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 미깡
깐 깐 미까응
마키는 귤의 흰 부분을 싫어함
= 마키는 귤의 흰 부분을 다 벗기면 좋아함
= 마키는 깐깐미깡을 좋아함
= 니시키노 마키는 타카미 치카를 좋아함
이거는 마키치카각이다.
그래서 썼다.
니시키노 마키는 귤을 싫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귤의 흰 부분의 떫고 씁쓸한 맛을 싫어했다. 그렇기에 귤맛 쥬스는 먹을지라도, 귤을 통채로 먹지는 않았다.
곡이 잘 지어지지 않던 어느날. 마키는 휴식할 겸 PC를 켜고 동영상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의 눈에 Aqours라는 스쿨아이돌의 영상이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하나요가 요즘 뜨고 있는 스쿨아이돌이라고 했었지. 참고라도 해 볼 요량으로 마키는 그 영상의 썸네일을 클릭했다.
"힘을 모아서 꿈의 바다를 헤엄쳐 가자"
"오늘의 바다를..."
일시정지.
고등학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앳된 얼굴에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호소력. 누구지? 마키는 Aqours의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타카미 치카라는 이름이구나. 2학년? 나보다도 상급생이라니 믿을수가 없네. 마키는 무언가에 홀린 듯 동영상 사이트에서 타카미 치카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상들을 본 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신곡의 멜로디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 뒤로 마키는 작곡이 막힐때면 타카미 치카의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느샌가 타카미 치카는 니시키노 마키의 뮤즈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키는 지역 신문사의 인터뷰 방송을 보게 되었다.
"치카씨가 스쿨아이돌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저 뮤즈의 팬이라서요, 뮤즈의 무대를 보고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도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의외의 정보였다. 뮤즈의 팬이라... 마키는 치카 앞에 자신이 불쑥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 지 상상해 봤다. 분명 좋아하는 아이돌이 자기 앞에 나타나서 기뻐하겠지.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다음? 아니, 그 다음이란건 존재하지 않았다. 마키 자신이 치카를 좋아해서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당신의 영상을 본다고 말한다면? 기분나쁜 가치코이 오타쿠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다. 마키와 치카의 관계는 그저 서로의 팬이자 서로의 아이돌일 뿐. 그 이상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졌다.
마키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음악실 피아노 위에는 누가 어느새 놓고 갔는지 귤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마키는 그 귤의 껍질을 까, 한 알을 떼어 입에 집어넣었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이 지나간 뒤에는 쓰고 떫은 속껍질만이 입 안에서 질겅거렸다. 분명 이 느낌이, 이 맛이 싫었을텐데. 왜인지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이 싫지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