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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번역] 틀림없는 연인입니다(요우치카)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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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002964
  • 2018-09-05 01:13:53



작가 - 桃丸
https://www.pixiv.net/member.php?id=14808011

커플링물 - 요우치카(조금 요하리리)
요우가 좀 바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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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요우, Aqours의 연습을 끝마친 뒤 사이좋은 1학년 친구들과 누마즈에 쇼핑 가러 버스에 몸을 맡기는 중.
옆에서 들려오는 흑마술적인 무언가를 흘려 들으면서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지 말입니다.

「하아, 치카 쨩 괜찮으려나...」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으면서 무슨 말이야. 어어엄청나게 괜찮았잖아 」
「그랬긴 해도. 연락을 한지 5분이나 지났는데 읽음이 안 뜬다니까!?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삐깃... 요우 쨩은 치카 쨩을 정말 좋아하네」
「걱정도 많으셔유」

인생,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차이는 걸 각오한 1초 뒤에는 기적적이게도 십 년을 훌쩍 넘은 기나긴 짝사랑이 결실을 맺기도 하는 법이다.

5분이란 그 1초가 300번이나 흐른 시간이다.
치카 쨩이 300번 정도는 그 고백에 부끄러운 듯한 웃음과 함께 화답해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
뭐 현실적으로 그런 건 불가능하지만, 그 정도로 내 여자친구는 매력적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데다, 오히려 누군가를 위해서란 이름으로 자기희생의 결정체마냥 구는 사람이니까.
난 치카 쨩의 연인이 되고 나서도 이렇게 불안에 떨고 마는 것이다.

뭘 말하고 싶냐면, 그래. 보낸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안 떠서, 불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치카 쨩이 집으로 돌아가서 방에서 치카 쨩이 마음에 들어하는 닭새우 인형을 끌어안은 채 침대에 뒹구는 모습까지 이 두 눈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와타나베 요우 일생의 불찰...!

「너희 말야, 서로 안지 십 년 넘었지? 그동안 5분 단위로 살아있는지 확인하면서 지내온 거야? 」
「그런 건 아니지마안- 내가 연락하면 치카 쨩도 바로 확인해주니까 말야~ 치카 쨩이랑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게 일과라고 해야 하나? 당연하다고나 할까~」
「읽음 표시, 말유?」
「응!」
「...자, 잠깐만」

치카 쨩과의 대화 화면, 언제 읽음 표시가 뜨나 확인하며 귀여운 후배들에게 그 행복함을 전하고 있자니,
옆에 앉은 범상찮은 표정의 요시코 쨩이 내가 들고 있던 핸드폰 째로 팔을 끌어당겼다.
앞좌석에 앉아 있다 덩달아 같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하나마루 쨩과 루비 쨩.
나는 흔히 말하는 '리얼충의 자랑질'에 부러워진 걸까? 같은 걸 생각하며 싱글벙글 나와 치카 쨩의 대화기록을 내밀었다.

우와...라는 탄성과 함께 요시코 쨩은 핸드폰과 함께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쥐곤, 치카와 요우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인지 뭔지 중얼거리며 되돌려 주었다.
하나마루 쨩과 루비 쨩도 내밀고 있던 몸을 스윽 앞좌석으로 돌려놓은 뒤, 자세를 고쳐잡나 싶더니 진지한 얼굴로 눈을 감곤 양손을 맞대고 기도를.

나, 죽은 걸까?
그렇게 착각해버릴 정도로 버스 안은 누군가 성불해버릴 것 같은 분위기로 가득차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됐지?
애초에 나 자랑하고 있지 않았었나?
아, 알겠다. 너무 기만해버렸구나. 요우 쨩도 말이지 참, 후배 상대로 너무 자극이 센 걸 보여줘버렸구나.
리코 쨩이 자기 취향 얇은 책을 펼친 채 기도하던 것 비슷한 게 아닐까.
(요새 들어 리코 쨩은 취미를 드러내는 데 저항이 없어진 걸 넘어서, 오히려 개인적인 취미를 강요해오기까지 했다.
나조차도 치카 쨩한테 아직 두 번 정도밖에 코스프레 못 시켜 봤는데.)
뭐랬었지. 『신성』 하다고 했나? 뭐 확실히 치카 쨩은 신성한 존재 그 자체다. 이 행성에 내려온 기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그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싶어질 법하다.
참 내, 뭐가 타천사 요하네야. 치카 쨩은 그걸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대천사인데 말야.
그럼에도 스스로 평범괴수라니, 겸손하기까지 하단 말이죠.
아아, 지금 당장이라도 그 부드러운 뺨이 가득 부풀 정도로 귤을 먹여주고 싶어.
우물우물 열심히 음미하며 행복함이 가득 담긴 채 살포시 웃음짓는, 살짝 어리게도 느껴지는 투명한 연홍빛 눈동자...
어, 엄청 신성해...!

「아얏」
「듣고 있어? 이때다 하고 타천사 디스하는 거 그만둬 줄래」

일단 후배일 터인 요시코의 손이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두드리자, 행복한 기분 그대로 버스 안의 익숙한 풍경으로 되돌아왔다.
용돈으로 치카 쨩을 위해서 두 손에 담지 못할 정도의 귤을 안겨 주잔 강한 일념으로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치카 쨩. 러브.

「으유... 그, 요 쨩...」

기도하고 있었을 루비 쨩이 머뭇머뭇 앞좌석에서 곤란한 듯한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하나마루 쨩은 기분 탓인지 게슴츠레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훗후후, 뭐어야. 부러운 것이냐 1학년 제군들」
「아니...그...진짜 사귀고 있는 거 맞아?」
「응???」
「그게 거의 스토커...」
「요시코 쨩! 떽! 이에유!」

뭔가 불경한 말을 하기 시작한 요시코 쨩의 입을 다시금 앞좌석에서 튀어나온 네 개의 작은 손이 틀어막았다.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들린 듯했다.

「1학년 제군들. 양 손을 무릎 위로.」
「「「...넵」」」
「무슨 뜻인지 설명해 줄래?」

거북한 듯 서로 시선을 마주하는 세 명. 다음 정류장은 누마즈다.
딱 좋네. 가까운 가게에서 맛있는 케이크라도 먹으면서 여고생 모임이라도 하자고.




「요우. 항상 이런 식이야?」

"이런 식" 같은 소리를 들으며 가리키는 손끝에는, 카페 안의 4인 테이블 중앙에 둔 내 핸드폰. 화면에는 물론 치카 쨩과의 대화 화면.
요시코 쨩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르고, 평범한 나와 치카 쨩의 일상의 한컷이 1학년 친구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YOU : 치카 쨩 연습 수고 많았어!
YOU : 집 도착입니다( ̄^ ̄)7
YOU : 의상 만드는 중!
YOU : 치카 쨩이 빨리 입어줬으면 좋겠네!
YOU : 귀여울 거 같아...♡
YOU : 상상하곤 히죽히죽 해 버렸어!(웃음)
YOU : 치카 쨩은 지금부터 뭐 할거야-?
치카 : 귤 먹어!!
YOU : 그렇구나~ 그럼 나도 먹어야지-!
YOU : 저녁밥 먹고 오겠슴다-!
YOU : 무려 오늘은 함바그였습니다!
YOU : [함바그 사진]
YOU : 치카 쨩 저녁메뉴는 뭐려나~
YOU : 시마 언니가 해주는 밥 오랜만에 먹고 싶어~
YOU : 다음에 하룻밤 묵으러 갈게!
YOU : 씻고 오겠슴다! 치카 쨩은?
치카 : 귤 먹어!!
YOU : 그렇구나아! 그럼 나중에 봐~!
YOU : 다녀왔어-\(^o^)/
......이하, 생략.


일련의 흐름을 요시코 쨩이 내 역할, 루비 쨩이 치카 쨩 역할로 소리내 읽기 시작했다.
거의 요시코 쨩의 혼잣말이 되고 있는 대화를 들으며, 어젯밤의 대화를 떠올리곤 실실 웃는다.
읽음 표시 뜨는 거 빨랐지.

「러, 러브러브네에...!」
「루비, 요우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해 봐」
「죄, 죄송함니다아...」

이쪽은 매우 행복한 기분이었는데, 왜 제멋대로 사과받고 있는 거지.
하나마루 쨩은 드디어 염주를 꺼내들곤 합장하기 시작했다. 딱히 뭔가에 씌여 있지도 않은데?
어, 뭐야 설마? 씌인 건 치카 쨩 쪽? 맙소사. 치카 쨩을 힘들게 하는 건 어느 누구냐! 조상님이든 악령이든 용서치 않겠다!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확인하겠는데, 사귀고 있는 거 맞지?」
「사귀고 있는 거 맞는데!?」
「그런 거 치곤 연락이 너무 일방적이어유」
「저 사람 귤밖에 안 먹고 있잖아」
「그런 부분도 귀여워, 어, 어떡해 귀여워」
「루비 울 거 같아...」
「마음을 굳게 다지는 거야. 루비 쨩!」
「하나마루 쨩...!」

또 치카 쨩을 생각하면서 상념에 빠질 뻔 했지만, 하나마루 쨩과 루비 쨩의 무슨 뜻인지 모를 대화에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 같은 걸 생각하며 조그마한 두 명을 바라보며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고 있자니, 조금 부끄러운 듯, 그렇지만 꽤 자랑스럽게 내 핸드폰 옆에 나란히 놓인 요시코 쨩의 그것.


요하네 : 오늘은 즈라마루랑 루비랑 쇼핑
리코 : 부러워~
요하네 : 리리도 올래?
리코 : 작곡 마감해야 해서...
요하네 : 그렇구나. 좋은 곡 만들도록 해
리코 : 그래도 역시 가는 편이 좋았으려나
요하네 : ??
리코 : 다른 두 명하고 있을 때의 욧 쨩. 그 나잇대라는 느낌이 들어서 귀여우니까
요하네 : 평소엔 안 귀여워?
리코 : 그렇게 물어보는 욧 쨩도 귀여워♡
요하네 : 리리도 차암...♡


「이, 이건...!」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요시코 쨩의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리코 쨩과의 대화 화면은, 뭐랄까 '대화' 같은 느낌이다.
뭔 소리냐고?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 라고 하는 건 원래 이런 느낌이라고 실감했다.
게다가 평범해 보이는 대화 사이에 위화감도 없이 하트 이모티콘까지.

「미래에유...」
「그 쪽이야?」
「하나마루 쨩은 아직 핸드폰 잘 못 쓰니깐」
「아하... 즈라마루가 불경 통째로 보냈을 땐 좀 저주받은 줄 알았어」
「루비도 그거 보고 핸드폰 떨어뜨려서 액정 깨졌어어」
「쓸데없이 피해 보고 있잖아」
「에헤헤, 그거 다 치는데 한나절 정도 걸렸어」
「뭐 하는 거야...」

요시코 쨩의 리얼충같은 모습이 당연하기라도 하다는 듯 세 명 사이엔 전혀 다른 화제가 오가고 있다.
그런 느긋한 대화는 여전히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해서 치유받곤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치유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와는 천지차이인 요시코 쨩과 리코 쨩의 대화.
왠지 모르게 목이 타서 남은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뭔가가 다르다. 결정적으로.

「요우. 깨달은 점을 말해 봐」
「그 뭐랄까, 서로 연락하고 계시네요...」
「그게 보통이에유」
「자, 잠깐 하나마루 쨩 좀 더 완곡하게...!」
「내 건 말이지, 이게, 뭐랄까.」
「거의 읽씹이네」
「잠깐만, 요시코 쨩!」

언제나 소심한 루비 쨩이 날 위해 언성을 높히고 있었다.
언제였나, 다이아 씨를 감쌌을 때도 그랬었지.
좋은 여동생 소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오히려 괴로웠다.
깨닫고 만 것이다. 나는.

「치카 쨩 전혀 대답 안 해주고 있어...!」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말야」
「마루가 치카 쨩이라도 그렇게 할 거 같은데유」
「루비도 그렇게 될 거 같기도...」
「에, 어째서?」

「「「요우 쨩이 너무 많이 보내...」」」




이리하여 나의 두근두근! 『이뤄내자 치카 쨩과의 리얼충 라이프 대작전!』 이 시작되었다.
아니, 뭐 충분히 지금도 리얼충이지만. 모두의 말에 따르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도 치카 쨩은 다를지도 모른다고.
솔직히 내 쪽의 끈질긴 연락에 진저리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나. 그러니 대충 읽고 무시하는 거라고들 한다.
무시라니 그렇게까지 말 안해도 되는데, 라고는 생각했지만 보통은 그렇다나 뭐라나...
게다가 무시당하는데도 더욱 집요하게 연락하다니, 라면서 차가운 시선과 질타를 끊임없이 받았다.
완전히 스토커 취급이었다.

모르는 게 얼마나 행복했던 것이었던가. 읽음 표시가 뜨는 것에 기뻐하던 방금까지의 나는 대체 무엇이었는가.
지금까지 치카 쨩밖에 좋아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금까지의 스토커에 가깝다는 내 연락방식도 나에게 있어선 그저 평범한 거였다.
대작전이라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까 보냈던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뜬 시점에서 다음 메시지를 보내고, 그 메시지에 뜰 읽음 표시가 너무도 기다려지는데.
그렇게 치카 쨩이 조금이라도 나에 대해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눈 앞의 세 명은 그렇게 하는 걸 막았다.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제 악마들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타천사 요하네와 리틀 데몬 1호, 2호...
라고 생각하던 걸 무심코 입밖에 내어버렸는지, 정신차리니 하나마루 쨩과 루비 쨩 둘 중 어느 쪽이 1호이고 2호인가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란 말야...!

「일단은, 이제부터 일주일동안 요우로부터 메시지 보내지 마」
「에에엑...?」
「일단 상황을 보는 거에유. 일단 이 상태를 바꿔봐유.」
「아, 치카 쨩 쪽에서 연락이 오면, 대답해도 되니깐...」
「연락이 오면, 이라」
「사귀고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면 리틀 데몬, 주는 것만으론 안 된다구? 이대로라면 사랑도 언젠가 고갈되어 버리는 운명을 맞이하고...종말은 바로 그 곳에 있느니...」
「저는 리틀 데몬 아닌데요- 치카 쨩 소유인데요-」






「...엣, 진짜로 정색하는 거 그만둬? 적어도 태클이라도 걸어 달라고!? 아니 애초에 딱히 농담한 것도 아닌데에!?!? 」
「케이크 맛있었네유~」
「행복했네에-!」
「이번에 리리랑 같이 와야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뜨는 1학년.
네 명 분의 케이크와 음료수 값이 쓰인 계산서는 그대로 탁자 위.
아무래도 이 몇 시간 사이에 나의 위치가 많이 바뀐 모양이었다.
처음 Aqours의 의상을 선보였을 때의 그 경의에 찬 시선은 어디로 갔는가.
그렇지만 나랑 치카 쨩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쇼핑해야 할 시간을 할애해준 거니까.
그런 마음으로 지갑을 비우는 나는 나대로, 세 명에겐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여긴 선배인 내가 내야지. 하는 생각도 있긴 하다.
다른 사람이 보자면 마음 넓은 선배처럼 보이겠지. 스토커의 연애상담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조차 않을 것이다.

「연락, 참아보자-...」

1학년 일행과 헤어지곤, 약속한 말들을 잘 지키며 치카 쨩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서도
한시도 빠짐없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치카 쨩이 연락해주지 않으려나- 라고 생각하며 화면을 바라보는 나.
이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치카 쨩을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
치카 쨩의 존재를 실감하고 싶었다. 치카 쨩이 계속 곁에 있어 준다면 좋을 텐데, 아아, 치카 쨩이여.

「...그래서, 왜 여기 있는 건데」
「치카 쨩의 생사확인을 좀」
「욧 쨩한테 여러가지 듣긴 했는데... 이렇게 되면 진짜 스토커라구?」
「연인이라고!!! ...앗, 쩔어. 뭔가 이렇게 말하니 좀 부끄러운데」
「...연인이라면 더욱 더 저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진짜, 너무 좋아서 무리얏...!」
「하아」

라는 대화 중에도 핸드폰 화면만을 바라보는 중.
눈치챘겠지만 리코 쨩의 방에 있습니다.
리코 쨩의 어머니께선 흔쾌히 방으로 안내해 주셨고, 난 작곡을 갓 마치고 돌아온 리코쨩을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물론 리코 쨩의 방에 들어간 뒤 바로, 이웃집의 치카 쨩 방에 불이 켜져있는지는 확인을 마쳤다. 생존 확인. 경례!

건너편의 커튼 너머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림자.
이렇게 치카 쨩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요우 쨩은 씨익 웃는 얼굴이 됩니다.
같은 방에 있는, 금방이라도 쏴 죽일 것만 같은 눈길은 이럴 땐 전혀 상관없지 말입니다.
그 눈길이 건너편 창문에 다다르고, 창문을 연 뒤 빨갛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큰 소리로 외친다 하더라도.

「치카 쨔-앙!!」

상관없지 않았다아아아아아!

「왜 치카 쨩 불러버리는 거야!」
「만나고 싶은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여기서 보고만 있는 것도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치카 쨩의 평범한 일상의 바로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됐다고!」
「평범한 일상에 이웃을 스토킹할 목적으로 거침없이 불법가택침입당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 봐」
「리코 쨩 너무해!!」
「잠깐만, 피해자는 나인데」


「어라, 요-쨩...?」


리코 쨩이 외친 그 이름의 주인이, 커텐 너머도 창문 너머도 아니고, 분명히 몇 미터 앞의 눈 앞에 서 있다. 귀여워.
치카 쨩의 머엉-한 얼굴이 진짜 참을 수 없을 만큼 좋단 말이지.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에, 기분 나빠」

무심코 입밖에 꺼낸 모양이다. 바로 옆에 있던 리코 쨩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신경 쓰지 마. 평소에도 생각하는 거니까」
「오히려 더 아웃이라고 생각해...」

괜찮아. 치카 쨩한테 들리지만 않으면 문제 없음.

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닿을 듯 닿지 않은 거리에 있는 치카 쨩의 얼굴이 비뚤어졌다.
들린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연락 없다고 생각했는데 리코 쨩이랑 같이 있었구나」
「응.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불법침입이라니 뭐라니 하잖아. 너무하지?」

옆의 리코 쨩한테 팔꿈치로 쿡쿡 찔려가면서도, 나는 치카 쨩의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얼굴을 어떻게든 밝게 하려고 말을 골랐다.
그럼에도 곧장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마침내 울 것 같이 되어 버렸다. 몸상태라도 나쁜 건가 걱정이 되네.

「그, 렇구나... 내, 내일 봐!」

당황하듯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치카 쨩.
왜 그러는 걸까. 배가 아픈 거라면 당장 쓰다듬어 주러 갈 텐데... 아, 혹시 리코 쨩이 원인인 걸까?
작사 떄문에 리코 쨩한테 혼나는 것도 일상다반사고, 또 리코 쨩이 치카 쨩을 압박해버린 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당사자의 각진 팔꿈치로 사정없이 옆구리를 찔렸다.

「요우 쨩, 빨리 가 봐」
「어? 치카 쨩 왜 저러는 걸까」
「아무래도 바람 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누가?」
「요우 쨩이랑, 나.」

응? 왜 그렇게 되는 거지.
나는 치카 쨩을 좋아한다, 그것밖에 없는데.
누군가랑 바람을 핀다니, 게다가 절친인 리코 쨩이랑.

「어-음... 왜?」
「둔한 것도 죄네...」
「??」
「됐으니까 빨리 가 봐!!」
「요, 요-소로...!」

등 떠밀리는 그대로 리코 쨩의 집을 신세졌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뛰쳐나갔다.
반쯤은 쫒겨난 것 같긴 하지만, 치카 쨩 잘 부탁해. 라는 리코 쨩한테 손을 흔들어 주곤 곧장 치카 쨩의 곁으로 향했다.

뒷문으로 실례하겠습니다.
치카 쨩 언니들은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늘어져 있던 포즈 그대로 치카라면 위에 있어- 라고 알려주었다.
뭐, 평소에도 늘 이런 식이니까.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치카 쨩의 방에 들어서자 치카 쨩은 침대 위에 대자로 엎드려 있었다.
그 손에는 치카 쨩답게 귤 모양 스티커로 데코레이션 된 핸드폰이.
딱히 몰래 들어간 것도 아니고 발소리도 들렸을 테니까, 치카 쨩은 내가 온 걸 눈치채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별달리 말을 걸지는 않은 채 나는 언제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치카 쨩을 부르듯 손을 움직였다.

YOU : 치카 쨩-!

보냄과 동시에, 삐로롱, 하며 밝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가해지는 작은 진동.
반사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엎드린 그대로 상반신만 일으켜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치카 쨩.

치카 : 리코 쨩은 괜찮아?

리코 쨩이 말했을 때는 몰랐고, 지금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메시지를 읽자마자 팟 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건 혹시.

YOU : 질투?
치카 : 질투받을 만한 거 했구나
YOU : 기뻐
치카 : 뭐라는 거야?
YOU : 치카 쨩이 대답해 주니까
치카 : 어라, 무슨 이야기 했었더라??
YOU : 귀여워
치카 : 이야기 돌리지 마

화면에 빠져들듯 대답하는 데 열중하는 치카 쨩에게 다가가서, 옆에 누웠다.
읽음 표시가 뜨는 즐거움만을 맛보고 있었지만
(애초에 읽음 표시가 뜨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1학년들이 말했었다)
이렇게 내 말에 대답이 돌아오는 건 좀 더 두근두근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깨닫는다.
미래에유~~ 하고 감동하는 기분, 조금 알 것 같아졌어.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메시지만을 주고받는다.
상황 자체는 뭔가 이상하지만, 꽤 신선한 일처럼 느껴졌다.

YOU : 지금까지 메시지 보낸 거 굉장히 끈질겼지, 미안해
치카 :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치카 쨩의 눈동자에 내가 담긴다. 어떡해, 치카 쨩이 귀여워.
뭔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바라보기에, 왜 그래? 라고 생각하며 마주 바라보니, 으으으~~라며 의문스러운 소리를 내며 내 위에 올라왔다. 귀여워.

YOU : 치카 쨩 좋아해
치카 : 제대로 말해 줘

조용한 방 안, 삐로롱, 삐롱, 하며 서로의 핸드폰이 내는 소리만이 묘하게 울렸다.
치카 쨩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은 기분.

「치카 쨩」
「...응」
「좋아해」

삐롱,
치카 : 바람둥이

「어째서!?」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지금 완전 그거였지. 뭔가 좀 좋은 분위기 될 것 같았지!?
에, 스토커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라고? 불길한 말 하지 말아 주시죠.

「그치만, 리코 쨩 집에 있었잖아」

치카 쨩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은 듯한 감각.
삐진 듯한 낮은 목소리도 어린아이 같아서 좋아.
그렇지만 나는 역시, 치카 쨩의 밝은 미소가 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못하겠네. 스토커로 됐어 뭐.

「치카 쨩이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
「지금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아재개그 하지 마」
(주석 : 치카 쨩이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 '치카' 쨩노 '치카'쿠니 이타쿠테)
「...... 아니 그건 치카 쨩 해석이고!?」

나로선 정말 진지한 이야기였지만, 무의식적으로 아재개그 같아졌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잠깐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생각해버렸으니까. 이 건에 관해선 잘못한 게 없다.

「정말 가까이 있고 싶었어. 리코 쨩 집이 바로 옆이니까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면 되잖아」
「그 거리감이 왠지 모르게 좋다고 해야 하나...」
「왠지 그거, 변태 같아」
「치카 쨩이 너무 좋을 뿐이야」

위에 올라탄 몸이 꾸욱, 하고 체중을 실은 채 다가오고, 그 무게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밀착하듯 강하게 껴안았다.

「후후, 요 쨩은 변태야-」
「부정은 못 하겠네...」

삐진 듯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변해서 안심했다.
변태 같은 요 쨩이랑 사귀어 주고 있는 치카 쨩은 역시 천사라고 생각한다.
변태 요 쨩은 행복합니다.

「그치만, 왜 연락 안 한 거야?」
「...아, 그건 말이지」

오늘 있었던 일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지만, 마리 쨩에게 나랑 치카 쨩은 서로 숨기는 게 많다고 혼났던 일을 떠올렸다.
치카쨩도 끈질기다고 생각한 적 없어, 라고 아까 말해줬으니, 역시 제대로 치카 쨩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싶기도 했다.

「나, 치카 쨩이 곁에 있지 않으면 뭐 하고 있나 신경이 쓰여서. 그러니까 끈질기게 연락했었지」
「늘 있던 일이잖아」

역시 끈질기다고 생각했던 건가.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지만, 후배들 덕분에 나는 제대로 그걸 알아차릴 수 있었지.

「치카 쨩도 딱히 답장 많이 안 해 줬잖아? 그러니까, 사실은 곤란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
뭐, 오늘 돌아가는 길에 1학년 애들한테 듣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치카 쨩이 얼굴을 들곤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림자를 드리우며 곧게 내려쬐는 감귤색 머리가 내 뺨을 간지럽혔다. 치카 쨩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우 쨩이 연락해주는 거 기뻐」
「무리하지 않아도 돼」
「끄응, 기쁘다니깐」
「기쁜 데 읽고 무시하는구나?」

그만 탓하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똑바로 나를 내려보던 치카 쨩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역시 속마음 같은 거 말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얼마나 무시당하든 일방적이든 치카 쨩은 나랑 사귀어주고 있는 거니까.
그 관계를 부수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읽음 표시가 뜨는 순간, 그것만으로 설레이던 몇 시간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치카 쨩은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메시지도 귀찮았을 건데.
더욱이 답장까지 요구하는 나 따위, 귀찮을 게 틀림없다.
아무리 완곡하게 말했다 할지라도 "왜 답장 안 해줬어?" 라니, 스토커라는 위치를 결정짓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연인으로부터 스토커로 강등. 반대로 다이빙 축하드립니다 와타나베 선수.

「그치만, 요 쨩이랑 사귀는 거, 꿈만 같은 걸...」
「헤?」

곤란한 듯 흔들리는 연홍빛 눈동자. 그 색과도 같이 치카 쨩의 귀여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뭔가 생각했던 거하고 다른데.
꼼짝없이 「미안 역시 못 참겠어. 무리. 헤어지자」 같은 말을 차가운 시선과 함께 듣게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행히도 전혀 반대였다.
녹아 내릴 듯한 달콤한 목소리와, 열이 깃든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스토커에의 강등은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요우 쨩 어떻게 생각하려나,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뭐라고 답장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윽」
「생각하는 새에 바로 다음 메시지는 오고 말야」
「미, 미안」
「그 메시지를 보고, 또 기뻐져 버려서...」

말하면서 부끄러워진 건가, 헤롱헤롱 힘 빠진 채 내 어깨에 기대는 치카 쨩.

「그 정도로 좋아해」

내 가슴 께에서 울리는 중얼거림, 치카 쨩의 목소리가 직접 내 심장에 닿아서,
자아내는 단어의 하나하나에 두근두근 하고 심장박동이 거세진다.
치카 쨩은 치카 쨩대로 나에게 파묻은 얼굴은 더욱 빨개질 뿐.
둘 중 어느 쪽이랄 것도 없이 몸이 뜨거웠다.

「그럼 안 참아도 되는 거야...?」
「참으면 오히려 곤란해」
「지금보다 더할지도 몰라」
「괜찮아, 기쁘니까」

치카 쨩의 손이, 내 교복의 옷깃을 꼬옥 잡는다.
그 손에 내 손을 겹치니, 손가락과 서로의 시선이 맞닿았다.
다시금 몸을 일으킨 치카 쨩의 감귤색 머리가 뺨을 스치곤, 그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치카 쨩의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에 닿고 있었다.
그 행복함을 느끼며, 머리 속 한편으론 「제대로 연인사이구나」 라고 재확인했다.
아니, 뭐 당연한 거지만. 너무나도 스토커라던가 기분나쁘다던가 소리를 많이 들어서 한편으론 그런 걸지도,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쁜 리틀 데몬들 탓이다. 나와 치카 쨩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치카 쨩 귤 먹고 있을 때만은 빨리 답장해 주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보내니까...」
「헤헤, 귀여워」
「정말이지-」



그로부터 나는, 자신있게, 라고 말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만, 치카 쨩에게 일방적인 연락을 계속하기로 했다.
치카 쨩은 치카 쨩대로 답장을 해 주게 되었지만 내가 보내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옛날이랑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옛날보다 더 내가 대화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괜찮아, 확실한 사랑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걸 알게 된 1학년 아이들이나 리코 쨩은, 아직 그러고 있어? 라고 어이없어했다.
"치카 쨩이 기뻐하니까 괜찮아" 라고 사실에 기반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커보다 더욱 악질적인 무언가로 변했어...라면서 멋대로 죄목을 추가하고 있다.

뭐 그런 건 관계없어. 나랑 치카 쨩 사이에 크게 변한 것 하나.


YOU : 치카 쨩!
YOU : 지금 먹고 있는 귤 엄청 달아!
YOU : 치카 쨩도 먹어줬으면 좋겠네
YOU : 그래! 반 남겨둘게(웃음)
YOU : 빨리 만나고 싶어-
YOU : 치카 쨩-
YOU : 좋아해!
치카 : 요 쨩 좋아해


좋아한다고 보내면, 좋아한다고 답장이 오게 되었다.

보라구.
누가 뭐라고 말하든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치카 쨩의 연인입니다.


ㅎㅅㄷ 2018.09.05 0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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