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고전] 성악설전(聖樂雪傳) -後-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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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09 15:21:35
그리하여 시간(時間)이 지나 악구아(樂求我)가 아홉 명이 모여 라부라이부(羅部羅怡富)의 동해지역(東海地域)에서의 예선(豫選)에 나가 새로운 가락인 기적적파도(奇跡的波濤)를 공연(公演)하여 라부라이부의 장원(壯元)을 가르는 결선(決選)에 나가게 되었으니 이를 기뻐하지 않을 사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하늘은 어찌 기쁜 일만 일어나게 해주지 않는 것인가. 포지성여학당(浦之星女學堂)의 이사장(理事長)이자 악구아의 일원인 소원국리(小原鞠莉)의 아비의 「해가 지나기 전까지 학당에 새로이 다니겠다는 학도(學徒)가 일백(一百)이 넘지 않을 때, 학당(學堂)을 닫겠다.」라는 말에 따라 악구아가 지금(只今)까지 노력(努力)했지만 결국(結局) 두 사람을 남기고 무위(無爲)로 돌아가고 말았으니 악구아와 포지성여학당의 학도들, 그리고 화자(話者) 또한 울었으니 이 이야기에 그 누가 슬퍼하지 않으랴. 특히 이사장이라는 책임(責任)이 있던 소원국리와 악구아의 우두머리였던 고해천가(高海千歌)의 슬픔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그러나 라부라이부에서 장원이 되어 학당의 이름을 역사(歷史)에 남기려 하니 이를 장하다고 하지 아니할 사람 누가 있을꼬.
그리하야 라부라이부 본부(本部)에서는 결선(決選)에 나가는 학당악단을 다른 지역예선(地域豫選)에 초청(招請)하였는데, 악구아가 북해도(北海道) 예선에 초청되었으니 이 북해도라는 곳은 초하(初夏) 때 만난 성설(聖雪)이 있는 상관(箱館), 왜놈들 말로 함관(函館)이 있는 지역(地域)이라.
악구아가 함관에 당도(當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항구(港口)*에 악구아를 아는 무리들이 모여들었으니 과연 왜어(倭語)로 애불(愛弗), 우상(偶像)이란 뜻을 가진 학당악단이었다.
*조선시대에 공항, 애시당초 비행기를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해서 그냥 항구라고 번역함.
그 뒤로 어찌어찌하여 당도한 라부라이부 북해도 예선이 열리는 함관의 한 경연장(競演場)에 있는 성설의 대기실(待機室). 이렇게 악구아와 성설은 함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를 필연(必然)이라 하지 아니하고 무엇이라 하겠는가. 성설의 우두머리인 녹각성량(鹿角聖良)은 악구아에게 「다음에 만날 곳은 라부라이부 결선이 될 것이오.」 라 공언(公言)하였고 악구아 역시(亦是) 그리 될 줄 알았으나 그 말이 공언(空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예선에서 녹각성량의 동생이자 성설의 일원인 녹각리아(鹿角理亞)가 경연(競演) 중에 마음의 부담(負擔)이 너무 컸던 모양인지 중심(重心)을 잃고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이로써 성설이 결선에 나가는 일은 무위에 그쳤다.
그렇게 경연이 끝나고, 악구아는 함관을 유람(遊覽)하면서도 한 때 경쟁(競爭)하였지만 같은 목적(目的)을 가지고 있던 동무가 낙방(落榜)하였으니 이를 안타깝게 여기었으니 과연 학당을 구하기 위해 모인 열녀(烈女)**들이었다.
**열녀 : 절개가 굳은 여자라고 하는데 본인은 절개를 신념 비슷한 것으로 해석했음.
이곳 저곳을 유람하던 가운데, 악구아가 다과(茶菓)를 즐기기 위해 국천(菊泉)이라는 다점(茶店)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거(渠)***들은 이상함을 느끼는데, 다점에 주객(主客)이 없었다. 다시 말해, 장사하는 주인(主人)도 없었다.
그래도 악구아는 일단 들어왔으니 앉기로 하는데, 흑택홍옥(黑澤紅玉)**** 만이 무언가를 알고 가게 깊숙히 들어가자, 녹각리아가 자신(自身)의 방에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 이는 이 다점이 성설의 자가(自家)라는 것이었다.
***어떤 윾동 센세가 거(渠)라는 한자가 조선시대 때 쓰던 3인칭이라는 걸 알려주심.
****음차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을것 같음. 다이아도 금강석으로 바꿀 것.
녹각성량은 거들을 융숭(隆崇)하게 대접(待接)하였다. 또한 작일(昨日)의 일에는 개의(介意)치 아니한 듯이 반응(反應)하였지만 녹각리아는 악구아와 자신의 언니에게 차갑게 대하며 자신은 더이상 학당악단을 계속(繼續)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하자 흑택홍옥은 악구아와 녹각성량 마저 깨닫지 못한 녹각리아가 한 말의 의미(意味)를 깨닫게 되었다.
사실 녹각리아는 녹각성량이 학당을 필업(畢業)하는 금년(今年), 마지막이었던 자신의 언니와의 라부라이부에서 장원(壯元)이 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것이 자신이 조심하지 못하여 헛짓이 되어 버렸으니 죄책감(罪責感)을 짊어진 녹각리아의 심정(心情)을 어찌 헤아릴꼬.
이를 자기(自己)와 같다 생각하여 녹각리아를 어여삐 여기고, 또 라부라이부의 결선이 끝나면 자신도 녹각리아와 같이 될 처지일 흑택홍옥은 이를 자신의 언니인 흑택금강석(黒澤金剛石)에게 위로(慰勞)받고 어둠이 깊어질 무렵, 녹각리아를 찾아간다. 녹각리아는 처음에는 흑택홍옥에게 차갑게 대하였으나 흑택홍옥의 위로에 서서히 죄책감을 드러내고, 이에 흑택홍옥은 팔번판(八幡坂) 언덕에서 열리는 성탄절(聖誕節)•잔치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악구아와 성설의 합동가무(合同歌舞)를 제안(提案)하게 된다.
•서학(西學)의 기리사독(基利斯督, 현대어로 그리스도)의 탄신(誕辰)을 기리기 위한 날.
흑택홍옥은 이를 준비(準備)하기 위해 악구아의 동무인 국목전화환(國木田花丸)과 진도선자(津島善子)에게 도움을 구하여 이 둘은 기쁘게 맞이하였으나 녹각리아는 이를 반기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국목전화환이 말끝에 주라(珠拏)••라 하는 말버릇때문에 학당의 도서관(圖書館)이라는 학도들이 자유(自由)로이 책(冊)을 볼 수 있는 곳에 흑택홍옥과 둘이 있을 때가 많다고 이야기하자, 녹각리아는 자신도 학당에서 그럴 때가 많다며 서서히 경계(警戒)를 풀었으니 이 때 녹각리아는 굉장히 가애(可愛)하였다. 화자는 이에 녹각리아를 춘대례(春待禮), 새침데기라고 평(評)하겠다.
••어릴 적 국목전화환의 조모(祖母)가 국목전화환과 놀아줄 때, 구슬을 던지며 구슬을 잡으라!(珠拏!)고 하던 말에서 유래(由來)되었다 한다.
그런가 하면, 흑택홍옥은 녹각리아와 누구의 언니가 으뜸인가 하고 설전(說戰)을 벌이며 의외(意外)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진도선자도 지금까지의 타천사(墮天使) 요하내(耀下來)•••와는 다른 제대로 예(禮)를 갖추어 충격(衝擊)을 주었다.
•••진도선자가 자신을 일컽는 이름으로 옛날부터 운수(運數)가 흉(凶)하여 자신은 원래 하늘의 선녀(仙女)인 천사(天使)였으나 서학(西學)의 유일신(唯一神)에게서 버림받았으며 빛이(耀) 땅으로(下) 내려왔다(來) 이름지었다.
그리하여 어찌저찌 새로운 가락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특(奇特)한지고. 다만, 그 가락을 팔번판 언덕의 잔치에서 부르기 위해서는 함관공회당(函館公會堂)이라는 관아(官衙)에서 허가(許可)를 받아야 하였다. 그러나 녹각리아나 흑택홍옥 둘 다 친하지 아니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했으니 이를 어찌하리. 국목전화환과 진도선자에게 격려(激勵)를 받았으나 뜻대로 되지 아니하였으니 이 사정(事情)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딱하게 생각했을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망설이고 있던 흑택홍옥은 「나는 나의 언니에게 지금까지 용기(勇氣)를 받고 있었구나!」 라 생각하여 각성(覺醒)하게 되었고 녹각리아도 이에 힘입어 간청(懇請)하였으니 이에 울지 아니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로써 허가를 받긴 하였지만 「가무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팔번판 언덕을 채우리라!」 라는 공약(公約)을 걸었으니, 이는 한 때 북해도에서 제일가는 성설과 리부라이부의 결선에 나가는 악구아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자 흑택홍옥과 녹각리아, 성악설(聖樂雪)••••은 먼저 라지오(羅地俉)라는 먼 곳에서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계(機械)를 통해 홍보(弘報)를 하였고, 나중에는 녹각리아와 녹각성량의 학당인 성천학당(聖泉學堂)의 여학우(女學友)들도 녹각리아를 먼저 찾아와 자신들도 가무를 보겠다고 말해주었으니 이들의 뜻을 어느 재물(財物)에 비하랴!
또한, 성악설은 자신들의 가무를 가장 보여주고 싶어했던 흑택금강석과 녹각성량을 함관산(函館山)의 정상(頂上)에 불러모아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밝히니 이에 감동(感動)받지 아니할 사람이 또 있을까! 녹각성량과 녹각리아, 흑택금강석과 흑택홍옥은 서로 껴안으며 감사(感謝)를 표(表)한다.
그러나 고해천가를 포함한 악구아도 흑택홍옥과 녹각리아 몰래 나름대로의 준비한 것이 있었으니 이것이 완전(完全)한 열 하나의 성악설의 시작(始作)이었다.
리아 커여워요
코드 치기 귀찮아서 반고닉씀 걍
오하요소로 | 좋은글이네요 | 2019.04.09 15:22:43 |
ㅇㅇ | 물론 읽진 않았습니다 121.168 | 2019.04.09 15:24:42 |
이나미 | 2019.04.09 15:3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