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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카나마리]New Winding Roadかな?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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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82177
  • 2018-07-01 15:02:07




이번엔 카나마리 솔로곡을 모티브로 써 본 이야기임

누가 사카나 가사로는 웃겨서 못 쓴다길래

사카나 무시하지 말라고ㅠㅠㅠㅠ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써 보긴 했는데...


조금 뭔가 약간 아쉽네;;

여튼 똥손 글 재밌게 봐 줘 ㅇ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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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다시 또 유학을 가게 되었어.”


마리는 찻잔을 손에 든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했다. 정말 마리 답게 말한 내용 중 대부분은 온갖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붙은, 흘려들어도 괜찮을 만한 흥겨운 말 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끝에 나온 말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돌아오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리는 자신을 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 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다이아가 먼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마리상, 결국 다시 외국으로…”

“뭐 그런 거지. 뭐 근데 다이아도, 여길 떠나 도쿄로 갈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그래도…외국은 또 확실히 체감이 다르죠. 저야 당장 기차만 타도 돌아올 수 있는 거리지만, 외국은 그럴 순 없잖아요?”

“글쎄? 내 생각엔 말야, 시즈오카 한구석에서 온 검은 생머리를 가진 와풍의 미인이 고풍스러운 아가씨 말투를 쓰며 ‘평안하신지요?’라고 인사하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 날 거라고 생각해. ‘으아악! 헤이안 시대 사람이다!’라면서 도망 갈 지도 모른다고yo? 차라리 외국인 유학생이 덜 생소하게 느껴 질 지도 모른다구?”


마리는 고양이 입 같은 모양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이아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발끈하며 마리의 말을 부정했다.


“그,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저라도 ‘평안하신지요?’라고 인사하지는 않는다구요!”

“어라? 와풍의 미인이라는 말은 부정 안 하네?”

“으그극…마리상!”

“아하하하하!”


마리는 부들거리는 다이아를 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렇게 다이아와 장난을 치고 있으니, 마음 한 구석에 짙게 자리잡은 불편함이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 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카난이 마리를 향해 물었다.


“언제…가는데?”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소와 같은 평범한 카난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왔던 마리의 귀에 그 목소리는 어딘가 힘이 빠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잔뜩 묻어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마리는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고 대답했다.


“아마…졸업식이 끝나고 한달 뒤쯤?”

“그렇구나…”


마리의 대답에 카난은 잠시 눈을 감은 채 마리의 말을 곱씹기라도 하듯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시 후, 카난은 다시 또 입을 열어 질문했다.


“그럼 언제 돌아와?”

“…그건 모르겠어. 이번엔…정말 본격적으로 집안 사업을 배우러 나가는 거니까. 훨씬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마리는 결국 어두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몰라.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카난은 이미 마리의 그런 태도에서, 뒤에 숨어있는 말이 어떤 것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작은 한숨을 내 쉬고, 카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오늘 하려고 했던 말은 다 한 거지? 그럼 난 그만 가볼게.”


그리고 채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카난은 빠른 걸음으로 이사장실을 빠져나갔다. 다이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멍하니 열린 문 만을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카난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카난상! 카난상! 기다려요!”

“…내버려 둬. 다이아.”

“네? 그렇지만…”


카난을 쫓아 달려가려던 다이아는 마리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마리를 돌아보았다. 마리는 그런 다이아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잘못한 건 나니까. 솔직히 한 대 정도라면 따귀를 맞아 줄 의향도 있었어.”

“잘못이…아니잖아요. 유학을 가는 게 어떻게 잘못이 될 수 있나요? 각자의 꿈을 위해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이아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단지 지금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뿐만은 아닐 것이다. 다이아 역시 마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든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가 버린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책임감이 강한 그녀는 지금 카난의 행동에서 마리와 비슷한 죄책감 역시 느끼고 있을 것이 뻔했으니까. 마리는 그런 다이아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맞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설령 그렇다고 해도 말야. 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마리상…”

“카난에게…한번은 몰라도 두 번은 참기 힘들었던 걸 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마리는 쓸쓸하게 웃었다. 다이아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마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다이아를 향해 마리는 여전히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이아. 카난을 따라 가 줘.”

“네? 그치만…”


다이아는 머뭇거리며 마리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다이아는 다정하네.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아를 향해 재차 권유했다.


“표정만 봐도 다 알아. 따라가고 싶지?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적어도 난, 말할 만큼의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더 쓸쓸하다는 건…다이아도 잘 알고 있잖아?”

“마리상…”


다이아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마리를 내려다보았다. 마리는 그저 미소 지은 채 그런 다이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다이아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마리를 향해 살짝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일단 가 볼게요, 마리상.”

“응, 그래. 힘 내, 다이아.”

“…마리상도요.”


다이아는 그렇게 말 하고는, 아쉬운 눈으로 잠시 마리를 바라보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마리는 미소 지은 채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이아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카난…다이아…”


그녀의 떨리는 손바닥 사이로, 반짝이는 눈물 한 가닥이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카난은 학교 언덕을 빠져 나와, 해안가 도로를 따라 걸었다. 그저 멍하니 목적지도, 아무 생각도 없이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생각을 하려 할 때마다, 자꾸만 마리의 말이 떠올랐기에 애써 머리를 비우려 했다.


‘다시 또 유학을 가게 되었어.’


카난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마리는 갈 수밖에 없어. 그 결정에 내가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거야. 이미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잖아? 카난은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린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사장실을 빠져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전혀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었으니까. 그 상태로 마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울어버릴 것 같았다. 울면서, 마리를 향해 가지 말라고 매달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매몰차게 두 사람을 남겨 두고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때 카난의 귀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난상! 거기 잠시 기다려요, 카난상!”

“…다이아?”


뒤로 돌아선 카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다이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 있으니, 곧 다이아가 달려와서는 자신의 앞에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헉…헉…카난상…진짜 빠르네요…그 새 이렇게 멀리 오다니…”

“그냥 좀 빨리 걸었을 뿐인데…다이아가 운동 부족인 거 아냐? 푸딩을 너무 먹어서 몸이 좀 무거워졌다든가?”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차피 요즘 제 푸딩은 루비가 다 먹어 버린다구요!”


카난의 말을 큰 소리로 반박한 다이아는 숨을 흡, 하고 크게 들이마시고, 카난을 향해 약간 진지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카난상, 왜 그러셨죠?”

“…미안해.”


카난은 다이아를 향해 순순히 사과했다. 자신의 좀 전 행동이 어른스럽지 못 했다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이아는 카난의 사과에 표정을 풀고는, 이내 약간 달래는 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카난상이 어떤 심정인지는 저도 잘 알아요. 저도 비슷한 심정이니까. 그렇지만, 저 말을 꺼내기 위해 마리상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카난상도 잘 알잖아요?”

“응. 맞아. 아는데…막상 직접 들으니 사람 마음이라는 게 영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


카난은 다이아를 향해 쓸쓸히 웃어 보였다. 그 미소에 다이아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카난을 지켜볼 뿐이었다. 카난은 잠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익숙한, 언제나의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지금은…카난은 그렇게 생각 하다 이내 다이아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하지? 2년 전에는 마리를 못 보내줘서 안달이었는데 말야. 지금 와서 이러는 것도 참 웃기다는 생각도 들어.”

“그땐…그랬지요. 하지만…그때랑은 좀 다르죠. 그때의 우리가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리상의 등을 떠민거라면…지금은 우리가 마리상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어버린 셈이니까요. 주체성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 그치만…그래도 ‘마리가 떠난다’는 사실 자체는 똑같은데 말야. 어쩌면 이건 그때 마리의 마음을 제대로 봐 주지 못하고 반 억지로 보내 버린 것에 대한 죄를…이제서야 치루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네.”

“…그럴 지도요…”


두 사람은 쓸쓸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엔 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카난은 다이아를 향해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리도 그렇고…다이아도 그렇고…다들 여길 떠나 버리네. 이게…어른이 되어 버린다는 걸까?”

“카난상…”


다이아는 그저 슬픈 표정으로 카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떠난다’는 것은, 결국 다이아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저 밀려오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다이아는 카난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그 뒤로 세 사람 사이에는 뭔가 말로 하기 힘든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마리와 카난 사이에는 특히 더. 카난은 아예 대놓고 마리를 피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저기 카난상? 이사장실에 같이 가서 차 좀 마시지 않겠어요?”

“아 미안, 나 좀 바빠서 말야. 그럼 이만.”


다이아는 급히 떠나가는 카난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벌써 이렇게 거절당한 것이 다섯 번을 넘어가고 있었다. 교실에서도 카난은 쉬는 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귀신같이 사라져 버리곤 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해도, 바쁜 일이 있다면서 쏜살같이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버렸다.


그리고 태도가 이상한 건 마리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억지로라도 카난에게 달려들어 열번은 더 달라붙었을 그녀가 영 얌전했다. 카난이 자신을 피하는 모습을 봐도 그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무덤덤하게 넘길 뿐이었다. 대체 두 사람, 왜 이러는 걸까요. 아니, 이유는 알지만, 그래도…다이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카난을 바라 보다, 몸을 돌려 이사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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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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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멍한 표정으로 이사장실에 앉아 있었다. 사실 요 이삼 일 동안 마음이 영 불편했다. 다이아에겐 애써 괜찮은 척 하긴 했지만, 마리 역시 카난이 자기를 명백히 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영 마음이 좋지 않네.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푸르디 푸른 누마즈의 하늘 위에는 태양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다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혼자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가슴 한 켠이 살짝 쓰라렸다. 마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카난은?”

“…바쁘데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마리는 애써 쾌활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이아는 그런 마리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쉬고는 이사장실 한 구석에 놓인 차 세트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리의 앞에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놓으며 다이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리상, 저한테 뭐 할 말없어요?”


다이아의 말에 마리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후룩, 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음, 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다이아를 향해 대답했다.


“Oh, 역시 다이아가 타 준 차는 맛있네.”

“고마워요…가 아니고! 지금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이아는 잠시 기쁜 표정을 짓다, 이내 흥분한 표정으로 마리를 향해 다그쳤다.


“카난상, 요즘 눈에 보일 정도로 마리상을 피하고 있잖아요. 오죽하면 어제 루비가 저에게 와서 ‘언니, 혹시 카난이랑 마리가 싸우기라도 한 거야?’라고 물어볼 정도였다구요.”

“그야 카난이 날 피하니까…”

“그건 말이 안 돼요. 평소의 마리상이라면 ‘oh, 카난~!’이라고 하면서 억지로라도 달려들어 카난을 여기로 끌고 왔을 거에요. 안 그런 가요?”


다이아는 안타까움과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마리를 향해 말했다. 마리는 다이아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하, 그거 내 성대모사야? 완전 똑같아!”

“…마리상.”


더 이상의 말장난은 듣지 않겠다는 듯, 다이아는 정말 단호한 표정으로 마리의 이름을 불렀다. 마리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이아에게 대답했다.


“카난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네?”


다이아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마리는 다이아를 향해 천천히,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들려 주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당장 달려가서 카난을 끌고 올 수도 있겠지. 솔직히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그리고 카난 역시 막상 내가 억지로라도 달라붙으려 하면, 결국 못 이기는 척 내버려 둘 거야. 별 일 없었다는 듯 애써 괜찮은 척 그렇게 날 대해 주겠지.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잖아?”

“그건…”


다이아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마리는 다이아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건 단지 억지로 상처를 덮는 것뿐이야. 상처 난 곳은 억지로 빨리 나으라고 한들 낫는 게 아니니까.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야. 시간이 흐르고, 스스로 낫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지금 내가 가서 카난의 마음을 들쑤셔 봐야 그건 지금 상처 난 곳의 아픔을 잊겠답시고 다른 멀쩡한 곳을 꼬집어 대는 것 밖에 되지 않아. 그러니까, 카난에게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라 생각해.”

“그건…그렇지만요…”


다이아는 마지못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다이아. 나도 사실은 다이아랑 비슷한 심정이야. 하지만 이렇게 라도 나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나도 더 버틸 자신이 없어. 이 상황을 견뎌낼 수 없을 거야. 마리는 속으로만, 다이아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 마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이아는 한숨을 쉬며 마리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왠지 그냥 안 좋은 예감이 들어요. 카난상…단순히 마음을 정리하는 것 치고는 뭔가 좀…”


다이아는 무척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래, 마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애써 속으로 삼켰다. 그 말을 했다가는, 다이아를 더 불안하게 만들 테니까. 이렇게 겉으로나마 괜찮은 척하는 것이, 지금 마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

.

.

집으로 돌아온 마리는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말 카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마리는 털썩 책상 위로 엎드렸다. 이래선, 안돼.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아까 다이아에게 잘난 듯 말 하긴 했지만, 마리는 자신의 말대로 마냥 기다리는 것 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결국 마리는 결단을 내렸다. 휴대폰을 들어, 카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통화음이 들리고 카난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카난?”

[…마리.]

“응…뭐 해? 저녁은 먹었어?”

[먹었지.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지금 우리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솔직히 말할게. 카난, 요새 날 피하고 있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이아도 무척 걱정하고 있어.”

[…마리가 지금 나한테 전화해서 그걸 묻는 이유는 뭐야? 다이아를 걱정시키기 싫어서야, 아니면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어느 쪽?]

“…둘 다야.”

[그래?]


두 사람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 이래선 안 돼. 그때도 이미 경험 했잖아.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좋지 않은 결과만 일어날 뿐이야.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숨을 들이쉬고는, 전화기 너머 카난에게도 자신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나와 줘. 할 말이 있으니까.”

[…알았어. 어디로 가면 돼?]

“장소는…”

.

.

.

마리는 밤 바다를 바라보며 카난이 오기를 기다렸다. 예전에 처음으로 카난을 만났던, 바로 그 분수 앞에서. 이 곳은 마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이자,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였다. 눈을 감으면 문득 스쳐가는 그때의 기억. 그땐 참…어렸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 버린 걸까. 그러지 않았다면, 헤어질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마음은 언제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마리는 쓸쓸한 표정으로 분수의 석상을 바라보았다.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왔어.”


마리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카난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마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리는 살짝 미소 지으며 카난을 향해 말했다.


“왠지 오랜만인 것 같네.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건. 사실 안 나와 줄줄 알았는데 말야.”

“뭐, 내가 워낙 바빴으니까. 사실 오늘 내가 나온 건, 나도 할 이야기가 있어서여서도 해.”

“그렇구나…”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 게 뭐야?”


카난은 팔짱을 끼며 마리를 향해 물었다. 카난의 그런 태도에 마리는 쓸쓸함이 밀려왔지만, 애써 참으며 카난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일단…미안해. 너무 갑작스럽게 또 유학이야기를 꺼내서 말야. 좀 더 차분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했어야, 아니 그 전에 두 사람과 상의부터 해야 했는데 말야.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아니야. 뭐, 솔직히 상의한 들 어쩔 수 없는 문제였잖아? 마리가 유학을 간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일이었어. 그저 조금 놀랐을 뿐이야.”


카난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마리는 더 안타까운 기분만 들었다. 아니야 카난. 차라리 솔직하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 줘. 정말 괜찮다면, 애초에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을 거야. 뭘 그런 걸 신경 쓰냐고 하며, 나한테 허그 하자고 했을 거잖아. 마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잠시 카난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준비해왔던 말 들을 꺼냈다.


“그 대신…그…나, 그래도 이 누마즈에 자주 돌아올 거야. 어차피 이 마을에 우리 호텔이 있기도 하니까, 사업 핑계를 대서라도 올 수 있어. 그렇게 자주, 라고는…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면 언제나 이 곳 누마즈로 꼭 카난을 만나러 올 거야. 약속할 게.”


사실 이것이 마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였다. 실제로 2년 전엔 엄연히 자신은 어린 학생이었다. 그래서 이동에도 제약이 많았고, 멋대로 이 곳 누마즈로 돌아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엄연히 성인이 되어 떠나는 거니까.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오갈 수 있다. 거기다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건 훨씬 더 시간적인 여유도 많으니까. 그때와는 분명 다를 거야. 그것이 마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마리는 단순히 이 정도로 카난의 마음이 다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아무리 자주 돌아온 들, 카난이 혼자 남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리는 어떻게든 카난의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분명 그것은 진심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리는 카난을 보러 올 생각이었으니까.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카난을 만나러 온다. 누마즈로 오면 카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생각을 하면, 유학간 곳에서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뒤 이어 나온 카난의 말에 마리의 다짐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뭐?”


마리는 놀란 눈으로 카난을 바라보았다. 카난, 그게 대체 무슨…? 마리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카난은 그런 마리를 향해 더 충격적인 말들을 꺼내 놓았다.


“사실 나도…떠날 거야. 누마즈.”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떠난다니? 대체 어디로?”

“해외로. 해외로 가서 다이빙에 대해 배우고, 강사 자격증도 취득할 거야.”


이어지는 카난의 말에 마리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문득 다이아와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불안감. 설마, 그 불안감은 이것 때문이었을까. 마리는 그저 눈만 깜빡이며 카난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리의 머리를 스치고 가는 한생각이 있었다. 잠깐, 그럼 설마…? 마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카난을 향해 물었다.


“…그럼 요새 바빴던 것도?”

“응. 그 일 때문에 좀. 여러가지로 알아볼 것도 있고,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그랬지. 아무래도 해외로 유학을 가는 거니까 여러가지로 준비할 것들이 많았어.”


카난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양, 그렇게 태연한 목소리로 마리를 향해 쏟아지는 카난의 말들. 하지만 마리는 그런 말들이 가시가 되어 자신의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힘겹게, 무거운 입술을 열어 천천히 카난을 향해 물었다.


“그게…카난의 결정이구나?”

“…응. 왜? 내가 이곳을 떠나는 게…싫어? 내가 마리한테 단 한마디 말도, 상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실망이야?”


카난의 말에 마리는 정말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어졌다. 응, 맞아. 정말 실망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지만 마리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아픔을, 분명 카난도 느꼈을 테니까. 그것도 두 번이나. 물론 카난이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전에 느꼈던 아픔을 마리에게도 그래도 되돌려 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에선 그런 원망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카난은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날 아프게 하려고, 날 울게 만들려고, 너도 똑같이 느껴 보라고. 너도 알잖아? 부정하지 마, 마리. 마리는 그렇게 마음 속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검은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마리는 세차게 고개를 저어 힘겹게 그런 생각들을 몰아내고, 카난을 향해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그렇지 않아. 적어도 난 내가 카난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 따위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그리고…그건 카난의 인생이니까, 카난 본인이 결정 해야지. 카난의 꿈과 미래에 대해 내가 뭐라 참견할 수는 없는 거야.”

“응…”


카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마리의 마음속에선 꿈틀, 하고 다시 검은 감정이 생겨났다. 뭐야. 진심이야? 최소한 ‘아냐, 그래도 마리의 의견도 중요해.’라고 겉치레로 말 해줄 수는 없는 거야? 정말 카난한테 나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마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 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잘 됐네! 다행이야, 그나마 나도 좀 죄책감을 덜 수 있겠어. 카난도 떠나는데, 나도 굳이 떠나는데 미련 둘 필요는 없게 됐잖아?”

“…진심이야?”


카난은 마리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리는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카난의 두 눈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리의 두 입은 제멋대로 움직이며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응. 진심이야. 축하해, 날 위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날 위한 일이 되어 버렸네. 아아, 정말 마음이 편해졌어. 고마워, 카난. 유학 떠나게 된 거 진심으로 축하해.”

“…그래. 고마워.”


카난은 그렇게 말하며 쓸쓸히 웃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라구. 내가정말 바라는건…이런 게 아니라…! 하지만 마리는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카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리는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

.

.

그 뒤로 또 며칠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전과 달리 두 사람이 서로를 대놓고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평범한 대화만이 오가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도 마리는 절대 카난에게서 일부러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왠지 지는 기분일 것 같았다. 그것이 알량한 자존심이라는 건 마리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이아는 이제 반쯤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이아가 실제로 몇 번 마리를 찾아와 다그친 적이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하지만 마리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제 딱히 서로 피하지는 않는다고. 그럼 된 거 아니냐고, 라는 식으로. 그런 마리의 말에 다이아는 뭔가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는


“…알았어요. 그게 두 분의 선택이라면 저도 더 이상은 말 하지 않을게요.”


라고 말 했다. 그리고 그 뒤로 정말 다이아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일절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안해, 다이아. 마리는 속으로 다이아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난에게 진심을 풀어놓을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카난의 얼굴을 볼 때마다 원망과 슬픔의 감정이 미친 듯 차 올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런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 자신이 어떤 심한 말을 할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피해 다닐 수만은 없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 날도 어찌 어찌 카난과 길게 대화하는 상황을 피해 간신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쿠아의 연습에서도, 카난과 짝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뜬금없이 요시코를 연습 상대로 정해서 요시코를 크게 당황시켰을 정도. 이제 슬슬 카난이나 다이아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리의 이상함을 눈치 채고 있었다. 이래선 정말 곤란해. 침대에 엎드린 채, 마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생각 나지 않았다. 결국 이건 온전히 자기 마음에 달린 문제였으니까. 결국 해결도 자신의 마음이 바뀌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때 마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카난] 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카난이? 전화를? 마리는 잠시 당황하며 진동하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냥 받지 말까? 아냐, 이럼 또 내가 괜히 도망치는 것 같잖아. 마리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마리. 아직 안 자고 있었네.]

“뭐 그렇지. 왜? 무슨 일이야?”


마리는 애써 마음의 동요를 감추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카난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게. 잠시 이야기가 좀 하고 싶은데. 나올 수 있어? 나 지금 그 분수에 있거든.]

“…지금?”

[응. 지금. 정 싫다면…그냥 돌아 가고.]


순간 마리는 그만 ‘응 그래, 그냥 돌아 가. 나 나가기 싫어.’ 라고 대답할 뻔했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까지 말할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언제까지나 피할 수도 없는 노릇. 카난이 할 말이 있다고 한 걸 보면, 분명 요즘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게 분명했다. 심한 말을 하게 되더라도, 대화를 나눠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리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전화기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야. 나갈 게. 조금만 기다려.”

.

.

.

마리는 분수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카난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마 이름을 부르고 싶지는 않아서, 마리는 일부러 발 소리를 크게 내며 저벅저벅 카난을 향해 다가갔다. 그 소리에 카난이 천천히 마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왔어?”

“응. 무슨 일이야? 무슨 할 말이 있길래 날 부른 거야? 난 할말 없는데.”


마리는 카난을 향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마리의 틱틱거리는 반응에도, 카난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대꾸했다.


“난 있어. 마리, 그냥 말 할게. 내가 유학 가기로 한 거에 대해, 많이 신경 쓰여?”


카난의 물음에 마리는 속으로 뜨끔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마리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해 둔 상태였다. 애써 무덤덤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니? 전에도 말 했잖아? 덕분에 오히려 죄책감을 덜었다고.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겠어?”

“그럼 어째서, 계속 나랑 대화하길 꺼리는 거야? 특히 저 일과 관련 해서 말야.”

“…그건…”


순간 마리는 당황해서 대답을 하지 못 하고 말을 흐렸다. 이런, 설마 저것까지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마리를 향해, 카난은 계속해서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정말 괜찮다면, 마리는 날 피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마리는 그 뒤로도 마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모른 척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피하고 있어. 어째서야? 솔직히 난, 유학이란 것에 대해서 물어 볼 것도 많으니까. 마리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리는 마음 속에서 또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럴 거면, 왜 진작 상의 해 주지 않은 건데? 누구 지금 놀리는 거야? 내 속마음이 어떤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런데도 그런 말이 나와? 마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카난을 향해 비꼬듯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물어? 아마 그건 카난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모르니까, 묻는 거잖아.”


마리의 날 선 태도에 카난도 약간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마리를 향해 재차 물었다. 하지만 화난 마리의 눈에는 이제 그것조차 카난이 일부러 능청을 떠는 것처럼 삐뚤어져 보이고 있었다. 결국 마리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또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카난을 향해 험담을 쏟아 냈다.


“모른다고? 그럼 유학 결정할 때 처럼 혼자 알아서 하지 그래? 카난은 그런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릴 정도로 똑똑하잖아?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도 혼자서 충분히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무슨 쓸모가 있겠어. 그럼 이만 난 갈게. 조심히 들어 가.”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정말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카난. 정말 이제 꼴도 보기 싫어. 밉다고. 정말, 내 마음을 모르는 거야? 마리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카난에 대한 원망을 쏟아 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팔목을 덥석 잡는 감촉을 느끼고, 그 자리에 멈춰 서야 했다. 고개를 돌리니, 카난이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리는 그런 카난을 있는 힘껏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놔.”

“싫어.”

“놓으라고.”

“싫다니까.”

“놓으라고 했잖아!”

“싫다고 말 했어! 난 오늘, 마리에게서 대답을 듣기 전 까진 절대로 이 손을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마리는 결국 큰 소리로 놓으라고 외쳤다. 하지만 카난도 그에 질 세라 크게 마주 소리질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잔뜩 화가 난 카난의 얼굴을 보며, 마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놓아주지 않는다고? 그렇게 날 신경 쓰고 있던 거였어? 그런데 왜 그랬어? 왜 날 피해다니고 혼자서 멋대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결국 이럴 거 면서, 이렇게 날 붙잡을 거 면서 대체 왜 그랬던 건데. 마리의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노라는 감정은 이제 점차 슬픔으로 바뀌고 있었다. 눈앞이 물기로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마리는 고개를 숙인 채 카난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싫었어.”

“응?”

“솔직히 말해, 싫었다구! 카난이 여길 떠나는 것, 이 누마즈를 떠나 먼 곳으로 가 버린다는 거, 정말 싫다구!”

“마리…”


마리는 결국 카난을 향해 그 동안 꾹 참고 담아왔던 자신의 진심을 쏟아 냈다. 이런 말 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 같아서, 자기만 생각 하는 것 같아서, 말 하지 못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만 넣어 두었던 생각들. 그런 것들이 결국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눈동자에 맺혔던 눈물은 어느새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걸 닦을 새도 없이 마리는 계속해서 감정을 토해 냈다.


“내가 유학 갔을 대 어떤 심정이었는 줄 알아?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는지 아냐고? 두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나는 거, 정말 나한테는 견딜 수 없는 일 이었어. 그런데 그 2년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돌아올 곳이 있었기 때문이야. 돌아가게 되면, 누마즈의 푸른 하늘 아래서 날 맞이해 줄 카난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익숙한 그 풍경으로, 그리웠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 믿음 하나로 이겨낸 거야. 언젠가 돌아 갈 거라고, 카난이 기다리는, 카난이 헤엄치고 있는 맑고 투명한 우치우라의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야!”

“마리…그건…”


카난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울며 말하는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는 잠시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슥슥 닦아내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알아. 말도 안되는 고집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에도, 유학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오직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언젠가 이 누마즈로 다시 돌아왔을 때, 미소 지으며 날 맞이해주는 카난이 있을 거라 생각 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그런데…카난은…유학을 간다고…이제 정말 누마즈에 돌아와도 카난을 만날 수 없으면…그런 기대조차 없으면 난…”


결국 말을 끝맺지 못 하고, 마리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펑펑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내 보이고 나자, 주체 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리의 몸을 지배했다. 대체 어떻게 참아 왔나 싶을 정도였다. 그때 카난이 조용히 다가와, 우는 마리를 꼭 껴안아주었다. 간만에 느끼는 카난의 감촉. 그리워했던 그 따뜻함과 다정함에, 마리는 조금씩 눈물이 잦아들었다. 마리를 살짝 토닥이며, 카난은 작은 목소리로 마리를 향해 말했다.


“결국 서로, 너무 서로를 생각한 탓에 이렇게 되 버린 거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내가 유학이란 결정을 내린 건, 마리 때문이었거든.”


마리는 우는 와중에도, 젖은 눈을 들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카난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카난은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마리를 향해 천천히 자신의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알았어. 우릴 놔 두고 유학 간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마리가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솔직히 마리가 다시 유학 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정말 화가 나긴 했었어. 마리가 또 우리를 버리고 가는 구나, 하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어. 남겨져 있던 우리들만큼이나, 마리 역시 그 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해 했을지 말야. 그걸 생각해보니 더 안타까워 졌어. 이번에도 마리가 어떤 마음으로 유학 간다는 결정을 내렸을 지, 그게 더 신경 쓰였어.


그러다 문득 생각나더라구. 나만 멈춰 있는 거 아닐까. 다들 그런 괴로움도 참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눈물을 참으며 나아가는데, 나 혼자 여기서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 하고 말야. 그래서 결정한 거야. 나도 유학을 가자. 멈춰 서지 말고 나가가자, 라고. 그렇게 나도 결단을 내리면…마리가 어떤 심정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어. 응,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거야. 그런데 그게…마리를 슬프게 할 줄은 몰랐네…”


카난은 그렇게 말하고는, 쓸쓸함과 미안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마리의 눈을 보았다. 마리는 카난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구나. 카난도, 나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했구나. 내가 카난을 생각 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정말 많이 날 생각 해 줬구나. 그런데 난 그것도 모르고…마리는 죄책감이 몰려와, 카난의 눈을 제대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때 카난이 마리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마리.”

“…응?”

“나는 사실 물고기 야.”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물고기? 마리는 너무 뜬금 없는 카난의 말에 울던 것도 잊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카난을 향해 반문했다.


“Wha, What? 물고기? Fish?”

“응. 헤엄을 잘 치니까, 물고기라고 하지 뭐.”

“그게 뭐야…”


마리는 이제 놀람을 넘어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엉뚱한 면이 있다는 건 진작부터 알았지만, 지금 왜 갑자기 자기가 물고기라는 소리를 꺼내는 거야? 마리는 약간 어이없음을 담아 카난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 마리의 생각을 눈치 챈 건지, 카난은 약간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마리에게 대답했다.


“뭐 어쨌든 말야, 나는 물고기니까, 마리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마리를 만나러 갈 거야. 저 바다는…어디로든지 이어져 있잖아? 그럼 그 사이 바다를 헤엄쳐서, 그곳이 어디라도, 아주 먼 곳일지라도…열심히 헤엄쳐서 마리를 보러 갈 거야. 그리고 그렇게 도착해서, 마리를 허그 해 주러 갈 거야. 외로워하지 않게, 따뜻하게 꼬옥 안아 줄 거야. 꼭 그럴 거야. 약속해.”

“카난…”


뭐야…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이래서야 놀릴 수도 없잖아.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난을 바라보았다. 왠지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마리는 애써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아야 했다. 사실 카난의 저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자신도 카난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리는 울음으로 잠긴 목을 잠시 가다듬고, 카난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지, 카난. 사실 나 예전에…바다에서 헤엄치다 나오는 카난을 보고 셀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셀키? 그게 뭐야?”

“음 그게…셀키는 유럽에 전해지는 요정 중 하나야. 굳이 따지자면, 인어랑 좀 비슷한 그런 존재.이야기에 따르면, 셀키는 평소에는 바다표범의 모습으로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대. 하지만 가죽옷을 벗으면,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육지로 올라온다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난 항상 카난을 생각 했어. 자유롭게 바닷속을 헤엄치다가,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육지로 올라오는 모습이 정말 카난과 똑같다고 생각했거든.”

“아하하…고마운 감상이긴 한데…왠지 좀 부끄러운 걸?”


카난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뒤통수를 긁었다. 나 참, 자기가 물고기라고 했던 사람이 이게 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마리는 잠시 부끄러워하는 카난을 바라 보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부터 하는 말이, 정말 중요한 말이었다. 카난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던, 자신의 모든 솔직한 미안함의 감정이 담긴 말들.


“그런데 그거 알아? 셀키는 그 가죽을 빼앗기면 다시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대. 하지만 난…그래, 카난에게서 가죽옷을 빼앗으려 했던 거야. 내가 정말 좋아한 건 그 어떤 것에도 묶이지 않고,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런 카난의 모습이었는데. 그걸 잊고 그냥 육지에만 남아 있길 바란 거야. 그러면 카난이 행복할 리 없는데. 바다로 가지 못 해 슬퍼하는 카난을 보고 나 역시 행복할 리가 없는데. 그런 건 정말…집착일 뿐인데. 그리고 그런 집착의 끝은 언제나 좋지 않다는 것도 잘 아는데 말야. 왜 나는 그걸 잊어버리고 있던 걸까…”


마리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그래, 난 정말 카난을 좋아한다면서, 내 이기적인 생각으로만 카난이 행동해 주길 바랬어. 그게 무슨 좋아하는 거야. 그건 단지 욕심이나 집착에 불과하잖아. 그런 주제에 내가 카난을 좋아한다고? 카난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완전 자격 미달이잖아. 최악이잖아. 마리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차마 카난을 마주 보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때, 마리는 아주 다정하고 따뜻한, 나지막한 카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솔직히 엄청 이기적인 생각이었는데? 난 내 맘대로 내 꿈을 이루러 먼 곳으로 떠나고, 카난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곳에 있어 주길 바란, 그런 완전 제멋대로의 욕심이었는데?”

“응. 그래도 괜찮아.”

“어째서…?”


마리의 물음에 카난은 빙그레 웃으며 한 손으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과 목소리로, 마리를 향해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런 이기적인 것도, 욕심쟁이인 것도, 가끔 떼쟁이가 되는 것도 다 마리의 매력이니까. 난 마리의 그런 면까지 다 좋아하는 거니까. 상관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리는 다시 눈가가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흐려진 눈으로, 마리는 카난을 향해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진짜, 진짜 바보네.”

“그러게 말야. 이렇게 바보여서야 유학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카난의 말에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그만 웃음이 터져 서로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두 사람은 다시 다정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밤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하늘 위에는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카난이 침묵을 깨고 마리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 마리.”

“응?”

“언젠가 모두 이 곳을 떠날 거지만, 사실 그렇게 서로 각자의 길을 걸어 멀리 가더라도…나는 언젠가 이 바다에서, 다시 마리와 만나 놀 거라는 희망만 잔뜩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카난은 거기까지 말 하고, 다시 마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일도 이 바다에서 놀자. 아주 즐겁게.”


그 말에 마리는 잠시 놀란 눈으로 카난을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꼭 그러자.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전혀 모르는, 새로운 장소로 걸어 가더라도…언젠가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 그 날까지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설령 멀리 떨어지더라도, 그 마음만 있다면 외로움도, 쓸쓸함도 다 견딜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두 사람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한 번 더 꿈꿔볼, 눈부신 빛을 다시 찾으러 갈 그날을 위해.




좀 더 가벼워져라 몸도 머리도 지금 세상에서 해방돼

저기 나는 누구야?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앞을 향해서 새로운 장소로 걸어 나가는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힘을 빼고 떠올려 바라보는

익숙한 언제나의 하늘이 아름다워!

마음은 언제라도 그 시절의 하늘빛을 잊지 않아

아름다웠던 거리의 풍경은 멀리 떨어져서 또렷하게 돼


아아 이대로 푸른 물속에 녹아버려

파도가 노래하듯이 밀려오고 밀려가

눈을 감아도 눈부셔서 고민도 사라져가

눈을 감으면 문득 스쳐가는 노래가 있어

마음은 언제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속삭였어


자유로운 미래를 헤엄쳐 가자

앞을 향해서 새로운 장소로 걸어가

변덕스러운 꿈 흔들리고 흔들려 잡히지 않아? 쫓아가자!

좋아하지만 멈출 수 없어 각자의 장소를 찾아야 해


자유로운 미래는 헤엄치기 쉬워

희망 말고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어 이 바다에서 내일도 놀자

언젠가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 날까지 혼자서 걸어 나가면

한 번 더 꿈꿔보자 눈부신 빛을 찾으러 가자


-완-



ㅎㅅㄷ 퍄퍄 결국 완성했네 2018.07.01 15:02:35
ㅇㅇ 개추 오랜만에 재밌게 읽음 2018.07.01 15:07:36
이나미안쥬 이 물붕이는 좋은 물붕이다 2018.07.01 15:35:07
이나미안쥬 요시코 가사로도 가능? 2018.07.01 15:35:12
ellin ㄴ할 순 있는데 한명 더 필요함 2018.07.01 15:40:13
AsTimeGoesBy 2018.07.01 16:17:38
세레브 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본건이게 처음이다 진짜 2018.07.01 16:51:59
Arisya ㅋㅋㅋㅋㅋㅋㅋ 선리플 후댓글 - dc App 2018.07.01 16:53:54
trixie 와 선생님은 물갤의 보배인데스ㅠㅠㅠㅠ 2018.07.01 17:38:43
요시마루퍄퍄 2018.07.01 18:02:55
두리번거리기 2018.07.01 18:33:19
지모아이 저 일과→저번 일과인 듯,갔을 대→갔을 때. 39.118.*.* 2018.07.01 22:54:23
치나미니 2018.07.03 00:58:0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1900198 일반 샤 울음 po뉴비wer 2018-07-08 0
1900197 일반 머릿속에 선샤인밖에없는새끼들ㅠㅠㅠㅠㅠㅠ Flower 2018-07-08 0
1900196 일반 목돔 최고다ㅏㅏ아ㅏㅏ아아 jefuty 2018-07-08 0
1900195 일반 아 ㅅㅂ 목돔갔어야했다 뉴뀨 2018-07-08 0
1900194 일반 진짜 레인보우 성공 실화냐??? 기랑즈라 2018-07-08 0
1900193 일반 레인보우성공했다고 ㅅㅂ?? 집가고싶다 2018-07-08 0
1900192 일반 목돔 설마 ㅍ촬영분 있냐? 2 ChiKaDaYo 2018-07-08 0
1900191 일반 시작 바로전에 애들 눈치보면서 블레이드 다집어넣더라 AsTimeGoesBy 2018-07-08 0
1900190 일반 동머 존나 큰그림 그린거일수도있어 HaNaYo 2018-07-08 0
1900189 일반 야 F 열이야 됐어??? 일어나요허넠카쨩 2018-07-08 0
1900188 일반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다 씨발아저씨 2018-07-08 0
1900187 일반 최고다 목동 얘들아 정식세트 2018-07-08 0
1900186 일반 목돔ㅋㅋㅋ미쳤다 빵쟁이 2018-07-08 0
1900185 일반 야 ㅅㅂ 니네 짱이다 기랑즈라 2018-07-08 0
1900184 일반 목동 미쳤냐ㅋㅋㅋㅋㅋㅋ ㅇㅇ 2018-07-08 0
1900183 일반 목동 레인보우 야리노코에서 뽕차서 까먹음 베시미르 2018-07-08 0
1900182 일반 목돔이 목돔했다 물정 2018-07-08 0
1900181 일반 쉬발 나도 보고싶어 밤하늘버스터즈 2018-07-08 0
1900180 일반 오늘부터 동대문은 거른다 이십세기리틀데몬 2018-07-08 0
1900179 일반 시발 합창 울머ㅗㄴ서 따라하다 빵팜 2018-07-08 0
1900178 일반 목돔은 레인보우 ChiKaDaYo 2018-07-08 0
1900177 일반 씨이발 레인보우 성공 진짜냐???? 집가고싶다 2018-07-08 0
1900176 일반 더블가오아헤피스 = 트짹 믹스충 ㅇㅇ 1.226 2018-07-08 0
1900175 일반 이 씨발놈들아 너네 쫌 멋졌다? ㅇㅇ 2018-07-08 0
1900174 일반 미친놈들 목동 진짜 최고다 귤자후 2018-07-08 0
1900173 일반 목동 대성공 레이오네 2018-07-08 0
1900172 일반 목돔 레인보우 성공 요하리리는공식 2018-07-08 0
1900171 일반 아니 씨발 이걸 어떻게 성공하냐 AsTimeGoesBy 2018-07-08 0
1900170 일반 씨발 이걸 공식이 봣어야됬는데 Tailwind(s) 2018-07-08 0
1900169 일반 씨발 너네 목돔은 안쨩 솔로부분에 레인보우였지?? ChiKaDaYo 2018-07-08 1
1900168 일반 목돔 너네 진짜 대박이다 공가 2018-07-08 0
1900167 일반 성공이냐? 삶의희망「노조에리」 2018-07-08 0
1900166 일반 킹동 성공 ㅋㅋㅋ 레인버우 ㅋㅋㅋㅋ citelg 2018-07-08 0
1900165 일반 목돔 성공 ㅋㅋㅋㅋㅋ 핀펫 2018-07-08 0
1900164 일반 됐냐? 뙜냐??? 씨발 b라서 몰라 유플에 2018-07-08 0
1900163 일반 목동 너넨 정말 최고야 ㅜㅜㅜㅜ 지모아이아이 2018-07-08 0
1900162 일반 성공 ㄱㄴㅍㄱㅅㄷ 2018-07-08 0
1900161 일반 목돔 레인보우ㅠ성공 ㅋㅋㅋㅋㅋㅋ sia06 2018-07-08 0
1900160 일반 목돔 미친새끼들아 이걸 진짜해?? AsTimeGoesBy 2018-07-08 0
1900159 일반 레인보우 미쳤는데 Ha_Sugu 2018-07-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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