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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문학] 문제투성이 천사와 단단한 선생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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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또루데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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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21 07:15:09
소재 출저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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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쨩, 언니가 생각하는 정도로 나쁜 아이는 아니야?”
우웁!
목욕을 끝내고 나온 루비의 뜻밖의 말에 하마터면 마시던 녹차를 뿜는 꼴사나운 짓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루비!?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죠?
그나저나 언제부터 요시코씨를 그렇게 부른건가요!?”
“그야 요즘 언니가 요시코쨩을 너무 안좋게만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언니도 요시코쨩을 이름으로 부르잖아?”
“큭... 저야 엄하고 냉정하다는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모든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도 많은 걸?”
우으... 가끔씩 루비가 따끔하게 정곡을 찌를 때마다 이 언니의 가슴은 미어진답니다...
“어 어쨌든!! 나쁜 아이는 아니라니요?
망상에 빠져 문제를 일으키는 요시코씨가?”
“응... 하나마루쨩도 그 점은 인정하니까...”
“설마, 같이 놀러 다니거나 그러나요?”
“이미 친구인 걸?”
이미 친구...!!!
이번에는 찻잔을 떨굴 뻔했습니다!
첫 마디부터 조짐이 보여 조금은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쇼크!
“루비!!! 혹시 선이 보이시나요!?
오른손이 화끈거린다거나!?
눈에 안대를 끼고 싶다던가?”
“삐깃!? 전혀 안 그러는데!?”
“휴우... 아직 큰 증상은 없나 보네요.”
“언니, 요시코쨩을 전염병 취급하고 있어...”
... 우으, 저도 교사로서 특정 학생을 미워하거나 차별 하는 짓은 지양해야 겠지만...
요시코씨부터 제발 그 중2병 놀이를 지양했으면 하단 말입니다!!
“요시코쨩, 가끔 타천사 이미지가 나와서 그렇지 평소에는 착한 걸.
맨날 가위 바위 보에서 질 때마다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그거야 벌칙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그나저나 매 번 진다니...
적어도 스스로 불운하다는 소리는 진짜일지도 모르겠네요.
"삐기이... 언니가 요시코쨩을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아줘..."
하아...
루비는 정말 상냥하네요.
역시 착한 내 동생... 개인적으로 루비도 제가 이끄는 반에 있었으면 싶군요.
“뭐, 굳이 루비의 친구 관계까지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상한 영향은 받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별로 요시코쨩에 대한 인상이 바뀌진 않은 것 같네...”
“뭐,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사랑스런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해줬습니다.
“으유~ 헤헤헤...”
아아... 요시코씨도 루비의 반, 아니 한 절반의 절반만큼이라도 닮았으면...
했지만, 그럴 리 없죠.
“요시코씨...”
“끼끆!”
인적 드문 학교 뒤편.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흰 천에 덮인 책상.
검은 옷을 입은 노파 마녀가 사용할 법한 머리에 단 경단만큼 동그란 수정구.
... 알만 하군요.
카드에서 수정구로 바뀌었다, 그 뿐이지 늘상 하던 그거네요, 타천사의 운명점.
이제는 이런 패턴 하나 하나를 외워버린 제 자신에게 서글퍼지네요.
“게다가 요우학생은 거기서 또 뭐 하는 건가요?”
“아하하... 그게...
후배에게 연애 점 좀 보려고...”
“당장 치우세요!!!”
“요소로!”
“기랑!”
하아...
오늘은 수명이 한 6개월 쯤 더 줄은 것 같네요.
저런 사고뭉치가 착하다니...
하나마루씨도 루비도 이상한 의식에 의해 현옥당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저의 반 학생들 사이에서
'다이아쌤, 츠시마랑 좀 닮았지 않아?'
'응응, 왠지 비슷해!'
라는 잡담을 엿듣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가 말입니까!!'라며 폭발해버린 시점에서 엿들은 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도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겁니까 어디가...
아, 어느덧 퇴근시간이네요.
원래는 좀 더 늦게까지 업무를 봅니다만,
오늘은 피곤하니 조금 일찍 퇴근해볼까요.
하늘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바람은 상쾌.
후~ 언제나 모교의 아름다운 하늘 풍경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군요.
겨우겨우 폐교한 우라노호시 여학원.
그 전경을 볼 때마다 항상 밀려오는 애틋함이 기분 좋게 제 마음을 데워 줍니다.
오늘따라 더 들뜬 기분에 휩싸인 나머지 오랜만에 루비와 나눠먹을 푸딩이나 사갈까...
하는데...
... 수상한 그림자가 학교 뒤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순간 제가 잘못 본거라고 여기고 싶었지만...
보고 말았습니다... 동글동글한 경단을요.
아아... 요시코씨...
차라리 제가 항상 나설 수 있는 학원 시간 와중에 문제를 일으켜줬으면 합니다.
하교 시간을 훌쩍 넘은 이 시간에 움직이신다는 건, 제 눈을 피하기 위함인가요?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요시코씨와 마찬가지로 정말 수상쩍어 보일 걸음걸이로, 저 또한 학교 뒷편으로 슬금슬금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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