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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다이루비][리메이크]White Gem Love-1-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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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911002
  • 2018-07-11 16:06:34




전에 쓰던거 다시 리셋하고 씀


다이루비만 쓰면 이상하게 글이 진지해져서


결국 싹 다 갈아엎고 좀 가볍게 가려고 함 ㅠㅠ


전에 루비 연쇄살인물 쓰던것도 그렇고


루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서;;


좀 많이 갈아 엎어 졌으니 재밌게들 읽어 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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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이번 여름 방학 계획이 어떻게 돼? 좀 들려줄 수 있을까?”


루비는 자신의 언니를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던 다이아는,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는 루비를 향해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말인가요? 저는 아쿠아 활동도 활동이지만…일단 공부를 해야 겠지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3이니까요. 쿠로사와 가의 장녀가,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는 건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렇구나…하긴 언니는 입시생이었지.”

“그렇죠. 그런데 루비?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죠?”


다이아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급작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당황하며 다이아를 향해 둘러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나도 그…여름방학 계획을 세우고 있던 중이였거든. 그런데 잘 떠오르질 않아서…그런데 언니는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있어선 거의 완벽한 사람이잖아? 그래서 언니의 계획을 참고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야.”

“그렇군요…그나저나, 완벽이라…”


순간 루비는 고개를 끄덕이는 다이아의 얼굴 표정이 왠지 흐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 다이아를 향해, 루비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언니?”

“…아. 미안해요 루비. 잠시 좀 생각을 하느라.”

“어떤 생각?”


루비는 다이아의 묘한 태도가 영 신경 쓰여 되물었다. 하지만 어느새 다이아의 얼굴에서 아까의 애매한 기색은 다 사라져 있었다. 뭐지…내가 잘못 본 건가? 루비는 영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느새 다시 루비를 향해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음, 별거 아니에요.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계획이라고 하셨죠? 그럼 한번 제 하루 일과표를 보시겠어요?”

“응? 으응. 좋아. 한번 보…삐, 삐기이이이?!?!?!?”


다이아의 하루 일과표는 원 밖에 24개의 시각이 표기되어 있는, 마치 초등학생들이 방학 전에 세우는 그런 일과표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초등학생들과 달리, 그 원이 마치 모눈종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 각 영역이 거의 분단위로 끊겨 있는 그 계획표는 정말 이거 실천 가능 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루비는 알고 있었다. 이런 계획을 세운 이상, 언니는 저걸 할 거야. 언니는 일단 계획한 건 무조건 실천하는 사람이니까.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일과표 한 구석을 짚었다.


“여기 ‘월 계획에 따름’ 이라는 부분은 뭐야?”

“그것 말고도, 일 단위로 짜여진 월 단위 계획표가 있거든요. 거기에 기입되어 있는 일들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이아는 작은 수첩 하나를 내밀었다. 그 수첩은 공란으로 된 달력 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 그 공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무언가 잔뜩 쓰여 있었다. 루비가 순간 살짝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로. 루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이거…정말 다 할 수 있어…? 스쿨아이돌 활동까지 병행하면서…?”

“음, 아무리 저라도 조금 힘들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걸 해 내는 것이 쿠로사와가의 장녀로서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표정과 자세. 그런 언니의 태도를 보며, 루비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뭔가 쓸쓸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순간 그 작은 감정에 휩싸여, 루비는 작게 자신의 속마음을 중얼거렸다.


“언니는 정말 대단하네…그에 비하면 나란 아이는…”

“루비? 뭐라고 했죠?”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


이런, 나도 모르게 그만. 루비는 급히 마음을 추스르며 적당히 둘러댔다. 다이아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면서도,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넘기곤 루비를 향해 되물었다.


“음…그런가요. 아 참, 루비도 방학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했죠? 손에 든 그것, 혹시 계획표 아닌가요? 한번 제가 봐 줄까요?”


다이아의 말에 루비는 급히 자신의 계획표를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니야! 생각해 보니, 다시 생각해 볼 게 좀 있는 것 같아. 좀 고치고 나서 언니한테 상담 받도록 할게.”

“네…루비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도록 하세요.”


다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언니에게 보여줄 순 없어. 루비는 종이를 든 손에 살짝 힘을 주며 다이아를 향해 인사했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공부 열심히 해, 언니.”

“고마워요 루비. 루비도 힘 내도록 하세요.”


루비는 다이아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손에 든 종이가 언니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방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루비는 조용한 한숨과 함께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언니와 방학 때 하고 싶은 일들.’이라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글씨가 적힌, 끝이 살짝 구겨진 종이. 루비는 다시 한숨을 쉬며, 그 종이를 곱게 접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

.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영어 정도는 하셔야 한다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에이~ 그치만 난 다이빙 강사가 될 거니까 말야. 다이빙만 잘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유학을 가서 다이빙을 배우려면 영어를…!”


다이아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카난에게 연신 큰 목소리로 다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이로, 고양이 미소를 지은 마리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다이아를 향해 능글맞은 말투로 말했다.


“맞아 맞아. 어차피 가서 몇 끼 굶다 보면 자동으로 언어는 배우게 되어 있다고yo? 다이아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그러다 폭삭 늙어도 난 몰라~.”

“맞아 다이아. 그렇게 얼굴을 계속 찡그리다간 주름 생긴다구?”

“으그그극…두 사람 다 늘상 그런 태도니까, 제가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결국 다이아는 폭발하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다이아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실 한켠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하하하, 다이아 화났다 화났어.”

“도망쳐! 화난 아줌마가 온다!”

“누가 아줌마인가요, 누가!”


다이아느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두 사람을 전력으로 쫓아갔다. 한편 다른 한 구석에서는 하나마루가 놋포빵을 우물거리며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다이아상은 기운도 좋다 즈라~.”

“기운이 좋다기 보단 저거…화 내는 거잖아. 뭐, 자기 일도 바쁜 와중에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기운이 넘치는 것 같긴 하지만.”


요시코는 하나마루를 향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친구의 대화에 루비는 쿡쿡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하하…뭐, 언니는 단정치 못한 걸 싫어하니까 말야.”

“하긴, 다이아는 정말 대단하지. 학생회장에, 아쿠아 활동을 동시에 하면서도 학년 톱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확실히 보통은 아냐. 루비는 좋겠어, 저런 대단한 사람을 언니로 두고 있으니 말야.”

“그…그렇지 뭐…”



그 덕에 같이 놀러가자는 말 하나도 잘 꺼내지 못 하는 상황이지만 말야. 루비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뭐든지 척척 다 해내는 언니도 좋지만, 나랑 같이 손잡고 놀러 다니는 언니가 더 좋은데…아냐, 이건 욕심이야. 요시코쨩 말 대로, 이런 대단한 언니를 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돼. 루비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짧은 순간, 루비가 애써 생각을 정리하기 무섭게 하나마루가 요시코를 향해 놀림을 잔뜩 담아 말했다.


“맞아유. 학기초에 스스로 자폭하고 등교거부까지 한 누구랑은 다르게 참 성실해유. 그렇지유?”

“그,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리고, 학교 수업 하루 이틀 정도는 빼먹을 수 있는 거지 뭐! 오히려 따지자면 저런 괴물 같은 다이아가 더 이상한 거라고!”

“…누가 괴물이라고요?”

“히, 히이이이익!!!!!!”


하나마루를 향해 큰 소리로 반박하던 요시코는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다이아는 요시코의 뒤에서 금강신 마냥 우뚝 서서는 도끼눈으로 떨고 있는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시코상? 저번 수학 시험에서 간신히 낙제점을 면했다던데…그게 사실인가요?

“그, 그건…나, 나 같은 타천사에게 인간의 수학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응, 그래서 그런 거야!”


요시코는 최대한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떨림이 가득 느껴지고 있었다. 결국 다이아는 요시코를 향해 호통 치듯 외쳤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었잖아요!”

“그, 그건 그런데에…아니 그, 그보다! 왜 다이아가 내 시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요시코는 잔뜩 심술 난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반박했다. 저러면, 언니 화를 더 돋굴 것 같은데. 하나마루 역시 루비와 비슷한 생각인지 불안한 표정으로 다이아와 요시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과 달리 다이아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요시코를 향해 차분한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학생회장으로서, 아쿠아 멤버 전원의 성적을 체크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한다면 아무래도 좀 더 그 흠이 크게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니까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있지만, 반대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도 분명히 일부 계실 터, 그런 상황에서는 늘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그건 그렇지만…”


다이아의 말에 요시코는 쉽게 답을 하지 못 하고 어물거렸다. 다이아의 말은 지극히 이치에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런 다이아의 속마음도 모른 채 떼를 쓴 꼴이 되어 버린 요시코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다이아는 이내 표정을 풀고, 다정함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다 요시코상은 그래도 하면 되는 아이니까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결과가 좋았잖아요? 그러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만 해 줬으면 좋겠네요. 1등을 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알겠죠?”

“으, 응. 알았어, 다이아.”


요시코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다이아는 살짝 웃으며 요시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요, 역시 요시코상은 착한 아이네요. 마치 이름처럼 말이죠.”

“내, 내 이름은 요시코가 아니고 요하네! 그리고 머리 쓰다듬지 마!”


요시코는 다이아를 향해 화를 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루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역시, 언니는 다정하지만…기본적으로 자기 할 일도 못 하는 사람에게는 엄한 편이야. 역시 나도 더 힘내는 편이 좋을까. 루비, 못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편이니까. 


루비는 애써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언니와 놀러 다닌다’는 길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때, 갑자기 루비의 눈 앞에 불쑥 하나마루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나마루는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루비쨩? 왜 그래유? 표정이 안 좋아유.”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피곤해서 그래.”

“그래유…? 루비쨩,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몸 상할 정도로 무리 하면 안 돼유. 알았지유?”

“으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루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나마루쨩 까지 걱정시킬 순 없지. 내가 좀 더 열심히 하면, 언니 앞에서 당당하게 같이 놀자 할 수 있을 거야. 응. 루비는 그렇게 애써 자기 자신을 달랬다.

.

.

.

여름방학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루비의 여름 방학 계획에는 여전히 진전이 없었다. 진전은 커녕 전에 만들어 둔 다이아와의 여름 계획은 책상 서랍 한 칸에 처박혀 꺼내지도 못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걸 꺼내기 위해 책상 서랍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도, 머릿속에 다이아의 얼굴이 떠오르면 다시 손을 물리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하곤 했다.


‘언니는 곧 떠날 거야. 언니가 마음 놓고 떠날 수 있도록 내가 더 야무지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 언니를 안심 시켜 줘야 해.’

‘언니는 곧 떠날 거야. 어쩌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여름 방학이 될 지도 몰라. 가기 전에 언니와 마지막으로 함께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이 두 반대되는 생각이 늘 루비를 괴롭혔다. 물론 루비의 진정한 속마음은 두번째에 좀 더 기울어져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머리는 전력으로 첫번째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공부와 학업에 관련해서만이 아니었다. 쿠로사와가의 딸이라는 조금 특별한 지위가, 루비로 하여금 첫번째를 택하게끔 반쯤 강요하고 있었다.


‘언니가 도쿄로 가 버리면…그동안 언니가 해 왔던 많은 집안 일들을 내가 맡아야 해. 부모님이 도와 주시긴 하겠지만…그래도 나 혼자서도 언니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어야 한다구. 내가 나쁜 말을 듣는 건 상관없지만, 우리 집안이나 언니에게까지 영향이 가는 건 절대 일어나선 안돼.’


루비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그래, 조금 힘들더라도, 섭섭하더라도, 쓸쓸하더라도 좀 더 노력하자. 지금까지 언니가 날 지켜줬으니까, 적어도 나도 이제 언니를 위해 뭔가 해야 해. 루비는 다시 책상 위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똑똑, 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아, 루비. 저에요.”

“어, 언니? 어서 들어와.”


루비는 문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문이 열리고, 가벼운 차림의 다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니는 저렇게 입어도 예쁘고 멋진 분위기가 나는 구나. 루비는 그런 생각에 빠져 다이아를 홀린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냈다. 나, 나란 아이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다행히 다이아는 그런 루비를 눈치 채지 못한 듯,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루비를 향해 물었다.


“저기 루비? 뭐 해요? 혹시 바빠요?”

“아니 바쁘지는 않은데…그냥 공부 중 이야. 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 뭐 하나 좀 궁금해서 말이죠.”

“그랬구나…”


그 뒤로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어, 어떡하지.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런 마음과 별개로, 다이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좀 전 자신이 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라 루비는 제대로 다이아를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새빨개진 얼굴을 보면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할지 몰라. 루비는 결국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다이아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루비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다이아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마음 상태로 계속 다이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루비에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루비는 여전히 다이아를 외면한 채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언니…무슨 일로 온 거야? 나 공부해야 하는데…”

“아, 미안해요. 그냥 그…별일 아니에요. 그냥 힘내란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으응…”


다이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루비는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 언니,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루비는 속으로 다이아에게 사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이아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여전히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미소 그대로, 다이아는 루비를 향해 재차 말을 이어 나갔다.


“더 있다간 루비의 공부를 방해만 하겠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루비, 그럼 열심히 해요.”

“응, 알았어. 고마워 언니.”


다이아는 루비를 향해 살짝 고개를 흔들어 보이고는 이내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언니 정말 미안해. 다음엔 좀 더 이야기하자. 루비는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다이아가 사라진 방문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언니에게 말을 걸까? 루비는 잠시 그런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언니도, 내가 열심히 하길 바라고 있어. 언니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으니까…루비, 힘 낼 거야. 언니를 더 걱정시키면 안 돼. 더 이상 못난 둘째 딸로만 남을 수는 없어. 언니랑 노는 건,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자.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책상으로 몸을 돌리며 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루비는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다. 언니를 보는 자신의 마음이, 언니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일은 그런 마음의 변화에서 비롯된 일이고,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한 일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 했다.

.

.

.

“후우…”


다이아는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 쉬었다. 그 모습에 카난과 마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 지었다. 다이아가 저런 한숨을 내쉰 것만 벌써 열 번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 두 사람은 다이아에게 들리지 않도록 눈빛으로만 대화를 나누었다.


‘루비쨩과 관련된 이야기겠지?’

‘100퍼센트 에yo. 루비 이야기만 나오면 캐릭터가 달라지니까.’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단순히 착각이라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물어라도 보자.’


두 사람은 그렇게 다이아의 머리 위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카난은 일부러 으흠, 하고 살짝 크게 헛기침을 하고는 다이아를 향해 말을 걸었다.


“다이아. 말 해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왜 그렇게 한숨만 쉬는 거야?”

“아, 카난상…그게 말이죠…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


다이아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 이내 다시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리가 기운 찬 말투로 끼어들었다.


“에잇! 뭘 망설이는 거야! 다이아 답지 않게 나 죽겠어요~라는 기운을 풀풀 풍겨 댔으면서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생각이야?”

“제, 제가 언제…!”

“한숨 쉰 횟수만 열 손가락을 넘어가는데? 이제부터 발가락으로 세야 해.”


카난까지 가세해서 다이아의 퇴로를 봉쇄했다. 결국 다이아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역시, 오래 본 친구들은 다른가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답답하게 구는 자신을 걱정해주고 신경 써주는 친구들이 고맙게 느껴 지기도 했다. 다이아는 결국 조심스럽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놓았다.


“저기 그게…루비가 요새 절 조금 멀리 하는 것 같아요…”

“역시…”

“루비네…”

“…네?”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두 사람의 대답에 다이아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다이아가 다시 입을 다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얼버무리며 다이아를 재촉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보다, 루비가 다이아를 멀리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두 사람은 무지 사이 좋잖아. 싸우기라도 했어?”

“아니 그런 적은 없어요. 싸움은커녕 작은 말다툼조차 한 적 이 없어요.”


다이아는 얼굴에서 당황을 지우고는 이내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돌아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말이 이어질수록 다이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걸면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으며 절 외면하질 않나, 놀자는 말을 하긴 커녕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질 않나, 맨날 책상 앞에 붙어서 공부 하고 있질 않나…정말 너무하다고요…”


다이아의 푸념에 두 사람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대답했다.


“…우물쭈물은 그렇다 치고…나머진 좋은 거 아냐? 공부는 나쁜 게 아니잖아.”

“그래yo! 맨날 우리보고는 공부, 공부 노래를 부르면서 왜 루비한테는 그게 반대가 되는 거야? 차별이야?”

“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여러분과 루비는 엄연히 달라요! 같은 대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아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서 단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선언했다. 그런 다이아의 태도 변화에 카난과 마리는 서로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다이아를 향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항의했다.


“우와, 완벽하게 차별 당했어.”

“이게 바로 시스콘?”

“아니거든요!”


다이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의 말을 반박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단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보통 이맘때 쯤이면 루비가 ‘언니! 이번 여름 방학엔 이거 하고 놀자!’라면서 항상 다가오곤 했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럴 낌새조차 없다고요! 이번 여름 방학은 제가 학생으로서 누마즈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 방학이 될 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다이아는 거기까지 말 하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하고 쭈그려 앉았다. 우울한 표정으로 눈만 내민 채 무릎에 반쯤 얼굴을 박고 있는 다이아를 보며 카난과 마리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였구만, 두 사람은 그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는 다시 다이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땅으로 꺼질 기세의 다이아를 향해 카난이 먼저 차근차근 달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거였어? 음…그렇지만 다이아, 그건 루비쨩이 어른이 되어 간다는 뜻 아닐까?”

“…그게 무슨 말이지요?”

“간단해. 루비는 이제 다이아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거야. 생각 해 봐. 다이아 말대로 다이아는 이제 내년이면 이곳을 떠날 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맨날 펑펑 노는 모습만 보여 봐. 그건 그 것 대로 걱정 아니겠어yo?”

“그건…그렇지만…”


카난에 이어 마리까지 다이아를 차근차근 달래 주었다. 그러자 다이아의 얼굴에서도 아주 조금은 어두운 기운이 사라지는 듯 했다. 둘은 이때다 싶어 열심히 다이아를 향해 자신들의 생각을 더 말해주었다.


“그리고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이제 다이아가 자리를 비우는 이상 쿠로사와 집안의 많은 일들은 루비가 맡게 될 거야. 아마 루비도 그런 건 자각하고 있겠지. 그러니 더 야무지게 행동하려는 걸 거야. 그러니 좀 더 루비를 믿어 보는 게 어때?”

“맞아 맞아. 언니가 동생을 믿어 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믿어 주나yo?”


두 사람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다이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얼굴에 약한 미소를 띄우며 두 사람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러분의 말이 맞네요. 제가 너무 나쁘게만 생각 했던 것 같네요. 두 분 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운이 좀 났어요.”


감사 인사를 말하는 부끄러움과 자신의 경솔한 생각에 대한 부끄러움이 섞여 다이아의 양 볼은 약간 붉어져 있었다. 평소와 달리 조금 약해진 모습의 다이아. 그 파괴력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카난과 마리는 순간 홀린 듯 아주 천천히 다이아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쪽에서 덥석 다이아를 끌어안고 마구 부비적 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다이아는 귀엽다니까.”

“맞아yo! 아주 그냥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라구yo!”

“뭐, 뭣들 하는 거에요! 달라붙지 마세요! 아아, 정말! 덥다구요! 그리고 남사스럽다구요!”


두 사람 사이에서 다이아는 빠져나오기 위해 버둥거렸다. 하지만 애초부터 체육계인 두 사람의 사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이아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버둥대는 다이아를 더 세게 붙들 뿐이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뭐 그런.”

“맞아 맞아. 오히려 어렸을 땐 카난이 허그 해 주지 않는다고 잉잉 울어댔으면서 말야. 이제 와서 무슨.”

“그, 그건 어렸을 때 이야기잖아요!”

“에잇! 이런 시끄러운 입은 막아 버리자고.”

“Of course!”

“우우우우웁!!!!!”


결국 카난의 손이 다이아의 입까지 막아 버렸다. 이, 이건 성희롱이라구요! 파렴치해요! 다이아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나오는 것은 웁웁 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이, 이때 누가 오기라도 한다면! 다이아는 긴장한 눈으로 흘끗 부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어 음…루비쨩 안녕?”

“어서와yo, 루비!”

“웁! 우웁웁! 웁웁!”


그리고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루비였다. 루비는 놀란 토끼눈으로 찰싹 달라붙어 있는 세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이아는 어떻게든 루비에게 말을 걸려 했지만, 카난의 손 때문에 그저 이상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루비는 어색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냈다.


“아…아하하…안녕. 다들 뭐 해?”

“음…조금의 애정 표현이랄까?”

“뭐 그런 거지. 루비도 같이 할래?”

“아, 아니 난 좀 그냥…나, 나중에 다시 올게!”


그리고 루비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후다닥 부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잡혀 있는 다이아는 물론이고 카난과 마리도 미쳐 반응할 새가 없었다. 카난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풀고 다이아의 입에서 손을 뗐다. 다이아는 숨을 크게 몰아 쉬고는 카난을 향해 소리쳤다.


“푸하! 수, 숨막혀 죽는 줄 알았잖아요! 갑자기 힘을 세게 주면 어떡하나요!”

“아, 아 미안. 루비가 갑자기 나타나서 너무 놀랐거든…”

“…그나저나 보셨죠? 조금 전에도, 루비. 왠지 절 피하는 눈치였잖아요.”

“확실히…좀 다르네.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아하하 웃으며 우릴 바라보거나 저기 구석에 앉아서 바라보기라도 했을 텐데. 그냥 나가버리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 했어.”


카난은 뒷머리를 긁으며 순순히 다이아의 말을 인정했다. 어릴 때부터 루비를 쭉 봐온 카난이기에, 지금 루비의 반응이 어딘가 분명 이상했다는 걸 눈치 챈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은 마리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마리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띈 채 루비가 닫고 나간 부실 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흐응…”

“왜 그래? 마리?”


묘한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에게 카난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마리의 그 표정은 그녀가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짓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예상대로 마리는 살짝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콧소리를 섞어 대답했다.


“알 것 같아. 루비가 왜 저러는지 말야♪”

“저, 정말인가요?!”


다이아는 어느새 화 내는 것도 잊고 마리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솔직히 조금 못 미덥긴 했지만, 의외로 사람 속마음을 잘 잡아내고 눈치도 빠른 마리였기에 다이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보았다. 마리는 그런 다이아를 향해 이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대답했다.


“그건 말이지…루비가 말야…”

.

.

.

루비는 복도를 걸으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부실을 빠져나온 것은 솔직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이미 몇 년간 수백번은 봐 왔던 광경이었다. 아마 평소였다면 그냥 웃으며 세 사람이 노는 광경을 바라보거나, 적당히 두 사람을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세 사람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루비는 가슴 한 편이 답답하고 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 감정. 대체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루비는 속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저렇게 언니와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고 싶어.’


루비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 난 저 두 사람들 처럼 언니와 스스럼 없이어울리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그걸 하지 못해서, 저 광경을 보고 그만 도망치고 만 거야. 그렇다면…난 어째서 이렇게 언니와 함께 놀고 싶어 하는 거지? 대체 왜? 그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어느새 학교를 완전히 빠져 나와 집을 향해 걸으며 루비는 고민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루비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쿠로사와 루비가 아니었다면, 쿠로사와 라는 성을 가지지 않았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좀 더 언니와 격의 없이 이야기 할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히 귀여움 받는 동생이 아니라, 좀 더 대등한 입장에서 언니를 마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루비는 이내 다시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아니야. 그럼 더 오히려 언니에게서 멀어 졌을 지도 몰라. 요시코쨩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하나마루쨩처럼 귀여운 것도 아닌 내가, 과연 언니 같은 대단한 사람의 관심이나 끌 수 있었을까? 내가 동생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핏줄로 이어진 사이니까 못난 내가 그나마 이렇게 라도 언니의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몰라. 동생이 아닌 사람으로 언니의 곁에 서려 하면…오히려 더 멀어지게 될 지도 몰라. 그래, 더 욕심 내선 안 돼. 응.


그런데 루비는 문득 어째서 자신이 갑자기 이런 생각들을 품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언니에게 사랑받는 동생으로, 귀여움 받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왜 이 상황 자체에 불만을 가지게 된 걸까? 그리고 그 순간, 루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작은 한마디. 그것이 루비의 진정한 속마음이었다.


“그래…난 어쩌면…언니를…”


루비는 차마 그 뒤를 말 하지 못 했다. 그 뒤의 말까지 해 버리면, 도저히 돌이킬 수 없게 될 까봐. 자신의 감정에 파묻혀 버리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루비는 그 한 걸음을 차마 내딛지 못하고 또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조차.



-계속-



유(부우)동 2018.07.11 16:08:37
ㅎㅅㄷ 가즈아아 2018.07.11 16:10:13
railgun 아...다이루비..좋네요 - dc App 2018.07.12 0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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