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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번역) Bullet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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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쓴모든화이트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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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6 13:53:11

원본 pixiv: https://www.pixiv.net/series.php?id=746511


1. 2016년 9월에 1화가 올라온 작품으로 지금이랑 설정이 다를 수 있음.

2. 전 16화 초장편

3. 작품 특성상 사망 묘사 나옴

4. 오, 의역 있을 수 있음 지적 대환영

5. 여름 휴가철 전에 완결하고 싶다.





"카난? 뭐해, 멍하니."


눈 앞에 마리가 있다.
다시, 돌아왔다.
이걸로 몇 번째지?
나는 몇 번이나 마리를 죽게한 거야?
나는 몇 번이나...... 마리를 죽인 거야?
휴우, 하고 목이 울렸다.


"......카난?"


어째서, 잘 안 되는 걸까.
어째서, 마리를 구할 수 없는 걸까.
어쩔 도리도 없이 죽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언제쯤이면, 마리를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휴우휴우하고 목이 울린다.
호흡이 얕고 빨라진다.
분명히, 같이 있었는데.
승용차가 오는 타이밍도 기억해버릴 정도로 반복했는데.
그런데 왜 나는 마리를 구하지 못하고 반대로 마리에게 구해진 것일까.
뭐가 잘못된 거야.
뭘 잘못한 거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목이, 목이, 휴우휴우하고 울린다.


"아...앗, 하......!"
"카난!?"


숨쉬기 괴롭다.
마셔도 마셔도 괴롭다.
이명이 들린다.
숨쉬기가 괴로워서 가슴을 부여잡고 웅크린다.
휴우휴우하고 울리는 자신의 목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들린다.
뭐야, 이게.
이런 거, 지금까지 반복했던 거에는 없었던 일인데.
괴롭다.
괴롭다.
눈이 흐려진다.
소리가 멀어져간다.
주위에서 여러 소리가 들리는데 누구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호흡소리만 귀에 들린다.
점점 답답함이 심해져서 발 밑에서 한기가 기어올라온다.
......나, 죽는 거야?
마리를 구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곳에서, 끝나는 거야?
절망적인 예감에 다시금 호흡이 흐트러지고 더더욱 괴로워진다.
그 때였다.


"카난 선배 들려!? 숨을 내쉬어!"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숨을 내쉬라고?
어떻게?
답답함과 혼란으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내 등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그 손이 조금은 난폭하지만 부드럽게 등을 문지른다.
조금이지만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가까이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조금 억누른 듯한 상태로 들려온다.


"나한테 맞춰. 천천히 내쉬고, 그래, 천천히. 조금 마쉬고, 내쉬고...... 그래, 좋아, 그대로."
"아, 커......억하...하악......!"
"하아ㅡ, 후우, 하아ㅡ, 좋아, 나한테 맞춰서. 하아ㅡ, 후우, 하아ㅡ, 후우, 하아ㅡ"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떻게든 맞춰서 숨을 내쉰다.
잠시간 그렇게 목소리에 맞춰 숨을 내쉬고 있으니 조금씩이지만 답답함이 사라진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소리가 돌아온 것을 느끼고 얼굴을 드니 내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는 요시코 쨩이 있었다.
아아, 이 목소리는 요시코 쨩이었던 것인가, 하고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내 호흡이 안정된 것을 안 요시코 쨩은 조금 안심한 듯한 얼굴을 했다.


"다행이다... 진정됐구나."
"요하네, 방금 그건...? 카난은 이제 괜찮은 거야?"


마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에 다시금 호흡이 흐트러질 뻔한 것을 겨우 버티고 있으니 요시코 쨩이 내 등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방금 말했잖아. 과호흡이야."
"과호, 흡......?"
"그래. 호흡이 흐트러지고 괴로워져서 숨을 마시는 것밖에 의식하지 못하고 한층 괴로워지는 발작같은 거야. 카난 선배,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요시코 쨩이 걱정스레 물어오는 것에 고개를 저어 대답한다.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증상같은 거 겪어본 적도 없다.
그러자 요시코 쨩은 조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마리 쪽으로 향했다.


"일단은 진정된 거 같으니까 이제 괜찮을 거야. 하지만, 이후의 연습은 그만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건 찬성이지만......Why?"
"나도 옛날에 저런 적이 있었는데, 오래달리기를 한 직후에 그랬어. 오래달리기하면 꽤 쌕쌕거리잖아? 그게 원인이었던 모양이야."
"그렇구나... 연습을 계속하면 또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거네."
"응. 한번 그러면 또 그러기도 쉽고."
"그렇다면 오늘은 이 정도로 그만하도록 할까요. 치카 양, 그래도 괜찮지요?"
"물론이야! 카난 쨩, 오늘은 푹 쉬어야 돼?"


다이아의 제안에 치카가 수긍하는 말을 했다.
그것에 대답하지도 못한 채 멍하니 있으니 모두가 제각각 나한테 말을 걸며 옥상 뒤로 간다.
지금까지의 흐름과 다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이 타이밍에 연습을 끝마치다니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이것이, 이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그런 초조함을 안은 채 나는 마리와 다이아에게 부축받으며 옥상을 뒤로 했다.




부실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은 뒤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요시코 쨩에게 팔을 잡혔다.
놀라서 요시코 쨩을 되돌아 보니, 요시코 쨩은 정말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하면서 결심한 듯 숨을 내쉬고 언제나의 포즈로 낮은 목소리를 냈다.


"지금부터 이 타천사 요하네랑 잠깐 어울려줘야겠어."
"......에?"
"후후, 당황하고 있구나, 리틀 데몬. 나쁜 짓은 하지 않아. 잠시 의식에 어울려달라고 하는 것 뿐이야."
"요시코 쨩, 카난 쨩은 몸이 안 좋으니까 빨리 돌려보내는 편이 좋아유."
"요시코가 아니고 요하네! 시끄럽다고, 즈라마루! 보건실에 데려가는 거 뿐이니까 괜찮잖아!"


마루의 말을 받아 카랑카랑 말하는 요시코 쨩을 멀뚱멀뚱 보고 있으니 마루는 뭐라 말하며 빙글빙글 웃었다.


"카난 쨩을 걱정하는 거네유. 요시코 쨩은 역시 착하다니까유."
"아ㅡ 진짜 그런 거 아니라고! 자, 됐으니까 가자고!"


마루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화낸 후, 요시코 쨩이 내 팔을 잡아끈다.
이유도 모르는 채 그것에 끌려 나는 보건실로 끌려들어갔다.
요시코 쨩은 날 보건실에 집어넣은 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열쇠를 잠갔다.
그 행동의 의미를 몰라서 벙쪄있는 새에 요시코 쨩이 내 쪽을 향했다.


"이걸로, 이 타천사 요하네랑 당신, 둘 뿐이야. 리틀 데몬."
"그, 렇긴, 한데...... 뭐하는 거야, 갑자기."


벙찐 채로 그렇게 묻자 요시코 쨩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고 나를 가리켰다.


"자, 전부 말해줘야겠어, 리틀 데몬. 이 타천사 요하네는 전지전능, 모든 걸 꿰뚫어볼 수 있으니까."


요시코 쨩의 텐션에 따라갈 기력도 없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예상 외의 일만 일어나니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이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어떻게 하면 마리를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요시코 쨩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분위기가 바뀌어버린 것에 당황하던 차에 요시코 쨩은 나를 바라보며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카난 선배, 당신 지금, '몇 번째의 오늘'이야?"



무심코 숨을 삼켰다.
마지막 부분만 들으면 의미불명의 질문.
하지만, 나는 요시코 쨩이 무엇을 묻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이해해, 버렸다.
그것에 당황해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뭔가 알았다는 듯 요시코 쨩은 납득한 것처럼 끄덕였다.


"역시나, 카난 선배도 '그렇'구나..."
"무, 슨, 이야기..."
"...알고 있지? 카난 선배, 내가 말하는 거, 틀림없이 알고 있잖아."


확신에 찬 어조로 요시코 쨩이 그렇게 말하는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으니 요시코 쨩은 내 눈치를 엿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상한 꿈을 꿨어. 같은 날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는 꿈. 꿈 속에서 꿈을 보는 듯한 느낌. 언제나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꿈. 그런데, 반복되는 꿈 속에서, 카난 선배만 달랐어... 카난 선배만, 상태가 변했어."


하나하나 확인하는 듯이 요시코 쨩은 말을 이어갔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언제나 오늘부터 내일까지의 일이 반복되지. 아무런 특색도 없는 평범한 날을 그저 반복할 뿐이야. 그런데 카난 선배만 점점 변해갔어. ......눈이 점점 어둡게 가라앉았어. 그래서, 생각한 거야. 이건 꿈이 아니라 정말로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꿈이라고밖에 인식하지 못하지만...... 카난 선배는, 정말로 현실 속에서 오늘과 내일을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나 갑자기 카난 선배의 눈이 어두워지는 거 설명이 안 되잖아."


그렇지? 하고 요시코 쨩이 말했다.
확신을 담은 어조로.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 할 수 없다.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난 후, 요시코 쨩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있잖아, 모르겠는 게 있어. 내가 본 오늘과 내일은 딱히 아무 것도 아닌 날들이었어. 그런데, 어째서 카난 선배는 그렇게 되어버렸을까... 몇 킬로를 뛰어도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는 카난 선배가, 연습하는 것만으로 과호흡 증상이 올 리가 없어. 원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어. 가르쳐 줘, 카난 선배. 뭐가 카난 선배를 그렇게 몰아붙인 거야? ...... 내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요시코 쨩은 나에게 다가와 내 교복 자락을 꼬옥하고 양손으로 잡았다.
그 손이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힘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요시코 쨩은 꾹 눈을 감고 괴로운 듯 말을 쏟아냈다.


"나는, 의지가 안 돼...?"


그 말이 심하게 가슴을 흔들었다.
가슴을 흔들고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억누르고 있었던 마음이 얼굴에 나왔다.
나약한 소리를 할 수 없다고 무시하던 마음이, 흘러넘쳤다.
분하다.
슬프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이젠 싫다.
이제 이런 괴로운 생각,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 이제 싫은데.
그런데,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마리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데, 구할 수 없다.
같은 일을 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 반복하지만 구할 수 없다.
오늘과 내일에 사로잡힌 채로.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
누가 좀.
누가 좀.
누가, 누가, 응? 누가 좀.....




"...구해줘......"




넘쳐흐른 말을 심하게 쉬고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쏟아낸, 있는 힘을 다한 SOS.
그것을 입에 낸 순간 탁하고 어깨를 잡혔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요시코 쨩을 보니 요시코 쨩이 울상인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구해주는 게 당연하잖아!"


외치듯이, 그렇게 말했다.




"뭐야, 그게...... 너무 심하잖아......"


요시코 쨩이 묻는대로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 말했다.
내일, 마리가 죽는 것.
그것을 피하기 위해 몇 번이나 과거로 돌아간 것.
하지만 몇 번이고 과거로 돌아가도, 몇 번을 다시 해도, 마리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말했다.
요시코 쨩은 계속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내 말이 끝나자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를 싸맸다.
그 모습을 보고 면목이 없어진다.
말하지 말아야 했던 걸까.
역시 나 혼자 어떻게든 해야만 했던 걸까.
이런, 후배를 말려들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 했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요시코 쨩이 불쑥 고개를 들고 걱정스러운 눈치로 내 쪽을 보았다.


"그런 걸 지금까지 잘도 견뎌왔구나... 나는 절대로 무리야. 도중에 마음이 꺾일 거야."
"결국, 이렇게 요시코 쨩한테 약한 소리 해버렸지만 말이야..."
"요시코가 아니라 요하네!, 이런 건 일단 제쳐두고...  약한 소리도 하지 않고 그런 거 계속하면 진짜로 부서져버릴 거야."
"그럴, 까."
"그러니까... 약한 소리 해줘서 안심했어. 이런 중대한 사건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의지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의지해. 적어도 옆에 있는 것 정도는 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불안해 보였지만 억지로 요시코 쨩은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구원받은 느낌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알고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만큼 요시코 쨩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을 짊어지게 만들었지만.
그건 정말로 면목이 없다.
하지만 이제, 혼자로는 한계였다.


"어찌 됐든 간에 마리가 죽지 않게 해야만 하는 거구나."
"그래... 그걸 위해서 과거로 돌아왔으니까."
"...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몇 번을 반복했는지는 묻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마리가 차에 치이는 건 바꿀 수 없었다고?"
"...응. 약간의 흐름은 바뀌는데, 그것만은 바꾸지 못했어."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마리의 죽음에 몸이 떨린다.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니 요시코 쨩이 당황해서 등을 문지른다.
흐트러질 것만 같은 호흡을 억누르고 등을 만지는 감촉에 집중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요시코 쨩이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왜 그래?"
"아, 아냐, 미안, 생각난 게 있어서......, 확인해봐도 돼?"
"물론. 뭔가 생각해낸 거지?"
"좋은 방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리가 치이는 타이밍은 항상 똑같다고 했지? 그러니까, 시간은 정해져 있다는 거지?"
"응. ...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했지만 항상 같은 시간이었어."
"예를 드는, 건데 말이야... 그 시간까지 어디 다른 곳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부실이나, 여기 보건실도 괜찮고. 그도 그럴게, 역시 여기까지 차가 돌진할 수는 없을 거잖아? 학교 부지 안이고, 내빈용 주차장이랑도 떨어져 있고."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확실히, 요시코 쨩이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승용차가 돌진해 오는 타이밍을 알고 있으니 그 장소에서만 해결하려고 했으니 생각 못한 것이지만.
애초에, 자동차가 올 수 없는 장소에 있으면 차를 피하는 것은 안 해도 된다.
그 시간이 지날 때까지, 어디 다른 곳에 숨어있는다면.


"어, 째서... 지금까지, 생각도 못한 걸까..."
"아니, 카난 선배의 지금 정신 상태라면 어쩔 수 없지... 나라면 애저녁에 머리가 이상해졌을걸?"


그렇게 말하며 등을 문지르는 요시코 쨩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요시코 쨩의 생각을 반추한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생각하면, 마리를 어딘가에 머물게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내일은 분명히 열이 날 것이고, 마리와 거래하며 학교로 가서 보건실에서 자는 것까지는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
그리고, 마리가 돌아가자고 말하면 속이 안좋다고 말해 잠시간 보건실에 눌러 앉히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낙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적어도 자동차에 치이지는 않을 것이다.


"시험해 볼 가치... 있을지도."
"저, 정말?"
"응... 고마워, 요시코 쨩."
"그러니까 요시코가 아니고... 아ㅡ 이제 됐어. 지금만은 용서해줄게.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 거야?"
"헤?"
"뭘 멍청히 있는 거야... 말했잖아, 의지하라고. 내일, 나는 뭘 하면 카난 선배한테 도움이 되는데?"


요시코 쨩이 이 쪽으로 몸을 가까이하며 물어온다.
내일도 협력해줄 것 같다.
정말 착한 애라고 생각하며, 고민한다.
요시코 쨩의 협력은 정말로 정말로 고맙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말려들게하는 건 미안했고, 만약, 만에 하나라도 요시코 쨩까지 무슨 일을 당한다면 정말로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것만은 싫었다.
분명 사실은 보건실에 같이 있어달라고 하는 편이 마리를 구하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요시코 쨩이... 하는 일은 정말로 싫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드니, 결심이 굳었다.


"요시코 쨩은... 요시코 쨩은, 반드시 무사해야 돼."
"하...?"
"이 이상, 누군가가 상처입는 거, 보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부탁해. 요시코 쨩은, 반드시 무사했으면 해..."
"카난 선배..."


요시코 쨩은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난 듯한, 슬픈 듯한,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
하지만 결국엔 울상이 되어 그걸 떨쳐버리듯 고개를 흔든다.
습관적인 포즈를 취하며 요시코 쨩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타천사 요하네에게 무사하라니, 꽤나 얕보인 모양이구나. 내가 운명 따위한테 농락당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뭐, 이번에는 그 불경함, 못 본 척 해줄게."


그리고, 조금 눈물이 맺힌 채로 언제나의 요시코 쨩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카난 선배도, 무사해야 해."




보건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언제나처럼 소나기에 젖은 채로 돌아와, 언제나처럼 열이 나고, 언제나처럼 마리와 거래해서 보건실에 왔다.
어제 요시코 쨩의 개입에 의해 어쩌면 전개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정말로 지금까지대로의 전개였다.
그 사실에 안심하면서도 불안해진다.
또, 구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하고.
또, 실패해버리는 건 아닐까하고.
그런 불안이 소용돌이친다.
그것을 어떻게든 뿌리치며 조금 있으면 찾아올 마리를 기다린다.
약간 잔 덕분에 컨디션은 조금 괜찮아져 있었다.
만전의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평범하게는 움직일 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이번에야 말로.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난, 일어나 있었구나."


침대 커튼을 당기며 마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슬쩍 시계를 확인한다.
언제나처럼, 15시 약간 지난 시간.
여기까지는, 똑같다.


"응, 눈이 떠졌어."
"그래. ... 열은 조금 내린 것 같네."
"...계속 잤으니까."
"그럼, 다행이네. ...돌아가자. 비가 내려서 연습은 중지야."


그 말도 언제나처럼이다.
내 이마에서 손을 뗀 마리는 언제나처럼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다리를 내리고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마리의 죽음이 뇌리에 떠올라 몸이 떨려온다.
무심코 몸을 억누르듯 자신을 끌어안으며 아아, 그래도 때맞게 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를 보면 마리도 여기에 머무는 것에 찬성할 것이다.
그런걸 생각할 정도로 어떤 의미로는 냉정한 자신을 기분 나쁘게 여기며 몸을 웅크렸다.


"잠깐, 괜찮아? ...빨리 돌아가서 푹 쉬자."
"미, 안, 마리... 조, 조금, 만... 진짜, 조금만......기다려줘..."
"...OK, 알았어. 진정되면 돌아가자."


내 옆에 앉아 등을 문지르며 마리는 그렇게 말했다.
마리를 속인 사실에 미안함을 느끼며 슬쩍슬쩍 시계를 본다.
시시각각 그 시간이 다가온다.
동시에 긴장이 가속화된다.
이 다음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이제, 자동차는 올 수 없어.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일어날 터.
심장이 요동친다.
호흡도 흐트러져 온다.


"...카난, 역시 돌아가자. 어쩐지, 점점 심해지기만 하잖아."
"괜, 찮아......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 줘......"
"알았는데... 부탁이니까, 무리는 하지 마...? 정말로 심해지면 마중오라고 할 거니까."


마리가 그렇게 말한 직후였다.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리가 연 커튼 사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이 보인다.
우라죠 교복을 입었고, 타이 색을 보아하니 같은 학년이다.
거기까지 인식한 시점에서 그 아이가 손에 쥔 물건을 눈치채고 사고가 굳어졌다.


식칼......!?


그 순간 그 아이가 허리 근처에 식칼을 쥐고 뛰어들어왔다.
마리를 향해, 쏜살같이.
마리는 아직, 그 아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챈 건 나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 깜짝할 새에 마리를 들이받고 그 아이의 진행 방향에 끼어들었다.
그 아이의 눈이 경악한 듯 크게 떠진다.
하지만 속도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멈출 수 없다.
푹.
심하게 둔탁한 소리가 났다.
직후 왼쪽 옆구리가 타오르는 듯이 뜨거워지고 신음이 새어나온다.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리니 왼쪽 옆구리에 식칼이 깊숙이 박혀있다.


"카난!!"


마리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쪽을 향할 기력이 없다.
쑥, 하고 식칼이 뽑혀나가 심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콸콸하고 식칼을 뽑은 상처에서 피가 넘쳐흘러 핏기가 가신다.
상처를 누르며 몸을 웅크리니 그곳에도 심장이 있다는 듯 상처가 뛴다.
숨쉬기, 괴롭다.
아프다.
눈이 따끔거린다.
격통에 시달리며 꼼짝도 못하고 있으니 위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너,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마리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걸 깨닫고 억지로 얼굴을 드니 나를 찌른 아이가 제정신이 아닌 눈으로 마리를 노려보고 있다.
위험하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 아이는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마리는, 내가 찔린 사실에 동요한 탓인지 굳어있었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마리, 도망쳐!!"


그렇게 외친 것과 마리의 왼쪽 가슴에 식칼이 박힌 것은 거의 동시였다.
마리가 눈을 크게 뜬다.
헐떡이듯 헉헉 입을 움직인다.
그리고 마리의 몸이 기우뚱 뒤로 기울었고.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마리의 가슴에서 칼이 나와있다.
그 아이는 그것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려다보고 잠시간 몸을 떤 후.


"네가, 네가, 네가, 없었으면, 내가, 마츠우라 양이랑,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보건실에서 도망쳐나가버렸다.
남겨진 것은 나와.
가슴을 꿰뚫려서, 숨이 멎은, 마리 뿐.




또다.
또, 구하지 못했다.
또 죽게해버렸다.
알고있었는데, 눈치채고 있었는데, 또.




절망감에 한기가 든다.
구하지 못한 사실에 현기증이 난다.
울부짖고 싶었지만 왼쪽 옆구리의 격통에 정신을 차렸다.
상처에서 아직도 콸콸 피가 흘러 넘치고 있다.
피가 흐르면 흐를 수록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렇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이 상처도, 마리의 죽음도.
그렇다면.


"으, 큭......!!"


상처의 통증을 무시하고 일어선다.
격통에 현기증이 왔지만 신경쓸 때가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과거로 돌아가주겠다.
마리가 살 때까지, 마리를 구할 때까지, 몇 번이라도.
내가 어찌 되든, 상관 없어.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면 없던 일이 된다.
이 상처도, 없던 일이 된다.
그러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타이르며 상처 부위를 누른 채로 휘청휘청 보건실을 나왔다.
다리가 무겁다.
춥다.
옆구리가, 뜨겁다.
돌아가야 해.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야 해.
그것만을 생각하며 학교를 나선다.
다리가 엉킨다.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다


"빨, 리...... 가야, 돼..."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조바심을 느끼며 질질 발을 앞으로 보낸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기울어진다.
털썩, 하고 길 중간에 쓰러진다.
피가, 멈추지 않는다.
춥다.
의식이 멀어진다.
안돼, 자고 있을 때가 아냐.
가야 해.
과거로.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카난 선배!!!"


요시코 쨩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시코 쨩에게 안겨 일으켜지니 옆구리의 상처가 자극받아 한심한 비명이 새어나온다.
통증이 지나간 뒤 희미하게 눈을 뜨니 요시코 쨩이 울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카난 선배 정신 차려!! 읏..., 상처가 심해... 피가...!!"
"요, 시코, 쨩......"
"기다려! 지금 구급차 부를게!!"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낸 요시코 쨩의 손을 잡았다.
구급차를 부를 때가 아니다.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마리를 구하러 가야만 한다.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이거 놔, 카난 선배!!"
"요시코, 쨩... 부탁, 이... 있, 어..."
"이런 때에 뭐야!? 구급차 쪽이 먼저잖아!?"
"우, 리... 집, 에... 데려, 가, 줘... 괜찮, 으, 니, 까..."


요시코 쨩의 손을 꼭 잡고 애원한다.
그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듯 요시코 쨩은 더욱 울고 만다.
하지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마리를 구하기 위해.


"부탁, 이야... 요시, 코, 쨩... 제발..."
"으, 으... 아아 진짜!!"


몇 번이고 부탁하니 요시코 쨩은 분한 듯 외친다.
내 두 팔을 잡고 나를 업었다.


"아악...!!"
"미안, 아프지. 참아, 미안, 미안, 미안해...!!"


등에 업히는 충격으로 한심한 비명이 새어나온다.
거기에 요시코 쨩은 울며 사과하고 가방에서 망토를 꺼내 내 몸을 가리듯 망토를 둘러주었다.
그리고 굉장한 기세로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충격에 상처가 자극받아 눈앞이 새하얗다.
하지만 더 이상 요시코 쨩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어 비명을 삼킨다.
그러는 사이에 요시코 쨩은 연락선에 뛰어들어 연락선의 아저씨를 잡아먹을 듯이 소리쳤다.


"부탁이야, 빨리 배를 출발시켜!! 긴급사태야!!"
"에, 마츠우라네 아가씨, 아냐...? 대체 무슨..."
"됐으니까 빨리!! 부탁이니까!!"


요시코 쨩의 서슬퍼럼에 당황한듯 아저씨는 배를 출발시켰다.
그 순간에도 점점 한기가 심해지고 의식이 멀어진다.
그런 나에게 요시코 쨩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그렇게 배가 아와시마에 도착하자 요시코 쨩은 또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내 방까지 나를 옮겨다 주었다
몸이 떨린다.
의식이 멀어져간다.
그래도 이를 악물어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하며 그 상자를 연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권총에 탄환을 장전하고 피투성이 손으로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댔다.


"카난 선배, 약속해줘! 절대로 죽으면 안 돼! 돌아가면 꼭 나한테 말을 걸어줘! 꼭이야!!"


쓰러질 것만 같은 나를 받치며 요시코 쨩은 그렇게 말했고, 나는 어떻게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거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며 웃어보였다.


"반, 드시..... 구해줄, 테, 니까......"




방아쇠를, 당겼다.


컁리코 매번ㄱㅅㄱㅅ 2018.06.26 14:01:46
TOMAT025 번역 ㄱㅅㄱㅅ 잘보고 있어 2018.06.26 14:24:05
코바야시아이카 퍄 요싴이 개입하네 2018.06.26 14:25:55
지모아이 뭔가 어나더 생각나네. 39.118.*.* 2018.06.26 15:13:07
루퍼 역시 우리 요싴이다 - 4센은 요싴이의 것 2018.06.26 15: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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