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판 마지막 상영을 동대문에서 보고,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아쉬움과 여러 소회들이 몰려와서 그냥 몇 자 끄적여볼까 해.
물갤에서 눈팅한지는 꽤 됐지만, TVA만 다 보고 어떤 오프라인 활동이나 굿즈 구매도 안해본 사람이었어. 뭔가 오프라인에서 덕질을 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예전에 진행했던 콜라보 카페도 갈까 생각만 하다 한 번도 못가고 시간만 보냈지.
그런데 왠지 물장판은 보러 가야 할 것 같아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예매를 하고, 티켓을 뽑고, 특전을 받는 일이 어색해 쭈뼛거리면서 매점에서 받은 생애 첫 특전은 다이아 색지. 일러가 참 예뻐서 기분좋게 상영관으로 향했어. 포토세션에 나온 4센님을 몇 장 찍고 앉았는데, 인트로부터 폭풍 오열할뻔했다. 곡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노래 안에 그동안의 아쿠아의 이야기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아쿠아의 고민들과 기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울고 웃었다. 특히 리코가 강아지를 키우고, 가사에 집중도 어려워하던 치카가 진지한 얼굴로 가사를 써내려가고, 언니가 없으면 늘 긴장하고 어려워하던 루비가 여유있게 MC를 보고, 아쿠아 외의 다른 누군가에게 손 내밀지 못하던 요시코가 웃으며 손을 내밀던, 멤버 하나하나의 성장이 보이는 조그만 장면들마다 마음이 울리더라.
Believe again이 끝나고 분홍 깃털이 날아 누마즈로 이어지던 장면, Brightest Melody 전체의 연출들, 해가 떠오르던 순간들,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3학년들, 그리고 가사들... 너무너무 벅차오르는 장면을 지나고, 해가 지는 우라노호시 앞에서 '모두 마음 속에 남아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아마 물장판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던져주지 않았나 싶어.
학교 앞에서 해안가까지를 뛰어가며 1년을 회상하던 멤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도 가슴을 울리더라. 다시 제로로 돌아가기도 했고, 가장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이루지 못해 분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서, 그래서 괜히 울컥했었어.TVA를 통해 함께 지켜봤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나봐.
바닷가에 도착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어린 치카의 모습도, 함께 나란히 바닷가에 선 멤버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Next sparkling 무대 전 화이팅을 외칠 때, 3학년의 7, 8, 9 콜이 나올 땐 정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더라.Next Sparkling이 흘러나오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마지막 '아쿠아, 선샤인!'이 들리는 그 순간까지는 정말 내내 감동하면서 볼 수밖에 없더라.
그렇게 물장판은 나한테 어떤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극장판 한 번 보러가는 것도 망설였던 스스로가 특전이 다 떨어졌다는 말에도 6회차 관람을 하고, 콜라보 카페를 가는 것도 망설였던 내가 콜라보 카페를 드나들면서 폴라로이드를 다 모아내는 걸 보면서, 내가 이 '존재'들을 참 많이 애정하게 됐다는 걸 느꼈어.그래서 더더욱, 물장판을 극장에서 더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고 서운하더라.
그렇게 물장판과 함께한 몇 주가 흘렀어. 나한텐 참 새로운 계기가 된 시간들이라, 의미있는 시간들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깊어진 애정만큼 컨텐츠들도 만들어보고 싶고, 갤에 이런 것 저런 것들 올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참, 이것저것 모르는 거 많아서 물어봤을 때 친절하게 알려주고, 콜라보카페에서 쭈뼛거리며 교환 요청했을 때 흔쾌히 바꿔줘서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 많이 만나자 물붕쿤들.
가끔 주변 덕후들한테 오시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선뜻 오시캐가 누구라고 대답하기 힘든 이유는 아쿠아 전체가 나한테 큰 의미라서가 아닐까 싶어. 그만큼 아쿠아 멤버 하나하나의 성장이 나한테는 참 많은 감동과 기쁨이 됐었던 것 같아. 물장판과 함께한 시간들이 나에게도, 물갤러들한테도 소중한 시간들이었길 소망해본다. 야밤에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잘자 물갤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