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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마법소녀 치카-12-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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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313014
  • 2019-04-15 16:34:13
							



마법소녀 치카 12편

재밌게들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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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인형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래유…”


하나마루가 당황하는 표정으로 우칫치를 이리저리 살폈다. 하지만 하나마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부채가 매서운 기세로 날아오더니 우칫치의 바로 앞 다다미에 박혔다. 그럴 리는 없지만, 우칫치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인 것 같아. 뭐, 자업자득이지만. 루비는 누워있는 와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쌤통이라고 생각하며 고소했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칫치. 지금 하나마루상까지 이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려는 겁니까?” 


다이아는 천천히 우칫치의 앞으로 다가가 부채를 뽑으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 우칫치는 말 그대로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하긴 반걸음만 더 디뎌도 마력이 담긴 부채에 머리부터 관통 당해 반으로 쪼개질 뻔했으니. 어지간히 놀랐는지 그 우칫치가 더듬더듬 말하며 변명을 늘어놓을 정도였다.


“아, 아니 뭐…강한 마법소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딱히 꼭 하나마루를 마법소녀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어줍잖은 논리로 빠져나가려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 먼저 루비가 어째서 마법소녀가 됐는지 그것부터 알아야겠습니다. 당신이라면 분명히 루비가 제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요. 어째서 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루비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버린 거죠?”


다이아는 여전히 잔뜩 날 선 목소리로 우칫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 말이 우칫치에겐 일말의 찬스를 주고 말았다. 우칫치는 약간 회복된 기세로 대답했다.


“다이아, 루비도 이제 고등학생이야.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여동생을 너무 어리다고만 생각 하는 것 아냐? 그거, 꽤 실례라고.”


말이야 바른 말이었다. 말 한 것이 우칫치만 아니었다면 루비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을 것이다. 다이아도 순간 멈칫 하더니, 이내 작게 포옥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뭐. 좋습니다. 그건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루비는 루비 자신만의 뜻과 의지로 행동할 자격이 있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렇게 된 이후 루비에게 저도 마법소녀라는 사실을, 아니면 저에게 루비도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귀띔해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나 일부러 숨긴 건 아니겠지요?”


맞아. 솔직히 우칫치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야. 나도 이득이 있으니 동의하고 마법 소녀가 된 거지만, 분명 뭔가 더 있어. 아마 언니와 나에 대한 것도 뭔가 의도적으로 말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애초에 꿍꿍이가 있는 건 나도 알 정도니 당연히 언니도 알고는 있을거야. 루비는 누워있는 와중에도 우칫치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나 참.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다이아가 어둠 퇴치니 학생회장 일이니 집안일이니 뭐니 하며 바빠 보였고, 루비는 루비 나름대로 마법소녀가 되는 데 적응이 필요하니까 내가 이것저것 도와주느라 미처 다이아에게 말을 전한다는 걸 잊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우칫치는 역시나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갔다. 저기서 아니야! 그 잠깐 한마디만이라도 말 할 시간도 없었던 건 아니잖아? 라고 해봐야 별 의미는 없을 터였다. 까먹었다는 대답을 반증할만한 증거가 있을 리 없으니까. 다이아도 그냥 포기한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루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좋습니다. 다만…루비가 저에게 자신이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걸 숨겼다는 건 조금 섭섭하네요. 루비는 이 언니를 믿지 못 하는 건가요?”

“미안해 언니…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가 없었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보통 사람이라면 쉬이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저도 루비에게 숨긴 것은 사실이니, 면목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루비가 괜히 제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이긴 했지만…그래도 숨긴 건 숨긴거니까요. 미안해요, 루비. 그리고 루비도…절 배려해서 말 하지 못 한 거지요?”

“으응…나도 언니랑 마찬가지야. 지금도 많은 일들로 바쁜 언니인데…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말을 꺼내지 못 한 거야.”

“루비는 정말 착한 아이네요…”


다이아는 다정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이 손길. 언니에게 의지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이 손길만큼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루비는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싶었다. 왜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루비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어째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생각해주고 배려해준 언니의 기대를 속인 셈이었으니까. 정말 자신을 걱정해서 비밀로 한 언니와 달리, 루비는 그저 좀 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혼자 비밀을 숨긴 것에 불과했으니까. 결국 난, 마음에서조차 언니를 넘지 못 하는 구나. 역시 나는…루비는 자괴감과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데 그때 우칫치가 꺼낸 말에 루비의 그런 생각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그래서 난 하나마루고 마법소녀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이번엔 정말 머리에 부채를 꽂아버릴지 몰라요?”


다이다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정말 부채가 날아갈 기세로 다이아의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우칫치는 양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니아니, 잠깐만 내 이야기를 들어봐. 이번에는 어찌 잘 넘어갔지만, 만약 또 하나마루에게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면 다이아나 루비가 오늘처럼 타이밍 좋게 구해주러 온다는 보장도 없잖아? 안 그래?”

“흥. 핑계 대지 마세요.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뭐 그건 인정해. 하지만 만약이란 건 없는 법이야. 그리고, 다이아도 봤잖아? 루비는 강한 마법소녀가 될 만한 소양과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아직 미숙한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마법소녀가 된다면 오늘처럼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줄어들잖아. 안 그래?”


순간 루비는 속에서 뭔가 꿈틀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내가 부족하다는 거야? 웃기지 마! 만약 자신 혼자였고 컨디션도 좋았다면, 루비는 우칫치에게 마력포를 날렸을 것이다. 그만큼 우칫치의 말은 루비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다이아의 말이 그런 루비의 분노를 조금 가라앉혀 주었다.


“루비는 강한 아이에요. 아까 루비를 구하려 달려가던 중 루비의 마력을 느꼈지만, 웬만한 어둠 정도는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요. 좀 더 조심한다면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만약 그럼 오늘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어둠이 둘이나 나온다면? 그땐 어쩔건데?”

“그땐 제가 도와주러 가면 됩니다. 그리고, 마법소녀가 저나 루비 둘 뿐인 것도 아니고, 다른 마법소녀가 도와 주러 올 가능성도 충분하고요. 그들도 언제나 어둠을 퇴치하기 위해 이 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정 어렵다 싶으면 루비가 조금만 기다렸다가 저나 다른 마법소녀와 합류하면 그만입니다.”

“에이, 어둠이 그렇게 설치고 다니며 사람들의 행복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니는데 계속 기다리라고? 그리고 만약 루비가 있는 곳 바로 근처에 어둠이 생겨버리면 어떡할건데? 그래도 한없이 기다리라고만 할거야?”

“그건…”


순간 다이아가 말을 잇지 못하자, 우칫치는 찬스라고 생각했는지 기세 등등한 말투로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마루의 문제도 그냥 넘길 수 없어. 한번 이공간에 들어 갔다는 것은 또 다음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야. 애초에 마법소녀에 기본적인 소질을 갖춘 사람이란 뜻이니까. 요새 이 곳의 어둠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건 다이아도 동의하지? 그렇다면 하나마루가 우연히 또 이공간에 들어가게 될 확률도 점점 더 높아질 거란 이야기야. 안 그래?”

“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다이아도 차마 반론을 찾지 못 하고 침음성만 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새된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잠깐만!”

“어라 루비? 왜 그래?”

“일단 하나마루쨩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니야? 왜 하나마루쨩의 의사도 묻지 않고 멋대로 결정하려는 거야 우칫치?”


루비는 다급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우칫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난 딱히 결정한 적 없어 루비. 그냥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한 엄연한 사실들을 이야기해 줬을 뿐이라고. 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하나마루 본인이야.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하나마루?”

“예, 예? 지, 지는…그게 그러니까…먼저 좀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유…”


하나마루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하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두 사람과 한 생물이 설전을 벌였으니 그저 당황스러울만 했다. 우칫치는 살짝 자신의 머리를 때리더니 하나마루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 확실히 그렇네. 미안, 너무 설명이 부족했지. 마법소녀가 둘이나 있다 보니 그만…좋아, 일단 설명해 줄게. 마법소녀란 말이지…”

“잠깐, 제가 설명하도록 하죠. 당신은 아무래도 객관적이지 못 해요.”

“뭐 좋아, 상관없어.”


우칫치는 양손을 들며 슬쩍 뒤로 물러났다. 다이아가 천천히 마법소녀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루비는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우칫치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물론 겉으로 보기엔 하나마루를 생각해 멋대로 행동하는 우칫치를 루비가 말린 행동에 불과했다.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조금 이상했다. 만약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뭐든지 하나마루와 함께 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하나마루는 루비에게 늘 언제나 모든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싶은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비밀로 하고 있을 때라면 몰라도, 하나마루가 모든 것을 알아버린 상황. 하나마루가 마법소녀를 한다고 하는 건 루비에게 있어 기쁜 일이었다. 루비는 그 정도로 하나마루를 좋아하고 의지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순간 자신은 우칫치를 제지하며 끼어들었다. 마치 하나마루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이 싫다는 것처럼. 나는 정말 하나마루쨩을 걱정해서 말리는 걸까? 아니면…루비는 자신의 마음이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기 보다는 사실, 알면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하나마루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말리려는 이유는 아마 분명…

.

.

.

“요즘 카난이 조금 이상해.”


마리는 잔뜩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런 마리의 건너편에는 우아한 동작으로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다이아가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기분 좋은 표정으로 커피를 빨아들이고는 심드렁한 말투로 대답했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건가요? 그리고, 별일이네요. 그 반대는 익숙하지만 이런 건 또 특이한 경우네요.”

“다이아…그건 카난이 저한테 이상하다고 하는 건 익숙하고 당연하다는 의미 인건가yo?”

“그런 말을 한 건 아닙니다만. 뭐, 본인이 찔리는 게 있으니 괜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시는게 아닐까요 마리상?”

“으으…”


다이아의 말에 마리는 부들부들 떨었지만 차마 반박하지는 못 했다. 대부분 사실이었으니까. 더 따져봐야 마리가 더 불리해질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눈앞의 레몬에이드만 쭉쭉 빨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다이아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카난상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건가요, 마리상?”

“흥! 다이아한테는 절~대! 이야기 안 할거야!”

“그래요? 그럼 뭐 할 수 없죠. 저는 그럼 이만 바빠서…”

“Wait! 다이아 너무 박정한 거 아냐?”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다이아의 옷깃을 붙잡으며, 마리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이아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러기에 누가 괜히 허세 부리라고 했나요?”

“우우…다이아 나빠…”

“나쁜 어린이는 괜히 우기기나 하는 마리상입니다. 그래서, 정말 할 말이 뭐죠?”

“그게…”


마리는 천천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실 이야기는 간단했다. 카난이 요새 영 표정이 좋지 않다고.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약간 다급한 태도를 보인다고. 온갖 미사여구와 불평불만으로 꾸며진 긴 이야기였지만 주요 요점은 그것이었다. 확실히 좀 별일이네요. 그 카난상이 그런 태도를…다이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 일이…확실히 좀 이상한데요…”

“확실히 이상하지? 카난은 평소에 정말 답답할 정도의 그 느긋~한 성격의 보유자인데 말야!”

“뭐,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마리상이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면…확실히 평소와는 다르긴 한 가 보네요. 혹시 이유는 물어봤나요?”

“아니…그냥 별 일 없다고만 이야기 하더라구.”

“으음…무언가를 숨기는 카난상이라. 뭔가 큰 일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러게…”


마리는 한숨을 푹 내쉬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평소의 다이아였다면 ‘좀 더 몸가짐을 조심해 주세요.’라고 한 소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엎드려 있는 마리의 표정이 정말 쓸쓸해 보였으니까.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는 일이네요. 다이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엎드린 마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다이아.”

“왜 그러시죠?”

“다이아도…어디 아파? 왜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고 그래?”

“……”

“아얏! 왜 때려!”

“자업자득입니다!”

.

.

.

“무슨 일이야? 이 한밤중에 날 따로 불러내고.”


늦은 밤, 카난의 집 근처에서 우칫치는 조용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카난을 향해 말을 걸었다. 카난은 천천히 뒤로 돌아서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할 말이 있어.”

“뭔데?”

“우리 아버지의 병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무슨 소리야. 아버지의 병은 확실히 진행이 멈췄잖아.”


우칫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카난은 으득, 하고 이를 갈더니 이내 큰 소리로 우칫치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계신다고! 확실히 주요 병세는 악화가 멈췄지만, 오래 병세가 지속되는 탓에 합병증이 생겨서 이대로 더 가면 생명에 지장이 가실 수도 있다고…!”

“그건 당연한거잖아.”

“…뭐?”


순간 카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칫치를 바라보았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당연한 거라니? 그런 카난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는지 우칫치는 태연한 목소리로 설명을 늘어 놓았다.


“잘 들어봐 카난. 네가 처음에 빈 소원이 뭐지?”

“…지금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이 낫게 해 달라고 빌었지.”

“맞아. 넌…지금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빈 거지, 다른 합병증 증상까지 낫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버지가 완전히 건강해지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어야지. 안 그래?”

“너 이자식…!”


카난은 순간 우칫치의 멱살을 잡아 번쩍 들어올렸다. 마치 목을 단번에 부숴버리겠다는 무서운 기세. 카난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우칫치를 노려보았다. 진짜, 죽여버릴 거야. 카난은 그렇게 생각하며 우칫치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온 우칫치의 말에 카난의 손이 멈추고 말았다.


“화 나는 건 이해해. 하지만 네가 이러는 사이에도 아버지는 또다른 합병증이 생겨버리실지도 모르겠는데…그래도 괜찮아?”

“큭…”


카난은 이를 갈며 우칫치를 놓아주었다. 우칫치는 땅으로 가볍게 착지하더니, 이내 카난을 향해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


“걱정 마, 카난. 아버지가 병은 물론이고 다른 합병증까지 다 털어내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 그게 뭔데?!”


카난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급히 물었다. 우칫치는 의미심장한 말투로 대답했다.


“간단해. 최대한 빨리 어둠들을 사냥하면 되는 거야. 그럼 그만큼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복의 양도 빨리 채워질 거고, 그럼 다른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아버지의 병이 나을 수 있어.”

“…정말이지? 또 거짓말하는 것 아냐?”

“물론. 말했잖아, 난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또, 라니 조금 불쾌한걸.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그건 카난 너도 잘 알잖아. 소원을 잘못 빈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으스대는 우칫치를 보니 카난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칫치랑 입씨름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도 병석에서 힘들어하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단 1초라도 더 서둘러야 했다.


“…그럼 치카랑 다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마리랑 둘이서 최대한 빠르게 많은 어둠을 잡아아겠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


카난은 놀란 표정으로 우칫치에게 물었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마리까지 내버려두고 다니는 건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우칫치의 설명에 카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리와 함께 어둠 사냥을 다니면, 당연히 얻게 되는 행복의 양도 반으로 줄게 되거든. 하루라도 빨리 행복 에너지를 모으려는 카난에게는 좋은 방법이 아냐.”

“그 소리는…나 혼자 어둠 사냥을 다니라는 거야?”


카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칫치에게 되물었다. 분명 이해가 가는 설명이긴 했지만,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우칫치는 그런 카난의 마음에 쐐기를 박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리고 어차피 카난은 충분히 강하잖아? 혼자 퇴치를 하러 다닌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텐데.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이젠 언제나 함께야, 카난!’


순간 카난의 머릿속에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는 마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 카난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냈다. 물론 마리와의 우정도, 약속도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생명이 걸린 상황. 다른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카난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으니까. 적어도…아버지의 병이 다 나을 때 까지만이라도…”


그것은 우칫치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마치 자신을 달래기 위해 애써 다짐하듯 꺼내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카난을 보며 우칫치의 눈동자가 잠깐 빛난 것을 카난은 미처 눈치채지 못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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