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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다이요시]언제부턴가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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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011308
  • 2018-09-15 17:32:25
  • 59.3.*.*



약속대로 써왔어


정말 존못이고 스스로 자신감도 없지만


다이요시 정말 좋아해서 즐겁게 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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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한가하진 않았습니다. 학생회 일 때문에 학교도 몇 번 나가긴 해야햐고, 무용, 붓글씨, 다도 등등 쌓아나가야할 덕목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로사와 가의 장녀로서, 그리고 루비의 언니로서 모범이 되기 위해선 방학이라도 소흘히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방학이 되어 달라진 것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요시코 씨에게서 라인이 자주.. 엄청 자주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방학 전까지도 서로 그렇게 친하게 지낸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척 의외였습니다. 뭐 싫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꽤나 귀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연락오는 내용의 대부분도 타천사가 어쩌구 저쩌구 였고, 답장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몰라 읽고 내버려두면, 어째서 무시하냐고 쏘아붙이기도 해서 무척 피곤한 존재였습니다.


대부분이 타천사의 내용이지만, 가끔은 평범하게 지금 뭐하냐던가, 밥은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 지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또 착한 아이 같기도 해서 결국엔 방학 내내 요시코 씨와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연락해주는데 한 번 만나서 시내라도 갈래요? 라는 식으로 물으면 한참동안 답장이 오지 않아서, '그 정도로 저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건 아니군요. 심심했을 뿐이려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학교 시설 점검이 있어 등교했는데, 날씨가 무더워 무척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폭염주의보.. 라고 했던가요? 아무리 덥더라도 점검을 소흘리 할 수 없어 체크표가 담긴 파일을 들고 열심히 교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학생회실로 돌아오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의식하게 되자 탈진할 것 같아 의자에 앉아 녹아내리듯 책상에 엎드렸습니다. 점검은 모두 끝났으니 교무실에 체크표를 건네드리고 집에 가면 되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복도의 정수기까지 걸어갈 힘이 없습니다.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습니다. 선생님이려나 하고 고개를 천천히 들었는데,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질 않았습니다. 



"요..요시코 씨? 어째서 여기에?"



무슨 용무가 있어서인진 모르겠지만 요시코 씨가 찾아왔습니다.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 어제 라인으로 오전에 학교 가야된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한 번 와봤어. 잠시 있다가도 돼?"

"그렇군요.. 얼마든지요. 그런데 어쩌죠? 지금 학생회실에 아무 것도 없어서 내드릴 차도 없는데.."

"그런건 됐어, 자 여기."



요시코 씨는 들고 있던 비닐 봉지를 책상에 내려놓더니, 그 안에서 시원한 얼음물이 담긴 페트병과 과자를 꺼냈습니다. 



"무..물이다..!"

"아까 인터넷 하다가 잘못 눌러서 뉴스 페이지에 들어가버렸는데, 오늘이 폭염주의보 라면서? 그래서 한 번 가져와봤어. 이런 상태이겠거니 싶어서. 뭐해? 얼른 마셔."



그렇습니다. 폭염주의보인데도, 제가 걱정되서 자신도 더위를 무릅쓰고 이런 걸 챙겨서 찾아와줬단 건가요? 제가 요시코 씨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꽤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시코 씨에게 꾸벅 감사 인사를 하고 물을 마셨습니다. 



"후아.... 덕분에 시원해졌네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드물긴 했지만, 요시코 씨를 향해서 활짝 웃었습니다. 그러자 요시코 씨는 얼굴이 붉어지며 어지러운 듯 고개를 돌렸습니다.



"요시코 씨도 더위 먹은 거 아니에요? 요시코 씨도 어서 물 마셔요."

"아.. 응, 그래."



요시코 씨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페트병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서는 왠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어색해졌습니다. 뭔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요시코 씨의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 못했습니다. 학생회실을 정리하고 교무실에 들려 체크표를 건네고 같이 하교하는 길에도 요시코 씨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질만한 이유를 생각해봐도 감이 오는 게 없었습니다. 



"저.. 요시코 씨? 어디 아프기라도 하신 건가요? 뭔가 그래 보여서.."



그 말에 요시코 씨는 걸음을 멈춰섰습니다. 그 뒤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알 수 있는 건 심호흡을 하고 있다 정도 였습니다. 숨소리가 들려올정도로 커지더니 곧 작은 입을 열어서



"내,내일 나랑 시내 놀러 가자!! 나머진 라인으로 말할게!!"



동네가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외치고는 후다닥 달려나갔습니다. 요시코 씨를 크게 불러봐도 들은 체도 않았습니다. 머릿 속의 물음표가 사라지질 않습니다. 혹시 놀러가자는 말이 하고 싶어서 여태 맘졸이기라도 했던 걸까요..? 설마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적어도 내일은 일정이 없어 한가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만 먼저 가버렸으니 라인으로 말해줄 수 밖에 없네요. 요시코 씨의 마음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함께 놀러간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요시코 씨에게서 라인이 왔습니다. 도대체 아까 왜 그냥 가버린거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 물음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약속장소와 시간을 말하고는 다시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정말.. 뭐 이리 제멋대로인 여자인지.. 


그나저나 역시 평소같진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전에 제가 만나서 놀러가자고 할 땐 무시했으면서, 갑자기 이렇게 태도가 바뀌다니. 분명 저랑 그렇게 친해지고 싶은 건 아니라고, 저를 그저 시간 때우기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모르겠어서 잊어버리고 내일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11시까지 만나기로 했고, 저는 10분 전에 미리 와서 도착해있었습니다. 어제처럼 햇볕이 무척 따가웠습니다. 요시코 씨에게 신세를 졌었으니, 저도 물병과 이것저것을 챙겼습니다. 편의점 같은 데서 물을 사먹는 것보단 낫겠죠? 요시코 씨를 기다려보지만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조금 걱정이 되려는 순간에



"우와아!! 미안해!! 버스를 놓쳐버려서 늦었어!!"



어디서부터 뛰어온건지 요시코 씨가 땀을 흠뻑 흘리고 숨에 찬 상태로 힘겹게 사과를 했습니다. 뭐 늦은 건 늦은거지만..



"그렇다고 이런 날씨에 급하게 뛰어오지 않아도 된다구요? 자 여기.. 물이라도 드세요 일단."



조금은 수줍게 얼음물을 건네자 요시코 씨는 꽤나 감동하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평온해져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고..고마워."



제 눈이 이상한 건진 모르겠지만 꽤 귀여운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별말씀을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어디 갈까요? 점심 먹을까요?"

"훗.. 이 타천사 요하네가 오늘 놀러갈 코스를 정해놨단 말씀!"



요시코 씨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당당해져선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풀더니 글씨로 빽빽한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빼곡해서 가독성이 좋지 않아 내용을 잘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왜 연락이 없었나 했더니 이 정도로 열심히 준비해왔다면 그 동안의 무례함을 눈감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헛된 시간은 될 것 같지 않아 기대도 되었습니다.



"뭐야, 요시코 씨 주제에 제법이잖아요."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



그래서 요시코 씨의 계획에 따라 처음 가기로 한 곳은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냉면집이었습니다. 냉면이라.. 이런 날씨에 시원한 냉면을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요시코 씨 생각할수록 제법이네요. 15분 정도를 땀흘려가며 서로 티격태격 말장난을 하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오늘 영업 안하는 것 같은 걸요..? 매주 목요일은 휴업입니다..?"

"뭐..뭐라고!?"



그 냉면집은 유감이지만 쉬는 날이었습니다. 낭패봤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저 보다도 요시코 씨 쪽이 더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려나요. 자신 있게 계획을 정해왔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되었으니.. 고장난 듯 말을 더듬는 요시코 씨를 진정시키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 있는 라면집이라도 갈까요?"

"그..그럴까?"

"네. 라면이 먹고 싶어졌어요."



요시코 씨를 겨우 달래면서 라면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라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요시코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을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넷카페 녀석들 순 엉터리잖아.."



그리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저에게는 들려서 무슨 일이냐고 요시코 씨에게 물었습니다. 요시코 씨는 무척 당황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다음 코스들은 분명 재밌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또 타천사가 어쩌구 저쩌구 대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돌리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요시코 씨가 먼저 놀자고 제안한 거니까, 순순히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문한 라면이 나와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라면을 먹는 다는 게 달갑진 않을 수 있지만, 너무 맛있어서 그런 것도 모르고 요시코 씨도 저도 라면을 먹는데에 신경이 팔렸습니다. 이런 게 이열치열 이라고 하는 걸까요?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와 다음 요시코 씨와 가게된 곳은 오락실이었습니다.



"여기는 이 요하네가 정확하게 알아. 오늘 휴업이라던가 그렇지 않으니까."



이번에 새로나온 게임이 인기폭발에 재미도 엄청 있어서 저도 좋아할거라고 하기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게임을 잘 해보진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재밌어하는 거라면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요. 이번에도 15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역시 요시코 씨의 말대로 오락실은 열려있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뭐..뭐라구요!? 고장이 나요!?"

"응 그렇게 됐어.. 저번에도 고장이 나서 고쳤었는데, 하도 인기 많아서 그런지 또 고장이 났지 뭐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탓인지, 그 게임기는 고장이 나서 오늘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락실 주인분의 말에 새하얗게 질려버린 요시코씨는 터덜터덜 오락실에서 나왔습니다. 뭐라 말을 해줘야 할지... 아까 전만 해도 당당했던 요시코 씨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여졌습니다. 이 더운날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간 곳에 퇴짜를 맞으니 저도 좋은 기분이 아니긴 하지만.. 요시코 씨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미안해...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힘없이 사과하는 요시코 씨의 어깨를 잡고



"요시코 씨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괜찮아요. 그 게임은 꼭 다음에 또 같이 하러 가죠. 이 다음에 갈 곳도 있나요?"



내 말에 무척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요시코 씨는 알았다며 스마트폰을 열어 잠깐 보더니 근처에 여학생들에게 유명해진 점술 카페가 있다면서 에어컨도 빵빵하고 시원한 음료수도 서비스로 주니까 한 번 재미삼아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계단을 올라 2층에 있는 점술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열려 있었고, 안에 기다리고 있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요시코 씨의 말대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 무척 시원했고, 대기하는 동안 직원분에게 시원한 음료수도 한 잔씩 받았습니다. 더위도 식히면서 텐션이 오르자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정도의 목소리로 요시코 씨와 말장난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차례가 되어 점술사 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같은 프로필을 알려주고 여러 방면에 대해 어떤 운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말을 듣다가 문득 요시코 씨가 저와의 궁합이 어떤 지 물어봤습니다. 조금 민망해서 왜 그런걸 묻냐고 딴지를 걸었지만 요시코 씨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점술사 분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요..요시코 씨!?"



요시코 씨는 먼저 나가버렸습니다. 저도 따라갔습니다. 멈춰 세워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너무 걸음이 빨라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한적한 공원의 벤치에 와서야 요시코 씨는 털썩 앉았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점술 카페에서 저와 요시코 씨의 궁합이 무척 좋지 못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절대 함께 해서는 안되는... 그런 연이라고..



"미안해.. 오늘 갈 곳... 정말 열심히 찾았는데... 실망시켜서..."

"저는 괜찮아요 요시코 씨... 따지고 보면 요시코 씨 잘못 없다구요? 냉면집도 휴업이고, 오락실도 게임기가 망가져 있던 거고..."



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습니다. 요시코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여태까지 잘 의식하지 않았던 작은 어깨가 우는 탓에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가녀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곧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요시코 씨에게 상처가 될 오늘 하루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요시코 씨 역시 루비와 같은 나이대의 여자 아이니까.. 어떻게든 위로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정말 이라구요? 그리고 아까 갔던 점술 카페도 재미로 본 거라구요? 어..엉터리 아닐까요? 제가 녹차를 좋아하는 것도 짚어내지 못했다구요? 그리고 저랑 궁합이 최악이라고 한 건.. 그건 저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재미로 본거니까요 네?"


"아니야!! 나랑 다이아의 인연은 그냥 재미가 아니야!!"


"요..요시코 씨..?"



엎드려 울던 요시코 씨가 갑자기 자리에 일어나 무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눈물은 여전히 뚝뚝 흘리고 있었고, 온 힘을 꽉 쥔 주먹도 무척 떨렸고, 요시코 씨는 한 걸음 내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요시코 씨의 이런 행동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아 굳어버렸습니다. 



"나, 다이아 널 좋아해."



그 말을 들어서도, 저는 바보처럼 굳어있었습니다.



"여름 방학 전부터... 그보다 훨~씬 전부터... 널 좋아해왔어... 너랑 한 번이라도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너에게 닿고 싶었는데...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서 용기내지 못했어... 그런데 방학까지 해버려서 얼굴도 못보게 되니까... 미치겠어서 눈 딱감고 라인을 했는데 너가 잘 답장해주길래....... 그래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데이트를 망쳐버려서....."



요시코 씨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같은 모습엔 요시코 씨 본인이 그렇게 외쳤던 타천사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요시코 씨의 좋아한다는 말에 그 동안의 기억이 필름처럼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라인하면서 가끔씩 물어왔던 안부, 어제 제가 걱정되서 학교에 찾아와준 것, 그리고 오늘도... 전부 저를 위해서였던 거였나요? 한창 울고 있는 요시코 씨에겐 미안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차분히 제 머릿속의 요시코 씨를 더듬었습니다. 어제 저와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한참동안 말을 못하다가 겨우 놀러가자고 용기내어 말을 꺼낸 것, 그리고 방금 전에 저와의 궁합에 대해 듣고 엄청 분해했던 것, 그리고 이렇게나 아이처럼 우는 것도 저를 그만큼이나 좋아해주기 때문이었다고...


눈을 천천히 떴습니다. 여전히 울고 있는 요시코 씨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요시코 씨의 우는 얼굴은 보기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조금은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당당하게 타천사를 자칭하며 미소를 띤 얼굴이, 그리고 이따금씩 진중하게 저를 바라봐주는 그 모습이 좋고 그 모습이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그런 모습만 보이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좋아해. 사실 언제부턴가 좋아했을 지도.



"이제 다 틀렸어! 타천사의 생명도 다 끝나버린거야! 평범한 인간의 마음조차 사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눈물을 보였어..."



저는 그렇게 단단히 착각하는 요시코 씨를 귀여워하며 딴지를 걸었습니다.



"정말 어째서 멋대로 단정짓는 건가요? 저는 아직 말도 못했는데?"


"위로할 생각 하지마! 나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진 않았겠지! 더 이상 날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 그렇지 않으면 난.."


"됐고,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요시코 씨의 어깨를 꽉 붙잡고 떨리는 입술로 요시코 씨의 이마에 겨우 입을 맞추었습니다. 너무 떨린 나머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제 마음.. 이미 빼앗아가놓고 시미치 떼기에요? 타천사 씨?"



요시코 씨는 저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거짓말.." 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다가 다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저에게 꼭 안겼습니다. 뺨을 엄청 비벼대고 허리에 감긴 팔의 힘이 엄청나서 숨이 막혔지만 그만큼 그녀를 좋아한다는 반증인 듯 저는 무척 기쁘고 두근거렸습니다.



"받아준거야? 그렇지? 반품 같은 거 절대 안되니까! 다이아는 이제 내거야."
 



요시코 씨가 원래 제멋대로인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독점욕 또한 상당한 것 같습니다. 미래가 왠지 너무도 잘 상상이 가고 피곤할 것 같지만, 저 또한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요시코 씨에게 단단히 알려줄 생각입니다.



"그보다 이제 좀 놓아주시죠...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구요."



이번 여름방학 역시 평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꽤나 특별한 이벤트가 생겨버렸습니다. 자만감에 넘치는 타천사 씨에게 고백받아 사귀게 될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참 앞일은 모르는 거네요.



"그러니까 엄마한텐 잘 말해놨다니까? 다이아 집에서 자고 간다고."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니까요? 사귀자마자 같이 잔다구요? 그런 파렴치한!"

"뭐래 무슨 이상한 상상 하는 거야? 정말 변태라니까."



그렇죠? 요시코 씨? ♥




-fin


NAIOPE 개좋아 퍞퍄 다른거생각나도 망설이지말고 팍팍써오길 2018.09.15 17:39:26
금신 잘썻네.. 오지네.. - 4센다 2018.09.15 17:40:38
데귤데귤 존못 어디 개추드렸읍니다 2018.09.15 17:42:44
데귤데귤 '이제 다 틀렸어! 타천사의 생명도 다 끝나버린거야! 평범한 인간의 마음조차 사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눈물을 보였어...' ← 특히 이 부분 진짜 요시코 같음 개좋다 2018.09.15 17:43:42
요시마루퍄퍄 빨리 다음편써와줘요 - 4센하 2018.09.15 17:45:08
이나미안쥬 굿 2018.09.15 17:49:44
코코아쓰나미 행ㅡ복 2018.09.15 17:59:27
코코아쓰나미 2018.09.15 17:59:35
코코아쓰나미 2018.09.15 17:59:38
Rubesty 2018.09.15 18:02:13
ㅇㅇ ㅗㅜㅑ 2018.09.15 19:08:39
지모아이 소흘히→소홀히. 39.118.*.* 2018.09.15 19:22:49
ㅎㅅㄷ 2018.09.15 22:04:29
치카치카 물이 들어간다 - 4CC 2018.09.15 22:11:41
sia06 2018.09.15 22:53:30
railgun 다음것도 기대할게 - dc App 2018.09.16 0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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