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6달 만에 맘에 들던 소재 마무리하려고 쓰는거라...
전 화들 안보면... 이해가 앙댈꺼야...
어흑 마이깟 ㅠㅠ 난 쓰레기여...
1 2 3 4
일단 지모아이
----------------------------------------------
따닥.
받자마자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따버린 캔.
왠지, 너무 목이 말라서 참지 못했어...
뭔지 확인도 안하고 바로 내용물을 들이켰어.
... 사실 맛이고 뭐고 신경도 안쓰고 있었지만.
"그거, 요우쨩이
별로 안 좋아하던 미역 주스인데."
카난은 그러고는 피식 웃더니, 다시 난간에 턱을 괴고 바다만 바라봤어.
......
분명 시원한 주스를 마셨는데, 속은 불타고 있어.
점점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카난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차마 먼저 물어볼 수는 없어.
... 내가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그치만... 이대로 조용히 있자니 미쳐버릴 것 같고...
문득 손바닥이 아파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손에 들렸던 캔을 꽉 쥐고 있었어.
형편없이 찌그러진 캔을 보며 내용물을 원샷해서 다행이네- 라고 팔자
좋은 .생각이나 하며...
"초조해?"
화들짝 놀라 카난을 돌아보니, 여전히 난간에 손을 기대어 턱을 괜
채로 날 바라봤어.
분명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냉정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왠지 그 눈빛이 마음 한 구석을 인두처럼 지져대는 것 같아, 황급히
시선을 난간 밑으로 돌렸어.
... 오늘 개구리관은 한가하구나...
뜨거워진 속을 달래는 이딴 한가한 생각이나 스치고 말이야....
정신차려, 와타나베 요우.
스스로에게 질책한 난 용기를 있는 힘 것 쥐어짜냈지.
"저기, 요..."
......
... 아, 못하겠어.
입이 떨어지질 않아.
카난은 그런 날 바라만 보고 있었어.
무언가를 기다리듯 말없이 계속.
... 역시 다 꿰뚫고 있구나.
알면서도 그런다는 거지?
조금은 야속하고 짓궂은 카난의 의도에 원망이 아릴 생길 뻔했어.
... 뻔뻔하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건데.
먼저 행동해야 하는 건 나인걸.
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으니까...
......
후우.....
"요... 요시코쨩은... 좀 어때...?"
이 한 마디가, 힘겹고 고통스럽게 내 입에서 나왔어.
내가 내뱉고도 너무 뻔뻔스럽게 느껴져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정말로 눈물이 흐를까봐 눈을 마구 비볐어.
소금기에 더 따가울 뿐이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카난은 그런 날 잠깐 눈을 치켜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더 편안한 표정으로 한 숨을 내쉬었어.
여름 방학을 즐길 목적으로 결정된 마리네 집(호텔)에서의 숙박.
즉흥적으로 결정된 거라 차마 준비물은 못 챙겨갔지만, 마리쨩의 보금자리에서
그런 문제는 먼지보다도 사소하니 걱정할 필요 없음.
처음에 이 소식을 들은 요시코네 어머니는 많이 당황하셨지만, 이내
딸이 친구들과 '평범한' 여름을 즐기려 한다는 말에 좋아서
허락하셨대.
이 거짓말을 지어내면서, 마리는 많이 괴로웠대.
요시코쨩은 여름을 즐기고 있기는커녕,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었으니까.
결국 덮고 또 덮어왔던 상처가 터져버린 그 날.
내가 모든 걸 망쳐버린 그 때 상처받아 뛰쳐나가버린 요시코.
이리 저리 내달리던 마리가 요시코를 찾은 곳은 바로 미용실.
창문 너머로 미용사가 꺼내고 있던 건 가위, 그리고
염색약.
이미 미용실 의자에 앉아있던 요시코를 끌어내는 건 엄청 힘들었대.
요시코는 1학년 후배라고는 믿기 힘든 힘으로 완강히 버텼다나봐.
'요우가... 요우가 원하니까...!"
라고 소리지르며.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결국 요시코가 먼저 힘이 빠졌대.
마리는 어쩔 줄을 모르는 미용실 직원에게 사과한 뒤 바로 요시코를 부축하고 나왔고...
곧이어 그냥 업어버렸대.
조금만, 아주 조금만 걸음 한 발짝만 더 가도 요시코가 쓰러져버릴
것만 같아서...
다 꺼져가는 불씨처럼... 위태로워 보여서...
그 시점까지 들은 난,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어.
아... 난간에 머리를 찧을까?
바닷물이나 왕창 들이켜버려?
아... 진짜 뭐라도...
"절대 하지마."
내 마음이라도 읽은 양 카난이 제지했어.
평소에 그렇게나 둔감한 카난이...
3학년의 혜안으로 안 걸까?
"그 뒤 이대로 집에 보낼 수 없다 싶어서 그냥 호텔로 데려왔대.
마리의 입을 빌리자면, 요시코쨩은 꺼지기 직전 절전모드.
밥도 물도 다 무시하는 걸 마리가 달래고 달래서 입에는 대고 있다곤 하는대..."
카난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한동안 바다를 보다가, 날 다시 쓰윽 훑어보듯
곁눈질했어.
"솔직히, 이런
건 장본인이 발 벗고 알아내는 게 맞을텐데...?"
"... 미안, 카난쨩..."
아.
"미안해... 미안..."
뭘 잘했다고 또 우는거지, 난?
"미안하다는 말은 상처받은 채로 이틀 동안이나 움츠러든 1학년 후배에게 해야지?"
말투는 엄하지 않았지만, 날 선 지적.
난 다시 뻔뻔하게 히끅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했어.
"... 마리, 너에게
엄청 실망했다나봐."
"응, 분명 그랬겠지."
"그 뒤로 후속조치까지 없어서 더더욱."
"... 내가 어떻게?
무슨 말을 하든 구차한 변명 밖에 안 될텐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어째서인지 카난에게 따지듯이 되묻는 나.
진짜 못났다.
"내가 무슨 낯으로 요시코쨩에게!?
나... 나 너무 심한 짓을 해버렸어...
그런 끔찍한 짓을... 요시코쨩에게...
요시코쨩은 진심이었는데, 난 이용만 한거라고!
그런 짓 해놓고 요시코쨩을 다시 볼 용기가 안나는 걸...!"
"그럼, 앞으로도
계~속 요시코쨩을 안보고 살게?"
"그건..."
"그리고."
순간 어깨로 느껴지는 단단한 손길.
카난은 눈을 덮고 있던 내 손목들을 단단히 잡고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렸어.
단호한 카난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난 고개를 숙여버렸어.
"그것뿐?"
"... 응?"
영문 모를 질문에 살짝 고개를 올렸어.
"요시코쨩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이 원망스럽고.
끝?"
"끝... 이라니?
미안함 말고 더 뭔가가 있을 리가 없잖아."
"정말?"
"정말이라니?"
"진짜, 진짜로...
그 뿐?"
"저기... 카난쨩?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 뿐'이라니...?
카난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흐~응.
다음에 만날 때 확실히 정하고 와."
"에? 뭘?"
"그건 스스로 생각해 볼 것!"
카난은 이제 할 말 다 했다는 듯 다시 말없이 햇빛이 흩날리는 바다에 빠져들었어.
......
죄책감 말고도... 더 있는 무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