리에 앉으면서 내가 그 일본인분에게 "(당신 블레이드 휘두르는 솜씨가)정말 대단하네요!" 그랬거든. 스고이데스네! 트위터를 보니 그분은 (아쿠아의 라이브가) 대단한거라고 이해했나봐ㅋㅋ 물론, 라이브도 대단했지! 그래도 유튜브같은걸로 미리 좀 봐두었으니까.
그렇게 라이브내내 신나게 흔들고 뛰고 소리질렀어. 그 일본인분은 완벽한 콜리스에 랜액 유메유메 넘텐 땡프 떼창도 당연 네이티브로 유창하게 부르고, 뮤즈가 다이스키데스에 "오레모!"도 질러주고(나는 뮤즈알못에다 그걸 모르고 있어서 그냥 깜놀했고) 끝에 아쿠아가 퇴장인사 할때에도 큰소리로 아리가또! 연발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어. 뉴비인 내가 판단하긴 애매하지만 국적을 떼고 봐도 이만큼 단단한 사람은 드물겠구나 싶더라구. 아쿠아에도 감탄했지만 이분에게도 감탄했어. 이사람 덕분에 100의 재미가 120이 된거 같아.
안짱까지 퇴장하고나서 인사를 하려고,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의 응원이) 너무나 대단했어요. 덕분에 라이브를 더욱 재밌게 즐겼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어. "고맙습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하면서 씨익 웃더라. 막 퇴장해달라고 노래부르는 스태프가 무서워서 나는 금방 나왔지만 그분은 다른 물붕이들이랑 자리에 남아서 계속 아쿠아콜을 하더라. 정말 인상깊었어.
그분이 트위터를 하는줄은 몰랐네. 그때 들고있던 아이폰이 5S 같은데 그 작은걸로 용케도..ㅋㅋㅋ 뭔가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지만 내가 트위터를 안하니까 그냥 마음만 간직해야겠어.
그 일본인분이 정말 대단했고 감탄스러웠고.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 아쿠아에 대한 감동으로 약간 달리 전해졌네. 그래도 틀린건 아니니까. 그날 화정에서 캐스트와 스태프들, 총대들, 물붕이들 모두에게 압도당했어. 잊을수 없는 추억을 주어서 너무나, 너무나 고맙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