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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창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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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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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173794
  • 2019-01-25 13: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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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맞춘 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진 요우
어젯밤 잠자리가 아늑했는지 너무 말끔히 잠이 달아나버려 평소 같으면 겨울 아침 추위에 이불 안에서 꿈틀거리며 차마 일어서지 못하지만 오늘은 그런 일 없이 조금 이른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따뜻한 물로 가볍게 몸을 데우고 옷을 갈아 입은 요우는 잠들어 계신 부모님을 깨우지 않도록 살금살금 현관을 빠져나와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았다



겨울에 조깅은 여름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제 일어났냐는 듯이 이미 하늘에 떠있는 해가 반겨주는 햇살은 오늘 하루도 더운 날이라는 것을 자기에게 먼저 알려주려는 듯 몸을 덥혀온다. 자신의 신체가 저 뜨거운 구체와 비슷한 온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즈음이면 멈추는 것이 여름의 조깅이라고 한다면, 겨울에는 햇님이 보이지 않아 적막과, 그것보다 더한 한기만이 가득한 거리를 헤매이다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하는 잠꾸러기 태양을 맞이하면 비로소 집으로 향할 채비를 하는 것이 겨울의 아침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참지 못할 때 까지 달리는 것이 여름. 참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달리는 것이 겨울.이지만.
오늘은 또렷한 두 눈동자와 온수로 인해 따뜻해진 체온. 이런 날은 마치 여름처럼 긴 거리를 달리게 된다. 그리고 꼭, 이런 날에는 바다를 보러가게 된다.
바다를 보러 가자. 잠시 멈춰서 하늘빛 외투를 가다듬고 분홍색 스니커즈의 끈을 고쳐 묶은 뒤 목적지를 향해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파도가 치는 것은 바다의 일! 파파는 선장이니 당연히 배를 몰아야 하잖니? 그런 거란다. 하하하!'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 파파에게 파도가 치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그런 대답을 해주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 그런 말을 했더니 밀물과 썰물? 만류인력?(사실 이 부분도 기억이 애매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다) 그런 것을 가르쳐 주셔서 금방 오해를 바로 잡긴 했지만 어느 순간 부터 나는 자연스러운 일에 대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내가 치카쨩과 함께 있는 일.
내가 수영을 하게 된 일.
내가 우라노호시에 다니게 된 일.
내가 스쿨아이돌을 시작하게 된 일.
전부 다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인 듯.

그리고...
내가 항상 그 아이를 떠올리고 있는 일.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벌써 해안가가 시야에 들어와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모래사장으로 내려갔다.



목젹지에 도착하자 마자 앉을 자리를 고르는 일 없이 그대로 주저 앉았다. 한바탕 달리기를 끝내 달아오른 열을 식히고자 외투를 살짝 열고 헉헉 거리고 있는 숨을 가다듬는다.
리코쨩이였다면 아마도 나보다 더 힘들어 하겠지만 분명 자리를 팡팡 정돈하고 살포시 앉을 것이다.
그래. 사쿠라우치 리코. 나는 그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다.

첫만남은 같이 스쿨아이돌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한 느낌이었는데 언제부터 였을까. 이렇게 내 안에 가득차게 된 것은.
의식하게 된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요우쨩은 바다의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나는 그 소리가 정말 좋아'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터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 거렸다. 파도가 굽이굽이 물결을 이루듯이 내 심장 소리가 파동을 이루어 너에게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 얼른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행히 그 순간에는 필사적으로 '고마워' 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그 날 이후 나는 계속 그녀를 의식하게 되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건반을 쓰다듬는 그 손길.
샌드위치를 먹을 때 아주 자그맣게 무는 그 입.
연습이 끝나고 옆에 마주 앉아 있을 때 나는 달콤한 향기.
내 이름을 부를 때 전해지는 그 목소리.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ㄷ..


'얍!!!'

'엄마야!!!!!'

갑자기 목덜미에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냉기와 바로 옆에서 지른 소리에 놀라 나는 그만 땅바닥을 향해 쓰러지고 말았다.

'후후. 요우쨩도 그런 소리를 내는 구나? 나 처음 들었어'

'정말이지. 놀랐잖아 리코쨩!

'미안미안.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용서해줄래?'

전혀 반성하지 않는 표정이지만 내게 일어나라고 뻗은 손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고 그 손을 잡았다. 실은 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 목소리가 들려서 더 놀랐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기도 했다.

'요우쨩. 몸 차갑지? 여기 따뜻한 차를 가져왔어. 원래는 커피를 가져올까 했는데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아까 내게 들이댔던 보온병의 뚜껑을 열고 거기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녹차를 부어 내밀었다. 나는 물어보고 싶던 말을 잠시 삼키고 감사히 받아 마시기로 했다.

'무슨 일이야? 이런 이른 아침에 여기에?'

'그건 내가 물어보려고 했던 말인데. 음, 요우쨩이 먼저 답해주면 나도 말해줄게.'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리코쨩'

'싫어~ 요우쨩이 말해주지 않으면 대답해주지 않을래~'

메롱 하고 혀를 내미는 그 행동이 너무 귀여워 런닝을 마치고 안정을 찾았던 심장이 다시 요동치려고 했지만 깊은 숨을 들이 마쉬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왠지 상쾌하게 눈이 떠져서 말야. 그런 날에는 바다가 보고 싶거든. 그래서 그만 여기까지 와버렸어.'

'후후. 요우쨩은 정말 바다를 좋아하는 구나. 그래도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멀리 왔네'

네가 있으니깐. 바다의 소리가 난다고 리코쨩이 말해준 날 부터 바다를 보면 리코쨩이 떠오르니깐. 아니 거짓말이야. 매순간 리코쨩을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은 느끼며 나는 대답을 재촉했다.

'나도 오늘 일찍 눈을 떠서 잠시 바다를 보고 있는데 마침 요우쨩이 눈에 들어와서. 그래서 살짝 나왔어'

솔직하게 기쁘다는 감정이 벅차올라 그만 입가가 히쭉이고 만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만나러 와준 리코쨩. 그래준다면 매일 같이 여기로 와도 좋을 정도로.

'으흥~ 요우쨩은 내가 만나러 와준게 그렇게 기쁘구나♡'

'ㅁ, 뭐 그렇지.'

'그런 요우쨩에게 제안이 있습니다!'

'??? 무슨 제안?'

'요우쨩은 이제 돌아갈 거지? 중간까지 나도 같이 따라가도 될까? 안 된다고 해도 같이 갈 거지만♡'

이제 보니 리코쨩도 막 잠에 깬 차림이 아니라 분홍색 외투에 하늘색 스니커즈. 운동을 하기 위한 복장이었다.

'나는 환영이야! 리코쨩이 같이 가 준다면 가는 길이 힘들지 않을 것 같아'

뭐지. 난 오늘 죽는 걸까. 상쾌히 시작한 아침. 나를 보러 와준 그녀. 게다가 동행까지? 내 인생의 운을 오늘 다 쓰는 걸까?

신나하는 나를 보며 쿡쿡 웃음을 짓던 리코쨩은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리, 리 리코쨩???'

'그럼 가볼까?'



가볍게 걸으며 우리들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카쨩이 또 가사를 주지 않아서 작곡이 진행이 되지 않는다
방학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싫다
요시코쨩이 최근에 타천사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
카난쨩이 다이빙 손님에게 받은 해산물로 맛있는 걸 해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집으로 갈 시간이 다 되었다.

'저기 리코쨩. 이제 슬슬 헤어져야겠다. 학교도 가야하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아쉽다'

'조금 있으면 다시 볼 수 있잖아'

나도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말 대신 나온 건 평범한 친구 사이의 말. 이대로 등을 돌리고 걸어가도 리코쨩이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되감기 할텐데.

'그럼 마지막으로 요우쨩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집 앞까지 온 건 어째서야?'

'응? 그건 아까 대답했잖아. 바다를 보고 싶...'

'그것만이 아닌 걸. 아까 요우쨩의 대답은 어쩐지 숨기는 게 있었으니깐'

어라? 어디가 이상했던가? 아냐 평소 같았을 꺼야. 그래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대답하면 들키지 않을꺼야.

'아니 정말로 바다를 보고 싶었던 것 뿐이라니깐'

'흐음...'

휙 하고 등을 돌리는 리코쨩.

'저기...'

'그럼 이러자. 아까는 요우쨩이 먼저 대답했으니깐 이번에는 내가 먼저 대답할께. 솔직하게. 그러니깐 요우쨩도 솔직하게 답해주는거야?'

'아니 그러니깐...'

'실은 오늘 일찍 일어났던 이유 말인데. 꿈에서 요우쨩이 나왔어'

'나????'

뭐지? 뭐야 뭐야 사쿠라우치 리코!

'그래서 그만 깜짝 놀라서 꿈에서 깼는데 아쉬워서 대신 바다를 보기로 했어. 요우쨩이 떠오르니깐.
바다를 바라보다 요우쨩이 지금 이곳에 나타나길 기도했더니 정말로 요우쨩이 나타난거야! 그래서 서둘러 만나러 왔어♡'

으아아 기뻐. 부끄러워. 그래도 기뻐. 아니 역시 부끄러워.
새빨개진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아 서둘러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리코쨩도 내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이거 꿈이 아니지? 아닌거지?

'내 말은 여기서 끝~ 그럼 요우쨩이 대답해줘. 솔직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등을 돌렸던 리코쨩이 내게 다시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요우쨩. 날 만나러 와준거야?'

'...네'

'후후. 기뻐♡'

'... 사실은 항상 리코쨩을 생각하고 있어서. 눈을 뜨자마자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만 리코쨩 집까지 왔고, 리코쨩이 만나러 와줘서 기뻤고, 실은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어.'

기세를 타고 그만 모두 털어놓고 말았다. 나는 얼굴을 가린 채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리코쨩의 대답이 없는 것이 신경이 쓰이지만 겁쟁이인 나는 도저히 바라볼 자신이 없어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라고 했지? 요우쨩의 입버릇'

내게 다가오는 리코쨩의 기척. 그리고.
뺨에 닿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어? 어?!?!?!'

놀란 나머지 손을 풀고 올려다 본 리코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럼 나를 생각하는 건 요우쨩의 일이구나'



-end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책 제목을 가져옴

리코도 조금 부끄러움 타는 성격이었으면 좋았을려나 싶음


보브컷여고생 2019.01.25 13: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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