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쿠로사와 루비 -이미지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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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스타수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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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258529
- 2019-03-16 11:14:43
퉁
음정을 벗어난 불쾌한 소리가 일본풍 방에 울려 퍼졌어.
"삐깃~!"
나도 모르게 예전부터 입에 배어있던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
"또예요. 루비. 또 같은 곳에서 틀렸잖습니까. 그리고 항상 말하는 거지만 그 칠칠치 못한 비명소리는 무엇인가요."
거문고를 수업 때의 엄마는 언제나 무서워. 평소에는 굉장히 상냥하시고 좋은 엄마지만, 수업 때에는 항상 엄해지셔.
루비는 또 나도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어.
"아시겠나요. 루비. 당신도 우리 쿠로사와 가문의 일원. 이정도 일로 눈물은 흘려선 안됩니다."
엄마는 잠시 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어.
"이정도 일도 못해내서는 안되고요! 여태까지는 초등학생이었기에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당신도 이제 중학생입니다. 조금쯤은 언니를 본받으세요!"
"어...어머님... 그쯤하시면 이제 루비도 알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조금 있으면 무용의 수업 시간이..."
"흠. 그렇군요. 그럼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로 하죠....루비."
"삐깃! 아...아니... 네!"
엄마는 잠시 헛기침을 하시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어.
"당신은 우리 쿠로사와 가문의 일원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행동하세요."
"네..."
루비는 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어.
하루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시간. 수업에 방해가돼서 틀어올린 머리를 풀면 긴 머리가 찰랑찰랑거리며 내려와서 등에 닿아. 땀에 젖은 등에 머리가 닿는 감촉은 불쾌하지만. 그래도 거울을 보면서 생각해.
'언니랑 닮았어.'
그러면 왠지 언니에게 격려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
'루비는 언니처럼은 될 수 없어.'
언니... 루비의 언니 쿠로사와 다이아. 언니는 뭐든지 잘해. 전통무용도, 음악도, 꽂꽂이도, 공부도 일단 생각나는 멋있는 건 뭐든지 루비보다 잘해.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춤을 새봄에 떨어지는 벚나무잎처럼 아름답게 추는 걸까. 언니가 자아내는 거문고 선율은 어쩜 그렇게 맑고도 투명한 걸까.
왜 같은 시간을 연습하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정말 루비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돼.
정말로 같은 피를 이은 자식인걸까.
"으유."
작게 한숨쉬고 욕실 문을 열었는데 언니랑 마주쳤어.
"언니."
"루비."
타올로 몸을 닦는 언니. 막 목욕하고 나와서 그런지 언니의 뺨은 복숭앗빛으로 빛나고 있었어. 굉장히 예뻐. 우리 언니는.
"미안해. 언니. 아직 들어가 있는 줄 몰랐어."
"괜찮답니다.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저도 모르게 조금 더 오래 들어가 있었군요. 후후. 방학은 수업이 많아서 조금 힘든법이니까요."
"저기... 언니?"
"네. 무슨일인가요. 루비?"
루비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물어봤어.
"언니는 수업을 받기 싫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조금 이상한 질문이니까. 루비 굉장히 용기를 내서 물어봤어. 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대답해줬어.
"흠. 그렇군요. 분명 힘들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싫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그리고 싱긋 웃는 언니.
역시. 우리언니는 대단해.
루비는 아닌데.
도망치고 싶을때가 더 많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언니가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그건 루비도 마찬가지잖아요?"
"엣."
"내일도 함께 힘냅시다."
"으...응!"
언니는 참 좋아.
루비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어.
언니만큼은 못하더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내일도 힘내야지.
벌써 밤 열시. 원래대로라면 꿈나라로 떠날 시간이지만. 루비는 몰래 루비의 방에서 빠져나와서 거문고를 연습하는 방으로 향했어. 연습하고 싶었어. 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니의 바로 밑까지는 올라가고 싶었어.
한 시간 정도 연습하고 나왔는데.
"삐...삐기이이잇!!!!"
눈 앞에는 아빠가 있었어.
"아...아빠...아니 아버지..."
"루비. 왜 안 자고 있었느냐."
"우...으유. 루비. 거문고를 연습하고 싶어서..."
"루비."
아빠는 루비의 머리에 큼직한 손을 얹고 말했어.
"내일 수업시간에 아버지랑 미용실에 가자꾸나."
"에...엣?"
"전에 루비가 말했잖니. 머리를 잘라보고 싶다고. 아버지도 그편이 더 어울릴 것 같구나."
"그..그치만 수업이."
"루비."
아빠는 그 어느 때보다 자상하게 말했어.
"이제 억지로 안해도 된다."
루비. 잠시 눈이 핑 돌았어. 눈에는 눈물이 흘렀어.
"미안하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진즉에 그만두게 할 것을."
그게 아닌걸. 그게 아닌 걸.
기뻐서 우는게 아닌걸......
그도 그럴게 아빠. 언니한테는 이런 말 한 적 없는걸.
루비는...
못하니까.
억지로란 말이... 재능이 없다는 말보다 더 슬펐어.
루비는 그날. 아빠 품에 안겨서 하염없이 울었어.
아빠. 아빠. 하고
자상하게 안아주셨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
상쾌한 봄바람이 루비의 코를 간질였을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루비~~"
"아. 마루."
마루는 뛰어온 탓인지 숨을 고르며 말했어.
"머리가 갑자기 짧아져서 못알아봤잖여. 어떻게 된거여? 중학교 입학을 대비한 이미지 체인지?"
"으...응. 그렇지 뭐."
루비는 루비의 짧아진 뒷머리를 어색하게 만져봤어. 사실은 자르지 않아도 됐었는데.
"긴 머리도 예뻤지만."
"짧아진 머리도 굉장히. 잘 어울려유!"
마루의 미소가 왜인지 내 마음을 도려냈어.
필력 ㅈㅅ 갑자기 생각나서 써봄
우수회원 | 2019.03.16 11:25: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