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카난다이] 죄의식
- 글쓴이
- 코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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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170505
- 2019-01-22 08:36:18
「죄의식」
180813
rmy_012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 끝에 겹쳐져 닿은 것이 느껴진다.
내 손이 잡고 있는 것은 누구의 손이었지?
천천히 입술을 떼며 꾸욱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올리고 앞을 바라본다.
눈동자에 흐릿하게 맺히는 상은,
나의 죄의식을 파도처럼 몰고 온다.
-
몇 년 전이었더라. 너무 어릴 적 일이라 정확히 세기가 힘들다.
우리가 지금 키의 절반 조금 넘었을 즈음의 꼬마 시절.
해가 진 후, 사납게 파도치는 안개 낀 검은 바다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다이아는 물방울이 발목에 튀자 밤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는지, 물방울이 차가웠기 때문이었는지 흠칫 놀라며 내 손을 꼭 잡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카난 씨, 그러니까 안 된다구요! 파도가 이렇게나 치는데..."
"하지만 그거 다이아에게 소중한 거잖아? 같이 찾으러 가자."
"지,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하지만 오늘 밤엔 비가 온다고 했는걸... 내일 다시 왔을 때 떠내려가고 없으면 어떡해."
무엇이 떠내려갈까 그렇게 걱정이 가득했었던 거지.
다이아에게 소중한 무언가... 아니, 이게 뭐였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려나.
"마리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기뻐했었잖아."
아아, 맞아. 마리에게서 무언가를 받아서... 그걸 바닷가에서 잃어버렸던 거였나.
"그, 그치만 위험해 보이는데 잘못되면..."
"괜찮아, 다이아. 수영이랑 잠수는 내 특기니까."
이렇게 말했지만 안개 낀 밤바다에서는 잠수해보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어린 나는 전혀 무섭지 않은 척 하고 솨아 소리를 내며 우리 앞으로 밀려오는 검은 파도 쪽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분명히 그때도 나는 어둠이 무서웠을 터인데. 깊은 밤의 파도는 낮의 파도와는 사뭇 달랐다. 낮의 푸른빛 요람 같았던 바다는, 어둠이라는 요소와 결합되어 공포심만을 주었다. 습한 안개 냄새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해처럼 깊고, 밤하늘처럼 검은 파도를 향해 다가갔다. 내 뒤에는 다이아가 있었으니까. 다이아는 겁이 많아서, 내가 겁먹은 티를 내면 그 아이는 불안감에 그 가녀린 몸을 더욱 떨 것이기에.
"그러니까 분명 이쯤-"
그 때 모래알 사이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걸 잡아서...
"찾았다!"
작은 고리 모양의, 빛나는... 기억났다.
마리가 줬던 반지.
그 때의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컸던 반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에는 다이아의 손에 대충 맞았었지만.
"카난, 다이아! 이 반지가 손에 맞을 때까지도, 맞고 나서도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인 거야! 나중에 셋 다 반지가 맞게 되면 다시 한 번 맞대어보자! 약간 타임캡슐 같은 느낌이지!"
"마리 씨, 말이 거창한데 그냥 손에 맞는 반지가 없었을 뿐이잖아요."
"그래도 이쪽이 뭔가 더 의미있어 보이잖아~!"
"아하하... 뭐 상관 없으려나. 나중에 맞대보고 오래됐네, 하면서 추억이나 되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큰 의미는 없었던 그런 반지였다.
그 나이 즈음 아이들이 자주 하는, 그냥 친한 친구들끼리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며 같이 끼운 우정 반지 같은 것.
마리가 말한 것도 내가 말한 것도 사실 끼워맞춘 이유이고 그냥 셋이서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 반지는 아직도 네 손에 소중하게 끼워져 있는데.
나는 그 손을 잡고서는-
반지에 새겨진 우리의 지난 날들을 배신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이아의 맑은 흑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마치 그 때 그 검은 파도 같았다.
죄의식이 밀려와, 파도처럼 나를 삼켜.
그 때는 다행히 물에 빠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저 깊고 깊은 심해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내가 사랑하는 너의 아침 바닷물색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
너의 하이얀 뺨에 붉은 홍조가 물들듯이 검은 파도가 나를 물들여.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멀고 먼 과거부터.
너를 볼 때마다 매번 다시 자각했다.
너를 볼 때면 다른 아이들을 볼 때와 다른 심장 박동이 나의 전신에 울려퍼졌기에.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이지.
후회와 죄책감, 뿐?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이아는 분명 마리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뒤에서 응원해줘야지, 다이아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니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너에게도.
그런데 어째서 다이아는 나를 끌어안는 것일까.
아아,
검은 파도가 나를 삼킨다.
깊고 깊은 심해로,
나를 가라앉힌다.
-
작년에 짧게 쓴 건데 뭐 찾다가 오랜만에 발견해서 들고와봄
이거 이후로 글 때려쳤어...
180813
rmy_012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 끝에 겹쳐져 닿은 것이 느껴진다.
내 손이 잡고 있는 것은 누구의 손이었지?
천천히 입술을 떼며 꾸욱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올리고 앞을 바라본다.
눈동자에 흐릿하게 맺히는 상은,
나의 죄의식을 파도처럼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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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더라. 너무 어릴 적 일이라 정확히 세기가 힘들다.
우리가 지금 키의 절반 조금 넘었을 즈음의 꼬마 시절.
해가 진 후, 사납게 파도치는 안개 낀 검은 바다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다이아는 물방울이 발목에 튀자 밤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는지, 물방울이 차가웠기 때문이었는지 흠칫 놀라며 내 손을 꼭 잡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카난 씨, 그러니까 안 된다구요! 파도가 이렇게나 치는데..."
"하지만 그거 다이아에게 소중한 거잖아? 같이 찾으러 가자."
"지,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하지만 오늘 밤엔 비가 온다고 했는걸... 내일 다시 왔을 때 떠내려가고 없으면 어떡해."
무엇이 떠내려갈까 그렇게 걱정이 가득했었던 거지.
다이아에게 소중한 무언가... 아니, 이게 뭐였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려나.
"마리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기뻐했었잖아."
아아, 맞아. 마리에게서 무언가를 받아서... 그걸 바닷가에서 잃어버렸던 거였나.
"그, 그치만 위험해 보이는데 잘못되면..."
"괜찮아, 다이아. 수영이랑 잠수는 내 특기니까."
이렇게 말했지만 안개 낀 밤바다에서는 잠수해보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어린 나는 전혀 무섭지 않은 척 하고 솨아 소리를 내며 우리 앞으로 밀려오는 검은 파도 쪽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분명히 그때도 나는 어둠이 무서웠을 터인데. 깊은 밤의 파도는 낮의 파도와는 사뭇 달랐다. 낮의 푸른빛 요람 같았던 바다는, 어둠이라는 요소와 결합되어 공포심만을 주었다. 습한 안개 냄새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해처럼 깊고, 밤하늘처럼 검은 파도를 향해 다가갔다. 내 뒤에는 다이아가 있었으니까. 다이아는 겁이 많아서, 내가 겁먹은 티를 내면 그 아이는 불안감에 그 가녀린 몸을 더욱 떨 것이기에.
"그러니까 분명 이쯤-"
그 때 모래알 사이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걸 잡아서...
"찾았다!"
작은 고리 모양의, 빛나는... 기억났다.
마리가 줬던 반지.
그 때의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컸던 반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에는 다이아의 손에 대충 맞았었지만.
"카난, 다이아! 이 반지가 손에 맞을 때까지도, 맞고 나서도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인 거야! 나중에 셋 다 반지가 맞게 되면 다시 한 번 맞대어보자! 약간 타임캡슐 같은 느낌이지!"
"마리 씨, 말이 거창한데 그냥 손에 맞는 반지가 없었을 뿐이잖아요."
"그래도 이쪽이 뭔가 더 의미있어 보이잖아~!"
"아하하... 뭐 상관 없으려나. 나중에 맞대보고 오래됐네, 하면서 추억이나 되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큰 의미는 없었던 그런 반지였다.
그 나이 즈음 아이들이 자주 하는, 그냥 친한 친구들끼리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며 같이 끼운 우정 반지 같은 것.
마리가 말한 것도 내가 말한 것도 사실 끼워맞춘 이유이고 그냥 셋이서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 반지는 아직도 네 손에 소중하게 끼워져 있는데.
나는 그 손을 잡고서는-
반지에 새겨진 우리의 지난 날들을 배신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이아의 맑은 흑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마치 그 때 그 검은 파도 같았다.
죄의식이 밀려와, 파도처럼 나를 삼켜.
그 때는 다행히 물에 빠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저 깊고 깊은 심해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내가 사랑하는 너의 아침 바닷물색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
너의 하이얀 뺨에 붉은 홍조가 물들듯이 검은 파도가 나를 물들여.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멀고 먼 과거부터.
너를 볼 때마다 매번 다시 자각했다.
너를 볼 때면 다른 아이들을 볼 때와 다른 심장 박동이 나의 전신에 울려퍼졌기에.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이지.
후회와 죄책감, 뿐?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이아는 분명 마리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뒤에서 응원해줘야지, 다이아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니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너에게도.
그런데 어째서 다이아는 나를 끌어안는 것일까.
아아,
검은 파도가 나를 삼킨다.
깊고 깊은 심해로,
나를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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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짧게 쓴 건데 뭐 찾다가 오랜만에 발견해서 들고와봄
이거 이후로 글 때려쳤어...
제발본문에디시콘쓰게해줘
그림저장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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