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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마법소녀 치카-2-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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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256089
  • 2019-03-14 16:09:59
 




2편 올릴게여

슬슬 갈등 구조 세울 생각임

재밌게들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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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간 치카는 미토 언니의 무지막지한 잔소리 폭탄을 들어야 했다. 솔직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걱정할 정도로 늦게 돌아간 것은 사실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한들 전혀 믿지 못할 이야기였으니까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하긴 치카 자신도 지금 자신의 기억에 대해 긴가민가 한 상태였다. 하다 못해 다친 흔적이라도 있으면 자신의 말을 증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정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멀쩡한 상태다 보니 치카 자신도 점점 그냥 자신이 갑자기 쓰러져 잠들고 꿈을 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결국 치카는 꿈을 꾼 거라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었다. 사람이나 짐승을 꽁꽁 묶은 다음 먹어 치우는 검은 괴물이라니, 상식적으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요새 나 너무 피곤 했나봐. 치카는 결론 내렸다. 다만 아주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그 꿈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모습이 분명 낮에 보았던 리코와 매우 닮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왜 하필 리코였을까…”


치카는 그렇게 고민하며 잠시 뒤척거렸다. 하지만 곧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털어 냈다. 뭐, 낮에 나름 충격적인 만남을 가졌으니 꿈에 나타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카는 서서히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아, 치카쨩 좋은 아침!”

“요우 쨩도 좋은 아침이야! 그런데 오늘 어째 좀 교실이 소란스러운 걸…?”


치카는 평소보다 배는 더 시끄러운 것 같은 교실을 둘러보며 요우에게 물었다. 요우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하…그게 듣자 하니…전학생이 온다나 봐.”

“전학생?”


이 시골 한 구석의, 학생 수도 점점 줄어만 가는 이 학교에 대체 웬 전학생? 치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전학을 오게 된 걸까. 치카는 마음 한가득 궁금증을 품은 채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얼마 뒤 담임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전학생을 소개할게요!”


순간 치카는, 어제 바닷가에서 보았던 반짝이는 빛이 또 눈 앞을 스쳐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 그럼 설마? 그리고 치카가 생각을 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전학생이 교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리, 리, 리, 리코?!”

“치, 치카?!”


치카는 교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기겁하듯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람은 분명 어제 자신과 함께 바다에 빠졌던 사쿠라우치 리코였으니까. 리코 역시 치카를 발견하고는 잔뜩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교실 역시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자자 다들 조용! 어머 뭐니. 두 사람, 벌써 아는 사이니?”

“아 네 조금…”

“잘 됐구나. 아, 일단 먼저 자기 소개부터 하렴.”

“네. 사쿠라우치 리코입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학을 오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리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치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리코쨩, 정말 어른스럽네…뭔가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나랑은 좀 다른 것 같아. 그런 치카를 향해 담임 선생님이 말을 걸었다.


“타카미, 사쿠라우치와 서로 아는 사이라고 했지? 사쿠라우치, 저기 타카미의 왼쪽 자리가 비어 있으니, 거기 가서 앉도록 하렴.”

“네 선생님.”


선생님의 말에 리코는 가방을 들고 치카의 왼편으로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리코를 보며 치카는 생각했다. 어제 우연히 만난 사람이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올 줄이야. 이게 바로 운명이란 것 아닐까? 치카는 왠지 마음이 좀 들뜨고 있었다. 지루하고 평범하기만 했던 자신의 학교 생활에 리코라는, 조금이나마 변화의 계기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찾아온 것만 같아 더없이 기쁘기만 했다. 리코는 자리에 앉더니, 치카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치카.”

“으, 응! 나야말로!”


하지만 그 순간, 리코와 눈이 마주친 치카는 흠칫 놀랐다. 리코의 연한 호박빛 눈동자가 잠깐이나마 연분홍빛으로 빛난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어제 꾼 꿈에서 자신을 향해 다급히 달려오던 연분홍빛 눈동자와 겹쳐 보였다. 뭐지, 나 설마 또 어제처럼 갑자기 잠 드려는 건가? 치카는 살짝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치카의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을 향해 평범하게 미소 짓고 있는 리코의 얼굴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건 꿈이었는 걸.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치카는 다시 고개를 흔들며 잡념들을 털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

.

.

리코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보는 치카의 눈동자에 작은 불안의 감정이 스쳐 지나간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설마 어제 일로 나를 의심하는 걸까? 리코는 괜한 걱정이 되었다. 꿈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완벽한 상황을 꾸며 놓긴 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괜한 행동을 할 수도 없는 노릇. 그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치카를 향해 미소 짓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 순간 리코는 자신을 향한, 마치 찌르는 듯한 강한 시선을 느끼고는 살짝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치카의 뒤로 보이는 한 회색머리의 소녀가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오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것은 관심이나 호기심이 결코 아니었다. 적의, 분노, 경계. 그런 감정이 파란 눈동자 속에서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여전히 저러는 것을 보면, 애초에 그 감정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어째서 처음 보는 날 상대로 저러는 걸까.’


얼핏 살펴본 반 분위기로 보아 딱히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유도 없는 적의를 받을 정도로 자신이 튈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었다. 딱 하나, 자신이 취한 행동이 있다면…


‘설마…치카와 아는 체를 해서?’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라는 생각을 하려던 순간 리코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 같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었지. ‘그날’ 이후로 리코는 어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할 지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기로 마음먹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 과장된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결국 조금 행동을 조심하면서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겠네, 라고 결정했다.

.

.

.

“그래서, 도쿄에서 온 거야?”

“으응. 맞아.”

“우와. 도시에서 살다 오다니…좋겠다, 도쿄. 나도 도쿄에서 살고 싶어.”

“아하하…사실 별로 여기랑 크게 다를 것도 없는걸.”


쉬는 시간이 되고 리코는 어느새 반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리코는 무난한 대답을 하며 질문들을 받아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갑자기 치카가 아이들과 자신 사이에 끼어 들며 외쳤다.


“잠깐 잠깐 다들 좀 진정해! 리코쨩이 곤란해 하잖아? 너무 질문을 해 대면 당황스러울 거라구.”


치카의 말은 지극히 이치에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치카를 향해, 한 소녀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야 뭐야, 치카쨩. 설마 사쿠라우치상까지 독점하려는 거야?”

“에, 에?! 그게 무슨 소리야?”

“맞아 맞아. 설마 또 치카쨩의 미소녀 유혹하기가 시작되는 건가!”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뭇쨩!”

“아니 그렇잖아. 저 귀여운 요우쨩도 그렇고, 3학년의 카난 선배도 그렇고…완전히 치카가 독차지 하고 있잖아? 치카쨩 얼굴은 순진한 주제에 완전 미소녀만 꼬시고 다닌다고 소문이 잔뜩 나 있다고.”


어느새 치카는 세 사람에게 둘러 싸인 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늘 저렇게 놀림 받는 건가? 하긴 잠깐 만났을 뿐임에도 놀리기 좋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흥미롭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곤란해 하던 치카는 결국 한쪽 을 향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요우쨩도 카난쨩도 둘 다 나랑 엄청 친한 친구니까 그런 거라구! 요우쨩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아하하하…”


리코는 치카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회색머리 소녀를 보며 생각했다. 요우…라는 이름인 가 보네. 보니까 치카쨩과 굉장히 친해 보이긴 하는데…대체 왜 아까 나에게 그런 태도를…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요우가 리코를 향해 다가오더니,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미안, 늘 이런 분위기라서. 좀 소란스럽지?”


아까의 그 적의가 거짓말이기라도 한 것 처럼,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리코를 바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리코는 그 미소 뒤로 감춰진 작위적인 감정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음, 일단 겉으로는 티를 낼 생각이 없는 걸까? 여기서 아까 일을 따져 봐야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테니까…그래, 적당히 맞춰 주자. 리코는 마찬가지로 웃으며 그녀를 향해 대답했다.


“아, 아니야. 활기차 보이고 좋은 걸. 그러고 보니 너는…”

“와타나베, 와타나베 요우야. 나도 요우라고 편하게 불러줘. 치카쨩의 친구라면, 나한테도 친구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구나. 요우쨩…앞으로 잘 부탁할게.”


리코는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는 요우에게 마주 미소 지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요우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 차 있었다. 와타나베 요우라고 했나? 만약 이게 연기라면…좀 무서운 걸.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순간 치카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요우쨩! 모두의 인기인!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전학생에게 다가가는 저 모습을 봐 뭇쨩. 좀 본받으라고. 리코쨩, 이래뵈도 요우쨩은 인기도 많고 수영부의 에이스이기까지 한 엄청 난 사람이라구.”

“와…그거 정말 대단한걸…”

“아하하…별거 아냐. 그리고 잠깐 치카쨩? 이래뵈도 라니, 대체 내가 평소에 어떻게 보이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 아하하…요우쨩 그게 아니라…”


그렇게 치카의 양 볼을 쭉 잡아 늘리는 요우와 아프다며 버둥거리는 치카를 보며 리코는 살짝 미소 지었다. 뭐…연기일 지는 몰라도…적어도 저 두 사람의 사이는 분명 좋아 보이네. 보기 좋아. 하지만 한편 왠지 쓸쓸한 기분도 들어, 리코는 살짝 부러움의 감정을 담아 그런 두 사람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

.

어느새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학교 현관을 나서며 치카가 리코를 돌아보며 물었다.


“리코쨩은 어디 살아? 같은 방향이면, 함께 집으로 돌아 가고 싶은데.”

“나? 그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살게 되었어.”

“앗! 그 리코가 바다에 뛰어 들려고 했던 그…”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아, 응. 미안해, 헤헤. 아 그러면 우리 집도 바로 거기 근처인데! 집에 같이 돌아가자!”


치카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리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했다. 지금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오늘은 좀 일이 있어서. 미안해. 내일은 꼭 같이 집에 가자?”

“그렇구나…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요우쨩! 집에 가자! 버스 타는 곳 까지만 같이 가.”

“아 치카쨩 미안, 나도 수영부 일을 조금 도와야 해.”

“그렇구나…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은 혼자 집에 가야 겠네. 그럼 다들 내일 보자! 바이바이!”

“응, 내일 봐 치카쨩.”

“바이바이 치카쨩! 리코쨩도, 내일 보자.”

“응, 요우쨩. 잘 가.”


치카에 뒤 이어 요우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리코는 잠시 동안 교정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해가 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나자, 리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향한 곳은 학교 뒷편, 산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리코는 주변을 살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분명 이 근처에서 흔적을 느낀 것 같은데…”

“뭐해? 리코쨩?”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리코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어느샌가 다가온 요우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리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아, 요우쨩이구나…수영부에 간 거 아니었어?”


하지만 요우는 그런 리코의 말 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요우는 리코를 향해 다가오며 살짝 날카로운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뭐 해? 학교 끝나고 갈 곳이 있어서 치카쨩의 권유를 거절했던 것 아니야?”

“응. 그건 그런데. 잠시 잊은 게 있어서…”

“잊은 거? 잊은 게 대체 뭐길래 이런 사람도 없는 학교 뒷편으로 혼자 찾아온 걸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요우의 계속되는 추궁에 슬슬 리코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까의 그 눈빛도 그렇고, 지금 태도고 그렇고 분명 요우는 자신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역시, 아까 치카쨩 앞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연기였네. 적어도 치카쨩 앞에서는 착한 아이로 있고 싶은 건가?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요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

.

요우는 앞에서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는 리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조금만 건드려도 태도가 달라지네. 예상대로야. 그렇다면…그 이야기, 꺼내는 게 맞겠지. 요우는 한 차례 작은 심호흡을 하고는 리코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다 봤어.”

“요우쨩? 대체 뭘 봤다는 거야?”

“그날 밤. 치카쨩, 시이타케, 이상한 괴물, 그리고 너. 전부, 다 봤어.”

“……”


순간 요우는 리코의 눈동자에 동요가 스쳐 지나간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확신이 생기자 요우는 계속해서 리코를 몰아붙이기로 했다.


“숨길 생각은 하지 마. 치카쨩은 바보라서 적당히 속여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냐.”

“…소중한 친구 아냐? 꽤나 평가가 박한걸?”


결국 리코는 감추는 것을 포기한 듯, 미소를 지우고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요우를 바라보았다. 표정 한번 정말 차갑네. 만지면 동상 입는 거 아냐? 요우는 마치 기계 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감정한 리코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소중한 사람일 수록, 정확하게 봐 줄 수 있어야지. 그나저나…역시 맞구나. 치카쨩 앞에서 보여준 건 다 내숭이었구나.”

“…글쎄. 그걸 멋대로 판단하지 말아줄래? 와타나베.”

“…와타나베?”


순간 리코의 말을 들은 요우의 눈썹이 불쾌한 듯 꿈틀, 하고 움직였다. 연기하기를 포기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설마 다짜고짜 저런 태도를 보일 것 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으니까. 그런 요우를 향해 리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짜고짜 공격적으로 나오며 사람을 멋대로 판단한 건 그쪽이 먼저니까. 나도 굳이 친한 척 하고 싶지 않아서 말야. 그리고 치카쨩 앞이라고 내숭을 떤 건, 아까 와타나베도 마찬가지였잖아? 피장파장이라고.”


리코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귀 뒤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좀 전의 얌전하고 청초한 분위기와는 다른, 고혹적으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의 그 모습에 요우는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정말 잘도 내숭을 떨었네. 이 모습을 그대로 치카쨩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협박 재료로 쓸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요우는 약간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치자. 그나저나, 꽤나 고자세네? 지금 비밀을 쥐고 있는 건 나 아니야? 사쿠라우치.”


하지만 요우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리코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이렇게 대꾸해왔다.


“와타나베도 꽤나 순진하네. 갑자기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고, 사람을 공격하고, 그걸 누군가가 물리치고… 그 이야기를 믿어 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 같아? 아마 와타나베가 먼저 이상한 사람 취급받고 병원으로 끌려갈 것 같은데.”


요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쳇, 역시 쉽지 않네. 어차피 이 협박은 먹히지 않아도 그만인 거였으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그래도 기분은 영 나쁜걸. 요우는 불쾌한 표정으로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그럼 어째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거지?”

“적어도 이 이야기, 치카쨩에게 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치카쨩 만큼은 내가 하는 말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믿어 줄 테니까, 아무래도 사쿠라우치도 좀 곤란해지게 될 걸?”

“우정인가? 좀 쓸데없을 정도로 넘치는 자신감이네.”


살짝 비꼬는 듯한 목소리. 요우는 기분이 나빠졌다. 확 뒤집어 엎어? 하지만, 어제 자신이 본 광경이 사실이라면 저 사쿠라우치에게 덤비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요우는 애써 감정을 가라 앉히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소중한 사람 사이의 신뢰라고 해 줄래? 듣기 좀 거북하네. 아 그리고 물론 당연히 치카쨩에게 이 말을 꺼내서 혼란스럽게 만들 생각은 없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치카쨩은 네가 전학 온 것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고민을 잊은 것 같거든. 그 점에 대해서 만큼은 감사할게.”

“어머, 그거 영광이네. 그럼 정말 나한테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야?”


리코는 정말 궁금한 듯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요우는 그런 리코를 향해 살짝 진지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네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이 촌구석에서 무슨 나쁜짓이라도 벌일 까봐 그래?”

“아니. 그런 건 딱히 상관없어. 마을이 어떻게 되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냐.”


요우의 말에 리코는 눈을 크게 뜨며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얼음 인형인 줄 알았는데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꽤나 놀랐나보네. 하긴 치카쨩도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아마 놀라다 못해 기절 해 버릴 지도 모르지.


“의외네.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는걸.”

“나에게 이 마을이 소중한 이유는…단지 치카쨩이 살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로직 치카쨩 단 한 사람 뿐이야. 치카쨩만 지킬 수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좋은 눈동자네.”

“뭐?”

“그리고, 다른 그 무엇보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그 소중한 친구를 지키겠다는 마음도 아주 좋다고 생각해. 다른 것 따윈 신경 쓸 바가 아니잖아?”

“너…”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아까부터 진짜…요우는 슬슬 정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뒷일 생각하지 말고 확 들이받아 버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순간 리코가 요우의 분노를 눈치 챈 듯, 살짝 가라 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 내지 마. 비꼬는 게 아냐. 적어도 지금 이 말 만큼은 진심이니까. 다만…”


리코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살짝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요우를 향해 좀 전과의 삐뚜름한 표정과는 다른, 요우가 순간 흠칫 할 정도로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마음,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길 바랄게. 그럼 이만.”

“자, 잠깐! 아직 내 말 안 끝났…!”


하지만 요우가 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리코는 휙 하고 땅을 박차고 오르더니, 이내 담벼락 사이사이를 점프하며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요우는 놀란 표정으로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보통 사람은 아니네.”


요우는 잠시 멍하니 리코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자신을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리코의 말이 영 신경 쓰였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그 말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자신을 향해 한 말 같아서. 하지만 요우는 애써 그 생각을 털어 내며 중얼거렸다.


“…흥. 또 내숭이나 떤 거겠지. 알 게 뭐야. 저런 녀석이 한 말 따위.”


-계속-



ellin 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1862 1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3199 2019.03.14 16: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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