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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물갤문학][다이루비][리메이크]White Gem Love-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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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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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2 15:01:29
다이루비 솔로곡 모티브 글 마지막편 Red Gem Wink 에서 루비에게 가르쳐줘! 부분에서 색이 바뀌는 건 언니에 대한 사랑을 느낀 거라는 후리링 말 듣고 최대한 발랄하고 따뜻하게 낸 결말임...원래 진지물로 가려 햇는데... 암튼 재밌게들 읽어 줘 그리고 4센루 ----------------------------------------------------------------------------------- 그렇게 루비가 홀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고 며칠이 더 지났다. 루비는 여전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이아를 피하고 있었다. 다이아 역시 루비의 그런 낌새를 눈치 채고는 섣불리 다가오거나 억지로 말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식사할 때나, 모든 가족이 모였을 때 적당히 대화를 나눌 뿐, 특별히 단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루비는 점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렇다고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언니에게 속 시원히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언니의 반응도 반응이거니와, 자신도 스스로 지금 자신이 언니를 향해 품고 있는 마음이 섣불리 꺼내 놓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벙어리 냉가슴 앓듯 책상에 앉아 끙끙대는 것 말고 루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날도 그렇게 루비는 책상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루비는 자기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언니는 내가 싫어진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루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다이아를 먼저 피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 주제에 언니 핑계를 대려 하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루비는 자신의 한심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문득 뒤로 돌아 방 문을 바라보았다. 만약 저 문이 열리고, 언니가 웃으며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나랑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 해주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그렇게 루비는 작디작은 망상을 하며 멍하니 방 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다이아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루비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삐, 삐기이이이?!” 하지만 다이아는 그런 루비의 반응에도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루비의 방 이곳저곳을 둘러 보고는, 루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루비. 공부중이었나요?” “으, 으응…맞아…그, 잠시 좀 쉬려 하고 있었어…” 그냥 공부하고 있었다고 하면 될 것을, 루비는 그만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 변명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이아는 루비의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루비를 향해 말했다. “저기, 루비. 할 말이 있어요.” “응? 할 말? 뭔데 언니?” 다이아의 딱딱한 목소리에 루비는 살짝 몸을 굳혔다. 할 말? 뭘까? 설마,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려는 걸까? 루비는 잔뜩 몸을 긴장시키며 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이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루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기 이번 주말…저와 놀러 가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들 없이, 단 둘이서만요.” “응 그래 놀러…뭐?! 노, 놀러 가자고?!” “왜요? 뭐…잘못 됐나요? 루비와 노는 게 뭔가 안 될 행동이기라도 한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루비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님 사실 난 지금 책상에서 졸고 있고,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엄연한 현실. 다이아는 혼란스러워하는 루비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모처럼 하는 자매끼리의 데이트니까, 좀 더 기분을 내도록 하죠. 집에서 같이 나가는 게 아니라, 따로 약속 장소를 정해 그 곳에서 만나기로 해요. 알았죠?” “으, 으응. 알았어, 언니.” “좋아요. 그럼 전 이만…” 다이아는 루비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상황이 끝나고 다이아가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루비는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전에 없던, 전혀 볼 수 없었던 언니의 모습. 루비는 가슴이 두방망이 치듯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뭐, 뭐야. 평소의 언니와는 완전 딴판이잖아. 왠지 볼이 뜨거워진 것 같아 루비는 양 손으로 자기 볼을 감싸 쥐었다. 그런데 방금 언니…나한테 놀 자고 한 거지? 맞지? 루비는 살짝 안심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언니를 피해 왔음에도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는 같이 놀러 나가자는 말을 꺼내 주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다행이야, 언니가 날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야. 좀 전 대화 내용을 떠올리며, 루비는 양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그저 실실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루비는 좀 전 대화에서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절대 간과 할 수 없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모처럼 하는 자매끼리의 데이트니까, 좀 더 기분을 내도록 하죠.” 루비의 머릿속에서 어느새 그 장면은 늠름한 표정의 다이아가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향해 말하는 것으로 완전히 왜곡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언니…좀 전에 나한테 데이트…라고 한 거지? 그런 멋진 모습으로?! 삐기!!!!!! 어, 어떡해! 이제 어떤 얼굴로 언니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 루비는 침대 위에서 뒹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아직 주말까지는 이틀이나 남았건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루비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뛰어 감정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 아침 다이아의 얼굴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될 뿐이었다. 결국 그 날 루비는 잠들 때까지 계속 침대에서 뒹굴 거리며 끝없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만했다. . . . 루비의 방을 빠져나온 다이아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문에 기대 스르르 주저 앉고 말았다. “위…위험했어요…” 다이아는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루비의 앞에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말 하는 내내 긴장이 돼서 정말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데이트라는 말을 꺼낼 땐…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다이아는 그렇게 좀 전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자 순간 자신의 말에 살짝 볼을 붉힌 채 고개만 끄덕이던 루비의 모습이 떠오르고 말았다. 루비, 참 귀여웠죠…제 동생이지만 정말…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진정됐던 심장이 다시 마구 뛰기 시작했다. “이, 이럼 안 돼요! 새, 생각은 나중에 하도록 하죠. 일단 지금은 공부라도…” 다이아는 애써 머릿속에서 루비의 얼굴을 지우며 비틀비틀 책상을 향해 걸어 갔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책을 펼치긴 했지만, 책의 내용은 단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 . . “일단 다이아, 루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도록 해.” “…네?” 다이아는 순간 마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마리를 바라보았다. 데이트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요! 밑도 끝도 없는 마리의 말에 다이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든 간신히 더듬거리며 마리를 향해 반문했다. “그, 그게 대, 대체 무슨…데이트라니요…루비가 왜 저러는지 설명 해 주시겠다더니 가, 갑자기 데이트를 왜…” “그러니까, 루비 마음을 알 것 같으니 바로 해결책을 제시 해 준 거라구yo?” “네…?” 다이아는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우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카난이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살짝 내리치고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마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하, 그런 뜻이구나.” “Yes! 그런 뜻이야.” “음…그치만 그건 다이아에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해결책이 그것뿐인 걸. 저 두 자매 성격을 봤을 때, 적어도 한 명은 적극적으로 나서 줘야 이야기가 된다구. 안 그러면 영원히 제자리걸음…” “자, 잠깐만요! 다들 대체 무슨 말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결국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 한 다이아가 마리의 말을 끊고 나섰다. 대충 이야기가 자신과 루비에 관한 것이라는 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내용은 도저히 머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는 그런 다이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설명 해 주었다. “간단히 말해 줄 게. 루비의 모습은 지금 바로…사랑을 하는 소녀의 모습이야!” “그렇군요. 사랑…네? 잠깐, 사,사,사,사,사랑이라고요?!?!?!?!” “이런, 이런 다이아. 사사사사사랑은 천이십사랑이라구yo?” “오 마리. 암산 빠르네?” “제가 이래뵈도 계산은 꽤 빠르답니다yo.” “지, 지금 수학 계산을 할 때가 아니잖아요! 사랑이라니, 대체 루비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소린가요?” 다이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싶어 졌다. 사랑이라니,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랑이라니. 그럼 대체 루비가 그 사랑을 느끼는 상대는 누구?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다이아는 머릿속이 도저히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애타는 다이아와 달리 카난과 마리는 멀뚱멀뚱 다이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다이아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한심함 마저 섞여 있었다. “저기 다이아…이쯤 되면 알아 차려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 이 정도면 병이야 병…이런 쪽에 눈치가 없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어.” “두 분다 왜 절 그런 눈으로 보는 건가요…답답해 죽을 기분인 건 두 분이 아니라 바로 저라구요. 물론 루비도 이제 고등학생이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란 것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지만…그래도 언니로서 그 상대가 누군지, 루비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 정도는 알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다이아는 심통 난 표정으로 푸념했다. 하지만 다이아의 솔직한 말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오히려 점점 더 답답해져가고만 있었다. 심지어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나는지, 마리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다이아를 향해 폭발하듯 외쳤다. “그러니까 그 상대는 다이아라고!” “다, 다이아?! 다이아라니…저랑 이름이 같네요. 그럼 혹시 저 말고 다이아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학생이 이 학교에 있는 건가요?” 다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이제 마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 상태로 마리는 카난을 향해 하소연하듯 투덜거렸다.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거지?” “아하하…” 카난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영 애매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보긴 매한가지였다. 대체 저 두 사람은 왜 저러는 걸까요? 설마 제가 루비가 연모하는 사람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이 너무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다이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리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다이아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 다이아는 쿠로사와 다이아! You! 라고yo! You! 요우가 아니라 당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쿠로사와 다이아라고!” 마리는 참아 왔던 분노를 모두 폭발시키듯 다이아를 향해 교실이 터져 나갈 기세로 목청껏 외쳤다. 그 기세에 놀라 다이아는 잠시 굳어버렸다. 하지만 잠시 후… “삐….삐갸아아아?!?!??!” 마리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엄청난 기세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말의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다이아는 이제 머릿속이 복잡한 것을 넘어서 완전히 불타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머리는 물론이고 온 얼굴이 달아올라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리에서 김이 풀풀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다이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리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그 말은 루비가 저를…” “뭐, 솔직히 나도 단언은 못 해.” 아깐 확실 하다면서요! 덕분에 전 지금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다이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리는 그런 다이아의 기세에도 전혀 눌리지 않은 채, “난 루비가 아니니까. 루비가 지금 다이아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동경인지, 자매로서의 깊은 애정인지, 보통 그 나이대에는 동경과 사랑에 대한 경계선이 엷은 편이잖아. 스쿨아이돌인 우리가 말하긴 좀 뭣 하지만, 아이돌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릴 땐 그런 감정에 대해 자기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고로 나도 확신까진 해 줄 수 없는거야. 다만, 루비가 그러한 류의 감정을 다이아에게 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단순히 언니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는 건 확언할 수 있어.” “그런…건가요…” “그래서, 데이트를 해 보라고 한 거야.” “그래서라니. 조금 더 설명 해 주실 수 있나요?” “일단 행동 해 보라는 거야. 데이트란 건, 오로지 단 두 사람이서, 가장 가까운 상태로 서로 함께 하는 거잖아?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도 정리가 될 거고, 설령 잘 모르겠더라도 서로 대화할 시간은 많으니까. 지금처럼 계속 서로 피해봐야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그…아까 보셨듯이 루비가 계속 절 피하는 걸요. 데이트 신청은 커녕 말이나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이아는 작은 목소리로 푸념했다. 하지만 마리는 그런 다이아를 위로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단호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몰아붙였다. “이런 바보 같으니!” “바, 바보요?!” “아까도 말 했잖아! 지금 루비는 두근두근 큥큥 하는 소녀 그 자체라고. 그럴 땐 다이아가 멋있게 나서서 리드 해 줘야 한단 말야. 연상이잖아? 언니잖아? 언제까지 그렇게 못난 모습만 보일 거야? 동생이 끙끙대고 있는 걸 그대로 내버려 둘 거야? 응?” 마리의 말에 다이아는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요, 전 언니에요! 쿠로사와 가의 장녀라구요! 이렇게 우물쭈물 대는 건 제 자신으로서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다이아는 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다잡으며 마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맞아요. 전 언니입니다! 언니로서, 동생을 이끌고 보살필 의무가 있는 사람이에요! 고마워요 마리상! 마리상 말 대로, 전 루비에게 가서 데이트 신청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바람처럼 부실을 빠져나갔다. 카난은 잠시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 마리를 향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겠어? 너무 이른 거 아닐까? 어느 정도 루비쨩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다이아는 다이아. 저렇게 나가도 막상 오늘 당장 데이트신청을 하진 못 할거야. 며칠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간신히 해 내겠지. 고로 시간은 충분해♡.” “그런가…확실히 그렇긴 하네. 그래도 걱정은 되지만…솔직히 루비쨩도 루비쨩이지만 다이아도 썩…” 카난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마리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맞아. 사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 하는 건 루비뿐만이 아니니까. 이 기회에 확실히 해 두라고 살짝 등을 밀어준 거야. “…만약 나쁜 결말이 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 둘이 해결할 문제이고. 그걸 걱정한들 우리로선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걸? 사람의 마음이란 건, 옆에서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자기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말야.” “마리는 엄하네.” “예로부터 사자는 사자 새끼를 절벽으로 떨어트린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다이아에겐 그런 교육법이 아주 잘 맞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마리는 거기까지 말 하고는 살짝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카난을 향해 얼굴 가득 꽃 같은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저 두 사람이라면, 결코 최악의 결말은 내지 않으리라 믿고 있으니까.” “나 참…” 마리는 윙크를 하며 카난을 향해 살짝 혀를 빼물었다. 카난은 못 이기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마리를 향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 . . “조, 좀 늦으려나?” 루비는 약속한 장소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다이아는 자신보다 두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선 상태였다. “전 잠깐 학교에 들러 학생회 일을 하고 출 할 테니, 루비는 천천히 오도록 하세요.” 방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루비를 향해, 다이아는 그 말 만을 남기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덕분에 뭐라 대답할 새도 없었다. 사실 루비로서는 지금 언니와 단둘이 함께 놀러간다는 상황 자체가 여전히 와 닿지 않고 있었다. 만약 스마트폰 라인 대화방에 남아 있는 약속 장소와 시간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꿈이라고 여기고 여전히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야지…늦으면 언니가 화 낼지도 모르니까…” 루비는 약속이나 시간 관념에 대해선 언제나 철두철미한 자신의 언니를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뛸 수는 없었다. 한껏 꾸몄는데, 뛰어서 땀을 흘렸다간 모처럼 꾸민 모습이 흐트러질 테니까. 지금 루비의 모습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옷은 예전 도쿄에 갈 때 입었던, 소매와 치맛자락에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준 하얀 민소매 원피스였다. 그리고 고민 끝에 평소의 투 사이드업 머리 스타일은 포기하고, 풀어서 생머리로 내린 상태. 사실 오늘 늦은 것도 헤어 스타일 변경이 원인이었다. 매일 같이 묶고 다니던 머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 고데기로 그것을 펴느냐 시간을 한참 잡아먹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오늘 만큼은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루비는 걸음을 재촉했지만, 결국 20분 정도 늦고 말았다. 루비는 만나기로 한 장소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언니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미안해 언니. 많이 기다렸지?”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는 걸요.” 다이아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거짓말. 언니는 무조건 약속시간 5분 전에는 도착해 있는 사람이잖아. 미리 가 있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다이아는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루비는 너무 미안해졌다. 하지만 사과의 말을 꺼낼 새도 없이, 다이아는 자연스럽게 루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루비. 가요. 배 고프죠? 일단 점심부터 먹죠.” “응? 으, 으응. 알았어.” 루비는 홀린 듯 다이아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손을 잡는 것도 오랜만이네. 언니의 손…정말 부드럽고 따뜻해. 언니가 이 손으로 날 쓰다듬어 준다면…루비는 그렇게 잠깐 다이아의 손 감촉을 느끼다, 이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나 이런 아이였어?! 루비는 고개를 붕붕 저어 망상들을 털어 냈다. 이럼 안 돼, 만약 이런 내 생각을 언니가 조금이라도 안다면 난 정말 동생으로도 남지 못 할지 몰라. 루비는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이아가 이런 루비의 동요를 눈치 채지 못 했다는 것. 어째서인지 다이아는 루비와 나란히 걸으면서도 시종일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다이아의 모습에 루비는 아주 약간의 섭섭함을 느꼈지만,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힘들었을 테니까. 오늘 나, 언니랑 제대로 마주 보고 이야기나 할 수 있을까? 루비는 그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루비는 다이아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막상 다이아의 손에 이끌려 이곳 저곳 놀러 다니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어졌다.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좀처럼 가지 않던 게임 센터에도 가 보고, 상점가에 가서 옷 구경도 했다. 그리고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카페에 가 보기도 했다. 물론 다이아는 이건 치약이라며 마구 화를 내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남기지 않고 다 먹긴 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다니며 루비는 다이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교실에서의 이야기, 하나마루나 요시코와 있었던 일, 그리고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 등등. 그런 루비의 이야기를 다이아는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열심히 들어주었다. 루비는 이런 상황이 정말 기뻤다. 어제까지만 해도 줄곧 언니를 피해 다니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드는 생각이 자꾸 루비를 괴롭혔다. 내가 정말 언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데…난…언니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하지만 루비는 애써 그런 생각들을 다시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 이 순간조차 완전히 부서져 버릴까 봐.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다이아는 카페 의자에서 일어나며 루비를 향해 말했다. “자…이제 집으로 돌아 갈까요?” 그 순간 루비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 즐거운 시간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일까, 루비는 충동적으로 다이아를 향해 말을 꺼냈다. “저기 언니.” “네? 왜 그러죠 루비?” “나, 마지막으로 언니와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어.” . . .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뷰오 수문이었다. 이미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어서, 수문은 조명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두 사람은 수문 멀리 저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해는 수평선 너머로 반쯤 넘어가며, 온 바다를 주홍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석양이 아름답네요…” 다이아는 바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반쯤 걸쳐 있는 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닷바람에 부드럽게 나부끼는 머리카락, 그리고 석양에 은은하게 물든 얼굴, 반쯤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는 녹색의 눈동자. 지금 다이아의 모습은 그 누가 보더라도 반할 만큼 예뻤다. 루비는 그저 홀린 듯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말 할까…?’ 루비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만약 지금이 지나 버리면, 이제 다시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기회가 두 번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루비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알잖아 루비. 말 해 버리고 나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 지도 몰라. 정말 그래도 좋아? 마치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그게 맞아. 차라리 동생으로서라도…이렇게 언니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루비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 루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제 수평선 너머로 반 넘게 사라진 해의 모습이었다. 마치 떨고 있는 자신을 향해 힘내라며 윙크해 주는 것 같은 그런 모습에, 루비는 순간 차가워졌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햇살의 윙크를 받으며 루비는 머뭇거리는 자신의 등을 누군가가 톡, 하고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언니!” “왜 그러죠, 루비?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아, 아니 그…아무것…도 아니야…” 말을 꺼내려고 다이아의 얼굴을 본 순간, 루비는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탁 걸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마음속에 빨간 신호등이 깜빡 거리는 것 처럼, 루비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을 막고 있었다. 아, 안돼. 이러면…나는 내 마음을…루비는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이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비에게 말했다. “루비. 저는 당신의 언니에요. 당신이 그 어떤 잘못을 해도, 어떤 나쁜 생각을 품더라도 루비를 지켜 줄 거에요. 조금 야단을 칠 수는 있겠지만, 절대 루비를 외면하거나 버리지 않아요.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도록 하세요.” 그 순간 루비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눈을 감고, 다이아를 향해 자신의 진심을 외쳤다. “언니를 볼 때마다, 항상 두근거려. 가슴이 뛰어서 견딜 수가 없어. 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때 마다, 언니가 날 쓰다듬어 줄 때 마다, 언니가 날 향해 미소 지어 줄 때 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와. 그, 그리고…항상 언니와 함께 하고 싶어.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런데 도저히 이 기분이 뭔지 모르겠어. 그, 그러니까…루, 루비에게 가르쳐 줘!” 그렇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털어놓고, 루비는 잔뜩 긴장한 채 다이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언니는 당황스러워 할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화를 낼까? 아니면 그저 못 들은 척 넘기려 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언니랑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진 못 할 텐데. 그러면…더 견딜 자신이 없는데… 루비는 왠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루비는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꼭 붙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루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눈을 떴다. 고개를 살짝 들자, 얼굴 가득 따뜻한 미소를 지은 다이아의 얼굴이 보였다. 다이아는 그렇게 루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그랬군요…루비의 마음은, 그런 것이었군요…” “어, 언니…그게…”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실, 루비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루비, 줄곧 쓸쓸해 했죠. 하지만 전 그런 루비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주하길 피하고 도망치기만 했어요. 언니가 되어서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 한심하죠. 제 잘못이 커요.” 다이아는 그렇게 말 하고는 루비의 눈동자로 시선을 옮겼다. 자신과 같은,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를 보며 루비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저와 비슷한 그 눈을 볼 때마다…항상 마음이 끌리곤 했어요. 우린 자매잖아요? 같은 눈동자로 세상을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서로를 지켜보는 것도 익숙하겠죠.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서로의 진심을 숨겨 왔던 걸지도 몰라요. 그리고 아마…루비에 대한 제 감정은, 아마 루비가 지금 저에게 가진 감정과 비슷할 거에요.” “이건 일시적인 것일 지도 몰라요. 조만간 멀리 떨어진다는 생각에 조급해진 것일지도 모르죠. 마주칠 현실에,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하지만…아직 시간은 그래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도록 해요. 알았죠?” 다이아는 말을 마치고는 천천히 루비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루비의 마음속에 더 이상 망설임이나 외로움은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언니에 대한 애정과,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루비는 손등으로 눈가를 슥슥 닦아내고, 다이아를 향해 대답했다. 자신이 예전부터 부르고 싶었던, 하지만 부를 수 없었던, 다른 사람이 부를 때마다 그토록 부러워했던, 언니에 대한 호칭을 담아서. “응…알았어 언니. 아니…다이아.” 루비의 말에 다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그 모습에 루비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놀랐어 언니?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언니가 그렇게 말 한 이상, 나는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을 거니까.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약간 장난스러운 미소로 다이아를 마주보았다. 잠시 후, 다이아는 놀란 표정을 지우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루비에게 대답했다. “…네, 루비.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응, 알았어.”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이아의 앞으로 다가간 다음, 다이아를 향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다이아는 놀란 눈으로 그 손을 보더니, 이내 웃으며 그 손을 마주잡았다. 그렇게 자매는 늘 그래 왔듯이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석양으로 물든 길을 따라 걸어갔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조금 앞서 걷는 것은 루비였다는 것일까.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따뜻한 햇살을 비춰주고 있었다. -완- 들려줘 너의 여름 계획을 연습했어 빨리 말 걸지 않으면 상상만은 대담한 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시작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앞으로 한 걸음 용기를 주세요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건 괴로울 뿐이잖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당신에게로 마음이 흔들리는 밤 어디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서로 이름으로 불렀을 때일까? 아니라면 팔짱을 꼈을 때일까나 대답은 언제나 올바르게 찾아낼 거라 생각해왔지만 예외도 있는 법이겠지 말 한 마디에 희망을 가지거나 멋대로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이 두려워 RED!! 신호가 깜빡깜빡거려서 나아갈 수 없어 RED!! 하지만 햇살의 윙크가 등을 밀어주고 있어 고독한 듯한 눈빛이 나와도 비슷하기에 마음이 끌려 돌아갈 수 없게 돼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바뀌어 가 뭐, 뭘까 이 기분은… 루비에게, 루비에게 가르쳐 줘! 눈치 채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앗 아직 말할 수 없어!! 소망이 생겨나 말할 수 없는 채론 싫어 당신에게로 마음이 달리는 밤 사랑이 시작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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