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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요우「친애하는 치카 쨩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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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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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3-26 13:51:43
◇――――◇
치카의 집
치카(17)「음......으으응―......」
치카「어라......어라?」
치카「엑, 집이다!? 어째서!?」
치카「............」
치카「그야 그렇지 뭐. 왠지 엄청 리얼한 꿈이었네......」
치카「......윽」지끈...
미토「......치카, 일어났어?」
치카「어, 아......좋은 아침」
미토「......괜찮아?」
치카「............?」
미토「일단, 리코 쨩 와 줬으니까 들여보낼게? 아, 카난 쨩도 밑에서 밥 먹고 있으니까 좀 있다가 부를게」
치카「응......」
치카(――괜찮냐니, 뭐가?)
터벅터벅...
리코「아, 열어도 돼?」
치카「괜찮아―」
리코「......좋은 아침」
치카「조은 아침」
치카「무슨 일이야―, 그런 어두운 얼굴로」
리코「......무, 무슨 일이냐니」
치카「에?」
리코「그런 일이 있었는 걸」
치카「그런, 일?」
리코「농담은 그쯤 해 둬...... 요우 쨩 말이야」
치카「요우 쨩......」
치카「요우, 쨩............」
지끈...
치카「윽, 으읏......」
리코「치카 쨩!?」
치카「으, 으......으으으윽......뭐, 뭐야 이거, 뭐지 이거어어......」뚜욱, 뚜욱...
치카(리코 쨩의 목소리가 열쇠가 된 것처럼, 머릿 속 깊은 곳으로부터 기억이 밀려들어온다)
치카(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
치카(요우 쨩, 나는――)
◇――◇
치카(17)『음―, 이 쪽 불꽃축제도 괜찮네. 다 같이 놀러간 축제랑은 또 좀 달라서』
강가 윗쪽의 작은 언덕. 조그마한 돗자리를 깔아 놓곤, 요우 쨩과 둘이서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요우(17)『그렇네!』
퍼―엉.
고막을 세게 때리는 불꽃 소리.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와 함께 생겨난 동그란 바퀴 모양 불꽃이 천천히 밤하늘에 녹아 들어간다. 오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 이라는 것 같았다.
치카(17)『크다아―』
요우(17)『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더 커진대!』
치카『그렇구나!!』
조금 먼 곳에서 열리는, 처음 보는 불꽃축제.
요우 쨩이 왠지 조금 흥분한 채로, 같이 가자고 해 줬다.
멤버들도 다 같이......라고 말하려고 하자 마자, 「둘이서!」 라고 말하면서 불꽃에 지지 않을 정도의 미소로 일정이 적혀있는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지.
본격적으로 불꽃 축제가 시작되려는 참이다.
요우『오』
요우 쨩이 몸을 앞으로 드밀었다.
밤하늘을 가르듯, 피유웅, 하고 피기 전의 불꽃 씨앗이 하늘 높이 솟는다.
높이, 높이.
요우『―치카 쨩!!』
귓전에 요우 쨩의 말이 닿았다. 큰 목소리였다. 옆을 돌아보자 곧바로 시선이 마주쳤다. 큰 눈,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연하고 선명한 하늘색. 두근, 하고 무언가 세게 맥동한다.
요우『―좋아합니다!!!!!』
퍼―엉.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불꽃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자 마치 꽃잎이 늘어지듯 빛이 꼬리를 물며, 서서히 그 형태를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치카『아, 아니. 아니아니. 그, 요우 쨩. 지,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얼빠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지, 요우 쨩이 입가에 손을 대곤 푸훗,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요우『아하핫! 못 들었어?』
들리긴 했다. 하지만 그런 의도로 물어본 게 아니었다.
요우『정말이지― 어쩔 수 없네. 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
그녀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요우『―나 말야. 치카 쨩을 좋아해!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 주세요』
치카『윽』
녹아들어갈 것만 같다. 솔직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치카『......!?』
무엇보다도, 큰 소리였다.
씨익 하고, 하얗고 아름다운 치열을 보여주는 요우 쨩.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버들잎은 이미 밤하늘에 녹아 있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면, 어딘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오전 여섯 시 반. 드물게도 여름방학 숙제를 빨리 해치우는 편이 좋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쥔 지 오 분. 백지 그대로인 종이가 눈 앞에 있었다.
치카『하― 숙제 같은 건 없어도 되는데』
치카『......』
이틀 전, 불꽃축제 날.
오랜만에, 나와 요우 쨩 둘만의 여름축제. 조금 멀리라도 가고 싶었다던 요우 쨩의 부탁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멤버들이랑 다 같이 주변에 열리는 불꽃축제에 갔었는데도.
일부러 나랑, 둘이서.
치카『......언제부터였을까』
대체, 언제부터 나를.
우리는, 친구, 소꿉친구인데.
치카『대답, 해야, 하겠지』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 그래. 아주 조금 나도 두근댔었다. 그렇지만 분명 그 두근거림은, 지금껏 고백받아본 적도 없었으니까, 정면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고백받았기 때문....이려나? 놀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치카『그치만, 역시 너무 갑작스러워......』
――거절하자.
근데, 뭐라고 거절하지?
고백이랑은 상관없이, 요우 쨩은 변함없이 내 안에서 소중한 존재라고, 솔직히 그런 생각을 했다. 다행이었다.
적어도 상처입히기는 싫었다. 변함없이 계속 함께 있고 싶어, 같은 건 너무 사치스러운 바람이려나.
치카『대답, 해야 하는데』
그 이후로, 요우 쨩은 고백한 사람 치곤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딱히 안절부절못하지도 않고, 대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마치 고백같은 건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침 다음 날은 주말이었으니, 요우 쨩이랑은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의 연습은, 고백받은 날 이래로 처음 만나는 게 된다.
기다리게 한다는 건, 그대로 상처입히게 되는 것. 그러니까 오늘 대답해야 했다.
치카『그으래! 일단은 연습 준비하자!』
생각에 잠기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 날 떠오른 대답을. 그대로 돌려주자. 뺨을 손바닥으로 세차게 두드리며, 스스로 채찍질했다.
우당탕 씻으러 나가자마자, 정장 차림의 미토 언니에게 시끄럽다고 혼났다.
◇――◇
요우『오하요소로― 치카 쨩!』
치카『좋은 아침―』
치카『오늘은 제때 일어났어?』
요우『당근이지』
아침에 의외일 정도로 약한 요우 쨩. 학교도 맨날 지각하기 일쑤고, 그 떄문인지 도시락도 맨날 안 가져오곤 했다. 여름방학이라 조금 여유가 생겼으려나.
요시코『내가 모닝콜 해줘서잖아』
요우『어우 훌륭한 타천사 님의 언령이었습니다아』
요시코『그, 그렇지?』
치카『뭐야, 역시 제대로 못 일어났구만』
요우『수면이야말로 살아있는 증거라고나 할까』
치카『아하하......』
역시 평소대로야. 요우 쨩은 대단하네.
그치만 응석부려서는 안 된다. 아마 내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대답을 요구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대로 우리 사이엔 없었던 일이 되려나.
리코『치카 쨩, 졸려?』
치카『아니이......』
◇――◇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요우 쨩을 불러냈다.
여기서 내려서 같이 편의점이라도 가자. 시골사람에겐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 쇼핑한다고 해 봤자 이 정도밖에 없으니까. 편의점에서의 쇼핑도 꽤 즐거워.
버스에서 내려서, 우리가 자주 들르는 편의점까지 둘이서 걸었다.
쨍쨍 내려쬐는 햇빛이 아스팔트에 반사되어선 용서없이 살갗을 찔렀다. 자외선 차단제 좀 더 바를 걸 그랬나.
평소와 다름없이 별 내용 없는 대화를 했다. 편의점에 들어서자 인공적이고 강렬한 시원함에 무심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치카『하아아, 기분좋아아』
요우『그렇네에』
둘이서 흐물흐물 녹은 채로 편의점 안을 돌아다녔다.
치카『아, 이거 신상품이다』
요우『달 거 같아......』
요우『난 이 쪽이 좋으려나아』
조리 식품 코너를 들여다보면서 입가가 느슨해지는 요우 쨩.
치카『엑― 도시락 먹었잖아』
요우『벌써 배고프다구―!!!』
에너지를 과다소비 하는 것도 요우 쨩입니다.
결국 나는 오렌지 맛의 조금 고급스러운 과채 쥬스를 샀다. 투명한 보틀 타입의, 무려 300엔이나 하는 물건이다.
요우 쨩은 평소랑 다름없이 가라아게가 네 개나 꽂혀 있는 꼬치와 차가운 물을 샀다.
치카『어라, 돈 없던 거 아니었어?』
요우『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돈 씀씀이도 내게 지지 않을 정도로 헤픈 요우 쨩이었습니다.
편의점을 뒤로 하고, 다시금 나른해지는 열기에 사로잡힌다.
근처에 마련된 주차장 갓길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침 뒤에 펼쳐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등이 시원했다.
요우『냠』
치카『한 입만 줘―』
요우『에, 네 개밖에 없어』
치카『짠순이』
요우『노, 농담인데에』
요우『대신 나도 그 주스 한 입만 줘―』
치카『에, 300엔이나 하는 건데』
요우『짠순이』
치카『농담이라니까아』
한참 같이 웃고는, 서로 산 물건을 한입씩 교환했다. 다시금 흐르듯 수다나 떨다, 다 먹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치카『나이스 샷』
요우『봤냐아』
이히히, 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일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치카『......』
요우『......』
말이라도 맞춘 듯, 서로 말이 없어졌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요우 쨩이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치카『저, 요우 쨩...... 대답, 할게』
요우『......응』
눈은, 마주칠 수 없었다. 나는 숙인 채 언젠가 샀던 등하교용의 심플한 운동화나 빤히 바라보았다.
요우 쨩은, 그렇게나 당당하게 마음을 전했는데. 그에 비해, 나는――.
치카『죄송합니닷!!』
둘 말곤 아무도 없는 주차장. 뒤에 펼쳐진 바다에, 거대한 푸른 하늘에, 그리고 어디까지나 펼쳐진 귤밭에, 내 목소리가 녹아 들어간다.
아, 말해 버렸다.
크게 허리를 숙이곤 입술을 앙다물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올려다보면 대체 요우 쨩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요우『――아하하!』
치카『에』
요우『어휴―고개 들어. 치카 쨩』
그 말대로, 고개를 들었다.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왤까. 왜 거절한 내 쪽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
치카『으......』
요우『신경쓰지 않아도 돼. 대답해준 것만으로도, 기쁘니까』
요우『으응―』
요우 쨩은 내게 등을 돌리고 양 팔을 번쩍 든 채로 기지개를 쭉 폈다. 하아, 하고 힘차게 숨을 내려쉬고는, 다시 원래대로.
요우『하―상쾌해―』
요우『아니 그게― 계속 말하고 싶었단 말이지. 중학교 때부터 말야. 계속.』
치카『......』
요우「중학생 땐 아직 좀 이르려나? 싶어서 고등학교 때, 타이밍 봐서 언젠가 말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그런 타이밍이 좀처럼 잡히질 않더라고」
요우「차라리 빨리 말하는 방법밖에 없어!! 라고 생각했어」
요우『너무 제멋대로 고백했다곤 생각했지만! 말 안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말야―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진심이었으니까』
치카『윽』
요우『그러니까, 대답해 줘서 고마워!!』
치카『응......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요우 쨩은, 소중한 사람이야!!』
요우『후훗』
등이, 조금 떨린다.
치카『?』
요우『으아――――――!!』
치카『요우 쨩!?』
갑자기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 요우 쨩. 도약하는 것처럼 달려나가 등이 멀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눈을 의심할 겨를도 없었다.
그리고 주차장의 한중간에 멈춰 서선, 이 쪽을 다시금 되돌아본다.
요우『나도! 치카 쨩이! 소중해―!!!!』
치카『윽』///
확성기를 든 것처럼, 양손을 입가에 모으곤 외쳤다. 매미 소리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치카『하하....』
요우『히히힛』
역시 대단해, 요우 쨩은.
치카『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터벅터벅...
치카『......』
치카(더워............더워......)
치카(정류장, 아직인가......)
요우『치카 쨩 괜찮아?』
치카『......』
요우『치카 쨩?』
치카『에, 아,......』비틀...
요우『어이쿠, ...... 혹시 열사병인가......속 안 좋아?』
치카『으, 조금......』
요우(걸음도 비틀거리고...... 어떡하지, 햇빛 피할 곳도 전혀 없는데......)
요우(그렇다면 이대로 내가 업고 정류장까지 달리는 편이 좋을지도...... 정류장까지는 1킬로미터도 채 안 될 거니까......괜찮을 거야)
요우『영, 차』
치카『요, 요우 쨩!?』
요우『정류장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대로 갈게! 괜찮아 괜찮아. 체력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치카『그, 그치만......』
요우『자, 이거 마셔. 정류장 도착하면 잠깐 누워서 쉬자』
치카『알았어......』
터벅터벅...
매앰매앰...
요우(그건 그렇고, 덥네에......)
요우(진짜, 몇 도쯤 되려나...... 40도 넘을 거 같은데. 올해 여름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 더워...... 지나다니는 사람 한명도 안 보이고......)
터벅터벅...
요우(위험해......나, 나도 왠지 어지러운데......)
요우『치카 쨩, 괜찮아?』
치카『으, 응......』
요우『......』
터벅터벅
요우(정류장까지는 조금. 조금만 더, 금방이야......)
터벅터벅...
요우『치카 쨩, 도착했어. 좀 더러울지도 모르지만...... 여기 누워』
치카『응......고마워......』
요우(어떻게든 도착했다......)
요우(보자, 버스 시간이......)비틀비틀...
요우(음― 꽤 남았네...... 차라리 데려다 달라고 전화하는 편이 좋으려나......)
요우『저기 치카 쨩』
치카『?』
요우『버스 늦게 올 거 같은데, 데려다달라고 말하는 편ㅇ――......』비틀...쿠웅...
치카『에』
치카『요, 요우 쨩?』
치카『요우 쨩!!』벌떡
치카『요우 쨩! 괜찮아!? 요우 쨩!』흔들흔들...
치카(바, 방금, 쓰러졌을 때, 엄청 위험한 소리 났어......)
치카(머리에 피는 안 나지만......)
치카『어, 얼른 사람 불러야 해』
뚜르르르르
치카『시, 시마 언니!! 요우 쨩이, 요우 쨩이!!!!』
◇――◇
치카『우......우웃......』
새하얀 시트를 감싸쥐곤 얼굴을 묻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일까,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삐익, 삐익, 듣고 싶지도 않은 전자음이 작은 공간에 한가득 울린다. 드라마에서나 곧잘 보던 풍경은 지금 바로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기계음 소리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게, 더욱이 최악의 기분이었다. 최악 투성이.
요우 쨩이 실려온 병원에서 몇 시간이나 이렇게 있었을까.
카난『치카......슬슬 가자』
치카『싫엇, 싫어어...... 요우 쨩이랑 같이 있을 거야!!』
카난『모두는 밖에 있어』
치카『훌쩍...... 우웃......』
카난『자, 이제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카난 쨩이 귓전으로 타이르듯 말을 걸어왔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걸.
카난『가자......』
카난 쨩은 내 팔을 상냥하게 잡고는 침대에서 떼어냈다.
인공호흡기를 쓰고 있는 요우 쨩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매번 데굴데굴 다양하게 표정이 바뀌던 소중한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난 쨩의 어깨를 빌려 어떻게든 병실을 나오자,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슬픈 건, 나뿐만이 아니야.
마리『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치카『내, 내 탓이야......나 때문에...... 죄송합니다......』
내가 열사병에 걸리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나를 걱정해준 요우 쨩이 저렇게 되고, 나는 가벼운 주사 한 방...... 이럴 수가.
다이아『......당신 탓이 아니에요』
다이아『운이 없었고...... 거기에......열사병에 대한 지식부족이 더해진 것뿐』
루비 쨩이 작게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이아 쨩과 하나마루 쨩이 등을 쓰다듬으며. 어떻게든 달래고 있다.
리코『치카 쨩......』
치카『응......』
한참을 울었다.
요우 쨩의 어머니 왈, 의식이 언제 돌아올진 전혀 예상이 안 간다고 했다.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는 듯하다.
지금은 딱히 다른 증상은 없다고 했지만, 의식 불명인 채로, 눈을 뜨지 않은 채 '저 멀리'로 가 버리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치카『그런, 그런 건, 너무, 해』
다시 눈물이 흐르려고 하던 참에, 미토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토『......데리러 왔어. 치카』
치카『응......』
나와 리코 쨩, 그리고 카난 쨩도 함께 미토 언니의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도 모두 말이 없었다.
답답하고, 괴롭고, 그런 분위기를 버티기 힘들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카난『......』쓰다듬쓰다듬
카난 쨩의 어깨에 머리를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이게 그저 한낱 꿈에 지나지 않길. 그렇게 빌며.
◇――――◇
리코「어제 미토 언니의 차 안에서 잠든 이후로, 일어나질 않는 바람에 카난 쨩이 방까지 옮겨다 줬어」
치카「......」
리코「미토 씨가 그냥 자고 있을 뿐이라고 하셔서 안심하긴 했지만......」
치카(맞아, 나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잠들었지...... 그대로......)
치카「요. 요우 쨩은 어떻게 됐어!?」
리코「......몰라. 그치만, 요우 쨩의 어머니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치카「그렇, 구나」
치카「......병문안, 가야, 해」
리코「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오늘은 다 같이 이야기해봐야 하는 날이야」
치카「그치만!」
리코「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의논해야 한다고...... 나도 생각해.」
치카「윽......」
치카(조금 곤란하긴 했지만 즐거웠던 꿈의 세계)
치카(리코 쨩의 비통한 표정이, 나를 차차 현실로 돌려놓는 듯했다.)
◇――――◇
다이아「―그래서, 요우 쨩 말입니다만.....」
치카「......」
멤버들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를 가르고, 다이아 쨩이 의연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
다이아「저는, 평소처럼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카「!」
마리「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마리「혹 오늘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내일은 정신차릴지도 모르는데다」
마리「......요우도 분명 싫어할 거야. 깨어나서 연습은 뒷전인 우리를 보고, 자기 탓에 Aqours를 망쳤다고 스스로 자책할지도 몰라」
마리「우리는 원래대로! 요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라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카난「나도, 그러는 편이 좋을 거 같네」
카난「치카는?」
치카「에, 아......」
치카「......」
평소처럼.
3학년 언니들이 말하는 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안돼안돼!! 네거티브한 걸 생각하는 건 나답지도 않아! 지금은 다이아 쨩이랑 모두가 말하는 대로, 우리가 평소처럼 지내야 해.
카난「치카―」
치카「그래!! 맞는 말이야! 끙끙 앓으며 스스로 몰아세운다고 해서, 요우 쨩이 정신을 차린다는 보증은 없어!! 그렇다면 우리들이 평소처럼 즐기며,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 두자!!」씨익
◇――――◇
요시코「치카 쨩......큰일이네」
리코「......응」
요시코「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리코「그치만, 치카 쨩은 굉장해. 무리해서라도, 어두운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해 주고 있어」
요시코「......그렇네」
리코「......」
리코「옛날부터, 어렸을 적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된 거야. 이제부터 함께 재미있는 걸 해 보자고 하던 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리코「치카 쨩의 마음을 생각하면...........나라면, 저렇게 지낼 수 없었을지도 몰라」
요시코「......차라리 저러지 않는 편이 마음은 편할지도 모르겠네」
리코「에......」
요시코「받쳐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편해지지는 않는다는 거야」
요시코「치카 쨩에게 있어서, 우리들이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이겠네」
리코「......그, 렇지」
요시코「뭐, 그 요소로 마인이라면 오늘이나 내일 쯤 멀쩡한 얼굴로 학교 올 것 같잖아. 왠지 그럴 거 같아」
리코「후후, 확실히 그렇네」
다이아「오늘 요우 쨩 병문안은 어떻게 할까요? 치카 쨩은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병실에 너무 사람이 많이 가는 것도 폐를 끼치게 될 거고......」
리코「아......저, 가고 싶어요」
다이아「그렇게 말할 거 같았습니다. 그럼 두 분께 부탁할게요. 괜찮죠?」
리코「네엡!」
◇――――◇
치카「요우 쨩...... 일어나지 않네」
리코「............응」
치카「나 말야 어제 계속 잠들었다고 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꿈을 꿨어」
리코「?」
치카「내가 죽어버린 세계로 가는 꿈」
리코「......」
치카「아하핫, 미안......꿈 이야기라니, 재미없지」
리코「......아니야. 들려줬으면 좋겠어」
――
치카「치카가 벌써 죽어버렸다니 그런 바보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라고 생각했지만......」
요우「......」
삐익, 삐익, 삐익......
치카「바보같은 일이 아닐지도,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슬퍼......」꾸욱...
치카「이번엔 우연히 요우 쨩일 뿐이고, 실은 내 가족이나, 나 자신이 이렇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엄청, 무서워」
치카「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몰라, 갑자기 병에 들지도 몰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고,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모두랑, 떨어지게 된다는 게......」
리코「............」
리코「그치만」
리코「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치카「......응」
리코「우리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움직일 수 있을 때 힘껏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거야...... 그렇지?」
치카「......응」
치카「............요우 쨩도, 함께했으면 좋겠네............」울먹...
리코「......」
치카「윽」쓰윽쓰윽
치카「이런 표정 해봤자 요우 쨩도 기쁘지 않을 거얏! 자, 오늘은 이만 가자 리코 쨩? 내일도 연습 있으니까! 그치?」
리코「............응」
요우「......」
치카「내일 다시 올게」꼬옥...
터벅터벅...
리코「저기, 치카 쨩......」
치카「?」
리코「......무리하지, 마」
치카「응......」
◇――――◇
치카의 방
치카「하아......」
치카「오늘도 끝인가아......」
치카「뭔가, 순식간이네」
치카「요우 쨩이 저렇게 된지 아직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연습도 시작해 버렸고......」
치카「......우리들은 이대로, 괜찮은 거겠지」
치카「......」새근......새근...
――
◇――◇
꿈을 꾸고 있었다.
이건 꿈? 응.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
나는 질퍽거리는 듯한 거친 길을 혼자, 걷고 있다.
한발짝 한발짝, 확실히 나아간다. 왜인지는 모른다.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발이 움직이는 듯한 신기한 감각이었다.
어두운 하늘은 무거워 보이는 회색 구름으로 뒤덮혀 있다.
올려다봐도 아까부터 같은 풍경이다.
요우「......」
걸었다.
계속 걸었다.
그리고, 언덕에 다달랐다.
앞쪽에서 무언가 들려온다. 물 소리다.
여전히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언덕을 오른 끝에, 정상에 이르자.
요우「!!!」
내려다본 곳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선명한 푸른 색. 멀리서 봐도 천천히 흐르는 시냇물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시내의 건너편을 확인한 나는 무심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요우「낙원......?」
색색이 크고 작은 꽃들이 흐드러지듯 피어 있다. 정신을 차리자, 머릿결이 살랑일 정도의 약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달콤한, 의식을 몽롱하게 할 정도로 좋은 향기.
답답한 구름만이 가득한 하늘도, 시내 건너편에는 마치 내 고향과도 같은 따뜻한 태양이 자리하고 있다.
가 보고 싶다.
저 편으로.
마음이 요동쳤다.
뭐가 있을까. 너무, 아름답다.
섣부르게 언덕을 뛰어내려갔다.
시내의 기슭에 다다르자, 더욱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투명한 시냇물이 돋보였다.
요우「얕은 물이다......」
조금 젖겠지만 건널 수 있을 거 같다.
저 편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으로.
한쪽 발을 개울에 담갔을 때였다.
「――안 돼」
요우「!?」
저 편에 사람이 보였다.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 같았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희고 얇은 구름이라도 덮힌 듯 불투명하게 보였다.
「......안 돼」
방울소리와도 같은 맑은 목소리. 뇌에 직접 전해지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감각에, 무심코 발길을 멈췄다.
요우「누구세요?」
왠지 모르게, 그리운 목소리였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나는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입가가 보인다.
처음 본 표정은, 상냥한 미소였다.
◇――――◇
지글지글―...
치카「......으응」껌뻑...부스스...
치카「......에」
잠들면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가는구나 느낄 때가 가끔 있었지만, 지금이 딱 그런 순간이었다.
눈을 뜨고 자연스레 몸을 일으키자, 시야에 비친 풍경을 보곤 곧 자기 방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글지글― 하는 뭔가 굽는 듯한 안심되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내 방은 주방과는 한참 떨어져 있으므로, 일어나자마자 요리하는 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다. 게다가, 연한 핑크빛 배경의 방.
치카「...............또?」
드르륵...
리코(22)「아, 치카 쨩 일어났어? 조금만 기다리면 아침 밥 다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치카「......」
나는 또, 이 세계로 와 버린 것 같다.
◇――――◇
치카(그래. 리코 쨩 품에서 울다 지쳐서 그만...... 그대로 잠들었구나......)
치카(맨날 울다가 지쳐 잠들기만 하네......)
리코「......이상한 이야기네」
리코「이 쪽에서 잠들면 저 쪽 세계로 돌아가고, 저 쪽에서 잠들면 이 쪽 세계로 돌아온다라......」
리코「하루종일 안 자고 활동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안 피곤해?」
치카「일단 어느 쪽 세계든 잠들긴 하는 것 같으니 몸은 엄청 건강해. 그치만 아직 조금 혼란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리코「그렇겠네......」
치카「저기 리코 쨩,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 하는 건 좀 어떨가 싶긴 한데」
리코「?」
치카「어제 말야...... 요시코 쨩이 말했어」
치카「요우 쨩이랑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리코「윽!!」
치카「......무슨 뜻이라고 생각해?」
리코「요시코 쨩......」
리코「글, 쎄...... 확실히 치카 쨩밖에 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
리코「요우 쨩, 지금도 치카 쨩을......」
치카「......못 떨쳐내고 있어?」
리코「맞아. 그것 뿐만은, 아니겠지만」
치카「―무슨 뜻ㅇ」
――뚜르르르르
리코「음, 요시코 쨩이네......」
요시코『여보세요. 아직 치카는 있어?」
리코「응. 있긴 한데......」
요시코『다행이다. 왠지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서』
리코「......」
요시코『그럼, 오늘은 치카 좀 빌려줘. 오늘은 내가 맡고 싶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리코「요시코 쨩......」
리코「응......알았어」
요시코『그럼 오후 일찍 갈게』
뚝
치카「요시코 쨩이 뭐래??」
리코「요시코 쨩, 치카 쨩이랑 오늘 하루 놀고 싶대. 아마 요시코 쨩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될 거야. 괜찮아?」
치카「아, 응!」
◇――――◇
역 앞
치카「으으~ 도시에서 혼자는 외로워어...... 휴대폰도 안 들고 있으니까......」두리번두리번
요시코「치카」
치카「앗! 요시코 쨩!」
요시코「미안. 기다리게 해서」
치카「아니 괜찮아! 핸드폰 같은 것도 안 들고 있으니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요시코「그렇구나...... 안 들고 있겠지......」
요시코「그럼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꼬옥
치카「와왓////」
요시코「?」
치카「으으」//
치카(뭔가, 멋져 보여...... 요시코 쨩 주제에...... 아니 요시코 쨩 주제에는 좀 실례인가......)
치카「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요시코「고등학생 치카랑 놀아줄까 싶어서」후후
치카「으, 뭐야 그게」
치카「알겠다! 기랑! 같은 거지!!」
요시코「하지 맛, 그건 이미 졸업했어!!」///
치카「에헤헤」
요시코「그럼 일단...... 우리 집 근처 역까지 가서, 주변에서 밥이라도 먹자」
치카「응!」
◇――――◇
치카(우와―...... 화려한 가게다아......)
치카(으으, 치카 같은 애가 와도 되는 곳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요시코「......」
치카(요시코 쨩, 여기 분위기에 너무 어울려어, 너무 예뻐졌다니까안!! 원래도 엄청 귀엽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우와...얼굴 작아... 목 길어...)빠아아아아안
치카(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 걸기도 한다고 했었지...... 그런 일 실제로도 있긴 하구나)
요시코「......너무 안절부절 못하는 거 아냐?」
치카「아, 아니 그치만 여기, 너무 화려하다고나 해야 할까...... 돈은 괜찮아?」
요시코「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
치카「에, 아...... 진짜네......」
요시코「괜찮지 여기. 마음에 드는 곳이야」
요시코「자 골라 봐」
치카「응......」
――
요시코「......뭐랄까」
치카「?」
요시코「널 보고 있자니 나도 나이 먹었구나― 같은 생각이 드네」
치카「그게 뭐야― 어린애 같단 거야―?」
요시코「넌 원래부터 어린애 같잖아, 그치만 왠지 넌 좀 더 어린애 같은 거 같아. 기분 탓이려나......」
치카「엑――!」
요시코「후훗, 뭐 나도 아직 사회에 진출하진 않았으니까...... 어린애라고 불러도 부정은 못 하지만」
요시코「옛날의 나였으면 확실히 이런 고급스러운 가게에 들어오면 두리번두리번 주위부터 둘러 봤을 거 같고, 번화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해」
요시코「지금이야 익숙해져서 그러진 않지만...... 치카를 보고 있자니, 그런 것도 실은 엄청 소중한 감각이었다는 걸 잘 알겠어」
치카「......」
치카「......왠지」
요시코「?」
치카「――솔직해졌네!! 요시코 쨩!!」
요시코「뭣/// 원래도 솔직했잖아!?」
치카「그럴 리가 없는걸!? 내가 알고 있는 요시코쨩은 저―얼대로 솔직이랑은 정반대인걸!!」
요시코「그, 그그그그그럴 리가!」
연하에다가, 솔직함과는 한참 거리가 있던 후배도...... 어딘가 온화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새, 둥글어진 모양이었다.
그건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다는 걸 마치 요시코 쨩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행동거지나 말투의 편린으로부터 전해지는 세월의 차이. 그럼에도 이렇게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것은, 마치 "치카 쨩" 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던 거야...... 라고 말하는 듯 싶었다.
◇――――◇
요시코의 방
요시코「음―...... 슬슬 잘까」
치카「좋아!」
요시코「잠깐...... 너는 잠들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갔던가?」
치카「아마, 정신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요시코「......신기하네」
요시코「......왠지, 이 타이밍에 네가 우리들의 세계에 왔다는 것......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치카「?」
요시코「생각해 봐, 요우 말이야. 이젠 마지막 학교생활을 보내는 것만 남았는데......」
요시코「분명, 재학 중 받았던 상처를 어디선가 마무리짓지 않으면 안 될 거야. 그건 1년 뒤가 될 지도 모르고, 10년 뒤가 될지도 몰라」
치카「......요우 쨩이랑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요시코「그래――요우를 구해줬으면 좋겠어」
치카「윽」
요시코「요우는 말야. 치카를 정말 좋아했어. 연인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요시코「그래서......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어. 늪 속은 탈출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전혀 벗어나지 못한 채로 지금도 점점 깊은 곳으로...... 되돌아오지도 못할 곳으로......」
요시코「요우의 멈춘 시간을......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나로서는 안 돼. 리코도, 카난도, 다른 누구도 요우를 구해줄 사람은 없어!!!」
요시코「요우의 손을 잡고, 다시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치카" 뿐이야......」
치카「치카, 쨩......」
요시코「이제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포기했었어. 그렇지만...... 치카, 네가 나타나 줬어」
요시코「이건 우연같은 게 아냐. 운명이라고 나는 믿고 있어. 요우의 학생 시절의 마지막인 지금, 네가 나타나준 건, 분명......」
치카「......」
요시코「미안해, 조금 열이 올랐네......」
치카「아니, 괜찮아......」
사람이 죽는다는 것.
실은 모두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주어지는 죽음은, 늦고 빠르고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모두, 심지어 나조차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이란 것이 실상 친한 사람을 잡아먹게 되면, 그 주위의 사람들도 발목을 잡혀 버린다. 그 시간에 가두어져선, 자신의 힘만으로 빠져나오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구원, 이라......
요시코「나 말야, 치카한테는 감사하고 있어」
치카「내, 내가 아니고...... 치카 쨩에게?」
요시코「......응. 나, 치카를 떠올릴 때, 치카가 만일 없었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질 때가 있어」
치카「?」
요시코「고등학교 때 친구가 생기거나,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과 마주하게 되거나......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네" 덕분이기도 하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어.」
요시코「치카가 나를 찾아내 주었으니까」
치카「......」
요시코「그치만 나는, 말하지 못했어」
치카「에」
요시코「감사하고 있다는 걸, 언젠가 말해야지 말해야지 생각했었는데, 결국 내가 말하기 전에, "치카" 는......」
치카「윽......」
요시코「아―......미안해......」울먹...
치카「괜찮아......」
요시코「그러니까, 말하게 해 줘...... 너를 통해서」
치카「윽......」
요시코「――"나"를 찾아내줘서...... 정말 고마워......」
요시코 쨩이 양손으로 손을 감싸쥔다. 어느새 새빨갛게 익은 눈에 맺힌 눈물. 그렇지만...... 해방감에 가득찬 것 같았다.
아...... 그렇구나. 요시코 쨩도, 이 시간에 가두어진 사람 중 하나였구나.
치카 쨩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서, 그 시간에 멈춰선 사람 중 하나였구나.
나를 찾아내줘서 고마워.
솔직히, 그 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치카 쨩이 아니니까. 요시코 쨩과는, 보내온 시간이 다르니까.
그래도 나에게 전하는 걸로, 치카 쨩에게도 전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알 수 있다. 만일 그걸로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치카 쨩, 들리나요?
요시코 쨩 말야. 말하고 싶은 게 있대. 드디어 말할 수 있었대.
분명, 듣고 있겠지.
치카「......」꼬옥...
요시코 쨩의 조금 차가운 손을 맞잡아준다. 일순 함께 웃고는, 수고했다고 말했다.
◇――――◇
요시코「휴, 어두운 분위기는 이걸로 끝!」
치카「기랑―」
요시코「진짜 화낼 거야」
치카「에엑―――」
요시코「내일 예정은?」
치카「딱히 없어」
요시코「뭐 그렇겠지. 학교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닐 테니」
치카「요시코 쨩은?」
요시코「나는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너는 리코 쨩한테 다시 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치카「응!」
요시코「......그리고, 일단 이거 줄게」
치카「?」
치카「열쇠? 아, 요시코 쨩 집 열쇠야?」
요시코「아니」
요시코「――요우 집 열쇠야」
치카「에」
치카「여벌 열쇠 가지고 있었구나......아, 사이 좋았으니까?」
요시코「응. 아니 애초에 나――요우랑 사귄 적 있어」
치카「............」
치카「헤?」
요시코「......잠깐이었지만」
치카「에, 에!! 뭐야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요시코「말하지 않았는 걸.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리코 정도밖에 모르고」
치카「지, 진짜야?」
요시코「정말이야」
치카「............」
요시코「일단, 뭐 그랬어」
요시코「다른 건 리코한테 적당히 물어봐」
치카「......」
요시코「그럼 불 끌게」
치카「......응」
요시코「그 열쇠로, 요우 집에 들어갈 각오가 되었다면...... 다시 나한테 연락해」
치카「......」
역시 요시코 쨩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단 느낌이었다.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은 탓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설지도 모른다.
사실은 요시코 쨩이랑 요우 쨩 이야기도, 다른 이야기들도 여러가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 없게끔 벽이라도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LieeN | 살짝 갓작품의 냄새가 나는데 이거 착즙기각인가 | 2019.03.26 14:0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