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ss번역) Bullet - 3
- 글쓴이
- 애플이쓴모든화이트픽셀
- 추천
- 26
- 댓글
- 5
-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68680
- 2018-06-24 13:25:01
원본 pixiv: https://www.pixiv.net/series.php?id=746511 1. 2016년 9월에 1화가 올라온 작품으로 지금이랑 설정이 다를 수 있음. 2. 전 16화 초장편 3. 작품 특성상 사망 묘사 나옴 4. 오, 의역 있을 수 있음 지적 대환영 5. 여름 휴가철 전에 완결하고 싶다. "카난? 뭐해, 멍하니." 정신을 차려보니 마리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마리와 같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무릎에서 힘이 빠져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잠깐, 카난!?" 마리가 놀래서 주저앉아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나는 스스로를 끌어안듯이 웅크린다. 어째서, 잘 되지 않는 거야. 몸이 떨리는 것이 멈추지 않아서 자신의 팔에 손톱을 세운다. 그러고 나서 수십 번을 반복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눈 앞에서 마리가 죽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데도 마리를 구하지 못한 자신이 미워진다. 구할 수 없는데도 바보처럼 과거로 돌아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어떤 식으로 발버둥쳐도 소나기를 피하지 못해 열이 난다. 어떤 식으로 발버둥쳐도 나는 마리를 상처입힌다. 어떤 식으로 발버둥쳐도 나는 쓰러진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발버둥쳐도 마리는 내 눈 앞에서 승용차에 치여 후회하며 죽어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더 이상은, 보고싶지 않은데. 마리가 죽는 장면을, 보고싶지, 않은데. "카난, 정말로 무슨 일이야? 속 안 좋아?" "카난 양?" 마리와 다이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대답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얼굴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마리를 구하지 못했으니까. 두 사람에게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몇 번이고 마리를 죽게해버린 나는, 대체 어떤 얼굴로 두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일까. "......다이아, 연습 맡겨도 되지?" 죄책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으니 마리가 그런 말을 했다. 슬쩍 시선을 올리니 마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이아를 보고 있다. 그런 마리를 보고 다이아는 조금 고민한 뒤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갈게요. 마리 양은 여기 있어주세요." "어째서야?" "당신, 캐물을 거잖아요?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지금 카난 양한테는 조금 괴로울 거예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지금만큼은, 조금 참아주세요." 다이아가 염려하듯 그렇게 말하자 마리는 마지못해 물러났다. 거기에 다이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등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카난 양, 보건실로 갑시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끌어서 느릿느릿 일어선다. 모두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수습할 기력도 없다. 다이아에게 끌려가며 옥상을 뒤로 했다. 다이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부드럽게 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렇게 보건실에 도착했을 때 다이아는 나를 침대에 앉히고 내 옆에 앉아 내 등에 손을 얹었다. "카난 양, 확인만 좀 할게요...... 속이 안 좋으세요?" 떠보듯이 묻는 다이아에게 고개를 젓는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건 내일이지 오늘이 아니다. 다만, 약해졌을 뿐이다. 반복되는 마리의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나갔을 뿐이다. 눈을 감으니 마리의 죽어가는 얼굴이 스쳐지나가 괴로워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나 때문이다. 마리를 구하지 못하는 나 때문이다. 그러니까 약한 소리 따위 내뱉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이런 이야기 누구도 믿지 않는다.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죽어 있을 때가 아닌데. 그런데 마음이 부서질 것 같다. 내가 포기하면 안되는데. 내가 포기하면, 마리가 죽는 미래를 바꿀 수가 없는데. "속이 안좋은 건 아니라는 말이군요. ......말할 수 있는 내용입니까?" 그 말에 고개를 젓는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고 무엇보다도 다이아를 말려들게 할 수 없다. 다이아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니, 그럴 순 없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한다. 내가 혼자서, 어떻게든 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속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어 다시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끌어안듯이 몸을 둥글게 하며 그 떨림이 잦아들게 한다. 하지만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무서웠다. 다시, 실패한다면? 다시, 죽게 만든다면? 몇 번을 반복해도 구하지 못한다면? 그러면, 어찌해야하나? 마리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무섭다. 중도에 자신이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이 밉고 미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전혀 잘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섭다. 내일 또 다시 마리는 죽을 것인데,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늦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공포로 몸의 떨림이 전혀 잦아들지 않는다. 걱정끼치는 거, 알고있는데. "카난 양." 다이아의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이어서 다이아의 손이 부드럽게 등을 문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감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것이 전해졌던 것인지, 다이아가 살짝 웃는다. 정말로, 살짝. 하지만 그 상냥함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말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털어놔 주세요." "말할 수, 있는 것......?" "괴롭다든가, 고통스럽다든가,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시면 제가 받아들일게요. 분명, 마리 양도 같은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을 털어놓는다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다이아......" "전부가 아니라도, 조금만이라도 좋아요. 카난 양이 생각하고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이라도 말해주시면 반드시 저나 마리 양이 카난 양의 힘이 될 테니까요." 다이아의 말이 귀 속에 깊이 박혔다. 말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말한다. 그러면 무엇인가가 달라질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시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니 예정대로 몸이 무거웠다. 어제 다이아와 이야기한 후, 연습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귀가 조치 당했다. 그렇게, 혼자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지금까지 반복했던 시간보다도 이른 귀가. 그랬지만, 소나기는 나를 쫓아오는 듯이 쏟아졌고 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겨우 도착했다. 아무래도 나는 어떻게 발버둥을 쳐도 이 소나기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소나기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이제 이 건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생각하기로 한다. 몸이 무겁다. 목이 아프다. 재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대로라면 열도 나고있다. 이 컨디션인 채로 할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까 싶어 구입한 해열제를 삼키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선착장에 도착하니 마리가 놀란 얼굴을 하고 달려왔다. "잠깐, 카난!? 지독한 안색이잖아!" "으, 응" "열은!? 잠깐 이마 보여줘 봐!" 나는 마리가 시키는대로 하기로 하고 마리가 이마를 만진다. 그 순간 얼굴을 찌푸리는 마리를 멍하니 보고 있으니 마리는 화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상태로 연습하려고 했던 거야? 있잖아, 어제부터 계속 이상해, 카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화난 눈으로, 하지만 걱정하는 기색이 엿보이는 눈으로 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랑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같은 일을 반복한다해도, 결과는 같다. 약간의 오차로는 결말은 변하지 않는다.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럼... 그럼 어쩌지? 다이아가 말했던 약간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보는 것. 시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리...... 부탁이 있어." "...What? 부탁이라는 게?" "오늘만이라도 좋아... 오늘만이라도, 좋으니까......마리 곁에 있게해줘." 그렇게 말하니 마리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이유는 지금은 말 못해...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만은 마리 곁에 있고 싶어... 부탁이야... 오늘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생각대로 하게 해줘." "......이유는, 물어도 답해주지 않는 거구나?" "미안... 말 못해. 지금은, 말할 수 없어." "...오늘만이라는 건 내일에는 제대로 가르쳐 준다는 거지?" "... 응, 내일에는, 제대로, 말할게. 부탁해, 마리... 제발 오늘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줘." 제멋대로인 억지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정만 이야기하는, 제멋대로인 억지. 하지만 어쨌든 진지했다. 당연히 마리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리의 눈을 계속해서 지긋이 바라보았다. 마리는 잠시 침묵한 뒤 분한 듯이 작은 목소리로 영어로 된 욕지거리같은 것을 내뱉고 나서 나를 보았다. "좋아, 오늘은 묻지 않을게. 단, 조건이 있어." "조, 건...?" "그래, 조건. 카난의 억지만 들어줘서는 fair하지 않아. give&take로 가자고." 그렇게 말하고 마리는 내 가슴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카난은 연습에 나오지 말고, 보건실에서 잘 것. 그게 조건이야. 이것만큼은 양보 못 해." "보건실...?" "분명하게 휴식 시간에는 얼굴 보여주고, 돌아갈 때에는 반드시 카난이랑 같이 돌아갈 거야. 그러니까, 카난은 보건실에서 얌전히 자고 있어. 이게 절대조건이야.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싫어도 강제로 집에 돌아가게 할 거야." 움직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조건만 받아들이면 나는 마리와 함께 돌아갈 수 있다. 마리가 승용차에 치이는 것은 귀가하는 때이다. 그 타이밍에 함께 있을 수 있다. 달려가다가 늦어버리는 일이 없어진다. 이거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알, 았어. 그 조건, 받아들일게... 그러니까..." "알고 있어. 오늘은 이 이상 묻지 않을 거고 보건실에서 자는 것 이외에는 카난이 하고싶은 대로 해도 좋아. 교섭 성립이네." 그리 말하며 마리는 살짝 웃었다. 그것에 나도 어떻게든 미소를 만들어 보이고 둘이 함께 연락선에 탔다. 약속한대로 나는 부실에 가지 않고 보건실로 직행했다. 마리가 따라와서 내가 침대에 누울 때까지 노려보고 있던 것이 조금 기가막혔지만. 그래도 약속대로 했기 때문인지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 마리는 보건실을 나갔다. 그것을 배웅하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흐름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수십 번 반복했던 때와 달리 나는 마리를 상처입히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서 같이 돌아가기로 약속까지 했다. 이걸로 더 이상 달려가다가 늦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는다. 기억을 더듬을 새도 없이 지금까지의 실패들이 떠오른다. 마리가 죽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괴로웠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흐름을 되짚어간다. 언제 승용차가 돌진해오는가. 어디에서 오는가. 타이밍은 어떤가. 그것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며 확인한다. 승용차가 돌진해오는 것은 항상 왼쪽에서였다. 중앙선을 넘어서 왼쪽에서 곧바로 마리가 있는 쪽으로 돌진해왔다. 그 신호에서 마리가 멈춰서고나서 약간의 텀이 있다. 시간적으로는 대체로 15시 20분 정도일까.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쯤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바꾸면 된다. 돌진해오는 승용차를 확인하면 마리를 안고 비켜서면 될 일이다. 만약에 반응이 늦어버린다면... 그때는 마리만이라도 밀쳐낸다. 그러면 마리만은 구할 수 있다. ...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알 바 아니다. 마리를 구할 수 있다면, 죽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문득 자신이 떨고있음을 깨달았다. ......어째서, 떨고있는 것일까. 뭐가 무서운 거야? 마리를 구하기 위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과거로 돌아왔다. 드디어 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제와서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나는. "괜찮아, 괜찮아, 괜, 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까......" 자신을 끌어안듯이 몸을 둥글게하고 몇 번이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래도 몸의 떨림이 잦아들지 않는다. 몸을 더욱 웅크리고 자신을 부둥켜 안으며 떨고있는 사이에 나는 잠에 빠졌다. "카난, 카난, 일어나." 불현듯 마리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눈을 뜨니 앞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마리가 있었다. "마, 리......?" "다행이다, 일어났구나. 컨디션은 좀 어때?" 그렇게 말하면서 이마에 손을 가져다댄다. 조금은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보다는 열이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몸의 나른함도 목의 통증도 오늘 아침보다는 비교적 괜찮아졌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마리는 작게 웃었다. "카난, 휴식 시간에 보러 왔을 때도 계속 sleeping하고 험상궂은 얼굴 하고 있어서 걱정했는데, 조금은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네." "...응, 이제, 괜찮아." "괜찮기는. 아직 조금 뜨거웠어.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자." "돌아가...?" "응, 비가 내려서 연습은 중지야. 그러니까 데리러 온 거야."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시계를 보니 15시를 조금 넘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다시 떨림이 돌아왔다. 뭘, 떠는 거야. 여기서부터가 본 게임인데. 이제 몇 분 후에는 마리를 구해야만 하는데.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떨림이 가시질 않는다. 그런 나를 보고 마리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손을 살짝 잡았다. "...돌아가자, 카난. 빨리 돌아가서 느긋하게 쉬는 게 좋겠어." 마리의 말에 어떻게든 수긍하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짐을 들었다. 그러자 마리는 내 짐을 낚아채며 웃었다. "환자한테 짐을 들게 할 수는 없ㅡ죠." "뭐, 야, 그게." "됐으니까, 자, 가자." 그렇게 밝게 말하며 마리가 내 손을 잡아당긴다. 그것에 끌려가며 나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현관을 나섰다. 마리의 비닐 우산을 같이 쓰고 계속 이끌려가며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마리는 계속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들을 수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고동치고 있다. 정체불명의 공포에 의해 몸의 떨림도 가라앉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경만은 곤두서있어서 약간의 소리에도 움찔움찔 반응해버린다. 이제 곧이다. 이제 곧, 승용차가 돌진해온다. 마리를, 마리를 구해야 한다.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중에 우리는 그 횡단보도의 신호에서 멈춰섰다. 술렁술렁하고, 몸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이 든다. 호흡이 얕고 빨라진다. 언제냐. 언제, 그 승용차가 오지? 구해야 한다. 마리를, 구해야 한다. "...저기, 카난." 갑자기 마리가 말을 걸어서 움찔하고 몸이 튀었다. 마리를 돌아보니 마리는 정말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아까부터 계속 들떠있고, 떨고있잖아... 얼굴도 새파랗고." "괜, 찮아... 괜찮으, 니까..." "읏... 오늘은 묻지 않는 게 약속, 이었지. 알았어, 더는 안 물을게. 하지만, 정말로 힘들어지면..." 거기서 마리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말을 멈췄다. 그 반응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마리가 확하고 뒤를 돌아본다. 그것에 이끌려 나도 그 쪽을 보니. 승용차가, 이쪽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것을 인식한 순간 피가 돌았다. 왔다. 마리를 구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이번에야 말로, 이번에야 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마리에게 손을 뻗었을 때였다. 쾅. 마리의 손이, 내 가슴을 밀쳤다. 힘조절없이 밀쳐진 탓인지 내 몸은 꼼짝없이 뒤로 튀었다. 승용차의, 진로 밖으로, 튀어나간다.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마리는 필사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심한 듯 웃었다. 직후, 심한 충돌음과 함께 마리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승용차가 내 코앞을 지나간다. 그 때 갑자기 브레이크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섞여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단번에 조용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 어째서,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주저앉아 있는 거지?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어째서, 나는, 주저앉아 있지? 호흡이 얕고 빨라진다. 심장이, 아프다. 몸이, 떨린다. 조심스레 시선을 돌려보니 몇 미터 떨어진 보도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저건, 누구지......? "아, 아......"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안정되지 않은 발걸음으로 쓰러져있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다가가서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카, 난............안, 다...쳤, 어......?" 왜, 마리가, 쓰러져있는 거야......!! "마리!! 마리, 안 돼, 마리!!" 위를 보고 쓰러져있는 마리에게 매달리듯 소리지른다. 마리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이 쪽을 보며 괴로운 듯하지만 웃고 있었다. 왼팔과 왼다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굽어있다. 머리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그런데도, 마리는 웃고 있었다. "마리, 마리, 마리...! 왜, 어째서야!!" 왜, 나같은 걸 감싼 거야? 내가 구할 셈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될 생각으로 과거로 돌아왔는데. 마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왔는데. 그런데, 어째서 마리가...!! 그러자, 마리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한 후 괴로워하며 웃었다. "몸, 이...... 멋, 대로...... 움, 직, 였는...걸......" 기침하고 피를 토하면서도 여전히 마리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후우 후우하는 연약한 숨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것이 무서워서, 마리의 오른손을 붙잡으니 마리는 기쁜 듯이 웃는다. 그리고 약간 미안한 듯한 얼굴을 했다. "약, 속...... 못, 지, 켜, 서...... 미안...해......" 그것만을 말하고, 마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숨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가늘게 뜬 채로 눈은, 빛을 잃었다. 손도, 점점 차가워져 간다. 죽어, 버렸다. 또 다시, 죽게 해버렸다. 구해주러 왔을 터인데 마리가 나를 구해줬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정신을 차렸을 땐, 외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외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는 것을, 외치고 있었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나를 재촉해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면, 그게 있다. 그게 있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만 있으면. 그 상자는 역시나 내 방에 있었다. 상자를 부술 기세로 열어서 종이도 설명서도 던져버린 후 익숙한 권총과 탄환을 꺼낸다. "구해줄게구해줄게구해줄게구해줄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탄환을 권총에 장전하고 관자놀이에 갖다댄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몸도. 무엇을 원인으로 해서 떨고 있는지, 이제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거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운명, 인정할 수 없다. "구해줄게...마리..." 방아쇠를, 당겼다. |
TOMAT025 | 잘보고 있음 ㄱㅅㄱㅅ | 2018.06.24 13:29:23 |
루퍼 | 꿀잼이야 - 4센은 요싴이의 것 | 2018.06.24 13:30:26 |
컁리코 | 이시리즈 진짜 꿀잼 ㄱㅅㄱㅅ - 7센린4센욧 | 2018.06.24 13:31:00 |
코바야시아이카 | ㅗㅜㅑㅗㅜㅑ | 2018.06.24 15:46:48 |
요솔로 | 항상 잘보고있어요.ㄱㅅㄱㅅㄱㅅ 223.62.*.* | 2018.06.25 04:42:41 |