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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카난, 타나바타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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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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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971418
  • 2018-08-06 14:56:17
  • 61.73.*.*

게을렀던 행동의 책임으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해두자.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니 딱히 벌이라고 할 것도 없다.


다들 좋아하는 색연필 가져왔어?


「"네!"」


그럼 같이 써볼까?






이후 유치원생 아이들의 탄자쿠를 매달았다. 


붓펜이 아니라 크레용으로 꼬물꼬물 써내려간 글씨체는 귀여웠지만, 내용은 정반대로 진지한 것들이 많아서. 


눈길가는대로 하나하나 읽어보며 대나무에 매달아주니 어느새 준비해두었던 강연시간도 끝.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서로 까르르 재잘대며 타나바타소멘을 즐기기 위해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주변을 정리한다.


아이들이 떠난 방바닥에는 끈이나 색연필 등 사용된 물품이 제법 있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해볼까'하고 신입사원처럼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다가. 


마찬가지로 방의 반대쪽에서 정리를 위해 박스를 꺼내려던 다이야와 눈이 마주쳤다. 


수고했어요.


수고했어, 다이야도.


꺼내온 박스를 받아, 둘이서 같이 바닥에 깔린 물건들을 집어넣는다.


색연필이 어릴 적에 써봤던 것과 동일해서, '그립네' 같은 말을 하며 작업을 계속했다.


카난씨는 탄자쿠 매달 생각 없나요?


음...딱히 바라는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할까...원하는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고 할까.


그렇기에 소원 아닌가요?


난 됐어. 다이야는 탄자쿠 달았어?


...저는 소원이 꽤 명확한 사람이라서, 이미 달아두었습니다.


명확한 사람인가. 역시 다이야네.


칠석이니만큼 탄자쿠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다이야는 보통 무얼 썼는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이번에 다이야는 대단한 것을 빌었구나'하고 추측하며 박스를 채워나갔다.


묻지 않는 건가요?


무엇을?


제가 탄자쿠에 쓴 소원이요.


서로의 탄자쿠에 대한 것을 물었으니 이 이야기는 벌써 끝났나 싶었는데, 다이야의 안에서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던 듯 하다.


그 태도에 '이번 상담은 꽤 길어지겠네'라고 확신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어봤으면 했어?


그...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부지런히 놀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드니,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다이야가 뜸을 들이고 있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단정한 흑발의 소녀.  


2학년이 된 후 우라노호시의 학생회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학교를 지키기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강해보이던 그 모습이 아닌.  


같은 반, 뒷자리에 앉아있는 카난짱에게 할 이야기가 있는 초등학생 다이야짱이 거기 있었다.


뭔데?


네?


하고 싶은 말 있는 거 아니야?


...카난씨, 역시 뭐라도 써보면 어떨까요?


뭐야, 그런 얘기였어? 


  그런 거라면, 됐어. 난 현실을 살고, 현실은...


무방비한 다이야의 표정때문이었는지 무심코 입 밖으로 새어나오고만 대답.

 

그 단어들에서 사실 마리의 일로 우울해 하고 있던 나의 기분이 드러났는지 다이야의 표정이 순간 바뀌었다.


아차, 이러려던게 아닌데.


이별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그저 신경쓰지 않고 영향을 덜 받는 척 노력하는 것 정도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어쩌면 그 때 마리의 발을 붙잡는 선택지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주욱 생각해왔던터라. 


그러한 마음 속 후회를. 


그녀가 이미 떠난 이 시점에서, 더욱이 다이야에게 드러내서는 안되었다.


..혹시 또 모르죠. 간절히 바라니까 견우와 직녀도 만날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카난씨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께서 그걸 가엽게 여겨서.


그래서, 다이야 신님께서는 지각을 해버리고 만, 가엽디 가여운 나를 용서해줄거야?


그건 뭐..하기 나름이라고 해두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뾰로통해진 다이야 덕에, 후회섞인 마음을 들킬 뻔한 위기는 모면한 듯 했다.


그녀에게서도 그리고 나에게서도 이제는 지나간 일이니, 이렇게 덮어두는게 최선이었다.


그나저나, 나 치고는 애교스러운 말투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는데, 다이야에게는 통하지 않는 걸까.


그러면 이거 받으세요.


...왜?


조금 더 귀여운 말투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어디서 꺼내왔나 싶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내게 노란색의 탄자쿠가 건네진다. 


하지만 방금 전에 딱히 소원 빌 것은 없다고 말했는데.


이 탄자쿠를 완성하면 용서해드릴게요.


그렇게까지 내가 탄자쿠를 쓰길 바라는 거야? 


 그러면 다이야에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쓸까.


그건 됐으니까, 다른 거요.


그럼 아무거나라도 괜찮아?


...콕 집어 말하면 카난씨가 진심으로 원하는 걸 찾아서 써주세요.


진심으로 원하는 것...? 도대체 무슨 뜻이지? 


다이야의 속내가 꽤나 아리송했다.


으음? 내 소원의 내용이 궁금한 거야?


아니요. 확인할 마음은 없어요. 굳이 여기서 작성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다만?


카난씨가, 마리씨나 스쿨아이돌 활동 이외에 바라는 것이 생겼으면 해요.


...들키기 않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쪽의 착각으로, 완전히 파악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나는 그렇게 알기 쉬운 사람이었나.


..실은 카난 씨가 늦은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 오하라가의 호텔을 방문한 것은 카난씨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


엿보려던 건 아니었어요.


  아와시마에 간 김에 옛 생각이 나서 호텔정원 쪽 분수대에 잠시 들렀을 뿐.


다이야...


처음에는 카난씨와 같이 여기 유치원에 오려고 가게에 찾아갔더니, 이미 나갔다고 해서..


 그렇다고 부두에서 마주친 것도 아니었기에, 혹시나 했는데 말이죠.


이곳에 오기 전에 분수대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나를, 다이야가 발견했던걸까.


먼 발치에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저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려나.


동작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나를 깨울 요량인지, 다이야가 어조를 높여 말을 이어나갔다.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마리씨도 슬플거라구요.


...


언젠가 다시 함께할 거잖아요, 견우와 직녀처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도 만나는 날이 돌아오는거잖아요. 그러니까.


..고마워, 다이야.


감사를 전하고 여전히 내밀고 있는 손에서 탄자쿠를 넘겨 받았다.


가벼운 종이에 불과할텐데도 굉장히 따뜻했다.


꼭, 뭐라도 쓸게.


...꼭이에요.


응.


그리고 항상 친구의 안위를 살펴주었던, 그 눈을 마주봤다.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어렸을 적 그대로의 울보 다이야가 남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정말, 이 타이밍에 왜 웃는 거에요.


미안.


장마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밝게 웃은 것 같았다.


건드리면 바로 울어버릴 것 같은 다이야에게는, 단단히 걱정 끼치게 해버린 모양이었지만.


 





4




모든 정리를 끝내고 밖에 나왔다. 


같이 가는 길목까지 함께 걸을까 했더니, 루비를 위해 잠시 역 앞 가게에 들린다는 다이야. 


변함 없이 동생바보다. 


오늘을 기점으로 여태껏 잊고 있었던 친구바보 속성도 추가해둘까.


다시 한 번 오늘 수고하셨어요.


응. 다이야도.


어디서 또 멍하게 있지 말고 빨리 집에 들어 가는 게 좋을 거에요, 카난씨. 비도 계속 올테니까요.


멍하게 있다니..그러는 다이야야말로 눈 주위 정리 안하면 루비짱이 놀릴 걸?


무,,무슨. 운 적 없어요!


울었다고는 안했지만 말이지?


당황하여 세게 손사래치는 그 모습에, 


우리가 서 있던 길가 옆을 지나가시던 할머니 한 분께서 '아가씨들이 밝고 건강해보이는구만' 하며 손을 흔드신다.


갑작스러운 평가에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뒤로 돌아 키득키득 소리내어 웃었다.


들었지? 밝고 건강하대.


네, 누구누구씨 때문에 말이죠.


살짝 흘기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다이아.


그 눈가에는 웃음 때문인지 여전히 눈물이 맺혀있었다.


..있잖아, 다이아.


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내일 봐.


싱겁군요, 카난씨. 그럼 내일 뵐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는 말을 하려다 삼켰다.


이제와서 그런 건 굳이 필요하지 않겠지.


이미 뒤돌아 걷고 있는 다이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마찬가지로 몸을 돌려 집에 가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몸을 돌리며 자연스레 올려단 본 하늘은 어느새 비가 그치고 저녁 놀이 지고 있었다. 


(비...그쳤구나.)


아끼는 초록색의 우산을 펴지 않고 지팡이 삼아 나아간다.


땅에 물이 고여, 나아갈 때마다 웅덩이 안으로 '푹푹'하고 발자국이 찍혔다.


(한동안은 우산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래도 장마니까 분명 앞으로도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비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비가 내릴 때마다 또 우울해져서 마리를 떠나보낸 선택을 후회할 지는 모르지만.


다이아가 알려준 것처럼, 견우와 직녀는 다시 만날 테니.


지금은 그저 손에 쥔, 이 따스함에 기대보면 어떨까.


(탄자쿠에 웃으며 만나는 날이 오게 해달라고 적어볼까나.)


돌아가는 길.


마음의 물웅덩이 속, 은하수 저편을 향한 한 걸음을 찍었다.




SS 앞부분에서 잘린 부분이 수정이 안되어서 이쪽에 붙였습니다 61.73.*.* 2018.08.06 14:57:39
치나미니 들키기 않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쪽의 착각으로, 완전히 파악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 부분 오타. 그리고 잘 봤습니다 2018.08.06 15:03:25
SS ㄴ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61.73.*.* 2018.08.06 15:05:06
Myosotis 뒷편도 있는거야? 2018.08.06 15:07:08
SS ㄴ카난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지만, 짝이 되는 마리의 단편이 있어서 그것도 올릴 예정입니다 61.73.*.* 2018.08.06 15:09:19
Myosotis ㄴㄴ 먼가 조금 아쉬운데ㅠ 마리 편도 기다릴께 잘봤어 2018.08.06 1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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