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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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 그 때 느꼈던 이상 뜨뜻한 기분이 살짝 진정되었을 쯤.
“......”
"......"
"... 이때다!“
홱!
최대 속도로 고개를 돌린다면...!
“기랑!”
또 순식간에 벽 뒤로 사라지는 실루엣.
아침부터 이 바보 같은 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세상에서 제일 쉬운 문제 하나.
오늘따라 틈만 나면 절 훔쳐보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요!?
힌트, 그렇게나 재빨리 모습을 감추면서 ‘기랑’, ‘키랏!’이라느니 ‘그림자 숨기!’라느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의 소리를 외쳐대는 안쓰러운 소녀입니다.
... 그 비밀스러운 날 이후 전 타천사에게 찍혀버린 걸까요?
요시코양이 절 따라다니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혹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서 소문이 퍼질까봐 절 감시하는 걸까요?
... 정말 바보네요.
제가 제자의 약한 모습을 소문내고 다니는 글러먹은 교사일 리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이상한 동질감을 느꼈다거나?
비밀을 공유하는 두 여인, 은밀한 계약이라는 망상이라거나...
아아, 이 정도로 요시코양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다니...
불쌍한 쿠로사와 다이아...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복잡함이라고 해야 될까요?
또 다시 되살아나는 이상 뜨뜻한 이 느낌.
수업 도중 요시코양 낯선 눈빛이 절 비추자 몇 번이고 헛기침하고 말을 더듬는 실수를 저지르게 만든 이 느낌.
지금도 요시코양과 동행하듯 따라오는 이 느낌.
아까부터 이상하게 입가가 간질거리는 것도, 이 느낌 때문인 것만 같아서...
... 으아아, 의미 불명입니다!
흐트러질 것만 같아서, 양 손으로 세수하듯 뺨을 쳐봅니다.
찰삭! 조금 새게 쳐봅니다.
이러지 않고서는 이 이상야릇한 느낌이 가시지 않을 것만 같...
“으앗!? 왜 그래 다이아쨩!”
우연히 지나가던 학생이 경악과 걱정이 어린 목소리로 외칩니다.
“학교에서는 다이아 선생님이라구요!
치카 학생!”
“아 아와와 실수! 다이아 쌤!”
“쌤이라니...
하아, 그건 됐고...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잠이 와서 정신을 깨우려다 그만...”
“졸려? 다이아 쌤이?
방금 까지 미소 짓고 있었으면서?
졸려서 그런 거였어?”
“... 네?”
“응?”
“네??”
“응???”
“...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앗! 왜 화를 내 다이아쌤!”
“어 어쨌든 쌤이 아니라 선생님!!!
정말이지 요즘 학생들 언어생활이 문제입니다 문제...!!”
당황한 치카양을 뒤로하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어디로 가는 지조차 스스로도 모른 채 단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요.
점심시간에 내달리는 교사가 부자연스러울 거란 생각조차 전혀 하지 못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태풍이 복잡하게...!
으아아아아!!
... 미소? 제가?
왜... 어째서...?
이 느낌 때문에...?
그 말은 즉...
요시코양이 따라와서...
요시코양이 계속 절 의식하고 있어서...!
그 때문이 이 감정이 점점 절 옥죄버려서는...!
아아!!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건 뭔가 잘못된 겁니다!
제가 왜 그 말썽쟁이에게 휘둘리는 것 같죠!?
왜 그 중2병 바보에게 마음을 쓰고 있는 겁니까!
아니야, 이건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전부 츠시마 요시코양 때문입니다!
지금도! 전력 질주하는 제 요란한 발소리 사이로 들리는 또 다른 달음박질 소리!
왜 절 쫒아오는 거죠!?
왜 제 수업 도중 절 그렇게 빤히 쳐다보신 거죠!?
이게 다... 요시코양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전부... 전부...!
“요시코양 때문입니다!!”
급히 멈춰서 뒤를 돌았습니다!
역시 이번에는 뛰느라 숨을 찰나를 놓쳤군요 요시코양!!
놓치지 않습니다!!
“끼끆!? 으아아아아!”
하! 멈출 타이밍조차 놓치다니 이 바보 타천사!!!
... 잠시만, 멈출 타이밍도...?
“엥? 삐꺄아아악!”
쾅.
우으으...
충격이 꽤나 큽니다...
하지만 이대로 저도 같이 넘어져버리거나 손으로 쳐내 버리면, 요시코양까지 다칠까봐 전력을 다해 버텼습니다.
부딪힌 반동으로 요시코양이 튕겨 나가지 않게 양 팔로 감싸면서 가슴과 배로 충격을 받아냈습니다.
휴... 다행이군요...
좀 밀려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무사히 요시코양을 품었습니...
......
......?
“......”
“.... 다이아 선생...”
“아... 어.. 아...!?”
벼락을 맞은 듯 고장난 이성을 힘겹게 삐걱거리며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려 봅니다.
이윽고 제 품에 쏙 들어온 채 절 올려다보는 소녀와 눈이 마주칩니다.
...... 자줏빛 눈동자라니, 정말 예쁘네요...
아, 저 당황한 듯 홍조어린 얼굴...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덧니...
아아, 따뜻하면서 부드럽네요...
... 는 뭔 변태같은 감상입니까 나 자신!!!!!!!!!!
“으아아아! 요 요시코양!
그러니까 그...”
황망히 요시코양을 품에서 풀어주고는 고개를 괜히 이리 저리 돌려 봅니다.
그 그러니까, 이런 부끄러운 상황이라...
차마 요시코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
흘끗 본 요시코양도 땅을 쳐다보며 발로 흙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여 역시 요 요시코양도 많이 놀란 것 가 같군요!
일단 사과부터...!
“그 그게...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멈춰서...!”
“아 아니야! 다이아 선생 잘못이 아냐.
내 내가 멋대로 따라다녔으니까...!”
“이 일단 모 ㅁ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응! 덕분에 멀쩡해.”
“거듭 죄송합니다! 제 위험한 행동 때문에 제자가 다칠 뻔하다니...!”
“아냐! 내가 뛰면서 쫒아가서 그래...
그러니까...”
둘 다 당황해 가지고는,
손짓 발짓 다 하며,
서로 얼굴도 못 마주치고 있으면서.
이 무슨 바보 같은 촌극 일까요.
이내 할 말도 다 떨어진 저희 둘은, 그렇게 인적 드문 학교 모서리에서 말없이 마주 서 있었습니다.
... 하필 왜 또, 그때와 비슷한 외진 곳이라니...!
으아... 이렇게 된 이상 정면 돌파입니다!
“그 그나저나 요시코양, 오늘... 그러니까...
저에게 용무가 있으신 가요?”
“으 응?”
“그게... 오늘 하루 종일... 절 쫒아 오시는 것 같아서...”
“아... 응...
그게...”
그리고서는 온 몸을 꼼지락거리는 요시코양.
이제 보니 등 뒤로 뭔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순간 긴장감이 들어 버립니다.
잠시 상대가 요시코양이란 걸 잊고 있었다니...!
하루 종일 절 쫒아올 정도면, 절대 보통의 물건이 아닐 겁니다!
저 등 뒤에 숨긴 건 도대체...!?
불길한 아이템이라던가!?
아아, 자 잠깐!
마음에 준비도 채 안 되었건만 자비심 없이 저에게 다가오는 요시코양!
혹시 쿠로사와 다이아 최대의 위기!?!?
머 멈추세요!!!
“삐... 삐기이이잇!!”
요시코양이 꺼낸 건, 펼쳐진 노트 한 권.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건 괴상한 주문이나 소름 돋는 저주...
가 아니라, 저번 주에 제가 가르쳤던 수업 내용이었습니다.
“이거... 정형시 시대 구분, 다시 알려줘.”
“.... 네?”
“응??”
“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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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으아아... 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