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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자작/요하다이] 누마즈의 휴일 - 1
글쓴이
Ju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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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011685
  • 2018-09-16 12:39:19

피드백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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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대교 아래, 상점들이 가득 들어선 거리에 발을 디딘다. 오봉무렵에서부터 시원해지기 시작한 날씨가, 이젠 제법 쌀쌀해졌다. 오늘따라 거센 찬바람에 날려 흐트러진 겉옷 앞섬을 다시 싸매고선 앨범 주문제작이라고 써진 간판 아래로 들어간다.

"츠시마씨, 오랜만이야?"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활기찬 보브컷 여성이 우리의 사장님. 어렸을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고하며, 이 거친 도쿄 한복판에서도 사진관을 운영하는것을보니 수완또한 나쁘진 않은것같다.

아쿠아의 해산이후(정확히는 마리와 카난, 다이아의 졸업 이후) 진학을 선택한 나는 시각디자인계열의 명문 4년제 대학을 목표로 입시준비를했다. 루비도 나를 따라 같은곳을 지원하게 되었지만, 나는 보기좋게 떨어지고 루비는 당당하게 붙었다.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로 제작한 영상의 절반정도는 친구들이 도와줬다는게 문제가 된듯 하다. 촬영은 그렇다쳐도 편집은 전부 내가 했는데 말야.

아무튼, 편차치도 타천사를 관둔 2학년부터는 꽤나 올라서 센터로 A랭크 4년제에 붙긴 했지만 아쿠아 멤버와는 전부 따로 떨어져 쉬는날에나 가끔 만나는정도. 난 졸업을 앞두고 대학에서 실습을 보내는바람에 이곳 사진관에서 인턴이나 하는 신세다. 물론 사장님도 좋고 근무환경도 나쁜편은 아니라서 졸업 이후에도 여기에서 근무할까 생각중이지만, 그래봐야 인턴이라는게 가슴아프다.

멍하니 있던 나를향해 사장님이 다시한번 말을 건낸다.

"휴가갔다온다고 라인도 확인 안하는거야?"

"에... 보내셨나요?!"

"그래, 몇번이나. 오늘부터 출장이야."

갑작스러운 출장명령에 당황한 나는 인턴이라는 신세도 잊어버리고선 사장님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운거 아닌가요?!"

그러자 사장님은 질린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난 3일전부터 이야기했어. 오늘 1시쯤 온다고했으니까 고객님 응대할 준비나 해."

이렇게 된거면...어쩔 수 없나...

"하아...네"

"네가 잘못 해놓고선 한숨 쉬기 있어? 빨리가서 준비나 해!"

어이가 없다는듯 소리치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외투와 쓰고있던 빵모자를 조심스레 벗어 벽에 걸어놓고 어느새 허리까지 길러진 머리를 한번 푼다. 싸우는거 아니냐고? 별거 아닌 장난이다. 
에초에 직원이라곤 나랑 사장님, 건물엔 오지 않는 파견사원밖에 없으니까 이런 애들 싸움이라도 하지 않으면 심심하다. 

옆쪽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를 살펴본다. 과연 못본사이에 방문신청이 하나 쌓여있다. 신청서를 살펴본다.

사원 한명과 장기의 촬영, 촬영기간은 1주일정도 희망? 촬영 내용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앨범에, 액수는....? 하아?

이거 장난 아닐까? 솔직히 이정도 자금이라면, 프로 사진사를 수소문해서 구하는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이없어 하면서 서류를 훑어보는 도중, 문 모서리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들어 손님을 바라본다. 
이런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는 녀석이 누구인지 얼굴이나 봐야 직성이 풀릴것같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건 한 여성. 단정하게 정리한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 마치 하늘빛에 가까운 단단하고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녹안, 명품은 아니지만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핸드백, 살짝 눌러쓴 뿔비니와 갈색 코트에서조차 정순함이 느껴지는, 흔히 말하는 요조숙녀같은 여성이 내앞에 서있었다.

"...다이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온 그 한마디에 그녀와 나는 모두 당황한듯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 마음을 추스른듯, 침착하게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낸다.

"혹시 Aqours의 팬이신가요? 아직도 절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으셨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쿠로사와 다이아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명함을 건내는 다이아. 딴지 걸고싶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애초에 그 Aqours에 같이 있었다. 뭐 그 누구보다 Aqours의 덕을 많이보고 Aqours로 구원을 받았으니까 팬이라고도 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다이아 성격이면 나중에 알아보고 난 다음에 엄청 당황해 할테니까, 조금은 놀아줄까?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이고 최대한 기쁜듯한 표정을 짓는다.

"네! Aqours 활동할때 엄청 많이 봤어요! 여기다 싸인도 해주실 수 있나요!"

일부러 오버액션을 한가득 담아서 반응했지만 당황한 모습이 전혀 없이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만 뿜어댄다. 뭐냐고 저 놀이터에서 애들이랑 노는 아이를 보는것같은 인자한 엄마웃음은...

"이젠 은퇴한지도 꽤 되어서 사인까지 하기엔 조금 민망하네요... 뭐 원하신다면야"

이렇게 말하며 핸드백 속에서 만년필을 우아하게 꺼내는 그녀. 분하지만 너무 여유로운 모습에 짜증까지 난다. 대체 언제쯤 알아볼거냐구 이 둔탱이 경도10은...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서랍 속에서 명함을 꺼내 주자, 그녀는 명함 앞부분은 보지도 않고 뒷면에 달필로 사인을 한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나를 보고선 다이아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대체 자기가 사인을 하고있는게 뭐라고 생각하는걸까? 그냥 명함을 뒤집어서 확인해보면 될텐데... 여전히 우아한면 뒷쪽엔 덜렁이같은면이 있는걸 확인하자 나도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네, 츠시마 요시코에요! "

그제서야 그녀는 인자한 미소상태에서 얼굴이 살짝 찌그러져 엄청 애매한 미소를 지은채로 다시한번 묻는다.

"혹시 한자가 어떻게 되시죠?"

"누마즈 할때 즈에 섬할때 시마, 요시코는 말 그대로 좋은 아이라는뜻이에요!"

이렇게 말하며 최대한 활짝 미소를 지어보자 다이아는 그제서야 얼굴을 파르르하게 떨며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ㅈ...정말 죄송합니다 요시콧씨!!!!"

혀깨물었어 다이아, 뭐냐구 그 요시콧씨는, 보이콧이야? 실없는 농담을 혼자서 되뇌이며 다이아에게 손사래를 친다.

"그럴 필요 없어 다이아선배... 아 졸업했으니까 선배라는말은 좀 그런가? 그나저나 우연이네..."

멋지게 싸인을한 명함을 두어번 털고 지갑속에 넣어두며 이야기한다.

"그러게요... 대학 졸업하고나선 처음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듯 턱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보다, 난 한눈에 알아봤는데, 내 이미지가 그렇게 바뀌었었나?"

"네... 솔직히 학창시절때 요시코씨는 타천사에 경단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으니까요."

"그런 컨셉은 버린지 오래됐어, 굳이 안해도 될것같아서."

에초에 남들보다 못할게 없다는걸 알려준건 Aqours니까, 뭐 이 바보선배는 이런걸 알려주면 오히려 부담을 팍팍 받으시니까 말을 아끼자.

"이미지가 상당히 바뀌셨네요, 좀더 건강하고 볼륨감 있어진것같아서 보기 좋아요."

볼륨감있다니, 그거 요즘 세상에 잘못말하면 성추행으로 잡혀갈지도 몰라. 

"뭐, 결국 바꾼건 헤어스타일 밖에 없지만 말야. 다이아는 아직도 슬림한몸매 유지를 잘하네, 대학가니까 살이 절로 붙던데."

에초에 머리 관리도 잘 안하던 내가 이런 귀찮은 세미롱헤어를 하게 된 이유는 누구씨를 동경해서지만, 그부분은 굳이 말 안해도 되겠지. 내가 이야기 한걸 듣고선 다이아는 살짝 얼굴이 굳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슬림이라니, 고마운 말씀이네요...그것 말고도 상당히 차분해지신 느낌인데요?"

"그야 그땐 화장도 안했었고, 젊다보니까 텐션도 무진장 높았었고... 것보다 우리 이제 슬슬 일에 관해서 말하지 않을래?"

예전 추억을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1주일내에 인생을 담으려면 그만큼 부지런하게 이동해야한다. 평소같았으면 조금 더 수다를 떨고 싶었겠지만 엄연히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이니까, 아쉬운마음은 뒤로 한채 서류를 다시 들춰보며 다이아에게 내용을 확인한다.

"그러니까, 다이아는 지금 인생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의뢰 했는데, 1주일가지고 괜찮겠어?"

그녀의 얼굴을 보며 스케쥴러를 확인한다. 보통 인생앨범은 달단위로 촬영을 하는데, 1주일이면 아무리 젊은 나이여도 조금은 힘들지도 모른다.

"1주일보다 길어지면 조금 힘들어질 것 같아서요... 넘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오케이...그럼 한 10일로 잡고....저번에 이탈리아 갔던건 제외할게?"

"네, 그땐 다같이 찍은 사진이 있으니까 그걸로 대체할까 합니다."

이탈리아를 다녀오려면 예산적으로 너무 오버가 심하다... 뭐 솔직히 서류에 적혀있는 돈을 전부 받기에는 양심에 찔리기도 하니까. 짧은 대화를 한 뒤 계속해 여행 플랜을 짠다.

"흠... 그러고보니 왜 갑자기 인생 앨범같은걸 만드려고 하는거야?"

갑자기 든 의문이다. 보통 인생 앨범은 결혼하기 전이나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큰 모험을 할때 주로 만들던데, 다이아에게 무슨 일이 있는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 질문을 들은 다이아는 살짝 굳어있다가 금방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아시다시피 쿠로사와가의 장녀입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문을 물려받기 위해 수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제가 지내왔던 순간을 전부 담아두려고 합니다."

"아아....그렇구나..."

쿠로사와가의 장녀, 나는 영원히 느끼지 못할 막중한 책임감으로 둘러쌓여 살고 있는거겠지... 아 거의 다 됐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어디에 살아?"

루비랑 연락이 닿던것도 작년정도까지니까, 올해 부근의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다.

"지금은 도쿄에 있는 니시키노 대학병원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아키바쪽인가...의외네 다이아가 그런데 산다니, 의외이다. 좀더 차분하고 멋스러운... 에도가와 부근에서나 살것같았는데, 아 확실히 그럼 교통이 불편할지도 모르려나. 대충 스케쥴러와 수첩에 여행일정을 정리해 놓았다.

"....오케이 대충 루트는 짰어, 내가 아는 다이아 토대로 대충 루트를 짜봤는데, 어디 신경쓰이거나 그런점은 없어?"

"거의 완벽하네요... 에초에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는지 소름이 끼칠정도로 정확해요. 대체 제가 처음으로 도쿄에서 꽃놀이를 간 장소는 어떻게 아는건가요?"

"루비녀석이 엄청 많이 알려 줬으니까, 고2때는 심지어 점심시간 내내 다이아 이야기를 떠들었다니까?"

루비녀석이 있을때는 거의 다이아의 모든 소식이 그대로 들려왔었다. 시스콘도 정도가 있지 싶긴 하지만, 서로 사이 좋은 모습에 우리까지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러고보니 1년정도 전부터 연락이 안되던데 무슨일이 있나...?

"...면목이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다이아는 나에게 수첩을 돌려줬다. 뭐 이래저래해도 결국 괜찮은 플랜으로 인정받은거겠지. 딱히 추가하고싶은 부분도 없는것같다.

"그래... 촬영은 언제쯤 시작할까?"

"최대한 빠르게 해주세요."

"...그럼 난 갈아입을옷이나 숙박같은것도 챙겨야하니까, 내일부터 시작할까?"

"뭐 상관 없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9시, 내가 니시키노 병원 앞쪽으로 갈게"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환히 웃으며 그녀는 나에게 인사를 하곤 나갔다. 창문에서 떨어진 빛이 머릿칼을 통해 분산되며, 그녀의 백옥같은 피부를 보여주었다. 어딘가 만지면 부서질듯한, 유리로된 백합처럼 가련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형연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느꼈다.

......

그렇게 나와 다이아의 잊을 수 없는 10일간이 시작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초고 그대로올림, 연재 주기는 좀 불규칙적일듯, 대충 글 쓰는대로 바로바로 올릴것.

커어억 잘봤어유 어서 다음편을 써라 2018.09.16 12:45:01
코코아쓰나미 호옹 2018.09.16 12:45:46
ㅎㅅㄷ 2018.09.16 12:46:28
ㅇㅇ 글쟁이 힘내유. 121.142.*.* 2018.09.16 12:47:30
ㅎㅅㄷ 니시키노 대학병원ㅋㅋㅋ 2018.09.16 12:47:37
sia06 혹시 예전에 쓴적 있나 이런 설정을 본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스포일까봐 말은 못하겠고 2018.09.16 12:49:20
Judai ㄴ 예전에 플롯만 올린적은 있었음, 지금은 삭제함 2018.09.16 12:50:04
sia06 아하 그거 맞나 보네 ㄷㄷ 기대됨 계속 써줭 2018.09.16 12:51:05
railgun 뭔가...알거같다 - dc App 2018.09.16 12:53:39
Rubesty ㄹㅇ좋다 2018.09.16 12:58:04
게릴라뮤즈 왜 하필 대학병원 근처... 설마... 2018.09.16 13:06:24
Myosotis 새로운 작가님 개추 2018.09.16 13:14:42
치나미니 베드 엔딩만은.. 2018.09.16 13:15:36
제주도토종말 10일이면 정말 장편이겠군용 굿굿 2018.09.16 13:18:55
코미야다이아 2018.09.16 13: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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