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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PASS-ive Characteristics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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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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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907195
  • 2018-07-10 04:22:30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인간의 관계를 곧잘 목자와 어린 양으로 비유하곤 한다.
우리는 모든 것에 미숙하고 잘 알지 못하는 존재.
하지만 예수는 더 높은 곳에서 우리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길을 이끈다.
하릴없는 시간동안 사람들은 그 암묵적인 계약을 받아들였다.
굳이 종교의 형태가 아니라, 법과 사회철학과 정치론에까지도 그 영향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똑같겠지.


하지만 이제 예수 그리스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양들은 혼란에 빠져 굶어 죽기만을 바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어린 양이 목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우리는 국가를 건설했고 지도자를 선출했으며 옳게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에게 결정을 맡기며 우리가 일상적인 사고를 영위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


어린 양이 잘못된 길로 향하려 할 때 목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고, 회유 혹은 협박으로 돌아오게 하는가 하면 아예 양을 죽이는 것으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나라가 세 번째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는 것.
거기에 다른 곳으로는 가지 못하도록 거대한 울타리를 쳐 놓았다.
처음부터 울타리 밖에 있었던 양들은 더 이상 목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울타리 안에 있는 양들은 익숙한 길과 익숙한 행동만을 취한다...


잘못된 사회 구조와 시스템이 잘못된 인간을 양산해낸다.
잘못된 인간이 잘못된 생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다.
정말로 어리석지 않은가?



어린 양들이여, 너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가.
무지한 양들이여, 울타리를 나와 자유를 만끽할 생각은 없는 것이냐.
목자에게 순종하기만 하면 그것은 그저 고깃덩이뿐이거늘, 생각조차도 죽어버린 것이냐.
내가 너희를 해방시켜주리라.


“자아, 그럼 박살내러 가볼까.”



*



오늘은 최종연수를 마치고 오랜만에 할머니 댁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루비에 비해서는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공안국 적성 및 특성검사 통과, 10년 만에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전 세계적으로 공황이 찾아왔었어요.
국가적인 체질개선이라느니 일본재개발이니 뭐니 하면서 친구들이랑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요.
그렇게 할머니랑 저 단 둘이 낯선 곳, 그리고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니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던 거 있죠?
그래서 혼자인 시간만 되면 뭐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일까를 쭉 고민했어요.
그래서 나온 결론은 우선 종합 적성자격시험부터 보는 것.
3년 동안 도전했다가 떨어진 후로 4년 동안 방황하기를 몇 차례.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도전해서 이 자리까지 오는데 2년...


너무도 오래 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래도 만족해요.


루비는 3년 전에 이미 공안국이라는 새로운 임시경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도 같이 사이버 안전과... 였나? 라는 곳에 배치되었다고 해서 꽤나 걱정이 돼요.
컴퓨터를 잘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어려운 것...
그래도 내일이면 어떻게든 써먹어야 하니까 다시 되새겨 봅니다.


삐륵삐륵 삐륵삐륵 삐륵삐륵


「감시관! 긴급호출이다. 지금 바로 D-12-a9에 있는 구 지하철역 입구로 오기 바란다.」


아, 이런...
음성메시지의 확인 버튼을 누르고 숨을 고릅니다.
이제 막 임명된 저를 부르다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입니다.
할머니께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드린 후에 급히 발걸음을 돌립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드론으로부터 띄워진 홀로그램이 현장을 막고 있었습니다.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을 읽혀주고 어렵지 않게 드론 너머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인 것은 검은머리 장발의 아가씨...


“이른 출근이군. 긴급호출이라서 좀 힘들겠지만 이해해 줘. 현장 상황이 많이 급하다.”


이른 출근이라...
날짜로는 이른 출근이 맞긴 하겠네요.
다만 지금은 밤이라서 ‘이른’은 조금 아이러니하지만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쿠니키다 하나마루 감시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나마루...라”


검은머리 장발... 다이아 선배인가?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틀림없이 다이아 선배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뭔가가 맞지 않았습니다.


“다이아 선배셨네요. 루비랑 같이 온 건가요? 루비는 어디ㅇ...”


그리고 가슴팍을 바라보고는 말을 멈췄습니다.
명찰에는 제가 기대했던 ‘쿠로사와 다이아’라고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쿠로사와 루비’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습니다.


“자기소개는 이만하면 됐지?”


놀란 저를 뒤로하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트럭 한 대가 저희 둘 앞에 도착했습니다.
두꺼운 문이 열리고 나온 것은 바퀴가 달린 스스로 움직이는 상자와 함께, 다이아 씨와 리코 씨였습니다.
왜 둘이 저기서 나오는 거죠? 저 트럭에서?
연수 내용에 따르면 저 트럭에 탑승하는 사람은...


“집행관. 재능 있는 잠재범들 중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놈들. 네가 다룰 부하들이다.”


루비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왜... 왜? 왜 저 둘이 잠재적 범죄자란 거죠?
그리고 루비는 왜 저 둘을 무감정하게 대하고 있는 거죠? 같은 학교를 다니고 추억을 쌓은 친구였잖아?
무감정한 입을 건너 눈을 바라보면 약간의 혐오감마저 묻어나왔습니다.


“저것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오로지 같은 부류인 범죄자들을 물기 위해 훈련된 사냥개들이다. 감시관들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범죄자를 물지, 혹은 감시관 자신을 물지 모르니까 긴장을 놓쳐선 안 돼.”


“네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가 신경쓰지 않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혼란스러움 속에서 대답하고 바라본 기어오는 상자는 평소라면 귀엽다고 여길 만 했으나 오늘은 혼란스러움을 더할 뿐입니다.
그리고 상자가 열려 모니터로만 보았던 총이 저의 앞에 자리했습니다..


“용의자의 컴퓨터에서 3급 금지 파일이 발견되었다. 이 컴퓨터의 격리와 잠재범을 처리하는 게 해야 할 일이고. 사쿠라우치 집행관은 나를 따라서, 그리고 쿠로사와 집행관은 쿠니키다를 도와라.”


“네.”“예.”


당겨지지 않는 방아쇠에 검지를 걸고 조심스럽게 총을 잡아 올립니다.


[휴대용 심리 진단, 진압, 집행 시스템]
[도미네이터, 가동합니다.]
[유저 인증]
[쿠니키다 하나마루 감시관]
[공안국 사이버 안전과 소속]
[...사용 허가 확인]
[적정 사용자입니다.]


“집행관, 놈의 아지트는?”


“오른쪽 거리 50m 떨어진 3층 건물의 2층, 두 번째 문이요.”


“좋아, 지도에 찍어 놔. 나와 사쿠라우치가 주변을수색할 테니 둘이서 증거 확보해.”


라고 하는 말을 끝으로 루비와 리코 씨는 골목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실제적인 거리감이야 물론 느끼고 있었지만 마음의 거리도 아득한 곳으로 멀어졌습니다.


“어서 가죠, 하나마루 씨.”


다이아 씨의 부드러운 독촉에 멍하게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옛날과 같은 모습에 방금 충격적이었던 여동생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후회와 애처로움에 젖은 모습...


“네. 가요.”


간신히 대답하고 목표로 움직입니다.




건물에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고 마스터키로 문을 엽니다.
컴퓨터를 켜서 문제의 파일이 있나 확인한 후에, 백업용 USB를 꽂아 증거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는 포맷하여 문제를 깨끗하게 없앱니다.
너무도 별 것 아닌 일이라서 나는 무엇 때문에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시스템 복사까지 남은 시간 20분...」
「데이터 포맷. 다른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기 중」


“이제 전 뭘 하면 되나요, 다이아 씨.”


“이제 그냥 기다리면 끝나요.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3급 금지 파일이라고 했죠? 지금 이건 무엇 때문에 금지를 받은 거예요?”


“음... 우선 1급, 2급, 3급이 무엇인진 알고 계시죠?”


“네...”


“1급이 사람의 일상적인 사고에 영향을 줄 만큼 임팩트가 강한 음란, 폭력, 사행성 정보 및 물건. 그리고 2급이 1급보다는 못하지만 사람의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것. 그리고 3급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1급이라고 볼 수 있는 것, 또는 자극적이거나 중독성이 생기는 매체. 이렇게 배우고 오셨을 거예요.”


맞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실제로 연수원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아마 이건... 폭력성 때문에 지정되었던 걸로 알아요. 별로 궁금해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왜, 왜죠? 지정되었다면 왜 이렇게 지정되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아니요, 그건 시스템 프로그램의 몫이에요. 우리는 그것들을 확보하고 격리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런가요...”


천천히 길어지고 있는 초록색 진행률 막대기를 보면서 다시 생각을 접었습니다.
정말로 제가 할 일은 없었습니다.


“이런 것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죠. 하나마루 씨는 졸업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다이아 시의 마음 씀씀이 덕에 일상적인 대화로 돌아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10년... 너무도 오랜만인 선배와의 대화는 낯설 지경입니다.
담담하게, 그리고 다이아 씨가 흥미로워하는 부분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끼이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이아 씨는 저저와 함께 건넌방 책상 밑으로 숨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총을 놓지 않은 채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호를 보냅니다.


‘여기는 하운드 1, 셰퍼드 1 응답바랍니다.’


『무슨 일인가?』


‘목표지에 수상한 사람 1명 진입. 컴퓨터 주인으로 추정되는데 셰퍼드 2와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이 쪽에서도 수상한 인원을 한 명 발견했다. 신원 확인 후 처리하라.』


‘신원 확인.’


[이름 : 케이]
[범죄계수 : 137]
[집행모드 : 비살상, 페럴라이저]


‘신원 확인 완료. 용의자와 일치합니다.’


『좋아. 바로 처리해.』


발자국 소리는 천천히 작업을 마친 컴퓨터 방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컴퓨터는 그가 원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겁니다.


“뭐, 뭐야 이거!”


「선행 작업 완료. 포맷 진행 중 95%...」


“응? 어엉?? 대체 왜? 누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은 그의 정신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놓습니다.
무엇을 할지 몰랐던 그의 손은 휴대전화를 잡아든 뒤에 어딘가로 연결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파킹


“크헉...”


패럴라이저로 기절시킨 후 쓰러진 그의 앞날이 그려집니다.
그는 이제 잠재범이 되었고 어쩌면 영원이 될 수도 있는 수용소 생활을 시작할겁니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중요성을 깨닫고 반성할 때까지 가둬두는 것.


“휴우...”


다이아 씨는 겨눴던 총을 내리고 휴대폰을 향해 다가갑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닌가봅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환하게 비치는 불빛은 컴퓨터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금지 파일의 전송이 완료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이, 이건!”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냈어... 다른 사람도 잠재범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인건가!”


“셰퍼드 1, 여기는 하운드 1입니다. 목표는 처리했으나 파일이 다른 사람에게 전송되었습니다. 수신인은 사하리. 지금 바로 막아야 합니다!”


『뭐? 그 사람은 조금 전에 수색했던 사람인데?』


“다시 찾아서 막는 수밖에는 없어요! 위치 확인 좀!”


『너희 쪽 골목으로 향했으니 너희가 잡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서둘러, 사람이 많은 곳에서 퍼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사람이 매체의 영향을 받는 것은 직접적으로 눈을 마주쳤을 때.
지금 쫓으려는 사람은 밖에 있을 것이고 반드시 휴대폰을 통해야만 메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아직 파일이 퍼지지 않게 막고 잠재범으로도 만들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다이아 씨! 제가 이 휴대폰으로 수신자에게 전화를 걸게요.”


“전화는 왜...”


“못 보게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 순간 어리둥절했던 다이아 씨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표정을 확인하고 저는 휴대폰을 들어 사하리라는 이름에 손가락을 댑니다.


“어, 뭔 일이냐? 이거 보내준 건 또 뭐야?”


“안녕하세요! 혹시 성함이 사하리 맞으신가요?”


“어? 어... 네. 맞긴 맞는데 누구죠?”


“공안국 사이버 안전과에서 전화 드렸습니다. 지금 받으신 파일에 3급 금지 파일이 포함되었으니 열어보면 안 돼요. 혹시 다운로드하셨나요?”


“뭐?! 다운로드는 이미 했는데...! 그럼 어째야 돼?”


“우선 열어보시면 안 되고요, 공안국에서 분석하고 이전 상태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쪽으로 직접 향하고 있으니 안심하시고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아 직접 오신다고... 알겠어. 그럼 어디에서 기다리지?”


“혹시 큰 사거리 앞이신가요?”


“응 맞아. 여기 인도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슬아슬하게도 파일을 열어보기 직전에 전화를 걸었던 모양입니다.


다이아 씨는 마비시킨 잠재범을 번쩍 들어올렸고 저는 증거품들을 챙겨 사거리로 나옵니다.
협력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표시로 커피를 하나 사 드렸고 다음날 아침에 휴대폰을 보내드리겠다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그래, 아무래도 나도 잠재범이 되는 건 싫으니까 말이야.”라고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렇게 걱정되시면 간이 색상 체크 해드릴까요?”


“응... 어때?”


“좋네요. 앞으로도 이대로 유지하시면 되겠어요.”


“그것 다행이네.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경찰 아가씨들.”


그렇게 마중을 해 주고 루비 쪽과 합류했습니다.
리코 씨도 저처럼 아무것도 할 게 없는 모양인지 연신 하품만 하고...
그래도 큰 사건 없이 해결된 것이 너무도 다행이었습니다.


“쿠니키다 감시관은 오늘 고생 많았어. 첫 날도 아닌데 호출에 바로 응해줘서 고마웠고. 귀가해도 좋아.”


“감시관님은요?”


“나는 저것들 데리고 공안국으로. 편히 쉬어.”


“네, 조심히 가세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하루의 마무리를 합니다.
아마 이제부터 매일매일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거겠죠?


나이가 같다는 사실이야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루비는 저보다 3년 앞선 선배.
말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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