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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창작) 온 세상이 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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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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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185121
  • 2019-01-31 00:54:47
  • 210.98
 



내리지 않기를 빌던 자기의 바램도 무색하게 하늘을 드리우던 회색빛은 어느새 지상으로 수직 낙하하는 물방울이 되었다.

눈을 뜨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운수가 좋다 싶었던 내 하루는 결국 오늘도 불행한 날이 될 것 같다.


비는 좋아하지 않는다. 축축하다던가 옷이 젖는다던가 그런 이유였다면 차라리 귀여운 투정이겠지. 소풍날 비가 와서 취소 되고, 친구와 약속한 날 비바람이 불어 연기되고, 가족끼리 외출하러 예쁜 옷을 입고 나가다 갑작스러운 호우에 집으로 돌아오고. 이런 내게 비가 싫지 않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 


창 밖의 색만큼이나 침울해진 기분을 달래고자 핫초코를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내려갔다. 

냄비에 우유를 넣어 불에 올려두고 그동안 초콜릿을 잘게 썬다. 잘게 썬 초코를 넣고 마저 끓이고 잠시 후 컵에 담아 마쉬멜로를 하나 넣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초코를 좋아하지만 매번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시판에서 파는 게 아닌 개인 카페에서 파는 핫초코 가루도 사두었다. 다만 우울한 날, 그것도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다. 통통 하고 가볍게 울리는 도마 소리와 보글보글 우유가 끓어오는 소리가 빗소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니깐. 


컵을 들고 방으로 올라와 뜨거운 액체를 입으로 식혀가며 조금씩 마신다. 악마의 색깔이라고 좋아하게 된 초콜렛은 쳐진 기분을 달래는데 도움이 된다. 여자 아이는 단 것을 먹으면 기쁘게 되는 법이니깐. 

하지만 마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새 바닥을 드리운 컵, 입김을 내던 소리가 사라지자 다시 들리는 빗소리, 아까보다 더 침울해진 기분.

성냥팔이 소녀가 환상인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불을 붙였던 것은 이런 느낌이었을까. 훌륭한 티타임이 끝나자 찾아오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다시 부엌으로 내려가고 싶지만 이미 한 잔으로 가득찬 배에 더 들어갈 것 같지 않아 깔끔하게 포기한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라인을 열어본다. 즈라마루는 오늘 절에 일이 있다고 했고 루비는 샤론의 회의가 있는 날이다. 뭐 지금 코스프레를 한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면 전혀 가사는 쓰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아 다이아가 지금 화냈다. 하긴 내일이 그룹끼리 모여 회의하는 날인데 저렇게 놀고 있으면 화내겠지.

다이아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라인을 보낸걸 보면 아마도 집이겠지. 이런 날에는 옆에 있고 싶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다이아가 자기 일만 하고 있어도 괜찮으니 집에 키우는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무릎 베개를 받고 곁에 있고 싶다.



다이아.

처음에는 짜증나는 학생회장이라고 생각했다. 아쿠아에 들어온 직후에도 이상한 연습 메뉴를 가져와서 벡터는 다르지만 허그 바보 같은 바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잔소리가 많지만 다정다감하고 멍청하지만 순수하고 머리가 딱딱하지만 배려심이 많다는 걸 안다. 저번에 그렇게 말했더니 혼났지만. 


보고 싶지만 비가 오고 있어서 나갈 수도 없다. 안 그래도 어제 같이 하교하다가 내 우산이 부러져 우산이 없기도 하고, 불행한 내가 더욱더 운수가 나쁜 비 오는 날 만나러 갔다가 어떤 저주를 옮기지도 모르니깐.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또 등교 거부를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라리 온 세상이 비였다면. 항상 비로 가득차 있는 세상이었다면 중요한 날마다 비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나의 불행도 항상 있는 평범한 일이 되었을 것이고, 비가 오던 우산이 고장났던 다이아를 만나러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인데.



가만히 있으니 점점 더 우울해지는 기분을 전환하려 게임이나 할까 생각하고 있자 벨소리가 들린다. 저번에 시켰던 택배인가? 네~ 나가요.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요시코씨'


'다이아? 어쩐 일이야?'


내 예상과 달리 방문객은 다이아였다. 핑크색 우산을 쓰고 있는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방문했다.


'집에 계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있으셔서 다행이네요. 혹시 없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답니다'


'연락이라도 주고 오지. 우선 들어와. 밖에 비가 오고 있으니'


'아뇨 실은 이대로 잠시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주실래요?'


'지금? 하지만 나 우산도 없고...'


'같이 쓰면 괜찮습니다. 혹시 안 되는 건가요...'


'아니아니아니 괜찮아 완전 한가했어. 잠시만 기다려. 옷만 입고 올게'


실망하는 다이아의 표정을 볼 수가 없어 서둘러 대답하자 다이아는 다행이라며 환히 미소 지었다. 그 표정을 어서 보고 싶어 나는 방으로 전력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연락도 없이'


비가 오는 거리는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어 상가 거리까지 나왔음에도 사람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평소 같으면 요우치카가 손을 잡고 있는 걸 목격하거나 즈라마루와 루비가 크레이프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어 단둘뿐이다.


'요시코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게?'


'그 전에 잠시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잠시 우산을 내게 맡기고 가방을 열어 다이아가 꺼낸 것은 검은색 접이식 우산. 그걸 나에게 주었다.


'우산?'


'설명은 잠시 있다가 하기로 하고. 우선 펼쳐보시겠어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어제 우산이 고장난 것을 보고 내게 선물하는 걸까? 그러면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잔뜩이지만 우선 나는 우산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자


'별이 빛나는 밤이다'


검은 천을 펼치자 그 안에서 피어 오른 것은 반 고흐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

파랑으로 가득찬 그림은 빛나는 이미지면서도 어딘가 어두운 느낌도 나서 좋아하는 그림이다.

저번에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준 것이구나.


‘어제 집에 돌아오니 어머님께 명화가 그려진 우산을 파시는 분이 인사를 하러 오셨어요. 그 분을 뵙자마자 우산이 망가졌던 것이 떠올라서 어제 가져오신 우산 중에 요시코씨가 좋아한다고 하셨던 그림을 골랐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응! 너무 마음에 들어! 고마워 다이아!’


다이아의 우산에서 나와 선물 받은 우산 밑으로 들어간다. 싫어하는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고 바닥에 튀긴 물방울이 신발을 적시고 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밤을 바라본다. 

이 우산 아래는 비가 오는 세상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가진 것 같아 나는 마냥 기쁘다. 


‘고마워 다이아! 이 답례는 꼭 할게!’


‘기뻐해주셔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답례는 지금부터 받기로 할게요’


‘응?’


‘사실은 지금부터 그 가게에서 요시코씨에게 제 우산을 골라달라고 하려고 나왔답니다. 같은 그림이 아니더라도 세트로 맞추고 싶어져서요. 그게 저희… 커플이니깐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다이아가 무척이나 귀여워서, 나는 다시 한 번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온 세상이 비였다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당신이 준 이 우산 밑은 무척이나 환하고, 또 내 곁에 서 있는 다이아는 무척이나 빛나고 있으니깐. 

흐린 날에도, 우울한 날에도, 힘든 날에도 

당신이 있다면 나는 항상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크크큭 이 요하네님에게 맡겨만 둬! 다이에게 정말로 어울리는 우산을 골라줄게!’


‘네. 감사합니다 요시코씨’


‘그러니깐 요하네라니깐~’


빗 속에 같은 우산 안에서 걷던 데이트는 끝이 났지만, 서로 다른 우산 밑에서 우리들은 손이 젖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손을 잡고 가게를 향했다. 



ㅡend



요시코가 다이아에게 골라준 우산은 모네의 ‘키스’가 그려진 빨강색 우산.


제목은 책에서 가져옴



두리번거리기 2019.01.31 01:04:03
JQ! 요하다이 쪼아! - dc App 2019.01.31 01:09:46
ㅇㅇ 문장 부드럽게 읽히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글쟁이 조아요. 근데 사소한건데, 대사들이 다 작은따옴표인거랑 마침표가 없는게 약간 신경쓰이네요. 210.183 2019.01.31 02:13:37
oo 아이피는 다를 건데 글쟁이임 의견 참조해서 다음부터는 반영할께요 의견 감사해요 223.39 2019.01.31 02:40:32
러브라이브선샤인 오우 잔잔하고 재밌었음 2019.01.31 0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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