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에 신입생들도 와서 오리엔테이션 하는데 나는
구석에서 말없이 앉아있는 거지
하지만 팔짱 낀 채 왠지 화난 느낌으로 앉아있으니까
아무도 섣불리 말은 못 걸지만, 속으로는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여학생들도 있는 건 어쩔 수 없네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다들 술마시러 간 자리에서 내 옆에
앉은 들러리 포지션의 인싸 남자 신입생이 말 거는 거야
"선배님은 게임 같은 건 안 하시나요?"
"...스쿠페스."
그 한 마디에 신입생들이 웅성웅성. 목소리 너무 멋지다는
말도 섞여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 화제의 스쿠페스를
한다는 사실.
"그, 그럼 덱의 마이크 수는...?"
"질문이 많군."
"죄, 죄송합니다!"
훗 귀여운 신입생 같으니
"전속성 8마이크. 랭크는 700까지만 올렸지
난 낮은 랭크가 좋아서."
갑자기 술자리의 주인공이 된 후에
내가 스쿠페스를 켜서 내 덱을 딱 보여주자 신입생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오는데, 한 여학생이 입을 가리며 놀란
거야
"거짓말......!"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던, 제법 아름다운
신입생이었는데 (금발,처녀임),포커 페이스가 풀린 거야
하지만 그녀가 자기 캐릭터도 보여주자 난 그 이유를 알게
됐지
그녀는... 솔로 플레이어였던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하고 수 개월 동안 스쿠페스 친구였던 아이..
소중한 존재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