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치카 9편임니다
딱히 글 주인공을 정해둔 건 아니지만, 이번 편의 주역은 루비
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1862
1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3199
2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6089
3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1538
4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3764
5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6771
6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9192
7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76508
8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98388
---------------------------------------------------------------------------------------------------------
카난의 소원에 담긴 무게와, 우칫치의 대답으로 인해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 속, 모두들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치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사실 마리쨩의 소원이 뭔지도 물어보고 싶었는데…괜찮을까?”
순간 요우는 당황했다. 치카가 평소에 둔하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굳이 또 소원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요우는 곧 납득했다. 치카가 어째서 소원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하고 신경 쓰고 있는지, 자신은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긴 치카쟝이 마법소녀가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빌고 싶은 소원이 뭔지 정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지. 요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리는 치카의 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미소 지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좀 전의 경박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가벼운 미소와는 달리 정말 진지한 표정.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변화였다. 그런 마리를 보며 놀라는 한편 요우는 살짝 안심했다. 생각보다 무겁거나 말하기 힘든 소원은 아니었나 보네. 다행이다. 이윽고 마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소원은 간단해, 내 친구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아…”
잠시 후 마리가 데헷, 하고 혀를 내밀며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에헤헤, 조금 부끄럽습니DA! 카난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게 하다니, 치캇치는 정말 너무하네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요시코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좀 전까지의 그 진지함은 다 어디로 날려 버렸는지, 한없는 가벼움만이 마리의 얼굴에 가득 맴돌고 있었다. 뭐, 아까 보여준 그 표정과 말이 진정한 마리의 속마음이겠지만. 요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미소 지었다.
“어? 그럼 지금 마리쨩의 소원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아? 우치우라에 결국 돌아왔고, 카난쨩과 이렇게 함께 어울려 어둠 퇴치도 하러 다니고 말야.”
“맞아요 치캇치. 지금 이 순간 순간이 제가 소원을 이룬 그 상황이에요. 저는 정말 행복하답니DA!”
“마리도 참…”
카난은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조금의 부끄러움과 나머지는 행복으로 가득 찬, 정말 예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석양이 내린 바닷가 해안 도로를 따라 걸으며 소녀는 작게 한숨 쉬었다. 얼굴에 떠오른 어두운 표정은 귀여운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겁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소녀는 또다시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도 잔뜩 실수했지. 하나마루쨩과 같이 밥을 먹다 물컵을 넘어뜨려 하나마루쨩의 교복을 더럽히고, 체육시간에 달리다 넘어져서 부축을 받아 양호실에 다녀오고, 힘내서 청소를 하다 그만 쓰레기통을 쏟아 버리고…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투성이었어. 하나마루쨩과 친구들은 괜찮다고 했지만…솔직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대체 난 언제까지 이렇게 칠칠치 못한 아이로 살아야 하는 거지? 내가 정말 쿠로사와 가문의 딸이 맞기는 한 걸까? 모두들 언니를 의지하고, 언니에게 기대하고, 나도 늘 언니에게 도움만 받고…이럴거면 쿠로사와 루비…대체 나는…뭐 하러 태어난 걸까. 루비는 조금씩 눈가가 젖어왔다. 그때 순간 바다 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루비의 양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끈 중 하나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아, 안돼! 저건 언니가 선물해 준 머리끈이란 말야! 루비는 급히 날아가는 머리끈을 쫓아 달렸다. 계속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머리끈은 제법 멀리 날아가 인적이 드문 산길 입구 근처에서야 비로소 내려 앉았다. 그나마 밝은 빛의 머리끈이라 이제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깔리고 있음에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행이다, 바위 위에 떨어져서 그렇게 더러워지지도 않았네. 루비는 머리끈이 놓여 있는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자, 머리끈의 바로 뒤에 뭔가 조그마한 것이 하나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인형인가? 좀 더 다가가자, 그것의 모습이 완전히 눈에 들어왔다. 바다사자…인형이네? 누가 여기다 이런 걸 버린 거지? 루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머리끈 뒤에 앉혀져 있던 인형이 움직이며 루비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안녕, 쿠로사와 루비?
“삐, 삐기?! 이…인형이 움직였어…? 마, 말도 해? 루비의 이름도 알고 있어?!”
뭐, 뭐야.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루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신의 눈과 귀를 두번 세번 의심했다. 하지만 그 의심을 박살내며 인형은 계속해서 루비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니야 루비, 난 지금 너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이 맞아. 지금 네 눈앞에 보이는 건 현실이야.”
“으…으유…하지만 인형이 말 하는 건…”
“난 인형이 아냐, 우칫치라고 해.”
인형은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우칫치, 라. 조금 웃긴 이름이네.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칫치를 향해 조심스런 말투로 물었다.
“우, 우칫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데 우칫치는 왜 루비한테 말을 건 거야…?”
“뭐, 간단해. 너한테 이야기 할 게 있거든.”
“이야기?”
난생 처음 보는 인형인지 동물인지 모를 희안한 생물이, 루비에게 할 말이 있다고? 루비는 이 상황이 그저 난감했지만,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아. 지쳐 있던 루비에게 이런 상황은 가슴속 조금의 설렘을 돌려주었다.
“응. 루비, 혹시 마법소녀가 되어서 네 꿈을 이뤄 볼 생각 없어?”
순간 약간 고양되어 있던 루비의 기분이 순식간에 내려 앉았다. 인형이 말을 하는 것부터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인형이 말을 하는 상황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말하고 움직이는 인형은 정말 신기한 것이 긴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신기한 인형과 대화 하고 있을 시간에 다른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만약 이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꺼낸다면? 인형 같은 생물이 말을 한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아니 오히려, 이제 덜 떨어진 아이가 정신까지 이상해졌다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거기다 뭐? 마법소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정말 자신을 향한 실낱 같은 기대마저 없어질 것이 뻔했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소중한 언니조차 루비를 이상하게 보는 광경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자신은 그런 망상을 쫓을 때가 아니었다. 좀 더 노력하고, 지쳐 쓰러질 때 까지 달려도 간신히 언니의 그림자만 쫓아갈 수 있는 처지. 루비는 한껏 차가워진 표정으로 우칫치를 향해 말했다.
“미안, 그런 꿈 같은 이야기에는 어울려 줄 생각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 루비는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 순간 돌아선 루비의 뒤를 향해 우칫치가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음…그래? 억지로 권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좀 아쉬운걸. 그동안 쭉 지켜본 결과…너에게 정말 기대가 컸는데 말야.”
우칫치의 말은 루비를 그 자리에 멈춰 서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루비는 다시 천천히 우칫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기대, 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인지 몰랐다. 그 단어의 울림이 이렇게까지 달콤하고 매력적으로 들릴 줄은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루비는 지금 누군가의 기대와 관심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루비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했다. 저런 말에 밑도 끝도 없는 말에 함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착하고 순진하다는 이유만으로 저런 달콤한 말로 속여진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루비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우칫치를 향해 말했다.
“네 말 대로라면…쭉 날 지켜봤다는 거야? 하긴, 내 이름을 아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어째서 그런 거야?”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마법소녀가 적성인 사람은 드무니까, 오랫동안 관찰하며 지켜볼 가치가 충분하다구.”
뭐야, 정말 마법소녀인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날 계속 지켜봤다는 거잖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생물체에게 오랜 시간 관찰당해왔다는 사실에 루비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솔직히, 좀 기분 나쁜데.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너에게 관찰 당했다는 거잖아. 그거, 잡혀갈 만한 범죄라는 건 알고 있지?”
“그건 인간일 때의 이야기고. 나는 마법 생물이니까 인간이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지 않아.”
“그건…”
갑자기 왜 현실적인 말을 하는 건데.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생물 주제에. 루비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루비를 향해 우칫치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리고…그런 대답을 하는 것 치곤 표정이 꽤 좋아 보이는데?”
“뭐?”
뜻밖의 말에 루비는 당황했다. 뭐? 표정이 좋다고? 불쾌하고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라? 그리고 뒤이어 우칫치가 루비의 생각을 확인사살 하는 말을 꺼냈다.
“너, 지금 미소 짓고 있어.”
루비는 천천히 양 손을 얼굴로 가져가 자신의 입꼬리를 살짝 만져보았다. 그것은 분명,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순간 루비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거울 없이도 알 수 있었다. 평소 자신과의 미소와는 전혀 다른, 순수하지 않은 악의가 담긴, 질투, 적의, 오만, 광기, 증오, 그런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는 남들은 물론이고 특히 언니에겐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보여줄 수 없는 그런 비틀린 미소. 그 미소가 지금 자신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루비는 누군가에게 기대 받고 있다는,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어느샌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순진하고, 바보같고, 늘 실수만 했던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자신을 무시해오던 모든 이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어 줄 수 있다는, 그런 자신의 안에 숨겨져 있던 비틀린 욕망. 그것이 루비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좋은 표정이라고? 루비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우칫치에게 물었다.
“…넌 이게 지금 좋은 표정으로 보여?”
“응. 아주 좋은 표정이야. 마법소녀가 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표정.”
“마법소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는 건 둘째 치고, 어째서 지금 내 표정이 마법소녀가 되기에 좋은 표정이라는 거야?”
루비는 날카로운 말투로 되물었다. 하지만 우칫치는 그런 루비의 태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마법소녀를 움직이는 주요 에너지원은 행복이니까. 그 표정은 마법소녀로서의 힘을 발휘하기에 더 없이 좋은 표정이지.”
우칫치의 대답에 루비는 더 어이가 없어졌다. 행복? 대체 이 표정의 어디가 행복하다는 건데? 설마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이제 주변 사람도 모자라 이런 조그마한 생물까지도 날 비웃는 거야? 루비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잔뜩 적의를 담아 우칫치를 향해 쏘아붙였다.
“넌 지금 내 표정이 행복해 보여?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미친 거 아냐?”
“아니 난 미치지 않았어, 쿠로사와 루비. 내가 하는 말은 지극히 옳아. 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음 뭐 쉽게 말하자면…극과 극은 통한다고 해야 할까? 다 그런건 아니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절망과 불행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불행한 사람인 만큼, 그 만큼의 행복을 얻을 수 있지. 마치 로그함수 같은 거라구. 낮으면 낮을수록 위로 올라가기 편한 거야. 즉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지금의 너는…마법소녀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지.”
루비는 순간 한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칫치의 말이 맞았다. 불행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는 애초에 자신의 행복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당연한 거니까. 마치 굶어본 적이 없는 부잣집 아이가 배부름의 행복을 모르는 것 처럼. 반대로 굶어야 했던 아이는 배부른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칫치는 지금 그것을 말 하고 있었다. 하지만…지금 내가 느끼는 불행은…루비는 다시금 우칫치를 향해 질문했다.
“그 감정의 발로가, 전혀 순수하지 않은 것이라도 괜찮은 거야?”
“상관없어. 연쇄살인마는 사람을 죽이면서 쾌락과 행복을 얻잖아? 그것이 순수하고 선한 의도가 아닐지언정, 살인마는 극단의 행복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지. 결과적으로 비슷한 거야. 그 행복의 기저에 존재하는 원인이나 그것을 표출하는 방향이 어떻든, 자신이 행복의 감정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마법소녀는 충분히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니까.”
연쇄살인마라는 소름끼치는 비유까지 나왔지만, 이제 루비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비틀린 욕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지금의 루비에겐 너무나도 달콤하게 들렸으니까.
“…내가 그 마법소녀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이득은 뭐가 있어?”
“소원. 무슨 소원이든, 단 하나의 소원을 이룰 수 있어.”
“그 어떤 소원이라도?”
“물론.”
“…너무 조건이 좋은데. 뭔가 또 있지?”
루비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칫치를 추궁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것. 수 많은 실수를 경험하며 자신이 배울 수 있었던 한 가지 진실 중 하나였다. 소원을, 그것도 무슨 소원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큰 대가를 절대 공짜로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루비를 향해 우칫치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간단해. 그 소원은 너의 행복 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거야. 단, 누구나 가진 행복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거든. 그래서 소원을 이루기 위해선 그만큼의 행복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끌어와야 하고, 마법소녀는 자신의 적인 ‘어둠’을 퇴치해서 얻은 행복 에너지로 소원을 이루는 거야. 즉, 열심히 어둠을 물리쳐야 하는 거지. 그래도, 자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렇게 확실하게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생각해. 대개는 아무리 노력한들, 행복을 얻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건…그렇지.”
노력의 양과 결과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이것이 루비가 배운 또 다른 진실 중 하나였다. 그랬다면 자신은 지금쯤 그 누구보다도, 심지어 언니보다도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 있어도 모자란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노력한 양만큼의 대가를 정확히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루비의 마지막 남은 망설임을 완전히 없애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루비는 우칫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할게.”
“정말이야?”
“응. 대신 자세히 알려 줘야 해. 그 ‘어둠’이라는 것이 대체 뭐고, 마법소녀가 된 뒤에 내가 어떻게 그것을 퇴치해야 하는지 대해서 말야.”
“물론이지. 걱정하지 마. 자 그럼…너의 소원을 이야기해 주겠어?”
우칫치의 물음에 루비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내가, 쿠로사와 루비가 지금 이루고 싶은 소원은, 바로…루비는 눈을 다시 뜨며 우칫치를 향해 자신의 마음 속 소원을 천천히 입밖으로 꺼냈다.
“내 소원은…언니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