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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다이루비]White Gem Wink -1-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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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92821
  • 2018-07-06 16:10:53



이번에도 솔로곡 크로스 해서 쓴 글임


개인적으로 정말 두사람 솔로곡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쓰게 되었음


재밌게 읽어 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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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이번 여름 방학 계획이 어떻게 돼? 좀 들려줄 수 있을까?”


루비는 자신의 언니를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던 다이아는,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는 루비를 향해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말인가요? 저는 아쿠아 활동도 활동이지만…일단 공부를 해야 겠지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3이니까요. 쿠로사와 가의 장녀가,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는 건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렇구나…하긴 언니는 입시생이었지.”

“그렇죠. 그런데 루비?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죠?”


다이아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급작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당황하며 다이아를 향해 둘러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나도 그…여름방학 계획을 세우고 있던 중이였거든. 그런데 잘 떠오르질 않아서…그런데 언니는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있어선 거의 완벽한 사람이잖아? 그래서 언니의 계획을 참고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야.”

“그렇군요…그나저나, 완벽이라…”


순간 루비는 고개를 끄덕이는 다이아의 얼굴 표정이 왠지 흐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 다이아를 향해, 루비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언니?”

“…아. 미안해요 루비. 잠시 좀 생각을 하느라.”

“어떤 생각?”


루비는 다이아의 묘한 태도가 영 신경 쓰여 되물었다. 하지만 어느새 다이아의 얼굴에서 아까의 애매한 기색은 다 사라져 있었다. 뭐지…내가 잘못 본 건가? 루비는 영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느새 다시 루비를 향해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음, 별거 아니에요.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계획이라고 하셨죠? 그럼 한번 제 하루 일과표를 보시겠어요?”

“응? 으응. 좋아. 한번 보…삐, 삐기이이이?!?!?!?”


다이아의 하루 일과표는 원 밖에 24개의 시각이 표기되어 있는, 마치 초등학생들이 방학 전에 세우는 그런 일과표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초등학생들과 달리, 그 원이 마치 모눈종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 각 영역이 거의 분단위로 끊겨 있는 그 계획표는 정말 이거 실천 가능 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루비는 알고 있었다. 이런 계획을 세운 이상, 언니는 저걸 할 거야. 언니는 일단 계획한 건 무조건 실천하는 사람이니까.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일과표 한 구석을 짚었다.


“여기 ‘월 계획에 따름’ 이라는 부분은 뭐야?”

“그것 말고도, 일 단위로 짜여진 월 단위 계획표가 있거든요. 거기에 기입되어 있는 일들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이아는 작은 수첩 하나를 내밀었다. 그 수첩은 공란으로 된 달력 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 그 공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무언가 잔뜩 쓰여 있었다. 루비가 순간 살짝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로. 루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이거…정말 다 할 수 있어…? 스쿨아이돌 활동까지 병행하면서…?”

“음, 아무리 저라도 조금 힘들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걸 해 내는 것이 쿠로사와가의 장녀로서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표정과 자세. 그런 언니의 태도를 보며, 루비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뭔가 쓸쓸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순간 그 작은 감정에 휩싸여, 루비는 작게 자신의 속마음을 중얼거렸다.


“언니는 정말 대단하네…그에 비하면 나란 아이는…”

“루비? 뭐라고 했죠?”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


이런, 나도 모르게 그만. 루비는 급히 마음을 추스르며 적당히 둘러댔다. 다이아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면서도,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넘기곤 루비를 향해 되물었다.


“음…그런가요. 아 참, 루비도 방학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했죠? 손에 든 그것, 혹시 계획표 아닌가요? 한번 제가 봐 줄까요?”


다이아의 말에 루비는 급히 자신의 계획표를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니야! 생각해 보니, 다시 생각해 볼 게 좀 있는 것 같아. 좀 고치고 나서 언니한테 상담 받도록 할게.”

“네…루비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도록 하세요.”


다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언니에게 보여줄 순 없어. 루비는 종이를 든 손에 살짝 힘을 주며 다이아를 향해 인사했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공부 열심히 해, 언니.”

“고마워요 루비. 루비도 힘 내도록 하세요.”


루비는 다이아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손에 든 종이가 언니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방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루비는 조용한 한숨과 함께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언니와 방학 때 하고 싶은 일들.’이라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글씨가 적힌, 끝이 살짝 구겨진 종이. 루비는 다시 한숨을 쉬며, 그 종이를 곱게 접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

.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영어 정도는 하셔야 한다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에이~ 그치만 난 다이빙 강사가 될 거니까 말야. 다이빙만 잘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유학을 가서 다이빙을 배우려면 영어를…!”


다이아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카난에게 연신 큰 목소리로 다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이로, 고양이 미소를 지은 마리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다이아를 향해 능글맞은 말투로 말했다.


“맞아 맞아. 어차피 가서 몇 끼 굶다 보면 자동으로 언어는 배우게 되어 있다고yo? 다이아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그러다 폭삭 늙어도 난 몰라~.”

“맞아 다이아. 그렇게 얼굴을 계속 찡그리다간 주름 생긴다구?”

“으그그극…두 사람 다 늘상 그런 태도니까, 제가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결국 다이아는 폭발하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다이아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실 한켠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하하하, 다이아 화났다 화났어.”

“도망쳐! 화난 아줌마가 온다!”

“누가 아줌마인가요, 누가!”


다이아느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두 사람을 전력으로 쫓아갔다. 한편 다른 한 구석에서는 하나마루가 놋포빵을 우물거리며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다이아상은 기운도 좋다 즈라~.”

“기운이 좋다기 보단 저거…화 내는 거잖아. 뭐, 자기 일도 바쁜 와중에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기운이 넘치는 것 같긴 하지만.”


요시코는 하나마루를 향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친구의 대화에 루비는 쿡쿡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하하…뭐, 언니는 단정치 못한 걸 싫어하니까 말야.”

“하긴, 다이아는 정말 대단하지. 학생회장에, 아쿠아 활동을 동시에 하면서도 학년 톱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야. 확실히 보통은 아냐. 루비는 좋겠어, 저런 대단한 사람을 언니로 두고 있으니 말야.”


순간 요시코의 말에 루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좋겠다고? 내가? 언니의 동생이어서? 그거, 무슨 의미야?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며 루비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치 실타래가 잔뜩 엉킨 것처럼 심란해진 마음. 요시코쨩이 뭘 안다고 그래? 내 마음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 하지 마. 순간 루비는 그렇게 대답하려던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냐, 루비. 알잖아. 요시코쨩이 날 놀리거나 비꼬려고 저런 말을 한게 아니라는 걸. 그러면 안돼. 루비는 울컥하는 자신을 애써 달래며 마음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그렇지 뭐…”


하지만 마음이란 건 절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니다. 결국 루비는 말끝을 흐리며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정말 다행이도, 하나마루가 끼어들며 요시코를 향해 놀림을 잔뜩 담아 말했다.


“맞아유. 학기초에 스스로 자폭하고 등교거부까지 한 누구랑은 다르게 참 성실해유. 그렇지유?”

“그,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리고, 학교 수업 하루 이틀 정도는 빼먹을 수 있는 거지 뭐! 오히려 따지자면 저런 괴물 같은 다이아가 더 이상한 거라고!”

“…누가 괴물이라고요?”

“히, 히이이이익!!!!!!”


하나마루를 향해 큰 소리로 반박하던 요시코는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다이아는 요시코의 뒤에서 금강신 마냥 우뚝 서서는 도끼눈으로 떨고 있는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시코상? 저번 수학 시험에서 간신히 낙제점을 면했다던데…그게 사실인가요?

“그, 그건…나, 나 같은 타천사에게 인간의 수학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응, 그래서 그런 거야!”


요시코는 최대한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떨림이 가득 느껴지고 있었다. 결국 다이아는 요시코를 향해 호통 치듯 외쳤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었잖아요!”

“그, 그건 그런데에…아니 그, 그보다! 왜 다이아가 내 시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요시코는 잔뜩 심술 난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반박했다. 저러면, 언니 화를 더 돋굴 것 같은데. 하나마루 역시 루비와 비슷한 생각인지 불안한 표정으로 다이아와 요시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과 달리 다이아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요시코를 향해 차분한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학생회장으로서, 아쿠아 멤버 전원의 성적을 체크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한다면 아무래도 좀 더 그 흠이 크게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니까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있지만, 반대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도 분명히 일부 계실 터, 그런 상황에서는 늘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그건 그렇지만…”


다이아의 말에 요시코는 쉽게 답을 하지 못 하고 어물거렸다. 다이아의 말은 지극히 이치에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런 다이아의 속마음도 모른 채 떼를 쓴 꼴이 되어 버린 요시코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다이아는 이내 표정을 풀고, 다정함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다 요시코상은 그래도 하면 되는 아이니까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결과가 좋았잖아요? 그러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만 해 줬으면 좋겠네요. 1등을 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알겠죠?”

“으, 응. 알았어, 다이아.”


요시코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다이아는 살짝 웃으며 요시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요, 역시 요시코상은 착한 아이네요. 마치 이름처럼 말이죠.”

“내, 내 이름은 요시코가 아니고 요하네! 그리고 머리 쓰다듬지 마!”


요시코는 다이아를 향해 화를 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루비의 마음 속에서 다시 좀 전에 느꼈던 묘한 감정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언니, 나한테는 저런 말 안 해줬잖아. 하면 되는 아이라고, 그런 말, 한번도 해준 적 없었잖아. 그리고 착한 아이라는 말 마저…요시코쨩에게…루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그런 두 사람을 생기 없는 눈동자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물론 자신도 알고 있었다. 다이아는 그저 같은 멤버이고, 후배이기에 요시코를 챙겨 주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되는 그 상황을 가슴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이 어지러워질수록 루비의 표정은 반대로 점점 더 차가워져 갔다. 그 때, 갑자기 루비의 눈 앞에 불쑥 하나마루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나마루는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루비쨩? 왜 그래유? 표정이 안 좋아유.”


루비는 그제서야 번쩍 정신이 돌아왔다. 잔뜩 걱정스러워하는 하나마루의 표정을 본 순간 자신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진짜 나, 왜 이러는 거야. 언니랑 친구한테 이상한 마음이나 품고 하나마루쨩을 걱정시키다니…정말 최악이야, 쿠로사와 루비. 루비는 필사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하나마루를 안심시켰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나마루쨩.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렇구먼유…루비쨩,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 돼유. 알았지유?”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루비는 웃으며 하나마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마치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껍데기를 빌린 다른 사람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속마음과 전혀 다른, 꾸며낸 것 같은 말투. 괜찮아. 루비는 착한 아이니까. 착한 것만이 장점인 아이니까. 그래, 이러면 되는 거야. 마치 귀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루비는 시종일관 꾸며낸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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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가는 루비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이아는, 루비가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루비, 이젠 다 컸네요. 스스로 방학 계획을 세우려고도 하고, 정말 기특하기 그지없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이아는 못내 마음속에서 피어 오르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루비, 이제는 더 이상 절 말려주지 않네요. 놀자는 권유도 좀처럼 해 주지 않고요. 다이아는 다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일부러 이렇게 한 것도 있는데 말이죠. 예전에는 제가 이렇게 무리해서 계획을 세우거나 공부를 하고 있으면 늘… ‘언니! 그렇게 공부만 하면 안 돼! 가끔 놀기도 해야 한다구!’ 라며 절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줬는데 말이에요.


같이 놀 친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일까요? 하긴, 매사 진지하기만 하고 노는 데 서툰데다가 잔소리만 하는 언니랑 어울리는 것 보단 동갑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겠죠. 거기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본의는 아니었지만 루비가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냉담한 태도를 보였으니까요. 아무래도 그 때 이후로, 저랑 마음 터 놓고 어울리긴 좀 힘들었겠죠.


다이아는 그런 생각들이 떠올라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물론 지금도 루비와는 충분히 더할 나위없이 가까운 자매 사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 무언가 달라 졌다는 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사실이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다 웃으며 들어오는 루비를 보면, 분명 흐뭇한 기분이 들었지만 마음 한편에서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피어오르곤 했다. 이 감정, 분명 알 것 같은데 말이에요. 루비가 저만의 루비였으면 하는 그런 생각. 이건…설마 질투일까요?


‘대체…제가 무슨 생각을! 루비는 제 동생이잖아요!’


다이아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털어냈다. 동생을 대상으로 질투라니, 다이아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래요, 이건 질투가 아니라 혹여나 하나뿐인 동생이 너무 친구들과 노는 데 빠져 자칫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소홀히 할 까봐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네, 그런 겁니다. 다이아는 그렇게 애써 자기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다이아는 루비의 지금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같은 스쿨 아이돌 멤버이기도 한 두 사람을 떠올렸다. 하나마루와 요시코. 하나마루상은 워낙 야무져서 걱정이 없지요. 다이아는 예전, 루비를 위해 하나마루가 자신에게 단호하게 말 했주었던 그 때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요시코상은 좀 걱정이군요. 물론 착한 아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가끔 엉뚱한 면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왕이면 루비와 잘 어울려주는 좋은 친구이니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다이아는 내일부터는 좀 더 요시코를 신경 써 줘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제가 루비를 위해할 수 있는 행동이겠죠, 라고 생각 하면서. 그리고, 마음 한 켠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불편한 감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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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상 걱정 전에, 제 친구들부터 먼저 걱정해야 했는데 말이죠!!!’


다이아는 속으로 절규했다. 요시코의 성적을 체크하기 전에, 먼저 살짝 자신의 친구 두 사람의 성적을 한번 보았는데 그 결과가 아주 처참했다. 솔직히 마리는 나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바보 같은 행동을 해도 자기 일은 알게 모르게 야무지게 챙기는 마리 답게 꽤나 우수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카난이었다.


다른 과목은 그럭저럭 보통이라고 봐 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두 과목이 빈 말로도 괜찮다고 해 줄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일단 첫번째는 음악. 뭐, 이건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카난이 음악 관련으로 진로를 잡을 것도 아닐뿐더러, 어차피 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목도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바로 영어였다. 영어 성적이 뒤에서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좋지 못한 성적이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사람이, 영어가 이래서야 되겠나요! 물론,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영어와 시험용 영어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가 지나치잖아요!’


다이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실에서 마리와 시시덕거리고 있는 카난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일방적으로 달라붙는 건 마리였지만, 다이아의 눈에는 그걸 받아주는 카난의 모습도 탐탁치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요시코상에게 한 소리 하기 전에, 카난상에게 한마디 해 둬야 겠네요. 다이아는 한숨을 쉬며 카난을 보며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을 바라보던 카난과 마리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응? 다이아? 무슨 일이야?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고.”

“Oh, 다이아, 설마 끼워 주지 않아서 삐진 거야?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옆에서 히죽히죽 거리는 마리를 본 순간 다이아는 더 열이 올랐다. 후, 그래요. 이건 카난상 잘못이 아니잖아요. 흥분하면 안 됩니다. 다이아는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카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카난상. 제가 카난상의 지난 영어 시험 성적을 봤는데요…솔직히, 좀 걱정이 돼서 말이에요. 유학 가실 계획이라 했죠? 그렇다면, 아무래도 영어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다이아는 걱정스러움을 가득 담아 말했다. 하지만 다이아의 생각과 달리, 카난은 영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음…하지만 난 다이빙을 배우는게 주 목적이니까. 굳이 영어에 열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외국에 간다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아는 게 좋지요.”

“에이, 다이아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야. 어차피 영어야 나중에 휘리릭, 하고 츠차찻! 혹성으로 회화를 배우면 되는 거라구?”


다이아는 어떻게든 침착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느닷없이 끼어든 마리의 말에 의해 그만 자신의 의견을 전면으로 부정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마리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카난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맞아. 지금 당장 영어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설령 영어를 못 해도 마음만 전해진다면 대화는 통할 테니까.”

“Oh, 카난! 멋진 말! 진심이 전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지yo!”


자신의 앞에서 펼쳐지는 두 바보의 만담에 결국 다이아는 남았던 인내심이 다 바닥나는 것을 느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영어 정도는 하셔야 한다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에이~ 그치만 난 다이빙 강사가 될 거니까 말야. 다이빙만 잘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유학을 가서 다이빙을 배우려면 영어를…!”


다이아는 목소리 높여 자신의 의견을 외쳤다. 하지만, 그 말은 또 다시 마리 딴죽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마리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다이아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맞아 맞아. 어차피 가서 몇 끼 굶다 보면 자동으로 언어는 배우게 되어 있다고yo? 다이아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그러다 폭삭 늙어도 난 몰라~.”

“맞아 다이아. 그렇게 얼굴을 계속 찡그리다간 주름 생긴다구?”


아, 안 그래도 신경 쓰고 있던 것을!!! 다이아는 빠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워낙 표정이 다채롭다 보니, 이래저래 표정을 찡그릴 일이 많은 터라 조금 신경 쓰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표정 변화에 가장 많이 일조하는 1위 2위가 저러고 있으니 더 복창이 터질 노릇이었다.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남은 인내심이 모두 바닥나고 말았다.


“으그그극…두 사람 다 늘상 그런 태도니까, 제가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아하하하, 다이아 화났다 화났어.”

“도망쳐! 화난 아줌마가 온다!”

“누가 아줌마인가요, 누가!”


다이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는 두 사람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운동계인 두 사람이다 보니, 아무리 분노한 다이아라도 잡아 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염없이 다시 부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부실 안에 들어오는 다이아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리고, 학교 수업 하루 이틀 정도는 빼먹을 수 있는 거지 뭐! 오히려 따지자면 저런 괴물 같은 다이아가 더 이상한 거라고!”

“…누가 괴물이라고요?”

“히, 히이이이익!!!!!!”


다이아의 목소리에 요시코는 눈에 띌 정도로 기겁하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물론 머리가 잘 돌아가는 다이아 답게 대충 상황은 파악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좀 전까지 카난과 마리를 향해 쏠려 있던 분노가 아직 남아 있던 터라, 요시코의 언행을 왠지 봐 주고 싶지 않았다. 부당한 분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아까부터 요시코에게도 한 소리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기에 다이아는 싸늘한 목소리로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시코상? 저번 수학 시험에서 간신히 낙제점을 면했다던데…그게 사실인가요?

“그, 그건…나, 나 같은 타천사에게 인간의 수학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응, 그래서 그런 거야!”


요시코상? 그걸 대답이라고 하는 건가요? 다이아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거기에 루비가 타천사 옷을 입고 타천 포즈를 취하던 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던 것이 오버랩 되면서, 다이아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더 분노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었잖아요!”

“그, 그건 그런데에…아니 그, 그보다! 왜 다이아가 내 시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예상대로 요시코는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야 요시코상이 똑바로 하지 않으면, 루비가 여러모로 걱정할 지도 모르니까요. 다이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요시코를 계속 다그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이아는 루비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다. 불안한 표정의 루비. 그걸 보자 다이아는 자신이 좀 전 상황에 맞물려 그만 조금 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확실히 루비 입장에서는 자기 친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이 별로 기분 좋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다이아는 자신의 경솔함을 탓했다. 그리고, 원래 요시코에게 전하려던 자신의 진심을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학생회장으로서, 아쿠아 멤버 전원의 성적을 체크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한다면 아무래도 좀 더 그 흠이 크게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니까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있지만, 반대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도 분명히 일부 계실 터, 그런 상황에서는 늘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그건 그렇지만…”


자신의 말에 요시코는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전해야 해요. 덕분에 침착해질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루비. 다이아는 루비를 향해 들리지 않는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요시코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다 요시코상은 그래도 하면 되는 아이니까요. 분명 그 전 시험에서는 결과가 좋았잖아요? 그러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만 해 줬으면 좋겠네요. 1등을 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알겠죠?”

“으, 응. 알았어, 다이아.”


다이아는 요시코가 순순히 수긍하는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역시 착한 아이네요. 루비와 동갑이라 그런 걸까요? 왠지 요시코상이 동생처럼 느껴지네요. 다이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요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요, 역시 요시코상은 착한 아이네요. 마치 이름처럼 말이죠.”

“내, 내 이름은 요시코가 아니고 요하네! 그리고 머리 쓰다듬지 마!”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요시코는 다이아의 손을 뿌리치거나 하지 않았다. 애 취급이 부끄러운 듯 살짝 볼을 붉히는 모습이 더 귀엽게 느껴져, 다이아는 계속해서 요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자신의 동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자신을 보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체.


-계속-




물알못물송합니다 다이루비는 개추야 2018.07.06 16:30:49
railgun ㄱㅊㄷㄹ - dc App 2018.07.07 01:28:34
지모아이 다이아느→다이아는,혹성으로→이거 속성인 듯. 39.118.*.* 2018.07.07 0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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