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먼 훗날 러브라이브를 잊는다면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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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312708
- 2019-04-15 15: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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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버려도 되는 거야?"
이사를 도와주던 후배가 그런 말과 함께 나에게 보여준 것은 한때 심취해있었던 러브라이브의 음반.
이제는 먼지를 뒤집어 써 제대로 재생될 지도 알 수 없는 그것을 보고 불현듯 이런 저런 생각이 밀려 들어 왔다.
처음에 러브라이브는 화려한 컨텐츠가 아니었다.
담당 성우들도 대부분 무명에 가까웠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1집 CD는 분명히 400장 정도 밖에는 팔려나가지 못하였다.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창고에 쳐박힌 1집처럼 사라져 버릴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아니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스스로를 어필해 나갔다.
아이마스의 파쿠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상처입더라도 결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더라도 조금씩, 하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나는 그녀들에게 매료 되었고, 그런 사람들은 늘어만갔다.
그리고 애니화가 발표되고, 그녀들이 브라운관에서 처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환호한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으리라.
나 자신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으니깐.
초반 전개가 지루하다, 답답해서 못 봐주겠다 하는 말을 들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잊혀질 줄만 알았던 그녀들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만 봐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그녀들처럼 그녀들 또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에게 매료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매료되었고, 기존에 알던 사람들도 다시금 새롭게 매료되었다.
기분 탓일까. 내 눈에는 그녀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러브라이브라는 작품을 인생이니 영혼이니 하면서 웃고 떠들었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그녀들을 만나고 난 다음의 내 인생의 일부는 러브라이브가 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들을 만나고, 나는 대학에 복학했다.
그녀들이 화면에 나오는 순간, 나는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녀들이 새롭게 화면에 나온다고 하는 순간, 나는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녀들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나는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녀들이 무대 밖으로 사라진 순간,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현실에 치여 그녀들을 잊고 지내게 된 순간, 나는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어찌 보면 내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우연일 뿐인, 단순한 무언가였을 뿐인 그런 사소한 서브컬쳐이고.
굳이 그것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벌어졌을 일들이었을지도 모르고.
"형, 이거 버려도 되는 거냐고."
"아니, 버리지마."
"이상하네. 물건 같은 거 잘만 내다버리는 사람이."
그렇지만 어디선가 들려온다.
그녀들의 화이팅이라는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목소리에 나도 속으로 답해준다.
너희도 화이팅이라고.
하이스 | 아 진짜 눈에서 땀나네... 후... | 2019.04.15 15: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