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SS] 마리, 시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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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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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7 14:53:44
- 121.162.*.*
------------------------------------------------------------------------- Episode 「-1」 - 마리, 시차(時差, 視差) - (1), (2), (3), (完) - 카난, 별(星, 別) - 다이아, 우로 (雨露, 愚魯) - 예정 ------------------------------------------------------------------------- 창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반복되는 빗소리의 리듬이 우울할 정도로 따분하다. 그럼에도 멍한 머리는 사고를 멈추지 않는다. 별로 멈추게 할 생각도 없다. 슬슬 몸이 차가워져가고 있었지만 오히려 창문을 더 크게 열었다. ...이런 나는 바보인걸까. 고등학교 1학년 무렵. 허락되지 않는 감정에 언젠가 끝이 오리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늘 위성처럼 카난을 맴돌았다. 하루하루 카난이 내보내는 중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가까워져가는 사이, 우리는 스쿨아이돌 Aqours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학교를 구하겠다는 공통된 목표 아래에서, 바야흐로 햇볕이 쨍쨍히 내리쬐는 청춘이 찾아온 것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몸도 마음도 뜨거워졌던 여름. 하복으로 바꿔입은 카난과 나는 Aqours가 도쿄에서 부를 하나의 노래를 완벽하게 피로하기 위해 등,하교 길에 계속 노래를 부르며 연습을 했었다. 학교 앞 언덕에서도, 아와시마 연락선에서도. 하다 못해 교무실 앞 복도에서도 연습은 계속 되었다. 어디를 가든 두 개의 목소리는 가닥가닥 합쳐져 멜로디를 이루었다. 푸르게 흘러가는 파도의 흐름에, 겹쳐지는 추억과 반복되는 리듬. 영원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카난은 물론 세상과 하나가 된 것 같아, 심장이 아리듯 떨려왔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완성되어가는 노래에 점점 더 설레였었다. 불러야 할 파트를 하나씩 마무리해 나갈 때마다, 이미 개화를 마친 내 마음에 계속해서 그녀의 아무런 속내 없는 미소가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두근두근한 그 미소는 맺을 수 없는 열매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곧 여름 끝에서 결실의 계절이 시작될 참이었다. 그러나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날은 오지 않았다. 사실, 카난의 시선과 나의 시선에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다. 여름 장마에 앞서 구름이 몰려오듯 Aqours의 끝을 앞두고 도쿄의 라이브에 다녀온 직후, 다이아와 카난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이 있었다. 그 찰나에 처음 느꼈던 건 물론 실망이었다. 무엇을 비밀로 하고 있는 걸까. 왜 나에게는 이야기 해주지 않는 거지 하는. 그리고 길게 이어졌던 것은 일어난 일에 대한 부정. 카난이 노래하지 못하다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어라고 부인했던. 마지막에 가서는 그냥 일방적인 매달림이었다. Aqours의 해체 결정에 대한 나 혼자만의 매달림. 그렇게, 도쿄에서의 대회를 잘 마무리 하고 그 기운을 이어 누마즈 여름 축제에서 건내질 예정이었던 내 마음은 Aqours와 함께 가라앉아 빛을 보지 못했다. 피었던 푸른색의 꽃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대로 시들었다. 하지만 만약.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그래도 만약. 도쿄에서의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말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누마즈로 돌아온 후에라도 솔직한 감정을 전달했다면, 두 사람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것으로 끝나고만 이 연극의 결말은 바뀌었을까.
우습게도 당시에 나는 속내를 털어놓느냐 마느냐하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카난이 스테이지 위에서 노래하지 못했다는 특수조건으로 열리게 된 제 3의 선택지였다. 혼자가 되면, 너와 함께했던 혹은 너와 함께였기에 품고 있던 고민들도 눈물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떠나왔다. 네가 그 편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나를 부추겼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으니까. 부실에서 그만두자고 처음 말했던 것은 카난이지만, 스스로 선택하여 답을 내린 것은 결국 나니까. 그러니까 미련은 없어야 할텐데. 아직까지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후회가 거듭된다. 떠나온 자신을 옹호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화도 낼 수 없는 지저분한 감정이 남아, 알 수 없는 형태를 그린다. 피식. 창문 유리에 비친 깡마른 내 모습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자조적인 비웃음이.
복잡한 감정을 더욱 더 부채질하듯 소금기 찬 바닷바람이 몸을 사정없이 때린다. 춥다. 이미 약해진 몸이 식어 가는 통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마구 흩날리는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방 안으로 한걸음 들어온다. 그러자 얼굴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공기가 조금 약해져 어딘가 상쾌한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여전히 세차기는 해도 점차 가슴을 채워가는 바람이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할 것 같기도 해서 우선 옷을 입기로 했다. 아직 옷장에는, 어떻게 해도 버릴 수 없던 교복을 포함해서 입던 옷들이 하나 둘쯤 남아 있을 터였다.
발을 옮겨 옷장을 열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에는 상의 한 벌 뿐이었다. 옷걸이에 걸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에 적당한 청록색의 가디건 하나. 아와시마에서 자주 입었던 그 옷을 꺼내 부드러운 옷감 사이로 가늘어진 팔을 밀어 넣는다. 스르륵하고 피부를 스쳐가는 소리가 귀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고, 이어서 몸을 휘감아오는 털실의 느낌도 제법 괜찮았다. 바로 단추를 채우고 옷깃도 여미기 위해 거울 앞에 선다. 한껏 웃어봐야지하고 입가의 근육도 한 번 크게 늘려본다. 이내 거울에는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얼굴이 비쳤다. 전학갔던 첫 날에 나는 이런 표정이지 않았을까. 미소라고 하기는 어려운..구겨진 표정? 내가 보기에도 어색해서 고개를 아래로 향한다. 그러자 거울에 새로이 투영되는 실루엣은 어느날 밤, 카난을 만났던 복장 그대로의 나. 지금 갖고 있는 옷은 이 한 벌 뿐이니 이것 밖에는 입을 게 없다고 핑계를 대봐도 그 모습이 또 괴롭다. 본래의 목적에 따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야 할 가디건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을 더 차갑게만 만들었다. 어디를 어떻게 해도 이제는 그적 거적대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추위도 가시지 않겠지. 결국 마음을 닫듯이 창문을 닫았다. |
어어어얽 | 선추후감 - dc App | 2018.07.17 14:54:12 |
ㅎㅅㄷ | 4편까지 있구나 | 2018.07.17 14:57:20 |
Myosotis | 2018.07.17 15:09:15 | |
Myosotis | 표현 굿굿 항상 잼게 보고 있어 | 2018.07.17 15:1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