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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요하리리/창작ss] 어디로 가야 할지 - 2
글쓴이
땀드랑이
추천
9
댓글
2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206219
  • 2019-02-17 08:12:55
 

어디로 가야 할지 - 1
http://m.dcinside.com/board/sunshine/2204600?headid=&recommend=1&s_type=all&serval=%EB%95%80%EB%93%9C%EB%9E%91%EC%9D%B4










「얘는 나이가 몇 인데 아직까지 집에 오는 길도 모르니?」



맞다. 나이가 몇 인데 아직까지 집에 가는 길도 모를까. 누마즈였다면 눈 감고도 찾아갔겠지만 여기는 알다시피 내가 살던 집이 아니다. 전혀 처음 보는 곳의 처음 보는 집이다. 변하지 않은 건 나 뿐이려나..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세상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전혀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엄마와 같이 오면서 집까지 오는 길은 대충 눈에 익혀뒀다. 몇 번정도 다니다 보면 금새 익숙해 질 거리다. 앞으로 계속 다닐 일은 있을까?



집에 다다르자 방 안으로 냅다 뛰어들어 갔다. 분명히 내 집이지만 익숙하지 않았다. 편안해야 할 집이 이렇게나 불편하게 느껴지다니.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리코한테서 온 메세지가 있었다.



「요시코쨩, 다시 한 번 잘 부탁할께 오늘 같이 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어!」



수줍어하던 리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평소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너무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세계의 리코도 귀엽지만 이 쪽 세계의 리코도 만만치 않게 귀엽다. 그 환환 표정에 중독돼서 빠져버릴 것만 같아..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연인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느낌은 이런 느낌일까. 괜히 막 설레고 아직까지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는 것 같다. 너무나 새로운 성격의 리코여서 상상할 때 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내일은 리코랑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요시코쨩 좋은 아침이야!」



봄 바람같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쳐 지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어제와 다른 새로운 모습의 리코가 서있었다. 날이 가면 갈 수록 더 예뻐지는 것 같아.



순수하게 반짝이는 웃음, 벚꽃 색으로 물든 두 뺨,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머릿결이 너무 좋았다. 정말 하루종일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리코는 나에게 매일매일이 새로움 그 자체였다.



부끄러움에 어색하게 나는 인사를 건냈다.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리코는 살짝 웃으면서 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위험해 이러다간 두근거리는 소리가 다 듣길거야..



「리코 너, 너무 가깝지 않아?」


「앗, 미안해 요시코쨩 나도 모르게 그만... 싫었어?」


「아냐 그런게 아니라.. 싫은 건 아니고 단지 조금 부끄럽달까... 그, 모르겠어 미안 리코..」



평소답지 못하다. 내가 왜이러는 걸까. 평소라면 서로 장난치면서 지낼 사이인데 어째서인지 이 세계의 리코와는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 없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와 억지로 조정하는 것 같았다.



「헤에, 요시코쨩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


「무슨 소리야!! ......바보」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웃는 리코. 그런 말은 반칙이야 리코..



「미안해 요시코쨩~ 얼른 들어가자 지각한다구?」



라고 말하며 나를 앞장서서 가는 리코. 이래선 완전 어린아이 취급 당하는 기분이야. 분하지만 왠지 이런 취급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 세계에서 리코와는 벌써 지낸지 꽤 오래 되었다. 어느새 벚꽃이 떨어지는 계절 위로 푸른 색이 덧칠해지는 계절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 리코와 같이 등교를 하고 같이 점심을 먹으며 돌아가는 길도 함께 가고 매일 밤 연락을 주고 받았다.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했었지만 이런 생활에도 익숙해져버리니 원래 이런 생활이 내가 살던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확신이 점점 강해져갔다. 좋지 않은 불행을 이끌고 다니는 소녀라는 타이틀은 이제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녀만 옆에 있으면 항상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니까. 굳이 돌아 갈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확고해질 사건이 일어 났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될 무렵이었다. 슬슬 배가 고파질 참에 리코가 나에게로 먼저 왔다. 자신을 상징하는 듯한 벚꽃문양의 도시락 통.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같이 먹으려했다.



「요시코쨩 오늘은 음악실에서 먹지 않을래?」


「음악실? 좋아! 점심시간 땐 사람들도 안오고 조용하니까 즐길 수 있겠다」



리코를 뒤따라서 음악실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보다 창 밖의 햇살이 눈 부셨고 날씨가 더 더워진 탓일까, 몸이 뜨겁게만 느껴졌다. 흥분된 듯한 상태에 두근 거리는 맥박 속도 마저 덩달아 올라가버렸다.



우리는 음악실로 들어와 적당한 곳에 있는 책상에 앉아 서로가 싸온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코가 먼저 내게 말을 건냈다.



「요시코쨩 내가 만든 계란말이 먹어 볼래?」 라며 젓가락으로 예쁘게 만들어진 계란말이 한 조각을 집어서 나를 향했다.


「맛있어보여! 잘 먹을께 리코~」



계란말이를 들고 있던 도시락 통에 담으려고 앞으로 내밀었지만 리코는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리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앙, 해봐 요시코쨩」


「엑?! 아, 아앙 이라니 리코...」


「계속 들고있게 할 샘이야? 팔 아프다구」


「앗 미안... 그럼 잘 먹을께」



나는 귀까지 새빨게진 채로 리코가 집어 든 계란말이 한 조각을 받아 먹었다. 어릴 때 이후로 한 번도 이렇게 받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런거 너무 부끄럽잖아..



「후훗 귀엽다 요시코쨩」


「그만해 부끄러우니깐... 자 리코한테도 내꺼 줄께」


나는 도시락 통에 있는 햄버그 한 조각을 집어서 리코의 도시락 통에 놓으려 했지만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직접 안주는거야? 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네 딱 한 번만이야! 아~앙 해」


「아~앙」



순수한 소녀 같이 웃으며 맛있다고 말해 주었다. 왜 이런걸로 부끄러워 지는 걸까 나는. 도시락을 마저 먹으려 할 즈음 리코는 요 근래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을 했다.



「요시코쨩 우리 서로 간접키스 해버렸네?」



에?



「내가 쓰던 젓가락 요시코쨩의 입술에 닿았어. 그리고... 요시코쨩의 젓가락도」



가늘게 눈을 뜨며 빙긋 웃는 리코를 잠시 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일어나고 나는 뒤 늦게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했다. 갑작스럽게 듣는 리코이 발언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리고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머리 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곧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무무무무, 무슨 소리야 리코!! 가, 간접 키스라니???」


「그야 서로 쓰던 젓가락이 닿았는데 말이야...」



하와와, 거리며 우물쭈물하다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무말이나 뱉어 버렸다.



「안돼!! 그러...다간 옮을꺼야...」


「뭘 옮는다는 거야?」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리코. 나는 허둥지둥 구차한 변병을 계속 이어갔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불행을 달고 다닌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라서 그... 그래 리코한테도 옮을 수도 있다구??」


「아~ 그런 이유였어? 그럼...」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리코는 살며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표정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곧 이어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따스한 봄향기가 리코의 흔들리는 머릿결 사이로 전해져 왔고 처음 느껴보는 입술과 입술의 촉감에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고 질끈 감았다.



키스를 한지 어느 정도 지나자 리코가 천천히 입술을 때고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내가 덜어가줄께 요시코」



눈 앞에 있는 리코의 얼굴은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두 뺨과 햇살을 받아 빛나는 촉촉한 입술 그리고 정말 하나도 남김 없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입술에 리코의 체온과 느낌이 남아있었다. 아니 평생 남을 것만 같았다.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각인. 그리고 뒤늦게서야 가슴이 막 요동치기 시작하고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보았지만 이정도론 절대 감출 수 없다.



「고개 들어볼래 요시코쨩?」



너무 부끄러워서 들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양 옆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리코는 손으로 살짝 내 턱을 들었고 리코와 얼굴을 마주했다.



「......나도 부끄럽단 말이야 요시코쨩... 이제 봐줄래?」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턱을 받치고 있던 리코의 손을 거칠게 잡아서 나에게로 당겼다. 리코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균형을 잃은 채 나에게 자연스럽게 무릎 위로 안겼고 두 손으로 리코의 어깨를 잡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묘해 이 감각. 정말로 빠져버릴 것 같아. 이때까지 참았던 무슨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무심결에 나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그만둬야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서로 거부하기를 멈춘 채로 서로에게만 신경쓰고있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들어서인지 교실 문 밖으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리코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턱을 잡고 잠시 숨을 고르 듯 입술을 땐 채 고개를 반대로 돌려서 그대로 키스해왔다. 리코는 이런 짓에 능숙한 걸까? 처음 겪어 보는 키스지만 상대가 능숙한디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리코는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과 이런 걸 해봤을까..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지만 꾹 참았다. 리코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은 서로의 거친 숨소리가 음악실에 울려 퍼졌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리코와 둘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코와의 키스는 점점 더 격해져 갔고, 이마를 비롯한 몸 구석구석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리코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조금 더 깊숙히 키스를 하고 서로를 끌어안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키스를 하던 도중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우리의 달아오른 정신을 잠시 식히 듯 그제서야 멈출 수 있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흐트러진 옷을 바로 하고 한참이나 남은 도시락 통을 정리했다. 어색한 공기를 깨기 위해서 먼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밥... 거의 못 먹었는데 괜찮겠어?」


「......이미 잔뜩 먹어서 배부른 걸?」



......괜히 물어봤다 바보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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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엣 2019.02.17 08:18:48
두리번거리기 2019.02.17 08: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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