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여왕님 길들이기 -2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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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29 04: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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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심이 있은 후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작곡에 있어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리코는 새로운 컨셉이 결정된 이후로 이에 맞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찾기 위해 작곡에 파묻혀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외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했기에 11시 이전에는 꼭 잠에 들었지만, 11시에 기필코 잠에 들었기에 깨어있는 시간은 오롯이 작곡에 대한 시간이었다.
그 때문에 요시코에 관한 사건은 머릿속에서 살짝 잊혀졌었지만, 작곡을 끝마치고 상쾌하게 맞이한 아침 스킨로션을 바르기 위해 거울을 보았을때 마주친 거울 속의 눈동자가 요시코의 선홍빛 눈동자로 오버랩되며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끄응...」
어차피 리코 혼자만 전의를 불태워 요시코는 전혀 이에 대한 일을 모르기에, 기분조절에 실패하여 내면에서 저질렀던 어수룩한 일로 치부하며 덮어둘까 싶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그 무심한 눈길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자존심 상해...」
내가 이렇게 쪼잔했나싶지만, 뭐 어쩌겠어 이번기회에 친목도모나 한다 생각하지 뭐
항상 작곡을 끝마치면 옆 집에 살고있어 물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작사까지 맡고 있는 치카에게 맨 처음 들려주었으나, 이번에는 그 타천사에게 이걸 빌미로 말을 걸어봐야겠다.
-
「안녕 리코쨩!」
「좋은 아침이야, 치카쨩」
작곡을 끝마친데다 귀여운 치카와 함께할 등교길에 기분이 하이텐션인 리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옆 집에 살고 있는 치카를 만나 등교길에 올랐다.
타카미 치카, 자신의 말로는 너무 평범하기 짝이 없어 고민이라는 아이, 그러나 목소리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전혀 평범함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눈 높은 리코의 기준에서도 아름다움의 범주에 충분히 들어갈 재목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그렇다는데 어떡하겠는가, 리코는 그저 아니야 치카쨩도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워라는 말을 반복하며 소녀의 자존감을 불어넣었다.
가끔은 일부러 칭찬을 듣고 싶어 이러는 건가 싶었지만, 치카는 정말로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어느정도 친해졌을때에는 리코쨩은 예쁘고 작곡도 잘해서 좋겠다라는 말을 종종 내뱉으며 열등감까지 내비치곤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자존감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리코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안타까웠다.
안타깝지, 아름다운 사람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몰라 활용하지 못한다니. 물론 그 갭에서 오는 매력도 있겠지만.
「리코쨩, 작곡은 다 끝났어?」
「으응? 아, 아직 마무리를 다 못해서, 끝나면 들려줄게.」
거짓말해서 미안 치카쨩, 속으로 사과를 내뱉으며, 리코는 여느 때처럼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 마무리가 끝난 이 곡은 츠시마 요시코와 리코 사이에 멀고도 가까운 사이를 잇기 위해 오작교가 되어주어야했다.
「응 알겠어 근데 말이야 미토가 ...」
능숙하게 화제를 돌린 치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적당한 호응을 내뱉으며 리코는 언제 어디서 이 곡을 들려주어야하는가 고민하기시작했다.
요시코는 리코와 다른 학년이어서 부활동외에는 딱히 마주칠 일이 없었다. 유닛활동곡이었다면, 유닛멤버라는 이유로 찾아가 들려줄 수 있겠지만, 아쿠아 9명 모두가 참여하는 곡이었기 때문에, 요시코를 찾아간다면 항상 세트로 붙어있는 하나마루와 루비에게도 이 곡을 들려주며 감상을 물어야했다.
리코가 원하는 것은 요시코가 오롯이 리코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단 둘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야 리코가 요시코를 뚫어져라 볼 수 있고, 요시코도 리코의 존재를 의식할 테니까.
하지만 명분이 없다 명분이 리코가 요시코만을 쏙 빼올 수 있는 명분이!
「아, 그러고보니 오늘 체육시간도 피구이려나 치카는 소프트 볼이 재밌는데」
「그래 체육시간!」
「깜짝이야!, 맞아 리코쨩 체육 못하는 편이었지?」
체육시간에는 체육복이 필요했다. 하나마루와 루비는 몸집이 작아 리코와 체육복 사이즈가 맞지 않겠지만, 리코와 그나마 체형이 비슷한 요시코의 체육복은 얼추 자신에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우라노호시는 1학년 1학급이라 같은 학년에게 체육복도 빌릴수 없으니 완벽한 명분이었다.
체육복이 있긴 했지만 숨겨두고, 깜빡했다는 핑계로 요시코를 찾아가 체육복을 빌리고 답례를 핑계삼아 불러내어 노래를 들려주며 둘이 같이 있는 시간에 존재를 각인시킨다 실로 완벽한 플랜이었다.
물론 그 덤벙거리는 타천사가 체육복을 깜빡하여 갖고있지 않다면, 위 학급의 잔소리쟁이 다이아씨에게 찾아가야하는 불상사가 생기겠지만, 리코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그 경우는 자세히 찾아보니 있었다라는 시나리오로 밀고가기로 했다.
-
「어떡해... 체육복 놓고왔나봐!」
「요소로! 수영부활동때문에 요우짱은 체육복이 두 벌이지말입니다! 내꺼 빌려줄게!」
「체육복 빌리러 갔다올게!」
「엣, 요우쨩의 체육복이 있지말입니다!」
리코는 체육시간이 다가오자 요시코에게 체육복을 빌리러 가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체육복을 놓고왔음을 어필했다. 요우가 체육복을 두 벌씩 들고다닌다는 사실에 살짝쿵 당황하기도 했지만, 마치 너무 당황하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며 살포시 무시하고 교실밖으로 뛰쳐나갔다.
「요우쨩의 체육복은 복병이었네」
체육복을 빌리러 급박하게 교실 문을 뛰쳐나간 소녀와 어울리지 않는 산뜻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1학년 교실로 향하는 리코는 요우에게 할 변명거리와 요시코를 체육복을 빌미로 방과후에 불러낼 말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요우에게는 미안 당황해서 못들었어, 라고 하면 되겠고, 요시코와는 아직 아무이유없이 불러내기는 민망하달까 어색하달까. 누군가를 불러내기 위해 이런 수고까지 하는 자신이 이해안가기도 하고, 내가 고민을 하며 이유를 찾아야만 요시코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 거리감이 새삼 와닿았다.
문득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오기 위해 안절부절하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도 그랬을까.
눈에 띄는 외모와 듣기 좋은 목소리 뛰어난 재능과 괜찮은 배경은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이야깃거리, 먹잇감이었다. 리코는 자신에게 달라붙어 듣기 좋은 말을 내뱉고 떠받드는 사람들이 하찮았고 우스웠다. 조용하고 부끄럼타는 성격은 굳이 아이들과 섞여 말을 내뱉고 싶지 않아 만들어낸 것이었고, 수수함은 자신에게 이것저것 귀찮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거절하기 위한 적당히 생각해낸 명분이었다.
물론 귀찮지 않을 정도로 요구를 받아주고 자신의 얼굴과 분위기를 발판삼아 자주 이용해먹기도 하면서 원만한 교우관계를 그려나갔지만.
제멋대로 우상화하며 이상향을 끼워맞추는 아이들에겐 리코가 하늘하늘하고 청순한 꿈에 그리던 미인상으로 보여서 오히려 만만하게 보고 무례하게 구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 리코가 그어놓은 선을 넘어 본연의 위에서 내리보는 오만함과 시선에 섞인 차가운 본성을 본 아이들은 뒷걸음 쳐 멀어졌다.
내면을 본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가 험담을 늘어놓았지만, 원만한 교우관계와 리코가 대외용 성격으로 만들어논 이미지덕분에 험담을 늘어놓은 아이들만 못된 아이가 되어 손가락질 받았다. 왜 그런 말을 지어내는거야, 너 리코를 질투하는 거니?
킥킥,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새삼스레 거리감을 느끼고 진부한 감상에 빠져버린 자신이 우스워 웃음이 나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평소처럼, 누구라도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눈꼬리를 내리고 곤란해하는 얼굴을 하며 이야기해야지, 방과후에 시간이 있니?
-
1학년 교실에 당도한 리코는, 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이에게 부탁해 요시코를 불러내었다. 밤에 무엇을 하는지 항상 피곤해하는 요시코는 기지개를 쭈욱펴며 리코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으응, 내가 체육복을 놓고왔는데, 혹시 체육복좀 빌려줄 수 있니?」
「사이즈가 맞으려나 모르겠네」
「하나마루쨩이나 루비쨩은 무리고, 학생회장님은 좀 그래서….」
「… 잠깐만 가지고 나올게」
잠깐의 침묵으로 무언의 긍정을 표한 요시코는, 뒤돌아 교실로 들어갔다. 하나마루와 루비와 짧게 대화를 나누는 듯 셋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리코가 어떤 일로 찾아왔는지 묻는거겠지.
드르륵, 문을 열고 나온 요시코는 체육복주머니를 리코에게 건네주었다.
「세탁해서 돌려줄게」
「그럴필요까지야, 어차피 한 번 입은건데 상관없어.」
「그래도 오늘 수업 야외수업인데…….」
오늘은 체육수업을 운동장에서 하는터라, 한 번 체육시간이 지나면 체육복은 흙먼지가 묻어 더러워질터였다. 그 사실을 떠올리곤, 이와 엮어서 어떻게 해볼까 세탁을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거절이 돌아왔다. 리코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였으나, 요시코의 반응은 없었다.
리코는 -1의 데미지를 입었다.
「괜찮아, 어차피 오늘 가져가서 세탁할 거였으니까.」
「아, 그럼 내가 대신 세탁을…. 」
「…」
피로에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거절하는 눈빛만은 곧고 완고했다. 의외의 모습을 본 리코는 요시코의 특이사항에 이를 적어넣는다. 근데, 누구에게 체육복을 맡기기 싫은걸까, 그래도 체육복은 순순히 빌려주었는데…. 세탁해주겠다는 말에는 단호한걸보니 체육복을 세탁하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건가, 아,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나갔네. 근데 내가 직접 빨래해주겠다는데 말이야 왜 거절하는건데.
「그럼, 답례라도 할게 방과후에 시간있니?」
「…」
침묵, 요시코는 리코가 먼저 거의 내뱉지않는 약속마저도 거절할 생각인지 입을 움직이다가 리코의 트레이드마크인 비에 젖은 고양이마냥 처연하고 안쓰러워보이며 귀여움이 배가되는 표정과 눈빛을 마주친 후 움찔거렸다.
리코는 -1의 데미지를 입었다.
「…응 괜찮아. 흐아함 아, 미안해 내가 잠을 못자서….」
정말로 피곤해보였던 요시코는 승낙의 말 뒤에 결국 하품을 참지 못했고, 정말로 하품을 해서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리코를 바라보았다. 흐음, 뭔가 알 듯 말듯하네, 리코는 요시코의 특이사항에 방금 일을 한 줄 더 추가해 넣었다. 근데 피곤한데 불러내서 고민했던건가. 그런거면 뭐.
리코는 2의 체력을 회복했다.
「아냐 귀여워, 미안 내가 시간을 뺏은거 같네, 이따 방과후에 1학년 교실로 올게」
「아니야, 이따봐」
아니야라는 말은 귀엽다는 말을 부정한걸까, 시간을 뺏어 미안하다는 말을 부정한 걸까. 어찌됐든 내가 귀엽다고 한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거 맞지?
리코는 -3의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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