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고 내용은 취객 신고임. 신고 넣자마자 파출소에서 임의동행으로 데려감)
물붕이 자칫하면 내한 못보고 병원에 누워있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사실 사고는 다른 피해자 분이지만 조금만 늦었으면 그 피해자 혹은 눈앞에서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사람이 내가 될 뻔 했음.
잔업 후 퇴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걷는데 길을 건너서 한 30초쯤 지났나?
반대편에서 자동차와 자동차가 추돌해서 범퍼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
그래서 뒤돌아봤는데 승용차 1대가 택시를 들이받은 것 같더라고.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곧바로 뒤이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사고 현장에서 어떤 여자분이 오열하며 비명을 지르는 거야
그 순간 나는 존나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직감해서 오던 길 되돌아서 서둘러 달려갔다.
사고 현장이 반대편이라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 20초가 20분처럼 느껴지더라 진짜 왜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오죽 급했으면 길 건너기 전부터 전화 어플 켜고 119 번호 입력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난 여러차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한지라 이게... 트라우마가 있는데다 이미 사고 현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갈지말지 망설였는데 여자분 오열하는 소리 듣자마자 이건 가야만 한다 하고 얼른 달렸다.
그리고 길 건너자마자 상황을 파악하는데 인도에 피해자로 보이는 한 분 누워있는데 미동이 거의 없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운전석에서 축 쳐져서 내리질 않더라고.
그래서 시간이 약 1분 정도 흘렀으니 119는 분명 누군가 신고했을 거고 요즘은 소방이랑 경찰 무전이 공유되니까 같이 올거라 믿고
혹시나 운전자의 도주 우려와 2차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하고나서 한 10초인가 20초인가 흘러서 우리동네 관할하는 119구급차 엄청 다급하게 달려오고
소방본부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더라.
현장 상황은 대강 어떤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 구급차 추가로 출동 필요한지 물으시길래
상황 설명 하고 피해자는 일단 한 분 정도로, 선착한 구급대원분이 필요하면 무전으로 요청하실 것 같다며 통화 종료함.
곧이어 사고 현장이 경찰서 본서랑 가까워서인지 본서 교통계 경찰차, 관내외 순찰차를 여러대 출동시키기라도 한 듯
경찰차가 7~8대나 계속 몰려오더라;; 살면서 내가 경찰에 신고해서 순찰차가 저렇게나 몰려온 건 처음이라 순간 소름돋았다;;
아무튼 사고처리가 이어지는데 정황을 보니 사고 피해자가 딸이랑 같이 인도를 걷다가 혹은 택시를 타려고 했거나 내리던 도중에 사고가 난 듯 하더라
따님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너무 충격 먹어서 계속 오열하는데다 운전자는 내리질 않으니 따님이 격노해서 빨리 내리라고 하는데 하... 내가 다 먹먹하더라
거기다 사고를 낸 차량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정차해 있거나 서행하던 택시까지 들이받은 모양이야.
사고가 꽤 복잡하게 났는데 이래서 순찰차가 몰려온 듯;; 본서의 교통계 담당자분이 직접 사고 수습 지휘를 하실 정도였거든.
뭐... 시간이 지나서 구급대원분이 피해자분 조치해서 사이렌 제일 긴급한 걸로 울리면서 병원으로 질주하고
응급조치랑 운전자 신병 확보는 완료된 듯 해서 사고 현장을 벗어나 귀가했는데
이제 맨 위에서 피해자나 충격적인 상황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사람이 왜 내가 될뻔했는지 좀 더 설명해줌.
버스에서 내려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건너고나서 불과 1분도 안돼서 사고가 났고
만약 횡단보도 신호가 1분 정도 더 늦게 작동했으면 진짜로 내가 차에 치이거나 차에 치여서 다친 사람을 직접 보거나
혹은 파편 때문에 다칠 수도 있었겠지...
집으로 오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정말로 조금만 늦었으면 저 아버님이 아니라 내가 큰일날뻔 했더라고...
내 옆에 있던 다른 행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하... 그래서 부처님이랑 돌아가신 아버지랑... 하늘께서, 조상님들 모두가 날 도우셨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나밖에 없는 아들래미 좋아하는 아이돌 보겠다고 그렇게나 고생했는데 사고 때문에 못보면 안되니까... 아버지 생각하니까 눈물이 핑도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교통사고를 여러차례 당하거나 목격한 게 꽤 돼서... 사고의 처리나 원인결과를 떠나서 사고가 났다는 그 자체를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 하는데 이걸 거의 씻어내준 한 분이 계셔.
그 분은 바로 아까 통화했던 소방본부 상황실의 소방관 분인데
내가 신고는 경찰에 했지만 통화 내용이 공유되니까 사고 수습에 기여를 해서인지 정말 대단히 감사하다고 해주시더라...
그 말 한마디에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소중한 생명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뿌듯함 느끼고,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을 구하는 숭고한 직업이자 현실의 영웅인 소방관분에게 감사하다는 말 들으니까 마음이 누그러지더라.
누구나 한 번 쯤은 그랬을 거고, 나 역시 그랬지만 어릴적 꿈이 소방관이었는데 이렇게나마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그 사람을 도와야만 하는 일인 사고나 재난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 절대.
끝으로 사고 피해자분은 일단 의식은 있으신데 부디 크게 다치지 않았길, 무사히 완쾌 하시길 계속 바라며 글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