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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주문하신 카난리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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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YY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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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3 15: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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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完

kao-ga-les(203.229) 2017-05-15 21:59:49
조회 1386 추천 29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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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안에는 역시 카난 선배 혼자였다.


카난 선배는 창가에 기대서 팔짱을 낀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밖의 풍경은 생동감 넘치는 밝은 분위기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카난 선배의 얼굴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고, 눈빛에는 우울함이 비쳐서 묘한 대비를 이뤘다.

그런 카난 선배를 지켜보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음의 떨림이 금세 멈추었다.


카난 선배는 인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카난 선배는 심해수족관에서의 그때처럼, 이내 눈을 돌려버렸다.


다이아 선배, 잘난 듯이 떠들더니 역시 착각이었잖아요.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이거.


예상했었고, 마음의 준비까지 모두 끝낸 상태였지만, 카난 선배의 그런 행동은 내 모든 방어를 뚫고 또다시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당장에라도 여길 빠져나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마음껏 울고 싶었다.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만 있는 사이, 카난 선배는 책상 앞으로 가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일단, 앉을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카난 선배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물론 내가 고른 것은 카난 선배에게서 제일 먼 쪽의 의자였다.


카난 선배의 곁에 앉는 일은, 내겐 너무도 힘든 도전이었다.



[내 옆으로 와.]


[...네?]



나는 카난 선배쪽으로 휙 고개를 돌리고, 반문했다.


여전히 카난 선배는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녀의 입술은 꾹 다문 채로 떨리고 있었다.


...잘못 들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카난 선배의 입은 다시 열렸다.



[내 옆에 와서, 앉으라고.]



그전보다 훨씬 더 강제적인, 카난 선배의 말.


내가 알기로는 카난 선배는 절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때에 평소의 나였으면 분명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해 했을 테지만, 지금은 왠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카난 선배가 이끄는 대로, 내 몸과 마음을 맡겨보고 싶었다.


나는 천천히 카난 선배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카난 선배는 내가 자리에 앉자, 조금 텀을 두고 천천히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 번, 두 번,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천천히 내려가서, 내 귀를 타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귓바퀴를 미끄러지며, 턱선을 어루만지고, 목을 따라서 점점 내려오는 손.


어느덧 가슴의 바로 위쪽, 내 민감한 부분에도 아슬아슬하게 걸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평온하게 앉은 채로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카난 선배가 끝까지 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희롱하지만, 또 적당한 때에 멈춰 버리겠지.


여태까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고작 이런 장난질이나 하고 싶어서, 나를 옆에 앉힌 걸까.


분하고, 불쾌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가슴의 바로 위쪽에서 한동안 멈춰있던 손은, 천천히 내게서 떨어졌다.



[리코는...얌전하네.]



카난 선배는 손깍지를 만들어 책상 위에 세우고, 그 위에 머리를 기댔다.


살짝 벌린 입에서는, 보기만 해도 무거움이 느껴지는 듯한 억눌린 숨이 새어 나왔다.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그럴 거면, 그렇게 힘들어할 거면, 어째서 방금 같은 짓을 하신 건가요.


얌전하니 뭐니,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으려고 내가 여기 앉아있는 줄 알아?


대체 이 사람은 여기서 나와 뭘 하고 싶은 걸까.



[...아니에요.]



나는 당장에라도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겨우 참고 말했다.


참는다.


참는다.


카난 선배 앞에서는, 나는 항상 참는다.


대체 언제까지?


다이아 선배가 만들어준 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어중간한 채 시간을 끌다가, 카난 선배가 졸업해버릴 때까지?



[아니면, 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카난 선배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지친 목소리로 말한다.


그 안에는, 나를 책망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감추려고 했던 것 같지만, 내 예민한 신경은 원망스럽게도 그런 감정을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이 지경까지 온 게, 누구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현기증이 난다.


내 이성을 위태롭게 유지해주던 한 줄기 끈은, 그 순간 끊겨버렸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카난 선배야말로, 뭔가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장난이나 쳐대고, 여기저기 만져대고 그러면 재밌어요? 그렇게 여자애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러는 거에요! 대체 왜!]



나는 눈을 감고 목이 터져라 악을 썼다.


의자가 나뒹굴고, 내 손에 걸렸던 무언가는 날아가서 카난 선배에게 맞은 듯,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따뜻하고 단단한 것이 내 몸 전체를 감쌌다.


카난 선배가 일어나서 나를 끌어안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울분이 쌓여있는 내게 그 포옹은 구속이 되어, 오히려 짜증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놔요! 이거 놓으라고! 당신 같은 거, 정말 싫어...아쿠아든 뭐든, 다 필요 없어. 당신 얼굴 다시는 안 볼 거야...]



내 손이 카난 선배의 가슴을 밀친다.


발은 정강이를 때린다.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치며 카난 선배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카난 선배는 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 한 마디 말을 들은 순간,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던 의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다시 내 머릿속이 생각들로 채워지고, 냉정함이 돌아온다.


아아.


차여버렸구나.


이렇게 눈물범벅이 되어 비참한 꼴로, 나는 차여버린 거구나.


하지만 괜찮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카난 선배가 내게 마음이 없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잖아.


차일 때의 내 모습이 이런 꼴일 거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건 그렇고, 방금 내가 내뱉은 폭언은, 제대로 정정해야겠지.


아쿠아든 뭐든 필요 없다니,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는 해도 무슨 터무니없는 말을 한 걸까 나는.



[이제 괜찮아요. 놔주세요. 그리고 방금 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좀 화가 나서...홧김에 나온 것뿐이니까.]



나는 눈물을 닦고, 카난 선배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몸에 힘을 줬다.


하지만 내 몸은 카난 선배의 팔에 막혀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벗어날 수 없는 것뿐만이 아니라, 카난 선배는 팔을 더 조여왔다.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



에?



[리코의 마음...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어째서인지 카난 선배의 목소리가 떨린다.


물기에 젖은 듯한, 위태로운 목소리.



[그치만 말야. 좋아하지도 않는 얘한테 이런 짓을...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좀 알아채달라구...]



내 몸을 꽉 조여오는 카난 선배의 몸이 뜨겁다.


내 머리는 도저히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는 카난 선배에게 포옹당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나도...나도 리코를 엄청 좋아하는걸. 장난이니 뭐니, 다 거짓말이야. 항상 진심이었다구. 하지만 리코가 나를 거절할까 봐. 무서워서...너무 무서워서...]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내려는 것 같은, 카난 선배의 서러운 울음소리.


내 목에 뜨거운 숨이 들이치고, 어깨가 눈물로 서서히 젖어간다.


이제야 나는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우린 엇갈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서로 착각의 착각을 거듭해, 오해가 켜켜이 쌓인 채로, 등을 돌려버렸던 것이었다.


몰려있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어서, 카난 선배도 괴로웠던 거구나.


그동안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혼자 괴로워했을까.


나는 카난 선배의 등에 손을 두르고, 내게로 몸을 꾸욱 밀착시켰다.


맞닿은 몸으로 카난 선배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어서, 내 눈에도 다시 눈물이 흘렀다.


슬픔과 환희가 섞인, 복잡한 의미가 담긴 눈물이었다.


마침내 우린, 진실로 서로 연결된 거야.


카난 선배와 나는 한참 동안 서로를 끌어안고서 위로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았지만, 카난 선배는 아직도 훌쩍거리면서 내 어깨를 축축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카난 선배가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렀는데도, 카난 선배는 도저히 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난 선배가 나를 의지해준다니 정말 꿈만 같고 행복한 일이지만, 아직 맘에 걸리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기에,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뚝 하세요.]


[...응.]



카난 선배는 내 말에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눈물범벅인 얼굴이지만, 나를 안심시키려 애써 미소를 짓는 카난 선배.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새삼 반하면서도.


조금, 불안해져 버린다.


카난 선배는 정말 나 같은 평범한 여자로 괜찮은 걸까?


아직 카난 선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리 관계에 좀 더 확실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이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카난 선배가 나를 싫어할 가능성도 있다.


카난 선배에게 미움받는다니, 그런 것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정말로 먼 길을 돌아서 마침내 얻어낸 행복이기에, 우리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만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저는 얼굴은 좀 예쁘장하지만 가슴도 크지도 않고, 몸매도 볼품없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그걸 스스로 말하는거야?]



조금 힘이 빠진 듯이 들리는 카난 선배의 목소리.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얼굴은 내 마지막 자존심인걸.


뭐 하나 잘난 게 없는 여자가 카난 선배의 연인이라니, 그런 것은 말도 안 되잖아.


뭐...확실히 리코 얼굴은 예쁘지만, 몸도 뒤지지 않는걸. 그러니까 만지는 거짆아.]


카난 선배는 이제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는지, 나를 보며 전매 특허인 싱그러운 미소를 뿌렸다.


카난 선배의 말은, 내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언제까지고 그 치명적인 미소를 보고 있다가는, 그만 생각하는 걸 포기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는 안 돼.


나는 애써 고개를 내려, 카난 선배의 목덜미에 내 얼굴을 파묻었다.



[그...그런가요]



아직 들뜨기에는 이르다.


마지막 하나,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내가 모두에게 감추고 싶었던, 단 하나의 비밀.


내 입으로 말하기 정말 꺼림칙하고, 부끄러운 비밀이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아무래도 모두 들통나버린 것 같지만, 눈치 없는 카난 선배는 내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다면 영영 알지 못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카난 선배 앞에서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인간으로 카난 선배의 옆에 있을 바에는, 아예 이 관계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아.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각오를 굳혔다.



[카난 선배, 지금 타이밍에 조금 그렇지만...아니 지금이라서 말하는 거지만...저 고백할 게 있어요.]


[뭔데?]



위에서 들려오는 카난 선배의 달콤한 목소리에, 내 마음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걸 카난 선배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나는 별것 아닌 일에, 괜히 과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고민과 관계없이 내 입은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저...엄청 변태에요. 여자아이들끼리 야한 짓 하는, 흔히 백합 동인지란 것들을, 저는 최근까지 사서 모았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아쿠아 멤버들 상대로도 그런 백합 동인지에 나오는 여러 가지 야한 망상을 했어요.]



나는 목이 타서, 침을 꿀꺽 삼켰다.


카난 선배는 아직까지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


무섭다.


무섭지만, 계속 말해야만 해.



[....또 그 망상이란 것이 매일 반복하다 보니까 점점 수위가 높아져서...아마 카난 선배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에요. 이런 저라도 괜찮으신가요? 만약 카난 선배가 이런 변태 같은 여자애는 필요 없어. 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말, 전부 없던 걸로 해도 좋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난 카난 선배가 도망칠 수 없게 허리를 더 단단히 끌어안는다.


제발, 제발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해 주세요.



[뭐...리코가 야한 눈으로 멤버들을 본다는 건, 마리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고. 동인지라는 것도 내가 직접 봤으니깐.]



마리씨, 역시 말했던건가요


둘만의 s.e.c.r.e.t♡ 이라고 했으면서


언젠간 진득하게 벌이라도 줘야겠군요


아니, 아니야. 굳이 카난 선배가 아니더라도 이런 망상은 이제는 그만하지 않으면...


카난 선배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니, 역시 고민하는 표정이다.


하긴 그렇겠지.


아무리 카난 선배라도 이런 질 나쁜 취미에는, 어울려주기 힘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카난 선배는 나를 확 떼어놓고,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좋아.]



나를 잡아먹을듯한 강렬한 눈빛.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리코의 모든 부분이, 정말 좋아. 사랑해. 나와 사귀어주세요.]



내게 진지하게 부딛혀오는 카난 선배의 모습에서, 거짓이라고는 단 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나 다정한 걸까.


방구석에서 여자아이끼리 야한 짓을 하는 책을 보는 사람이라니, 매일 같이 활동하는 멤버들로 야한 망상을 하는 사람이라니.


싫은 것이 당연한데.


어떻게 그런 내 모습까지, 좋아해 줄 수 있는 거야?


그 순간, 햇볕이 내리쬐는 날의 눈더미처럼, 카난 선배를 향한 내 의혹의 마음도 모두 녹아내렸다.


난 도저히 카난 선배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응!]



카난 선배는 다시 한 번, 나를 꼭 안아준다.


엄청난 속도로 뛰는 이 심장은, 대체 누구의 것일까.


만약 카난 선배의 것이라면, 나 행복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카난 선배의 몸을 느꼈다.


한동안 그러고 있다 보니, 슬슬 내 마음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자라났다.


카난 선배의 말과 행동에 모두 집중되었던 신경이, 다른 쪽에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호기심 많은 소녀의 나쁜 생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그럼 전 이제 카난 선배의 연인인 건가요?]


[응, 그렇네.]



카난 선배는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내가 여태까지 봤던 어떤 광원보다도 눈부시다.


이런 사람이 정말 내 연인이라니, 나는 전생에 대체 무얼 했던 거야?


세계 멸망이라도 막았던 겁니까, 전생의 사쿠라우치님.



[연인이라면, 있잖아요? 허그 말고도...힛.]



무심코 듣기에도 민망한 웃음소리를 내 버렸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카난 선배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키...키스라던가? 섹, 아, 이건 좀 나중에.



[...리코는 변태. 역시 이런 부분은 좀 그럴지도.]



볼을 부풀리고 빨개진 얼굴로 눈을 피하는 카난 선배.


뭡니까 이 귀여운 생물은.


그래도 변태라는 부분은, 조금 마음이 상한다.


한창 감수성 예민할 나이니까, 조심해달라구요?


뭐, 사실이긴 하지만.


...이걸 구실로 조금 달라붙어 볼까.


이제부터는 여...연인이니까 그래도 되겠지?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요~카난 선배에~내 모든 부분이 좋다면서~]



나는 카난 선배의 목에 팔을 걸고, 볼륨감 넘치는 가슴에 내 얼굴을 비볐다.



[아...알았어, 리코가 원하는 대로 해.]



카난 선배는 수줍게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좋았어.


합니다.


정말 해 버린다구요, 첫키스.


뭔가 입장이 조금 바뀐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카난 선배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나는 카난 선배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 내 쪽을 향해 부드럽게 돌렸다.


나도 내게 이런 용기가 있었나 의아했지만, 어쩐지 몸과 마음이 내 통제를 벗어난 듯 마음대로 움직였다.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카난 선배.


하지만 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곧 내 의도를 눈치채고 스스르 눈을 감았다.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내 입술과 카난 선배의 입술은,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간다.



[잠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치카쨩을 앞세운 아쿠아 멤버들이 우르르 부실로 밀려들어왔다.



[거...거기까지! 부실에서 뭘 하려고 하는 거야!]



우리의 모습이 순진무구한 치카쨩에게는 자극이 조금 심했던 것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보고 있었던 겁니까.


보는 건 상관 없지만, 좋을 때에 방해하다니...


놓쳐버린 기회가 너무 아쉽다.


잠깐, 이제 우리는 연인이니까, 키스 정도는 아무때나 해도 되는 거잖아.


나는 까치발을 하고, 카난 선배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머지는 둘만 있을 때, 알겠죠?]



전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새빨간 얼굴이 되어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카난 선배.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방금 내 대사가 엄청나게 대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카난 선배는 대체 뭘 상상했길래 저런 얼굴이 된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 나도 카난 선배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버렸다.



[당신! 방금도 무슨 말을 한 건가요!]


[글쎄요...뭐랄까...같이 미역 샌드위치라도 만들자는 이야기랄까.]



나는 난처한 웃음을 지으면서 적당히 얼버무렸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분명 파렴치한 이야기였겠죠!]



다이아 선배는 나와 카난 선배에게 검지손가락을 들이밀며 억압적인 투로 말했다.


정말, 귀찮게 구네.


이제 사귀는 사이인데 파렴치한 이야기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규방 처녀들도 아니고.


외국인들처럼 프리한것까지는 아니지만요.


잠깐, 외국인?


그러고 보니 다이아 선배...



[그러는 다이아 선배는, 아까 마리씨와 사귀고 있는 걸 자기 멋대로 말해놓고선, 농담이라고 얼버무렸었죠?]


[엣.]



뒤에서 생글거리고 있던 마리씨의 얼굴이, 갑작스레 일그러졌다.


다이아 선배는 고장난 나무인형같은 모습으로, 마리씨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다이아...멤버들한테 말하는 시기는 둘이서 정하기로 약속했으면서...그리고 농담?]


[마...마리씨 이건...아악! 당신들~~! 기껏 사람이 큐피트 역할을 해 줬더니! 헤어지세요 당장!]



마리씨가 다이아 선배에게 달려들어 팔을 깨물고, 다이아 선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함을 질렀다.


카난 선배와 나는 멤버들과 함께 그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우리들 사이로 치카쨩이 달려들어 폭 안겼다.



[치...치카쨩?!]


[에...]



치카쨩은 당황하는 나와 카난 선배의 허리를 양손에 두르고, 몸을 꾸욱 밀어붙혔다.



[아니~조금 질투가 나서~]



치카쨩의 귀여운 투정을 듣고, 카난 선배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보니 너희들에게는 정말 신세를 많이 졌네.]



카난 선배는 몸을 돌려 멤버들을 향해 서서, 양 손을 펼쳤다.



[다들 고마워! 모두 같이 허그하자!]



카난 선배의 말에 마리씨는 다이아 선배를 향한 공격을 즉시 멈추고, 달려와 안겼다.


그 뒤를 이어, 다이아 선배도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같은 말을 하며 우리에게 팔을 둘렀다.


요우쨩도, 루비쨩도, 하나마루쨩도 웃으며 다가와서 모두와 어우러진다.


욧쨩만은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안겼지만, 뭐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려나.


아홉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포옹을 하니 뭔가 보기 답답하고 웃기는 자세가 되어 버렸지만, 상관 없었다.


오히려 이 편이, 멤버들의 따뜻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멤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가운데에서, 이름 모를 새의 하얀 깃털 한 개가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어쩐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도쿄에서 맺은 모든 인관관계를 버리고, 홀로 시골에 내려온 나.


그때의 나는 이 무렵의 내가 이렇게 멋진 인간관계를 맺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지.


여기,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멤버들이 있고, 내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카난 선배가 있다.


모두와 함께 보내는 지금의 시간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 순간, 나는 간절히 바란다.



부디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Fin.






후기


맨 먼저, 긴 소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갤질 하다가 갑자기 느낌이 와서 동인지를 들킨 리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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