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안경을 써도, 매우 가까야 가야만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하늘도, 땅도, 나무도, 풀숲도, 바다도, 평소에는 모두 흐릿하게만 보였다.

교실에 있는 친구들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흐릿한 것에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리나는 흐릿한 것이 익숙했다.

다만 '잘 보이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싫었다.

이것이 아름답다, 이것이 예쁘다한들, 리나에게 닿지는 않았다.

리나는 홀로 방 속에 들어가 책을 보았다.

리나가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책 뿐이었다.

그래서 리나의 세계는 글씨로만 가득했다.

그래서 리나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면 천재라고 칭송받았다.

하지만 리나는 주위에게서 점점 더 멀어졌다.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이 리나에게 닿지 않듯, 리나의 세계도 모두에게 닿지 않았다.

리나는 이윽고 표정을 잊어버렸다.

무엇을 해야 웃을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울게되는 것일까?

리나는 평소에도 닳도록 읽던 책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리나는 자신이 지식으로 습득한 '웃는다'를 최대한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리나는 그 페이지를 찢어, 얼굴에 대어 보았다.

이것이 '웃는 것'일까?

나도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리나는 이제 작은 스케치북에 자신이 잊어버렸던 표정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웃고, 어떤것은 울고, 어떤것은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리나 자신은 아직도 표정을 잊어버린 채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리나는 자신이 그린 '표정'을 얼굴 대신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표정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항변이자

리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또 하나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