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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마법소녀 치카-1-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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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253199
  • 2019-03-13 17:00:54
 




프롤로그에 이어 쓴 아쿠아 마법소녀물 1편


글고보니 동화작가 다음편 찾는 사람 있던데 그거 지금 완결 다 써가는 중이니 좀만 기다려 미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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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치카쨩, 한숨이 무거워.”


통통통통,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나아가는 작은 배 위에서 우라노호시 고교 2학년생 타카미 치카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갑판 난간에 기댄 채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기운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을 그녀의 친구 와타나베 요우는 애매한 표정으로 웃으며 그저 내려다 볼 뿐이었다. 


늘 씩씩하게 웃던 치카가 변한 것은, 얼마 전 도쿄에 다녀온 이후 부터였다. 휘황찬란한 거리, 높은 빌딩,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치카는 그러한 대도시 도쿄의 풍경에 순식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우치우라에 돌아온 이후로도, 도쿄의 모습은 계속해서 치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상실감이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요우쨩.”

“응?”

“…나는 계속해서 이 마을 안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치카는 씁쓸한 심정을 담아 말했다. 그 말에 요우는 위로하려는 듯 살짝 치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음…어른이 되면 누마즈 시내로 나가서 일할 수도 있잖아? 미토 언니처럼 말야.”

“그치만…누마즈도 시골인 걸. 도쿄에 비하면…”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대답한다면야 요우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치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요우를 향해 치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요우쨩은 좋겠어.”

“어째서?”

“그야…배를 타게 되면 전 세계 수많은 곳들을 다닐 것 아냐. 도쿄보다 더 대단한 곳은 물론이고, 여기선 볼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을 잔뜩 볼 수 있을 거고.”

“응…”

“그게…너무 부러워.”


요우는 이제야 어렴풋이 치카의 속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치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도쿄에 가고 싶다는 어린애 같은 투정이 아니었다. 자유로움. 마치 한 마리 새 처럼 자신의 날개로 저 멀리 날아가는 것. 치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은 요우가 도저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배가 선착장에 닿을 때 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

.

.

“후우…”


요우와 헤어진 후, 치카는 조용히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마음이 너무 심난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던 치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자신의 눈 앞을 스쳐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야? 내가 너무 고민하느라 좀 이상해졌나? 치카는 두 눈을 비비며 반짝이는 것이 날아왔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선착장 위. 그 곳에는 한 소녀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자줏빛의 긴 머리카락, 얼핏 보이는 새하얀 피부.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하늘하늘한 뒷모습. 하지만 그런 모습 사이로, 무언가 알 수 없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치카는 순식간에 그 광경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치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소녀가 자신이 입고 있던 블레이져를 그대로 벗어 던졌던 것이다.


“거짓말이지…? 아직 4월이라구…?”


여자아이는 빠른 속도로 입고 있던 교복을 전부 벗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수영복. 치카는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딴죽을 걸고 말았다.


“수영할 준비 만반이잖아. 옷 안에 수영복을 입다니…아니 그보다!”


치카는 어느새 그 소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만큼 지금 저 이름 모를 소녀는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

.

.

소녀는 굳은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우칫치’에게서 들은 말에 따르면, ‘어둠’들이 이 마을로 숨어들어온 것은 분명했다. 적어도 어둠과 관련해서 우칫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둠들은 보통 사람이 활동하는 낮에는 깊은 숲 속이나 물 속 같은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는 그렇다면 이 바닷속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지금은 아직 4월이라 바닷물이 매우 차갑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녀가 도쿄 출신이라지만 그 정도 상식은 있었다. 물론 지금 그녀는 신체가 매우 강해져 있는 상태이고,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것 정도로 심장마비는 커녕 감기조차 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게 싫은 건 별개 문제였다.


“좋아…그럼 간다…”


그녀는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는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걸어가서는 분명히 망설일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바다를 향해 뛰어들기 직전, 그녀의 몸을 덥석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

.

.

“뭐, 뭐야!”


소녀는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랐는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카는 절대로 그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 차가운 바닷가에 조금씩 몸을 적시며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다이빙 하듯 뛰어들면 심장마비가 걸릴 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 치카는 있는 힘껏 소녀의 허리를 부여잡으며 외쳤다.


“안 돼! 죽는다구! 죽어 버린단 말야!”

“이, 이거 놔! 나는 해야 할 일이…!”


하지만 치카의 말에도 소녀는 그저 바다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뿐이었다. 뭐, 뭐야 이 아이!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힘이 세잖아…! 치카는 자신의 몸이 조금씩 끌려가는 것을 느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끌려가기만 할 수는 없었다. 치카는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히며 어떻게든 바다에서 소녀를 떨어트리기 위해 안간힘 썼다. 그리고 그 순간, 치카는 몸을 뒤로 당기다 그만 자신의 다리로 소녀의 다리를 걸어버리고 말았다.


“어?”

“아?”


“꺄아아아아아악!!!”


첨벙! 두 사람은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경쾌하게 물에 빠지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우치우라의 바다로 빠지고 말았다.

.

.

.

“에, 엣취!!!”

“…하아.”

“엣취!!! 엣취!!!!!”

“…괜찮아요?”


연신 재채기를 해대는 치카를 향해 소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소녀의 말에 치카는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구해주겠다고 달려갔으면서 정작 자신까지 성대하게 바다에 빠져버렸고, 멀쩡해 보이는 소녀에 비해 연신 재채기를 하며 힘들어 하는 것은 자신이었으니 부끄러움이 느껴질 만도 했다.


소녀는 치카가 구해온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녀는 치카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타카미 치카상…이라고 했죠? 일단은 날 구해주려 한 거 맞죠?”

“아…응…뭐 그렇지…”

“고마워요.”

“아니…응…”


막상 수건 말고는 딱히 감사 받을 일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치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문득 치카는 궁금해졌다. 어째서 이 사람은 이 계절에 바다로 들어가려 한 걸까? 치카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기…”

“네?”

“왜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 한 거야? 해수욕 할만한 시기도 아니고…바다에 들어가고 싶으면 스쿠버 숍이나 다이빙 클럽이 있는데 말야…엣취!!!!!”


치카의 질문에 소녀는 잠시 물끄러미 치카를 바라보았다. 이런, 물어서는 안 될 걸 물은 건가? 치카는 그런 생각이 들어 살짝 소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닌 듯, 소녀는 입을 열어 질문에 대답했다.


“잠시 찾을 것이 있어서…”

“찾을 거?”

“응…그것을 찾아서 없애…찾으면, 제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내가 잘 못 들었나? 없앤다는 좀 무서운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니, 잘 못 들은 거겠지. 치카는 쓸데없는 생각을 속으로 밀어 넣으며 재차 물었다.


“소중한 사람…바다에 직접 뛰어들어야 할 정도인 걸 보면 엄청 소중한 사람인가 봐.”

“네, 맞아요.”

“헤에…그렇지만…그렇다면 그만큼 중요한 무언가를 찾는 걸 텐데…그런 게 이 마을 바닷속에 있을까? 여긴 그냥 별볼일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인걸.”


치카의 말에 소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 타카미상은…”

“치카로 괜찮아.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괜찮아. 사실 아까부터 나만 멋대로 말을 편하게 한 것 같아서 조금 신경 쓰이고 있었거든. 그리고…그쪽 이름도 알고 싶어.”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도…아니, 내 소개도 안 했구나. 나는 사쿠라우치 리코. 도쿄에서 왔어.”

“오…도쿄?!”


도쿄라는 말에 치카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 모습에 리코는 잠시 쓴웃음을 짓더니, 치카를 향해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음…그 모습을 보니…치카는 이 마을이 마음에 안 드나 봐?”

“아니 음…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치카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턱을 살짝 긁적였다. 이런, 너무 티를 냈나? 완전 시골 사람 처럼 보이려나? 으아…비웃을지도 몰라… 치카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다행히 리코는 그런 치카를 비웃을 생각은 딱히 없는 듯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되물을 뿐이었다.


“아니지만?”

“솔직히 좀…지루해.”


대답을 꺼내고 나서 치카는 순간 흠칫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상대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녀는 왠지 이 사람에게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있지…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물론 우리 집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웃들도, 이 마을도 전부 다 소중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마을 안에서만 살고 싶지는 않아. 이 세상 밖으로 나가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

“그렇구나…”

“하지만 난 평범해.”

“평범?”

“응. 리코처럼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좋아하는 일에 열중해 왔다거나, 앞으로 이렇게 되고 싶다는 특별한 꿈이 있다거나…한 게 아니거든.”


치카의 말에 리코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치카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특별함도, 그리고 무언가 확실한 계획이나 미래도 없이 그냥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라는 마음 뿐이니까. 솔직히 그것만으로 해결 될 정도로 세상이 만만한게 아니니까 말야. 마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 세상에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마음만으로…라…”

“응?”

“…아냐. 아무것도.”


리코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치카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꼭 치카의 그 바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

“에헤헤. 그렇게 말 해 줘서 고마워.”

“가장 이루어지길 원하는 소원은…이루어지기 힘든 법이니까.”

“응? 뭐라고?”

“…아무 것도 아니야.”

“으응…”


분명 무슨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좀 더 물어볼까? 하지만 치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살짝 고개를 돌린 리코의 옆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으니까. 결국 치카는 리코에게 그 의문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말을 붙여 볼 수가 없었다.

.

.

.

“다녀왔습니다!”


치카는 밝은 목소리로 집안을 향해 인사했다. 그 소리에 치카의 큰 언니인 시마 언니가 나와 치카를 향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어서 와. 좀 늦었네?”

“아, 응. 좀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


치카는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음…조금?”

“그렇구나. 그나저나 치카쨩, 시이타케 산책 좀 시키고 오지 않을래? 오늘 손님이 워낙 많아서…미처 산책을 못 시켰거든.”

“응, 알았어 시마언니.”


치카는 시마 언니의 말에 가방을 놓고는 곧장 뒤돌아서 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당 한켠에 엎드려 있는 개, 시이타케를 향해 말했다.


“좋아! 시이타케, 산책 가자!”

“월!”


치카는 시이타케에게 목줄을 채우고는 마당을 나섰다. 어느새 해가 지고 마을은 어둑어둑 해 져 있었다. 밤바람을 맞으며 치카는 경쾌한 걸음으로 시이타케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치카는 조금씩 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으…아직 저녁엔 좀 추운걸. 빨리 돌아가자 시이타케.”

“왕!”


이 정도면 됐겠지. 치카는 집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서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느긋하게 목욕이나 해야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카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바닷가와 닿아 있는 산 근처에 다다랐을 때쯤, 갑자기 시이타케가 숲을 향해 사납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르르릉…”

“시, 시이타케? 갑자기 왜 그래?”


치카는 당황하며 시이타케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이타케는 숲을 향해 사납게 짖더니, 치카가 목줄을 놓칠 정도의 기세로 숲을 향해 달려가버렸다.


“크르릉…월! 월월월!!!!!”

“꺄, 꺄앗! 시이타케! 어디 가는 거야!”


치카는 목줄을 놓치고는 당황해서 시이타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는 개를 사람이 쫓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시이타케의 뒷모습은 곧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시이타케! 정말…돌아오면 혼날 줄 알아!”


치카는 그렇게 소리치며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둠이 내린 숲은 깊은 적막에 휩싸여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 내고 있었다. 가끔 들리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는 치카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주변을 살폈다. 이 녀석 대체 어디 간 거야! 연신 주변을 살피던 중,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시이타케? 시이타케야?”


하지만 소리가 난 방향으로 가까이 다가간 순간 치카는 곧 깨달았다. 그것은 절대 시이타케가 아니었다. 바위처럼 커다란 그것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하나의 검은색 덩어리였다. 왠지 보는 것 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그런 혐오스러운 무언가. 치카는 입을 틀어막으며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그때 그녀는 그 덩어리 근처 나뭇가지에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끼에에에엑!!!”


부엉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부엉이는 그 덩어리에서 세찬 기세로 뻗어 나온 길다란 것에 몸을 찔려, 고통스럽게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덩어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부엉이를 서서히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넣었다.


우드드득. 빠드드득. 무언가 부서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적막한 숲 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얼마 후, 덩어리의 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라 비틀어진, 부엉이의 미라였다.


“저…저게 뭐야…”


치카는 토악질이 날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위험해. 저건 정말 위험해.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 아니면 나도 저렇게 되 버릴 거야. 치카는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만 발로 나뭇가지 하나를 밟고 말았다. 와작! 하는 소리가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치카는 발견했다. 그 기분나쁜 형체가, 자신이 낸 소리에 반응해 몸을 움직였다는 것을. 그리고 눈은 커녕도 얼굴도 없는 그것이, 분명 자신을 바라본 것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몸을 돌려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것에게 절대로 잡히면 안 된다는 것만 것 확실했다. 그리고 뒤에서 무언가 스르륵거리며 기어오는 듯한 소리를 듣자, 더더욱 심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치카는 뒤에서 나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 안돼. 잡히면 안 돼! 치카는 좀 더 빨리 달리려 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그녀는 미처 튀어나온 나무 뿌리를 발견하지 못 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꺄, 꺄아악!”


치카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왼발을 땅에 딛는 순간, 치카는 격한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땅에 주저 앉고 말았다. 아마 넘어질 때 발목을 삔 모양이었다.


“아, 안돼. 어서 도망쳐야…”


하지만 정말 심하게 다친 건지 발목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치카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괴물은 어느새 그 형체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대로…여기서 나…죽는 거야…?”


밀려오는 공포감에 온 몸을 떨며, 치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어쩌면 이건…노력도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 주제에 멋대로 이 마을을 벗어나려 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일지도 몰라. 치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이렇게 되도 싸.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지만…그래도…난 아직…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크르릉…월월!”


그리고 그 순간 하얀색의 무언가가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 시이타케?!”


갑작스러운 시이타케의 등장에 당황했는지 그 괴물은 시이타케의 기세에 눌려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시이타케는 괴물의 위에 올라타서는 사정없이 그것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물은 아까 부엉이를 잡았던 그 예의 줄 같은 것을 뻗어서는 시이타케의 온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마치 자신을 놀라게 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줄을 꽉 조이기 시작했다.


“끙…깨갱! 깽!”

“극극….”


괴물은 시이타케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즐겁다는 듯 비웃음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치카는 자신이 다쳤다는 것조차 잊고는 옆에 있던 돌을 손에 쥔 채 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 돌로 괴물을 마구 내려쳤다.


“시이타케를 놓아줘! 이 괴물!”

“그극극극….”


하지만 그 덩어리는 여전히 사람이 비웃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는, 뻗어 나온 다른 검은 줄로 치카의 양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이, 이거 놔! 놓으란 말야!”


치카는 있는 힘껏 버둥거렸지만, 도저히 힘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치카는 괴물이 서서히 자신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서, 설마! 나도 아까 그 부엉이처럼…! 치카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했지만, 괴물은 점점 더 가까워질 뿐이었다. 시야가 꿈틀거리는 검은 형체로 가득 차는 것을 보며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대로 움직이지 마.”

“어…?”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치카는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


“키에에에엑!!!”


그 순간 저 멀리서 분홍빛의 빛줄기가 화살처럼 날아와 괴물의 몸을 관통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치카가 당황한 사이 괴물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 사나운 기세에 치카와 시이타케는 멀리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거친 돌바닥을 온 몸으로 구르며 치카는 격한 통증을 느꼈다. 몇 바퀴를 구르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나서야 멈춘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괴물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흐린 시야 속에서 사람 하나가 연분홍의 빛줄기를 뿜으며 괴물의 몸을 사정 없이 유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괴물은 마지막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뭐지…나 정말…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치카는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연분홍빛의 그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아마 저 사람이 구해준 거 겠지…감사 인사를 해야…치카는 간신히 입을 열어 그 사람을 향해 말했다.


“구해줘서…정말…고맙…”


하지만 채 말을 끝내지도 못 하고 치카는 자신의 의식이 멀어져감을 느끼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다 감기 직전, 치카의 눈에 보인 것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익숙한 얼굴이었다.


“리…코…?”

.

.

.

“으음…”


치카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멍한 눈으로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맞다 아까 그 괴물! …응?”


치카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분명…아까 시이타케를 쫓아 들어간 그 숲의 입구인 것 같은데. 내가 어째서 여기에? 그녀는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순간, 치카는 자신의 얼굴에 닿는 차갑고 부드러운 무언가를 느끼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으, 으앗! 어라…시이타케?”

“월 월!”


시이타케는 경쾌한 소리로 짖으며 치카의 앞에 앉아 있었다. 아까 정체 모를 괴물과 싸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한 모습.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아까 시이타케는 그 괴물이랑 싸우다가 다쳤는데…치카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치카는 자신의 발목에서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분명 아까 넘어져서 다쳤던 발목이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뭐지…나 정말 꿈이라도 꾼 건가…?”


치카는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었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던 좀 전의 상황.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힘든 경험일 뿐더러, 지금 그 때 다쳤던 몸이 흔적도 없이 멀쩡해져 있었으니…꿈이라고 하는 편이 맞긴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찜찜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에 치카는 화들짝 놀라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뭐야 미토 언니잖아…여보세요?”

“야! 바보치카!!! 지금 시간이 몇 시 인데 아직도 안 돌아와! 산책 갔다가 죽었냐!!!”

“까, 깜짝이야! 미토 언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안 지르게 생겼어?! 정신이 있으면 시간을 봐!”

“대체 몇 시…으아아앗! 벌써 여덟시가 넘었잖아?!”


치카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벌써 자신이 산책을 나온 지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뭐야?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 거야? 그럼 나 여기서 삼십분 넘게 퍼질러 자고 있었던 거야?


“빨리 와! 다들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다고!”

“미, 미안해! 빨리 갈게! 가자 시이타케!”

“월월!!!”


치카는 급히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애써 떠오르는 의문들을 가슴 속으로 밀어 넣으며.

.

.

.

멀어져가는 치카의 모습을 보며, 우칫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으음…저 아이라면…가능할지도 모르겠는걸…어이쿠!”


순간 날아오는 바이올린 활대를 피하며 우칫치는 뒤로 점프했다. 그 모습에 리코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일 생각이었는데.”

“또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나저나, 네가 원하던 대로 저 아이와 개를 말끔하게 치료 해줬잖아. 그런 나에 대한 이런 취급은 좀 너무한 거 아냐?”

“치카를 마법소녀로 만들 생각이라면, 백 번도 넘게 다시 죽여주겠어.”


리코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런 리코의 모습에도 우칫치는 과장된 몸 동작으로 양팔을 들어올리며 너스레를 떨 뿐이었다.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야, 리코. 그 정도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물론이지. 그럼 난 이만. 꼴도 보기 싫으니 웬만하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 말을 남기고는 리코는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우칫치는 한 마디를 남기고는 자신 역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어디…그럼 좀 더 찾아볼까? 마법 소녀가 될 만한 후보들을 말야.”


-계속-


민트초코감귤 선개추 후감상 2019.03.13 17:58:39
ㅇㅇ 그렇게 아쿠아가 없는 세상에 떨어진 하나마루는 모두의 기억속에서 잊혀졌갔다 223.62 2019.03.13 18: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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