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전에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선샤인 샴메리를 주문판매한 적이 있었잖아. 나도 그때 요싴이 샴메리를 주문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31일에 도착해서 어제 나한테 물건이 도착했거든.
이 이야기는 오늘 친구와 샴메리를 까면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야.
위에 쓴 것처럼 샴메리는 어제 나한테 왔어. 사진처럼 세팅을 하고 사진을 찍고 정리를 한 다음에 샴메리를 까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혼자 까서 마시는 건 좀 청승맞은 것 같더라고. 그래서 친구 중에서 한 명 불러다 내일 같이 까서 마시자고 했어. 의외로 시간이 비는지 친구도 괜찮다고 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늘 일의 발단이 되었던 것 같아.
그 친구는 꽤 오래전부터 친구였는데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면서 한동안 만난 적이 없었어.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김에 얘기나 좀 하면서 피방으로 간 다음 오버워치같은 게임을 하다가 4시간 뒤에 나왔어. 정오에 만나서 대여섯 시간쯤 되니까 날도 좀 어둑어둑해지더라. 1월이니까 아무래도 날이 빨리 지잖아? 일단 밥시간도 됐고 배도 고프니까 맘터로 가서 싸이버거 하나씩 먹기로 했어. 사실 시간도 늦었으니까 난 빨리 까서 한 잔씩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친구놈이 좀 쪽팔려 하더라고. 하긴 병에 그림도 있으니까 무리도 아니었겠지만(웃음). 걔는 좀 (자칭)라이트한 편이거든.
여튼 그럼 어디서 샴메리를 깔까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자기 집 앞에 사람 별로 없는 놀이터가 있으니까 거기서 까자고 했어. 난 어떻게 되던간에 빨리 까고 가고 싶었거든. 그게 본 목적이라서 그런 거기도 하지만 솔직히 좀 춥잖아. 그래서 한 15분쯤 걸어갔는데 얘 말대로 좀 으슥하거야.
그때부터였어.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던 건.
그렇게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샴메리를 까는데 내가 손톱이 좀 짧아서 비닐이 잘 안 뜯겼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빨리 까려다 보니까 더 안 뜯기는 거야. 겨우겨우 비닐을 깐 다음에 샴메리를 조심스럽게 까고(샴페인은 뚜껑을 누르면서 까지 않으면 뚜껑이 날아가서 뭐 깨먹을 수도 있음) 내가 가져온 컵이랑 요싴이 글라스에 각각 따라서 같이 마셨어.
그 순간 뒤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히 들릴 정도로, 조금 떨고 있는 듯한 그런 목소리가 났어.
누구야?
알고보니까 아파트 담당 경비였어. cctv에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 둘이 술을 까서 따라 마시고 있으니까 학교에 연락하려고 순찰왔다나봐. 술이 아니라 무알콜 샴페인이라고 말을 해도 영 못알아먹길래 그냥 한 잔 따라서 줬거든. 처음에는 근무중에 술마시면 짤린다고 뻐기다가 나중엔 한 잔 마시게 한 다음에 무알콜인 거 인증하고 경고먹고 나왔어. 의심가는 행동하지 말라고.
다음엔 혼자 까더라도 걍 집에서 까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