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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요하리리]In this unstable monologue-完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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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115310
  • 2018-12-07 12:52:46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2057172

2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2094579


드디어 완결 ㅠㅠㅠㅠㅠ

혹시라도 기다린 사람 있으면 ㅈㅅ....

전에도 말했다시피 가사네타 글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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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요시코는 완전히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하나마루는 완전히 요시코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 루비는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기색을 종종 보이긴 했지만, 하나마루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요시코 자신 역시 루비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인지 이래저래 혼자 끙끙대는 모습이었다.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네. 그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딱히 그렇다고 커다란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애초부터 외톨이가 되는 것엔 익숙했으니까. 수업을 듣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고…사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것 보다는 혼자였던 기간이 훨씬 더 길었으니까 이 편이 더 익숙하긴 했다. 다만…

 

“요시코쨩! 집에 가자!”

“…응.”

 

어째서인지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도 이 쾌활한 선배는 계속해서 요시코와 등하교를 함께 했다. 솔직히 리코가 상처를 받고 돌아간 그 날, 요시코는 당연히 요우 역시 자신에게 등을 돌렸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기 위해 들른 버스 정류장서에는 여느때처럼 요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좀 늦었네! 솔직히 먼저 간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야!”

“……”

 

정말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요우의 태도. 요시코는 그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요우의 곁에 서 있다가 조용히 다가온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요우는 요시코의 곁에 붙어 앉아 이것저것 떠들기 시작했다.

 

설마, 오늘 나와 리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는 건가? 하지만 요시코는 곧 눈치 챘다. 요우는 평소처럼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죽 늘어놓고 있었다. 치카가 졸다가 선생님에게 혼난 이야기, 수영부 후배가 힘내라고 선물을 준 이야기 등등, 익숙한 이야기들이었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요우의 입에서 리코의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알고는 있구나.’

 

요시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물론 리코의 성격상 절대 요시코에 대한 나쁜 말들을 전했을 리는 없다. 허나 오늘 일을 객관적으로 전달했더라도, 자신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한 행동임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그런데도 어째서 요우는 자신에 대해 똑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리코가 뭔가 말 하지 않았어?”

 

라고 묻고 싶지는 않았다.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요우와의 인연도 완전히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츠시마 요시코, 너도 참 비겁하구나. 요시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자신을 향해 비난의 말을 던졌다. 결국 리코는 물론이고 하나마루와 루비에게도 그런 심한 짓을 했던 주제에, 그 아이들과의 마지막 끈 하나는 차마 놓을 용기가 없었던 거니까.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이제 슬슬 혼자 다니는 것에도 완벽하게 적응해 있었다.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건 무뎌지는 거라고 해야 하나? 뭐 상관없지만.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마음을 크게 흔들리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요우와 같이 등교를 한 요시코는 요우와 헤어져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 간 순간, 그녀는 클레스메이트 사이에서 오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대화 내용을 듣고 말았다.

 

“사쿠라우치 선배가?”

“응! 요새 나랑 엄청 이야기 많이 한다! 먼저 말도 걸어 주시고, 종종 먹을 것도 주시고, 피아노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시고. 너무 좋은 거 있지.”

“부럽다…나도 사쿠라우치 선배랑 친해지고 싶어.”

 

요시코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전혀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리코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저 당황스러웠다. 그보다, 리리가 후배랑 친하다고? 그 리리가? 그런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물론 리코가 후배를 일부러 멀리 하거나 차갑게 대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시코가 아는 리코는, 묘하게 부끄러움을 타는 탓에 후배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할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이내 고개를 붕붕 저으며 생각을 털어 냈다. 내가 왜 저런 말에 휘둘리는 거야. 나랑 리코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마음속에선 영 불편함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요시코는 이 감정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질투라는 감정이었다. 자신은 리코를 억지로 떠나 보낸 이후로 이렇게 쓸쓸해하고 있는데, 정작 리코는 다른 후배와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요시코의 마음을 자극해왔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덮으려 애썼다. 리코에게 그렇게 심한 짓을 한 자신에게 질투를 할 자격 따위는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하루 종일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씨름하느냐 파김치가 되어 버린 요시코는 서둘러 교실을 나섰다.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그 자리에서 못박힌 듯 멈춰서고 말았다. 와인과 같은 자주빛 머리카락. 하얀 얼굴. 그것은 바로…

 

“…리리?”

 

리코는 저도 모르게 복도 한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리코는 저 멀리 보이는 복도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 상대는 아까 전 자신이 리코와 친해진 것 같다고 자랑하던 요시코의 클래스메이트였다. 요시코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에헤헤. 이정도면 됐나요 선배님?”

“응, 미카쨩은 정말 xxx구나. 고마워.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어.”

“아니에요 선배님. 저도 선배님의 xxx는 얼마든지 xxx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고마워. 미카쨩은 정말 착하네. 그럼 답례로 xxx를 xxx….”

 

리코는 정말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클래스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가 있는 탓에 군데군데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했다. 리코의 저 미소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저런 환한 미소, 나한테도 잘 보여주지 않았던 건데. 리코는…정말 내가 곁에 없어도,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요시코는 그대로 뒤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저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코를 계속 보고 있을 자신도, 지나가면서 가까이에서 볼 자신도 없었으니까.

 

요시코는 그렇게 다른 길로 둘러 학교를 빠져나갔다. 머릿속이 너무도 복잡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길 따름이었다. 그리고 정류장에 다다라 여느 때와 같은 요우의 활기찬 인사를 듣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요시코쨩!”

“어? 으응.”

 

나 언제 여기까지 와 있었지? 요시코는 당황스러웠다. 리코와 클레스메이트의 대화를 본 이후 머릿속이 하얘져서 급히 돌아서 빠져나온 것 까지는 기억 나는데, 그 뒤의 상황은 전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그 정도로 동요한 건가. 그녀는 그저 쓴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잠시 후, 버스에 올라탄 요시코를 향해 요우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요시코쨩.”

“왜?”

“뭔가 할 말 없어? 아니 꼭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냥…뭔가 답답해보여서 말야.”

“…글쎄.”

 

진짜 묘한 곳에서 예리하다니까. 요시코는 가볍게 혀를 찼다. 지금 자신의 동요를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예리한 선배는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자신을 향해 확신에 찬 시선을 던져오고 있었다.

 

“아니 뭐랄까 지금의 요시코쨩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달까…아니 음, 그래. 더 정확히 말하면… 뭔가 속마음과는 다르게 억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거, 요우가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일만 봐도 말야. 억지로 연기를 했던 사람은 요우 아니었어?”

 

그래서일까, 요시코는 그만 좀 날카로운 반응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요우가 예전에 상당히 마음 고생을 했던 ‘그 일’을 언급하면서 까지.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낸 직후 요시코는 후회했다. 아무리 자신이 짜증 났더라도, 요우의 아픈 기억을 후벼 파는 것은 그저 애먼 화풀이에 불과했으니까. 요시코는 조심스레 요우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나 요우는 평소와 다르게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츠시마 요시코! 넌 진짜 최악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요우한테 화풀이를 할 수가 있어? 요시코는 속으로 자신을 마구 힐난했다. 하지만 이미 말은 나와버린 뒤였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요시코가 사과의 말을 꺼내려는 찰나 요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하하. 확실히 그럴지도? 예전의 나를 생각해보면…확실히 주제넘은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는걸.”

“미안해…”

 

요시코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하지만 요우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냐.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사실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다만…”

“…다만?”

 

요시코는 조심스레 요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요우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내가 겪어 봤으니까, 요시코쨩이 나 같은 일을 겪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아. 단지, 그것뿐이야.”

“…….”

 

순간 요시코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요우는 정말 순수하게 요시코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감정의 아픔을 요시코가 겪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요우의 마음도 모른 채 요시코는 자신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저 착한 선배는 도리어 눈치를 살피며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며 이런 말을 꺼내왔다.

 

“아하하…너무 참견이었나?”

 

진짜 바보라니까. 요시코는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그렇지 않아. 나쁜 말도 아니고…날 위해서 해 준 말이잖아?”

“에헤헤. 그럼 다행이고.”

 

잠시 후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요우는 요시코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가볼게.”

“으응.”

“내일 또 봐 요시코쨩!”

“으응. 잘 가.”

 

요시코의 대답에 요우는 척 하고 경례를 하더니 이내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요시코는 어느샌가 자신의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을 느꼈다. 정말, 고마워. 그렇게 들리지 않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자신 역시 뒤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어…”

“아…”

 

바로 그 다음날, 요시코는 점심을 먹고 혼자 생각도 정리할 겸 산책 삼아 학교 뒷편을 향해 걷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복도 모퉁이를 돌자 마자 그만 정면으로 리코와 마주치고 말았다. 그냥 지나쳐도 됐으련만, 갑작스레 마주친 탓에 반응을 해 버린 터라 이미 그러기도 애매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코였다.

 

“그…오랜만이네.”

“…응.”

“잘 지냈어?”

“뭐 그럭저럭.”

“그렇구나…그 사실…화 낼지도 모르지만…정말 욧, 아니 츠시마 상 생각 많이 했어. 내가 정말 주제넘게 행동한 건가, 츠시마상한테 잘못한 건가,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더라구. 많이 신경 쓰이고 걱정되고…”

 

리코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요시코는 울컥 부아가 치밀었다. 내 생각을 많이 했다고? 신경썼다고? 걱정했다고? 웃기지마. 내가 그걸 못 봤을 줄 알아?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알 수 없는 분노가 결국 입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왔다.

 

“…거짓말.”

“응?”

“거짓말이라고!”

“욧…아니 츠시마 상? 그게 대체 무슨…”

 

요시코는 리코의 그 호칭을 듣자 더 화가 났다. 자신의 클레스메이트는 누구누구쨩 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줬으면서 자신에게는 명백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라니. 물론 자신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호칭이었지만, 지금 요시코에게 그런 이성적 판단을 할 여유는 없었다.

 

“맞잖아? 나 같은 건 이제 신경도 안 쓰잖아? 맨날 짜증만 내고 틱틱거리는 ‘츠시마 상’ 따위에게 뭣하러 신경을 쓰냐고. 어제 보니까 나 말고 또 다른 좋은 후배가 생겼던데 말야. 내 말이 맞지?”

“그건…”

 

당황하는 리코의 모습에 더 화가 났다. 부정이 아닌 묘한 어물거림. 저것은 요시코에게 있어 그저 긍정의 반응으로 보일 뿐이었다.

 

“봐, 대답도 제대로 못 하는거 보니 맞나보네. 솔직히 너도 나보다 더 말 잘 듣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성실하기까지 한 후배가 더 좋잖아? 그럼 그 애랑 가서 놀지 그래? 그 애나 더 신경 써 주라고! 왜 이제 와서 나한테 신경 쓰는 척 하는 건데? 그냥 그 애한테 가 버리라고! 착한 척 하지 말고!

 

요시코는 순간 어디선가 으득,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의 진원지가 바로 리코의 입 속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지금 리코가 어느새 당황하는 표정을 지우고 말 그대로 활활 불타는 것 같은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놀랐다. 하지만 요시코가 그런 놀라움을 채 표현하기도 전에, 리코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 했던 말이, 분노의 감정에 실려 튀어나왔다.

 

“욧쨩!!!”

“하, 함부로 부르지 말랬지!”

“시끄러워! 이나 꽉 물어!!!”

“뭐, 뭐?!”

 

쫘아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요시코는 뭔가 눈앞에서 번쩍 하는 것을 느꼈다. 뭐, 뭐지. 분명 리리의 하얀 손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 같았는데…서, 설마? 그리고 요시코는 자신의 한쪽 뺨이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 처럼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확신을 내릴 수있었다.

 

‘리, 리리가…리리가 날 때렸어!!!!’

 

물론 지금 자신은 리코에게 맞아도 쌀 만한 행동을 여러 번 하긴 했다. 하지만 막상 맞고 나니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당황하는 요시코를 향해 리코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바보 욧쨩!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사…사쿠라우치?”

“내가 신경도 안 쓴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리코의 외침에 요시코도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 맞은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에게 화를 내는 리코에 대한 원망으로 그녀 역시 마주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그럼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리코는 잠시 숨을 고르며 소매로 눈가를 슥 닦아 낸 다음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후배? 물론 착하고 좋은 아이지. 친절하고. 그런데 내가 왜 그 아이랑 친해지려고 했는지 알아? 그 아이, 욧쨩이랑 같은 반 아이라서 그랬던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조금이라도 더 욧쨩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봐. 혹시 혼자 외톨이로 지내며 너무 힘들어하는 건 아닌지, 누가 괴롭히는건 아닌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하나하나 너무 걱정되는데 욧쨩은 내가 곁에 있는 걸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 후배를 통해 욧쨩의 소식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런…”

“욧쨩에게 가고 싶은데, 가서 말 걸고 싶은데, 같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같이 어울려 놀고 싶은데, 같이…같이…나도 저렇게 같이 욧쨩의 곁에서 웃고 싶은데!!! 욧쨩이 싫어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이제 리코의 두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마치 폭포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억지로 마음 속에 묻어 두어야만 했던 외로움, 쓸쓸함, 섭섭함 등의 감정들이 리코의 눈을 통해 새어 나오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요시코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저 멍한 기분만이 들 뿐이었다. 리코는 예전에도, 지금도 정말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런 리코의 마음도 무시한 채 멋대로 떼어내려 했다. 리코를 위해서라는 의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마디 상의 없이 리코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마음대로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랬던 주제에, 정작 리코가 다른 후배와 친해보이는 모습에 질투나 하고…정말 여러모로 최악이었다. 요시코는 그저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뿐이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리코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하듯 말을 꺼내는 것뿐이었다.

 

“아니…그런거라면 즈라마루나 루비도…아니면 요우도…”

“그 둘은 안 돼. 보나마나 날 걱정시키기 싫다는 이유로 적당히 꾸며서 말 할지도 모르고…아니면 욧쨩에게 직접 내 말을 전할지도 모르니까. 요우도 마찬가지야. 가끔 묻긴 했지만 내 눈치를 살피며 항상 괜찮다는 말만 하고…”

“그, 그건 그렇지만…”

 

하나마루가 지금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나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분노를 리코에게까지 전할 아이는 아니었다. 아마 리코의 말 대로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요시코가 적당히 잘 지낸다고 둘러댈 확률이 높았다. 요우도 마찬가지. 다들 쓸데없이 착하다니까. 그저 쓴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요시코는 여전히 울고 있는 리코를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사쿠라우치…미안해…내 멋대로 오해하고 심한 말을 해서…”

 

솔직히 사과했다. 다른 건 몰라도, 리코의 마음을 마음대로 오해하는 것은 분명 리코에게 실례였으니까. 순순히 고개를 숙이는 요시코의 모습에 리코도 조금 진정한 듯 울먹임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요시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약간의 미소와 엄한 표정이 섞여 있는 리코의 얼굴이었다.

 

“욧쨩.”

“왜…왜?”

“나한테 미안하지?”

“…응.”

 

이거 뭔가 불길한데. 요시코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싶어졌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명백히 자신이 불리한 상황. 리코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두려웠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은 맞아 들었다.

 

“그럼 설명해. 빨리. 그 동안 날 왜 피했는지.”

“저, 전에 이야기 했잖아. 그냥 나도 이제 혼자서…”

“응?”

“…아, 알았어 말 하면 되잖아…”

 

전에 치카에게서도 들었지만, 리코가 ‘그 표정’을 짓는다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만약 조금의 불만이라도 표시 했다간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일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무슨 일인지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오들오들 떨던 치카의 사색이 된 얼굴이 떠오르자 요시코는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이 쑥 들어갔다.

 

결국 요시코는 차근차근 모든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갈수록 불행해지고, 이건 예전부터 그래왔던 자신의 불운 때문이며, 특히 가깝게 지내던 리코의 경우 그런 불행에 더 크게 휘말리는 것 같다고. 특히 그 사고 이후 그 생각은 더 강해졌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리코에게 그렇게 대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요시코의 눈에 보인 것은 어이없음으로 가득 찬 리코의 표정이었다. 이래서 말하기 싫었다고! 요시코는 리코를 향해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 그러니까 말 안 한 거라고!”

“아니…믿지 않는 건 아닌데…그 뭐랄까 그럼 최대한 욧쨩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최대한 조심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 이건 그렇게 멋대로 조절되는 게 아니란 말야! 내가 원하지 않아도…자기 멋대로 흘러나와서는 나 자신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그런 최악의 불행이라고…”

 

마치…나를 누군가가 ‘넌 행복해질 수 없어!’라고 말하며 조종하는 것 처럼. 요시코는 이 말을 속으로 삼켰다.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말에 리코는 놀라지도 않고 비웃지도 않고, 그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내 마음속에서도 멋대로 흘러 나와 버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어?”

“그건 마치…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야.”

“사쿠라우치도…? 아니 그 전에, 사쿠라우치에게 그런 불행은 없…”

“불행이 아냐. 그건 바로 욧쨩이 좋다는 내 마음이야.”

“…뭐?”

 

요시코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리코를 바라보았다. 리코는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다정한 말투로 천천히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욧쨩이 좋아. 욧쨩의 얼굴을 보고 싶어. 욧쨩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언제까지나 욧짱의 곁에서 머무르고 싶어. 그런 마음이 마구 흘러나와. 그래서 난 나도 모르게 언제나 욧쨩을 바라보게 되는 거야. 곁으로 다가가고 싶고, 머리가 온통 욧쨩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다른 것들을 신경 쓸 여여유 따위 절대 없어. 바로 그런 마음이야.”

“…그런…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사쿠라우치는 내 곁에 있어서는 안 돼.”

“어째서?”

“그런 사쿠라우치의 예쁜 마음이…나의 불행과 어울릴 리가 없잖아…”

“어? 욧쨩, 어째서 내 마음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야?”

“에…?”

 

리코의 말에 순간 요시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리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채 이해하기도 전에 리코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전에 내 방에서 우연히 내가 숨겨둔 책들을 봤던거…기억나?”

“어, 응. 기억나.”

 

그 벽이라던가…야시시한 포즈의 무언가가 잔뜩 그러져 있던 책들 말이지. 요시코는 기억을 더듬는 것 만으로도 부끄러워졌다. 자신도 어느 정도 그런 서브컬쳐 문화에 익숙하긴 했지만, 리코는 자신에 비해 훨씬 더 수위가 강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거지? 요시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욧쨩, 그때 완전 새빨개져서는…”

“그, 그렇지 않아! 타, 타천사인 나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왜 갑자기 꺼내는 건데? 아무 상관도 없잖아.”

“상관 있는데?”

“에?”

“내 마음이 예쁘고 순수하다고 했지? 나, 그런 책들 모으는 거 엄청 좋아해. 읽는 것도 좋아해. 그 뿐만이 아니야. 그 책에 나오는 이런저런 상황들을 내가 직접 상상해 보기도 한다구?”

“어…어?”

 

설마…이 벽쾅중독녀…요시코는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순간 달려들어 저 입을 막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리코의 입에선 말들이 마구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욧쨩을 상대로 욧쨩을 벽에 몰아붙인 다음 xxxx를 xxxx해서 xxxxxx 한 다음에 xxxx해버린다거나.”

“어…어…”

“아니면 욧쨩의 방 벽에 욧쨩을 기대게 한 다음에 xxxx를 xxxx해서 xxx해버린다음에…”

“으아…”

“아, 차라리 그냥 직접 욧쨩을 xxxx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바보 리리!!!!!”

“아, 드디어 불러줬다. 리리라고.”

“앗…”

 

요시코는 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리코는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긴 이제 더 이상 연기를 할 필요는 없나. 그래도 뭔가 유도신문에 걸린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쁜데…요시코는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 어쨌든. 이 불행이란거…난 너무 신경쓰인다고…저번에 리리만 해도 그래. 크게 다칠 뻔했잖아…”

“그렇지만 요 며칠 사이 요우쨩은 별일 없었잖아?”

“어, 어? 알고 있었어?”

 

요시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우의 성격상 분명 아마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해 리코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응. 뭐…요우쨩은 나름 날 배려한 건지 몰래 몰래 요시코쨩과 다니는 것 같아 보였지만…모를 리가 없잖아. 일부러 아는 체 했다가 욧쨩이 등하교 할 때 마저 외톨이가 되면 안 되니까 열심히 모른 척 했지.”

“그랬구나…”

 

결국 난 리리의 배려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건가. 정말…못 이기겠네. 요시코는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불행 같은거…정말 상관없어. 내가 아는 타천사 요하네님은, 그런 고난 정도에 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리리…”

“설마 이미 자신의 리틀데몬이 되어 버린 사람을 매정하게 버릴 생각은 아니지요? 타천사 요하네님?”

“…그럴리가…없잖아…”

 

결국 요시코는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리코를 보며 그녀를 마음에서 밀어내는 일 따위는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말았다. 난 대체 지금까지 뭘 한 거지? 리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줘 가면서 까지…대체…요시코는 죄책감과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 그녀를 향해 리코가 다 안다는 듯, 생긋 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불행이란거…정말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불행 따위에 지고 싶지 않아. 분명 나와 욧쨩 두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뭐야 그 열혈 만화 대사 같은 말은…”

“욧쨩의 덕질을 옆에서 계속 보다가 옮은 거 아닐까? 이것도 욧쨩이 책임 져 주셔야 겠네요.”

“윽…알았어! 알았으니까 부끄러운 말은 이제 그만!”

“그 동안 내 마음을 아프게 한 벌이야.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으윽…”

“뭐 하지만 말하는 나도 부끄러우니까…한번만 더 말하고 끝낼게.”

 

리코는 잠시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다정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 욧쨩을 볼 때 마다 늘 생각했어. 얼핏보면 제멋대로에 철없어 보이는 중2병 욧쨩이지만…사실 살펴보면 외로움 많이 타고, 쓸쓸해하고, 그러면서도 제멋대로인 행동 속에 항상 남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그래서 그런 욧쨩을, 항상 끌어안아 주고 싶었어. 피아노를 열심히 하고, 도쿄의 음대에 가기로 한 것도…미숙하긴 하지만 내 피아노로, 내 노래로 욧쨩을 더 먼 곳으로 데려가 주고 싶어서였어. 욧쨩이 오기 전에 먼저 도쿄로 가서, 많은 준비를 해 두고 욧쨩을 맞이하고 싶었거든.”

“리리…”

“그런데 음…그 대신 1년을 욧쨩과 떨어져 있어야 하니까 좀 걱정이 되더라구. 그래서 잔소리가 좀 늘었던 걸지도? 내가 없는 동안에도 알아서 혼자 잘 하게끔 습관을 들여 두고 싶었다고 할까.”

“나 참…나도 어린애가 아니라고…그게 말이 돼?”

“맞아 사실 그건 핑계야.”

“엑?”

 

놀라 눈만 끔뻑거리는 요시코를 향해 리코는 계속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아침에 일어나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집에 가고…욧쨩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전부 나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어. 혹시나 내가 없는 사이 욧쨩이 날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됐거든…”

 

그랬구나, 그랫던 거였구나. 결국 리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요시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결국 리코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상대방이 사라질까 봐,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내가 잊혀질까 봐 걱정하고 불안해 했던 것이다. 결국 나도 리리도 바보였구나. 요시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리코를 향해 목소리에 진심을 가득 담아 대답했다.

 

“리리도 참 바보네. 내가, 이 타천사 요하네님이 1등 리틀데몬 리리를 잊을 리가 없잖아.”

“욧쨩…”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이건 타천사로서 리틀데몬에게 내리는 명령이야. 그리고…내가 1년 뒤 도쿄에 가게 되면…곁에 없던 1년의 백배 천배의 시간 동안 리리의 곁에 꼭 붙어 있을 거니까, 리리 곁에 내가 있을 자리를 꼭 마련해 놓도록 해. 이건 나 자신과 리리 사이에 맺는 맹, 맹약이기도 하니까…알았지?”

 

요시코의 말에 리코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잠시 후 양 볼을 살짝 붉히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욧쨩 그거…프로포즈?”

“아, 아니야!”

“어…아니야…?”

 

리코는 금세 울 듯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요시코를 올려다보았다. 그 애처로운 표정에 순간 요시코는 흠칫했지만, 리코의 입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또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으으…진짜 리리!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서!!!”

 

요시코는 고개를 팩 돌리며 소리쳤다. 사실 화난 척 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리리의 표정에 순간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진짜 저 벽쾅녀! 쓸데없이 예쁘게 생겨가지고는!!! 그때 리코가 헤실헤실 웃으며 요시코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에헤헤…욧쨩. 우리…수업 땡땡이 칠래?”

“어, 어?! 나야 그렇다 쳐도 리리가? 수험생이잖아?”

“평소에 성실해 뒀으니까 하루정도는 문제없겠지 뭐. 그리고, 난 어차피 특기자 전형으로 음대에 갈 생각이니까 말야.”

“으아 그거 뭔가 치사해…거기다 미숙하다고 겸손해 하던 사람은 어디로 간 거야…”

“억울하면 욧쨩도 나한테 피아노 배우던가?”

 

그렇게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돌아 돌아 결국 마주 잡제 된 이 손을, 앞으로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꼭 잡은 채로.



분명 아직 모르는 자신이 좀 더 있을 거야

내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소리가 잔뜩 있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야

 

go는 go라고 stop이 아니야, 자, 망설임 없이 날아오르자

마음속의 뜨거운 소망이 "눈을 떠", 라며 그 날 분명히 날 부르고 있었단 걸 눈치챈거야

 

나와 당신과 나라면 머지 않아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나홀로 마주하는 건반이지만 느껴지는 혼자가 아닌 이 기분은, 언제나 이어져 있는거구나

 

하지만 당신과 당신과 우리들 순진한 채로 남을 수는 없을 거야

떨릴 정도로 긴장하더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곳으로 향하겠다고 숨을 들이쉬고 크게 발을 내딛었어

 

성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는 거야? 새하얀 날개를 등에 달고 싶은 거야?

손끝을 움직이면 미소 지으며 아르페지오 자,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야

 

진정한 모습이 모두와 다르다는 것을 혐오하고는

당신을 소리로 끌어안고 싶어 받아줘 이 마음을

 

언젠가 어디선가 나와 당신은 만나게 될 거잖아 unstable world

만날 수 있었던게 기뻐서…정말이야 잊지 말아줘



ㅇㅇ 갓띵작 잘봤다 175.112 2018.12.07 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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