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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 여왕님 길들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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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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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2135927
  • 2018-12-27 08: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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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 길들이기 


어릴 적 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과 얼굴에 무감각해진 요시코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자존심이 강한 내숭녀 리코의 이야기 



 살짝 구름에 가려 미지근한 햇살, 고요한 공기, 나무바닥 특유의 미묘한 냄새와 섞인 누군가의 은은하고 시원한 향. 사락 넘어가는 책 외에는 모든게 정적이어서 묘하게 현실감이 들지 않는 부실 안, 습관처럼 턱을 괸 채 자신은 전혀 알아 볼 수 없는 이상한 단어들이 넘치는 책을 보는 블루블랙 머리의 그녀. 해괴한 그림과 단어만이 보이는 해괴한 책인 것이 분명한데도, 이해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는지 찌푸려지지 않는 미간, 반듯한 눈썹, 무심한 선홍빛 눈길을 품는 살짝 치켜올라간 눈매, 새하얗고 깨끗한 피부, 얼굴을 더욱 입체적이게 해주는 높은 콧대, 책을 넘기는 길고 가느다란 손, 의외로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채 가지런히 정리된 손톱, 턱을 괴어 살짝 젖혀진 교복 사이로 보이는 손을 대면 부드럽게 미끄러 내릴 듯한 목덜미, 그리고 살짝 얇지만 그녀의 눈동자처럼 붉고 예뻐 꾹 눌러보고 싶은 입술까지. 


 한 번 본다면 두 번 보고 싶고, 길에서 스친다면 저절로 시선이 가고, 여럿의 속을 앓게 했을 전형적인 미인상의 그녀, 츠시마 요시코. 


 사쿠라우치 리코는 예술가 답게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고, 그 아름다움의 범주에는 사람도 당연 포함되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귀를 즐겁게 했고, 아름다운 사람은 눈을 즐겁게 했다, 잘만들어진 예술품은 당연히 눈으로 즐겨줘야 하지 않는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변태 같이 상대를 훑는 것은 아니었으나, 리코 자신도 미인에 속했기에, 아름다운 사람을 눈으로 훑는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이 마주칠 때 리코가 살풋 짓는 웃음은 상대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외모지상주의라 느끼겠지만서도, 매력적인 미인의 얼굴은 많은 면죄부를 주었다. 


 그렇기에 어째서인지 자신과 요시코 외에는 전혀 도착하지 않은 부실 안, 요시코를 빤히 훑는 것은 리코에게는 즐겁고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시코를 볼 때마다 리코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악마소환이니 타천이니 헛소리를 할 때 입을 틀어 막고 싶어지지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다면 미소녀, 언제나 집고양이처럼 아무데서나 늘어지며, 말을 툭툭내뱉지만 의외로 예의바른 아이. 리코는 자신 안의 요시코를 몽글몽글 떠올려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위화감이 어디서 오는 지 알 수 없었다. 


 「흐음...」


 리코는 무의식적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요시코가 읽고 있는 책의 페이지가 넘어간다. 리코는 반대편 소녀와 같이 손을 올려 턱을 괴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그 위화감의 정체는? 


 톡톡톡 -


 리코가 턱을 괴지 않은 손으로 나무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책을 읽고 있는 상대가 있는 고요한 부실 안에서는 다소 무례할 행동임에도 요시코는 책에 집중하고 있는지 전혀 개의치 않은듯 또 다시 책장을 넘긴다. 


 톡톡톡 - 


 피아노를 배운 그녀가 만드는 소리 답게, 일정한 박자와 세기를 가진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리코는 이유를 찾기위해 한껏 찌푸려진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굴린다. 


 톡톡톡 - 


「무슨 고민있어?」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아 살짝 잠겨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힌다. 목소리도 예쁘네. 스치는 생각을 버리고 리코는 이유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 굴리던 눈을 돌려 그녀의 앞에 마주 앉은 소녀를 바라본다. 책을 바라보던 무심한 눈길과 다르게 살짝 걱정 한 스푼을 탄 아름다운 선홍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고보니,


「말하기 싫으면 말고」

 

  얘, 


 자신을 바라볼 뿐, 전혀 말이 없는 리코에 턱을 괴던 손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세를 바꿈으로 인해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몇 번의 손길로 정리한다. 


  나를 전혀 보지 않았잖아? 

 

 다시 눈길을 돌려 책을 바라보는 요시코.


 요시코는 리코가 노골적으로 요시코를 바라보는 눈길에, 단 한 번도, 리코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여태껏 리코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리코는 자신이 느끼던 위화감의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은 이후,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종종 아니 자주 대놓고 요시코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연습할 때라던지, 우연히 등하굣길에 만나 같이 걷는 때라던지, 부실 안에서라던지, 요시코를 지긋이 바라보았지만, 단 한 번도 리코는 요시코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마주보는 그러니까 자신의 눈빛을 의식하는 일을 맞이하지 못했다. 


 오히려 치카라던지, 요우라던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리코에게 살며시 다가와


 「에, 리코쨩 요시코쨩 너무 뚫어져라 보는 거 아니야? 혹시 싸웠어?」


 라며 귓속말을 건네었고, 그때마다 리코는, 아니 파리가 날아다니길래하는 치카나 요우니까 믿을법한 적당한 말로 둘러대며 시선을 돌렸다. 

  

 다음 곡 컨셉회의를 위해 부실 안에 모든 멤버들이 모여있었다. 리코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때에는 오해받기 쉽상이니 자제하는 편이나, 어느새 가설검증을 위한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요시코를 지긋이 바라보았고 요시코의 옆에 앉은 하나마루가 그 시선을 눈치챈듯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리코는 습관적으로 벚꽃처럼 청순하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고, 하나마루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자신의 눈길을 피했다.


  그래,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얼굴이 붉어진다는 라노벨속 히로인 일생의 50%를 차지할 법한 귀여운 반응은 바라지도 않아, 내가 보는데 눈치 못채는게 말이 돼? 리코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게다가 요시코가 하나마루의 리코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살짝 돌린 일에 반응하여 하나마루를 쳐다보았을 때, 리코는 더더욱 기분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 관찰로 인해, 리코는 요시코가 모든 이의 시선에 무감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으나, 고작 초등학생도 내뱉지 않을 단어나 나열하며 유치원생도 졸업했을 악마컨셉을 내뱉는 타천사가 자신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것에, 수수함을 입에 담지만 그것은 남과 엮이기 귀찮아 그어버린 선일 뿐, 안에는 고고하게 세우고 있는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 사고회로도 같이 고장나버린 리코는 그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였다.


  나를 돌아보게 만들겠어!


 그렇게, 요시코를 나에게 안절부절 눈만 마주치기를 간절히 바라며 시선을 갈구하는 포로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피아노 천재부터 시작하여, 누구나 갈구하는 아름다운 미녀이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라도 꼬여낼 수 있다는 자존심 강한 리코의 원대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



 집으로 돌아와 그녀는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공책을 펼치고 큼지막하게 「계획」이라는 단어를 적어넣었다. 


 그녀가 갈구하는 목표는 단 하나, 요시코가 자신을 의식하게 만들기 다른 말로 요시코 꼬시기, 요시코가 자신을 좋아하게 된 후의 고백에 사귈 것인지 아닐 것인지는 그때 가보아야 알겠지만, 아마 괴팍하고도 자존심 센 성격을 숨기고 있는 리코는 네까짓게! 하며 차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후후 나에게 매달리며 애원하게 만들어주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실패 할 가능성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리코는 어떻게 해야 요시코를 꼬실 수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접근하는게 중요하겠지. 


 조용하고 자칭 수수함을 달고다니는 리코는 미녀를 감상하는 것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그런 취미일 뿐, 남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시선을 보내는, 그러니까 상대방에서 호감을 내비치는 것에 익숙했다. 언제나 리코의 부드럽고 예쁘장한 목소리를 끌어내기 위하여 이야깃거리를 고민하는 것은 항상 상대방이었기에, 요시코에게 어떤 주제로 말을 걸 것인가를 떠올리는 것은 상당히 뇌를 혹사하는 일이었다. 


 그 타천사가 눈을 빛낼 주제라하면은 역시 악마소환이나 뭐 그런종류겠지, 리코는 요시코와 어울려 미카엘 가브리엘 바알 마계의 악마들 등등을 중얼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 몸에 소름이 오소소돋았다. 내가 그정도까지 해야하는건가? 


 하지만, 리코는 중2스러운 무언가 외에 요시코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리코는 그 이상한 아이와의 커다란 간극을 메울 의지도 없었고, 학년도 다른데다, 자신은 수수함을 내세워 앞에 나서지도 않는 터에 요시코도 딱히 사교성이 뛰어난 아이가 아니었기에 둘은 가깝고도 먼 사이를 유지중이었다. 그래도 같은 아이돌그룹도 하고 있고 유닛인데 너무 무심했던건가 왠지 미안해졌지만, 요시코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상관 없지 않나 아니 근데 어떻게 나한테 관심이 없을 수가 있지? 리코는 다시 한 번 기분이 나빠졌다. 

  

 대학시절 수 많은 이들을 울렸던 어머니의 얼굴을 쏙 빼닮은 리코는, 와인빛의 탐스러운 머리칼과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와 적당히 높은 콧대, 전체적인 인상에서 풍기는 벚꽃같은 분위기등을 지닌 자신의 외모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요시코는 그런 리코의 시선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완전 기분나빠 


 리코는 공책에 가지런한 글씨체로 적힌 「계획」이라는 단어를 볼펜으로 찍찍 그어버렸다.  에라이, 계획이란게 필요한가 내 얼굴이 무기인데. 날 돌아보게 만들겠어 


 리코는 얼굴을 믿고 그냥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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