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형 동생들 나는 입덕 2개월차 늅늅이야
물갤에 처음 글쓰는 거라 서론이 좀 긴데 적당히 스킵하면서 봐줘.
0. 서론
러브라이브를 들어만 보고 그간 별 관심없이 살고 있었는데
2월에 우연히 조조로 극장판을 보고나서는 애니랑 음반 니코나마 우라라지까지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야. 게임은 재능이 없어서 못하고..
꽤 늦었지만, 4월에 내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꼭 가야겠다 들떠서 표를 알아봤는데
어차피 좋은자리 다 나가고 몇 표 안남았지만 그거라도 꼭 사서 내한 가려고 했단 말이지?
그런데.. 안그래도 없는 형편에 갑작스런 지출이 생겨버려셔 당분간 쓸 수 있는 총알이 5만원 언저리뿐인거야...
라이브는 못가지만.. 다행히 라이브뷰잉이라는게 있길래 그건 갈 수 있겠다 싶어서 4만원을 질렀어.
거기까진 그래도 좋았는데. 공연을 즐기려면 블레이드 라는게 필요하다네? 있으면 좋다 수준이 아니라 거진 필수인거 같은데 말이야.
어차피 뷰잉이지만 그래도 블레이드가 있으면 좋잖아. 그래서 알아봤는데 역시나 가격이... 남은 돈 만원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한없찐에 블없찐이지만 돈 없으면 닥치고 버로우 해야지. 그렇게 체념을 하다가 문득 직접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 전에도 자작블 만들어본 사람들이야 차고 넘치고 그중에도 금손이 또 한트럭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정보를 얻기가 좀 어렵더라고. 외국어는 독해가 딸리고.
그냥 내가 원하는 걸 한정된 예산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무작정 만들어봤지.
주절주절 서론은 여기까지고, 자작블 만들어본 이야기를 간단하게 써볼게.
1. 재료 및 가격 소개
재료 사진을 따로 안찍어서, 재료 사진들은 다 인터넷에서 같은걸 찾아서 캡쳐한거야.
attiny85 개발보드, 1.1달러. hc-06 블루투스 모듈, 2.4달러.
아두이노라고 들어본 사람이 있을거야. 대충 내가 짠 프로그램대로 동작하는 초미니 초저사양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돼.
아두이노 종류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것들 중에 가장 저렴하고 (사양도 가장 딸리는) attiny85 칩이 쓰인 보드를 구해 썼어.
그리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블레이드 색을 조절하려고, 역시 가장 저렴한 hc-06 모듈을 썼지.
10파이 3색(RGB) LED, 5파이 흰색 LED. 합해서 500원.
보통 블레이드에 들어가는 LED가 RGBW라고 4색 발광이 되는것으로 아는데
그런거는 아무리 싸게 잡아도 5달러는 줘야겠더라.. 거기에 색조절을 하려면 보드에서 PWM 출력이라는걸 해야하는데
attiny85 보드는 PWM 출력을 최대 3핀(3가지 색)밖에 지원하지 않아. 그래서 그냥 저렴한 3색 LED와 on/off만 할 흰색 LED 하나씩.
원통형 AAA 건전지 홀더 (3구), 푸시락 스위치. 합해서 2천원.
18650 리튬 전지를 쓰고 싶었지만. 역시 싼 게 장땡이지.
(사진은 없지만) 두께 0.3mm 투명 PVC 판 (B4 사이즈). 1500원.
그리고 점퍼케이블과 저항 몇개. 이건 지인한테 (바지잡고 매달려서) 공짜로 받았어. 그냥 사도 천원 아래야.
마지막으로 건전지, 스카치테이프, 절연테이프와 인두, 땜납은 집에 있는걸로. 다들 집 구석에 찾아보면 있을거야.
다 해서 8천원 정도 들어갔네. 나는 재료들을 거의 최저가로 산 거지만 대충 잡아도 만원 안팍으로 마련할 수 있을거라고 봐.
2. 본체 만들기
먼저 보드와 모듈, LED+저항을 점퍼선을 사용해서 연결했어. LED와 저항은 납땜을 했고.
내가 연결한 방식을 묘사한게 왼쪽 그림이야. 좌하단이 attiny85 보드인데 모양이 좀 다른건 저게 정품이고 내가 산건 짝퉁이라서 그래.
참고할 부분은 HC-06 모듈에서 TX만 보드의 2번핀에 연결하고, RX를 비운 이유는 꽂을곳도 없을뿐더러 어차피 블루투스 신호를 받기만 할거거든.
(5번핀이 비어있지만 저건 RESET핀이라서 굳이 연결해서 써먹으려면 귀찮아져... 없는 핀이라고 생각해야해)
혹시라도, hc-06 모듈중에 일부는 5V가 아니라 3.3V용으로 만들어진게 있거든? 그러면 저대로 VCC에 바로 꽂지 않고 저항을 써서 전압을 맞춰줘야해.
그리고 건전지 홀더와 푸시락 스위치를 연결해줬어. 홀더나 스위치나 생각없이 납땜하면 플라스틱이 녹아버리니까 좀 어렵더라.
보드 연결용으로 나는 집에 있던 싸구려 충전전용 5핀 케이블을 잘라서 썼는데 그냥 점퍼핀으로 연결해도 무방해.
최대한 짧고 가늘게, 나중에 만들 케이스의 손잡이 부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충 해봤는데 참 멋이 없다ㅎㅎㅎ
참고로 저정도가 길이 15cm, 직경 3cm 정도야. 두루마리 휴지심보단 조금 더 가늘어.
3. 프로그램 만들기
(1)보드에서 블루투스 신호를 받아 LED를 제어하는 프로그램
(2)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신호를 보내는 프로그램
두가지가 필요한데, (1)은 아두이노 IDE에 C/C++을 사용하고 (2)는 앱인벤터로 블록코딩을 했어.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있는 물붕이들이라면 아주 쉽고 단순해.
보드에 들어갈 프로그램은 딱 50줄짜리. 블루투스로 문자열를 받아 읽어서 R,G,B,W LED를 켜는게 전부야.
보통 안드로이드 앱을 만든다면 자바/코틀린 이지만 내 실력이 허접인데다 그렇게 요란하게 만들만한게 아니니까
앱인벤터라고 원래는 급식먹는 동생들이 코딩의 기초를 쉽게 배우게끔 만든 블록코딩을 활용한 앱 제작 툴이 있어
그걸로 대충 뭐 누르면 무슨 신호가 가게끔 하는 아주 단순한 앱을 만들고 스마트폰에 설치했지.
앱 화면은 이래. RGB를 수동으로 조작하거나 아래의 버튼들로 프리셋을 설정하고 불러올 수 있어.
멤버별 블레이드 색 RGB값은 물갤에 고닉형이 올린 글을 참고했어. 정보 정말 고마워!
다만 3색 LED가 싸구려(내 회로구성도 싸구려) 라서 각각의 색의 출력이 다르기 때문에
R,G,B값을 1:1:1로 맞출수 없고 직접 눈으로 봐가면서 비율을 조정해야 했어.
이쯤에서 작동 테스트. 생각보다 잘 된거 같아서 이때까진 실컷 자아도취에 빠져있었지.
4. 케이스 만들기
PVC판을 길쭉하게 잘라내고, 본체가 딱 들어갈 만큼의 직경의 원통으로 만들었어.
본체를 힘줘서 당기지 않으면 안빠지지만, 흔들다가 빠질수도 있으니 스위치쪽 끝을 테이프로 고정할거야.
본체가 들어있는 부분을 손잡이로 삼고 테이프로 칭칭 감아 가려서 마무리. 반대쪽 끝도 테이프로 막고 마무리.
대충 만들고 보니 실제 블레이드보다 더 두꺼워져버렸어. 직경 3cm, 길이 36cm. 무게는 대충 스마트폰의 절반. 거의 경광봉 수준인데?
경광봉 들고 응원해도 뭐 어때? 어쨌든 그럴싸한 모양이 나왔으니 만족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5. 완성?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다! 생각하고 당장 실사용 테스트를 해봤는데...
응?
응?
내가 기대한건 울트라 오렌지인데, 내 손에서 소박하게 빛나는 이건 왠 조빱 낑깡이지?
나중에 알고보니, attiny85 보드는 출력 전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LED에는 20mA의 약한 전류밖에 넣을 수가 없어.
(아두이노를 비롯한 대부분의 보드들이 대체로 이와 같아)
LED의 작동 전압은 약 3V니까. 전력으로 따지면 0.06W. 킹블 X10이 최대 1.5W니까 킹블의 4%...에 불과한 호롱불이 되버린거지.
LED를 더 밝게 하려면 강한 전류를 보내야 하고, 그걸 제어하려면 NPN 트랜지스터와 저항이 더 필요한데...
문제는 그렇게 밝게 하더라도 내가 사용한 싸구려 LED가 시판 블레이드에 비벼볼 만큼의 출력을 보여줄 것인지도 미지수인거야.
이쯤에서 결국 현자타임이 와버렸고, 일단은 여기서 매듭을 짓기로 했어.
6. 맺으며
자작블따위 헛짓하지 말고 돈 모아서 블레이드를 사자
결국 제대로 완성한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노력한게 아깝기도 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다시 보완해볼 생각이야. 좋은 결과가 나오면 또 글 올릴게.
좋은 본보기는 안되겠지만 혹시 나처럼 자작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뻘짓도 있구나 하고 참고삼아 봐준다면 글 쓴 보람이 있겠어.
혹시 궁금한게 있거나 태클,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무엇이건 환영이야.
글 쓰면서 아리샤가 알레르기로 못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안타깝네...
샤팬미도 못갔고 내한때도 볼 기회가 없는건 아쉽지만 건강이 중요하지. 푹 쉬고 쾌차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