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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카난, 별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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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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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990243
  • 2018-08-21 14:53:07
  • 12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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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 마리, 시차(時差, 視差)  -  (1), (2)(3)(完) 


- 카난, 별(星, 別)  -  (1)(2)(3), (4), (5), (完)


- 다이아, 우로 (雨露, 愚魯)  -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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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다이빙을 위해 잠수가 허가된 바다의 구역으로 나간다. 

이제 손님들의 장비 착용을 도운 뒤부터는 물 속 세계에서의 시간이다.


내가 다른 손님들이 장비를 입는 걸 점검하는 사이, 누마즈 고교의 여학생들은 서로의 장비를 체크해준다. 

세 사람 주변에서 흔들리는 공간의 물결 너머로는 우라노호시 소속의 또 다른 세 여학생이 준비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과연. 눈 앞에 놓인 세 여학생과는 다르게, 두 장난꾸러기와 함께 있던 포니테일 견습 다이버는 혼자서 두 사람 몫의 장비를 점검했었던건가하고 나는 감상에 잠긴다.


얼마 있으면 누마즈 시내에서 온 그녀들도 과거의 우리들처럼 특별한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어두운 우주에서 나를 비춰주는 별을 발견할 때 만큼, 투명한 물 아래로 침투하는 섬의 햇빛을 직접 느끼는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임을 이 세 사람은 아직까지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녀들을 지켜볼수록 점점 늙어가는 마음이 갑작스럽게 나를 초조함으로 이끈다. 

어린 아이를 귀여워하며 자신의 옛 시절을 투영해보는 어른의 감각으로, 나도 한동안 습관처럼 체험했던 순간들을 눈 앞에 그렸다.


아직 물에 들어가지 않고 앉아 있는 배 위의 그녀들을 뒤로, 내 눈에 비춰지는 푸른 세 사람의 실루엣이 서로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이어서 서로를 쳐다보고 웃는다. 

천천히 손을 꼭 잡는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 손을 꼭 잡고 바다로 뛰어든다. 

내 의식을 점점 더 과거로 끌어당기는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배 아래 쪽으로 순식간에 물보라가 일며 Aqours가 거품이 되어 사라져 갔다.


크게 기포를 발생시키며 일어난 거품마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자 이윽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별이 있었다. 우리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간절하게 밤하늘을 향해 팔을 올려도, 할퀴듯 날카롭게 손아귀를 움켜쥐어도 별에 이르지 못한다. 


그래도 마리와 다이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새기려 발걸음을 옮겨 뒤를 좇았다. 

당장이라도 입수할 듯이 배의 끄트머리에 가까이 다가가자, 멀리서 장비도 없이 어디를 가냐며 다급하게 부르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꾸지람에 멈춰선 나를 누마즈 고교의 세 학생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창피함으로 붉어져 가는 얼굴의 열기가 여기엔 나 혼자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상키시켰다.


떨쳐내고 싶은 주목 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되돌린다. 

다시 내가 속한, 속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짧은 거리.

머리에 남은 물빛의 실루엣과 계속해서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시간을 곱씹었다.  


입 안에서 부서지는 씁쓸한 감정과 되풀이되는 덧없는 환상 속에서 문득 어젯밤 보지 못했던 별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1시간에 걸친 짧은 다이빙 체험을 완료하고 배는 섬으로 돌아왔다. 

배 위에서 마지막으로 바다를 둘러보는 손님들의 표정에는 흐뭇한 만족감과 함께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내게는 돌아오는 내내 안도감만이 느껴졌다.


수면의 물결이 떨어지는 해로 벌겋게 물들어갈 무렵에는 손님들이 환한 낯빛으로 하나 둘씩 부두를 떠났다. 

반짝거리는 얼굴들을 피해 한 걸음 물러나 선착장에 발을 붙이고 있던 나는, 오래간만의 다이빙이었던데다가 간밤의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탓에 몸 이곳저곳에 내려앉는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멍하니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쏴아아보다는 단순히 철썩에 가까웠던 작은 울림이 점점 크게 들려오고, 이어서 발끝부터 서서히 물 속에 잠기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잠시 눈을 감았다. 

겹겹이 귓가에 쌓이는 고른 음정이 폭신한 이불처럼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잠으로 조금씩 이끌려고 했다. 


휴식을 취할 거라면 습하고 딱딱한 선착장의 바닥보다는 아늑한 침대가 훨씬 낫다는 걸 알면서도,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지면에 몸을 뉘었다. 

단지 조금만 쉬었다 갈 생각이었다.



처음 볼 때부터 느낀 거지만, 나와 마리는 어딘가가 닮아 있었다. 

구름처럼 몰려든 수많은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위축되고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그보다 앞서 새로운 학생을 소개하려는 선생님과 함께 앞문으로 들어온 마리를 마주한 전학 당일의 이야기이다.


칠판에 이름을 쓰고 정면을 마주하도록 뒤로 돈 후에, 한동안 가늘게 몸을 떨면서도 절대 발밑을 내려다 보고 있지 않았던 마리. 

교탁 옆에 선 마리의 표정은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에 가득차 있었으나, 차차 지지 않겠다는 강인한 낯빛으로 바뀌어 교실을 훑고 지나갔다. 


이런 시골 구석까지 오게 된 전후사정이야 잘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새로운 세상에 접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울테니 마리의 그런 자기보호적인 반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겉보기서부터 세련된 아이가 갑작스럽게 소금내 나는 우치우라에 전학오게 된 것에 대해 부모님께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 그쪽이 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노란머리 소녀의 시선을 나름 이해하고 불쌍하다고 느끼며 잘 대해줘야지 하고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는데 마침 서로의 눈길이 맞닥뜨렸다.


교실을 비추던 레몬색의 눈동자.

먼 거리에서도 존재를 발하는 마리의 그 눈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투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투명하고 연한 눈을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인간의 눈동자 색이 갈색이 아닌 다른 색깔을 띨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 조차 없었다. 

금발의 소녀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 나의 세계가 너무나 좁았음을 깨닫는 건 금방이었다. 


생소한 색깔과 모양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로서는 드물게도 소름 끼치는 흥분이 찾아왔다. 

마리의 눈이 발하고 있는 방향 모를 의지 때문이었다.


마리의 의지는 눈 앞에 놓인 우리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알 수 없는 커다란 것을 품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어떠한 동질감을 받았다. 

나를 발견한 마리의 눈이 휘둥그레져가는 걸 보며, 그녀도 나와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땐 아직 마리에게서 맡았던 생리적인 익숙함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일단 나이가 너무 어렸고, 또 내가 생각을 깊게 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그러나 그로부터 긴 시간을 함께 걷고 호흡하며 마리에 대해 알아가기를 거듭하던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그것이 자신이 놓인 주변 상황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유로의 손짓 같은게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치 내가, 살고 있는 작디작은 섬이 아닌 멀리서 날아온 별을 밤마다 그리는 것처럼. 

시골소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어느새 춤을 추는 스쿨아이돌을 동경하게 된 것처럼. 

그녀도 촌구석에서는 꿀 수 없는 꿈을 마음 한 켠에 계속 간직하고 있는 거라고. 

  

나와는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는, 본질적인 겉모습부터 달라 보이는 그녀를.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동일선상에 놓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완전히 져 있었다. 

귀뚜라미가 새로이 즉즉 울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책상에서 잠들었을 때와 완전하게 동일한 불편함이 서툴게 나를 일으켰다. 


어설프게 잠이 들었던 몸이지만 감기가 걸릴만큼 체온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여름의 무더움이 역으로 도움이 되었음에 감사하고 나서, 혹시 몰라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등의 먼지를 두어번 툭툭 털었다. 집에 갈 시간이었다. 


여전히 철썩대고 있는 파도소리를 뒤로한 채,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부둣가로부터 섬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오래 눈을 감고 있던 터라 밤의 어둠 정도는 익숙했다. 


하지만 개도 걸으면 봉과 부딪힌다고, 몇 걸음 가지도 않아 발에 통증이 달렸다.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발 밑을 확인하니, 요트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돌을 밟은 듯 했다. 


찌릿한 고통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잠시 주저 앉아 발을 문질렀다. 

황급히 샌달을 벗고 두 손으로 붙잡은 발은 이상하리만큼 하얘서 혹시 상처라도 난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여기저기 더듬어도 손에 피가 묻는 느낌은 없었고, 통각도 점차 시들해져 가서 어두운데 왜 발이 빛나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궁금함에 손으로 발을 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자 별이 찬란했다. 

알고보니 처음부터 시야가 어둠을 헤치고 나갈 수준이 되었던게 아니라, 밤하늘에 별이 환하게 내 주위를 밝히고 있던 거였다. 

애당초 존재해서는 안 될 요트 뒤편의 그림자도 그제서야 설명이 되었다. 


점차 고통이 사라져가는 몸에 가벼운 흥분이 어려와 순식간에 들떠버린 마음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떨어뜨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바로 집으로의 준비를 서둘렀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와시마 신사에 갈 계획이었다.  



Tummy 잘 읽을게요 항상 SS써줘서 고마웡 - dc App 2018.08.21 14:56:31
SS ㄴ감사합니다 이번 편은 내일로 마지막이 됩니다 121.162.*.* 2018.08.21 15:19:06
Myosotis 한 문장 한 문장마다 별빛처럼 스며드는 것 같아서 너무 좋음 2018.08.21 15:26:09
Myosotis 겉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을 보고 자기들을 회상한거랑, 마리를 보고 동질감을 느낀거랑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은 것 같아 다르기 때문에 찾을 수 있는 같은 모습인걸까 2018.08.21 15: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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